관심 ­ 속한 세상에 마음의 길을 내다

“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 다섯 살 된 수아가 저녁 식사 후 느닷없이 물었다. 테이블을 닦던 은지 씨의 손이 잠시 멈췄다. 남편 준호 씨가 수아를 무릎에 앉히며 부드럽게 말했다. “수아야, 너는 엄마, 아빠 마음속에서 나왔단다. 우리가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수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그럼 친구들이랑 다른 거예요?”라고 물었다. 은지 씨가 수아를 꼭 안으며 말했다. “다르지 않아. 우리는 가족이야.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나게 해 주셨어.”

이 가족은 3년 전 입양을 통해 수아를 만났다. 불임으로 힘들어하던 시간, 우연히 한 기관에서 진행하는 송년 입양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그들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아이를 낳는 것만이 가족을 이루는 방법이 아니다”라는 강사의 말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1년간의 준비와 기다림 끝에 수아를 만났고, 이제 그들은 피보다 더 진한 사랑으로 연결된 가족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아름다운 이야기는 한국 사회는 물론, 한국 교회 안에서도 여전히 드물다. 2023년 보건복지부의 입양 통계를 보면 국내 입양은 연간 150명, 국외 입양은 79명으로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하는 추세다. 전반적인 출산율 저하에 따른 동반 감소라 볼 수 있지만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크지 않으며, 교회 공동체조차 입양에 대해 침묵하거나 무관심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 교회는 입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많은 경우 입양은 ‘불쌍한 아이를 돕는 자선 행위’ 정도로 이해된다. 혹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들의 차선책’으로 여겨진다. 교회 내에서조차 입양 가정을 향한 편견이 존재한다. “혈육이 아닌데 어떻게 진짜 자식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친부모를 찾아가면?” 같은 우려가 공공연하게 표현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현대 교회가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이 지나치게 혈연 중심적이라는 데 있다. 가정의 달이면 교회는 성경적 가정의 중요성과 양육에 관해 많은 메시지를 선포한다. 하지만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은 관계, 생물학적 부모-자녀 관계가 아닌 가족 형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성경이 그토록 강조하는 ‘입양’의 신학이 실제 목회 현장에서 실종돼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매년 가정이 필요한 아이들이 수천 명씩 새롭게 발생한다. 이러한 보호 조치 아동들은 대부분 보육원과 그룹홈에 분산 수용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가 살아 있지만 양육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다. 저출산으로 국가적 위기를 논하면서도, 정작 이미 태어난 생명들에게 가정을 제공하는 일에는 사회적 관심이 매우 부족하다. 교회는 이 현실 앞에서 어떤 응답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모든 생명이 귀하다”고 말하면서, 가정을 잃은 생명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핵심 ­ 주의 말씀에 길을 묻다

성경은 입양을 사회적 제도나 개인적 선택 사항으로만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으로 제시한다. 신약성경은 놀랍게도 ‘입양’( 휘오데시아)이라는 용어를 구원의 본질을 설명하는 신학적 언어로 사용한다. 로마서 8:15은 이렇게 선포한다.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짖느니라.” 에베소서 1:5은 더욱 명확하다.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 구절이 사용하는 ‘양자’와 ‘아들들이 되게 하셨다’는 표현은 모두 법적 입양을 의미하는 용어다. 바울이 이 언어를 선택함은 우연이 아니다. 1세기 로마 사회에서 입양은 매우 중요한 법적 행위였다. 입양된 자녀는 생물학적 자녀와 완전히 동등한 상속권을 가졌고, 과거의 모든 빚과 의무에서 해방됐으며,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았다. 바울은 바로 이 입양의 이미지로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의 실체를 설명한다.

우리는 본래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었다. 죄와 사망의 권세 아래 있던 존재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다. 이것은 단순히 용서를 받는 것 이상이다. 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소속, 새로운 유산을 받는 것이다. 입양의 신학은 구원이 단지 죄 문제의 해결뿐 아니라 관계의 회복이며, 신분의 변화이며, 가족으로의 편입임을 보여 준다. 

구약성경도 입양의 원리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모세는 바로의 딸에게 입양돼 애굽 왕궁에서 자랐다(출 2:10). 에스더는 모르드개의 양녀가 됐다(에 2:7). 이 이야기들은 입양이 하나님의 구속사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 준다. 특히 룻기는 혈연을 넘어선 가족 관계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나오미와 룻의 관계는 생물학적 연결이 아니었지만, 룻은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내 하나님이 되시리니”(룻 1:16b)라고 고백하며 진정한 가족이 됐다.

예수님 자신도 입양의 원리를 실천하셨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은 제자 요한에게 어머니 마리아를 맡기시며 “보라 네 어머니라”라고 하시고, 마리아에게는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라고 하셨다(요 19:26-27). 이는 혈연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가족 관계를 예수께서 친히 제정하신 것을 보여 준다. 예수님은 이미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마 12:50)라고 선언하심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가족은 혈연이 아닌 믿음과 순종으로 형성되는 초월적인 것임을 보여 주셨다.

입양은 창조와 구속의 교차점에 선다. 하나님은 창조 질서 안에서 생물학적 가족을 선물로 주셨지만, 타락한 세계에서 그 질서는 깨어졌다. 입양은 이 깨어진 질서를 회복하는 구속적 행위다. 또한 입양은 ‘기르는 것’이 ‘낳는 것’보다 더 본질적임을 보여 준다. 양육은 생물학적 반응이 아니라 의지와 헌신의 고결한 행위다. 입양을 통한 양육이 생물학적 부모의 그것보다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입양은 또한 인간 사회가 혈연이라는 주어진 운명을 넘어 선택과 사랑으로 관계를 창조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중심 ­ 말씀에 비추어 갈피를 잡다

입양의 사회적 필요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이때, 입양의 신학을 어떻게 정립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성경의 가르침에 비춰 그 원리를 살펴보자.  

1. 입양을 구원의 본질로 이해하라
입양은 ‘불쌍한 아이를 돕는 자선’이 아니다. 입양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신 바로 그 방식이다. 에베소서 1:5은 하나님께서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라고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기쁘신 뜻”이다. 하나님은 의무감이나 동정심이 아니라 기쁨으로 우리를 입양하셨다. 우리 모두는 영적으로 입양된 자녀들이다. 우리는 본래 “진노의 자녀”(엡 2:3)였고, 하나님과 원수 된 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상속자가 됐다(롬 8:17). 이것이 복음의 핵심이다. 따라서 입양 가정을 세우는 것은 복음을 실천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다. 이런 이해는 입양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을 해소한다. 하나님께서 혈육이 아닌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사랑할 수 있다. 입양이야말로 가장 복음적인 사랑의 형태다.

교회는 이 진리를 설교와 가르침을 통해 지속적으로 선포해야 한다. 구원론을 가르칠 때 입양의 신학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성도들 자신이 하나님께 입양된 자녀라는 정체성을 깊이 이해할 때, 실제 입양에 대한 태도도 변화한다. 입양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복음을 경험한 모든 사람이 고려할 수 있는 정상적인 선택이 된다.

2. 혈연을 넘어선 가족 개념을 회복하라
현대 교회는 가족을 지나치게 혈연 중심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성경이 제시하는 가족 개념은 훨씬 포괄적이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마 12:50)고 선언하셨다. 교회를 “하나님의 집”(딤전 3:15)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회는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된 가족이다.

이 원리는 생물학적 가족과 입양 가족 사이에 위계가 없음을 의미한다. 입양 가족은 생물학적 가족과 동등하게 정당하고 온전한 가족 형태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입양 가족은 의지적 선택과 헌신을 더 명확하게 보여 주는 가족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생물학적 부모-자녀 관계도 궁극적으로는 양육이라는 선택과 헌신이 없으면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축복해야 한다. 가정의 달 행사나 설교가 오직 생물학적 부모-자녀 관계만을 전제로 구성돼서는 안 된다. 입양 가정,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위탁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교회 안에서 환영받고 존중받아야 한다. ‘정상 가족’의 범위를 혈연 중심에서 사랑과 헌신 중심으로 확장할 때, 교회는 더 포용적이고 복음적인 공동체가 된다. 이것은 특히 결혼과 출산에 대한 교회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회는 종종 “결혼하라, 자녀를 낳으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하지만 불임으로 고통받는 부부, 다양한 이유로 생물학적 자녀를 가질 수 없는 가정에게 이런 메시지는 상처가 된다. 입양을 정상적이고 동등한 선택지로 제시할 때, 이런 가정들은 위로와 희망을 얻는다. 생물학적 출산만이 아니라 입양도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조 명령을 성취하는 방법임을 인식해야 한다.

3. 취약한 생명을 환대하는 공동체가 되라
입양은 개별 가정의 결정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책임이다. 야고보서 1:27은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고 말한다. ‘고아를 돌본다’는 것은 물질적 지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가정을 제공하는 것, 곧 입양을 의미한다. 구약의 율법은 고아, 과부, 나그네를 특별히 보호하도록 명령한다. 신명기 10:18은 하나님께서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라고 선언한다. 하나님의 성품은 취약한 자들을 향한 특별한 관심으로 드러난다. 교회가 하나님을 닮아 간다는 것은 바로 이 취약한 생명들을 환대하는 것을 포함한다.

환대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교회는 입양을 고려하는 가정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입양 과정은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심리적 부담도 크다. 교회가 재정적 지원, 정보 제공, 상담, 기도 후원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때, 더 많은 가정이 입양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입양 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입양 가정이 고립되지 않도록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기쁨을 함께 축하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더 나아가 교회는 위탁 양육(foster care)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입양이 어려운 경우에도 단기 또는 장기 위탁을 통해 가정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 시편 68:6은 “하나님이 고독한 자들은 가족과 함께 살게 하시며…”라고 노래한다. 교회가 이 하나님의 일에 동참할 때, 복음의 능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4. 입양 이야기를 교회의 증언으로 나누라
입양의 아름다움은 이야기를 통해 전파된다. 교회는 입양 가정들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입양을 미화하거나 감상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능력이 삶 속에서 어떻게 역사하는지를 증언하는 것이다.

입양 가정의 간증은 강력한 복음 선포다. 죽을 수밖에 없던 우리를 하나님께서 어떻게 자녀 삼으셨는지, 그 사랑이 어떻게 우리 삶을 변화시켰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로마서 8:15,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짖느니라”는 말씀이 추상적 교리가 아니라 구체적 현실이 된다.

동시에 입양 이야기를 나눌 때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입양 자녀의 사생활과 정체성을 보호해야 한다. 입양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가족의 결정이어야 하며, 강요돼서는 안 된다. 또한 입양을 지나치게 영웅적이거나 감동적인 이야기로 포장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입양은 특별한 희생이 아니라 정상적인 가족 형성의 한 방법이다. 입양 가정의 어려움도 솔직하게 나누어, 다른 가정들이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회는 설교, 간증, 소그룹, 출판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입양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가정의 달이나 입양의 달(5월)에 특별히 입양을 주제로 다루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입양이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 자연스러운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다. 입양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교회의 지속적인 증언이 돼야 한다.

열심 ­ 단단한 마음으로 힘 있게 걷다

입양이 가지는 구원론적 가치를 전하고 자연스러운 실천으로 안내하여 하나님이 친히 보여 주신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지역교회가 행할 수 있는 열심들을 몇 가지 실천 아이디어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입양 친화적 교회 문화 만들기
입양을 지원하는 첫걸음은 교회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입양 주일’을 연례 행사로 정착시켜 보자. 매년 5월이나 11월(국내 입양의 날이 있는 달)에 입양을 주제로 설교하고, 입양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시간을 갖는다. 이날 예배에서는 입양의 신학을 깊이 있게 다루고, 실제 입양 가정의 간증을 듣고, 입양을 고려하는 이들을 위한 기도 시간을 갖는다.

또한 교회 내에 ‘입양 지원 사역팀’을 구성할 수 있다. 이 팀은 입양에 관심이 있는 가정에 정보를 제공하고, 입양 과정을 동행하며, 입양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계하는 역할을 한다. 팀원 중에는 실제 입양 경험이 있는 부모, 입양 관련 전문가(사회복지사, 변호사, 상담사), 재정 관리 전문가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입양 가정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실제적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교회 도서관이나 자료실에 입양 관련 도서와 자료를 비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입양의 신학을 다룬 책들, 입양 양육 가이드, 입양 자녀를 위한 그림책 등을 구비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주보나 교회 웹사이트에 ‘입양 정보 코너’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입양 관련 소식, 자료, 간증 등을 나누는 것도 좋다.

2. 입양 가정 돌봄 네트워크 구축
입양 후 실제 양육 과정에서 입양 가정은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교회는 입양 가정을 서로 연결해 ‘입양 가정 소그룹’을 만들 수 있다. 이 소그룹은 월 1-2회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서로 격려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비슷한 연령대의 입양 자녀를 둔 가정끼리 모이면 더욱 구체적인 공감과 도움이 가능하다.

‘입양 가정 멘토링 프로그램’도 유익하다. 입양 경험이 많은 선배 가정이 새로 입양한 가정의 멘토가 돼 1-2년간 정기적으로 만나며 조언과 격려를 제공한다. 멘토는 입양 초기의 적응 과정, 애착 형성, 양육의 실제적 팁 등을 나눈다. 이것은 입양 부모뿐 아니라 입양 자녀에게도 도움이 된다. 자녀들도 같은 입양 배경을 가진 또래나 선배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건강하게 형성할 수 있다.

교회는 입양 가정을 위한 ‘실제적 도움 네트워크’도 조직할 수 있다. 입양 초기에는 특히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식사 제공, 아이 돌봄, 청소, 장보기 등 일상적 지원을 제공하는 자원봉사자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특히 연장아를 입양한 경우 적응 기간 동안 부모의 에너지 소모가 크므로, 이런 실제적 지원이 큰 힘이 된다.

전문적 상담 지원도 중요하다. 입양 가정은 일반 가정과 다른 특수한 이슈들을 경험한다. 교회가 입양 전문 상담사와 연결하거나, 상담비를 지원하거나, 교회 내에 입양 전문 상담 사역을 개발할 수 있다. 정기적인 ‘입양 가정 워크숍’을 통해 발달 단계별 양육 전략, 입양 사실 공개 방법, 출생 배경에 대한 궁금증 다루기, 사춘기 정체성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다.

3. 위탁 양육 사역 개발
입양은 영구적 결정이기에 모든 가정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탁 양육(foster care)은 더 많은 가정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역이다. 한국에도 일시 보호나 단기·장기 위탁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많다. 교회는 성도들에게 위탁 양육의 기회를 소개하고 지원할 수 있다. 위탁 양육은 단기(수개월)일 수도, 장기(수년)일 수도 있다. 부모가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동안 아이를 돌보거나, 입양 전 적응 기간 동안 임시 가정 역할을 하거나,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 위탁은 입양과 달리 언젠가는 아이를 보내야 하는 이별의 아픔이 있지만, 그 기간 동안 아이에게 사랑과 안정을 제공하는 귀한 사역이다.

교회는 위탁 양육 가정을 위한 특별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위탁 아동은 종종 복잡한 배경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어 일반 양육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인내가 필요하다. 정기적인 휴식(respite care)을 제공하여 위탁 부모가 재충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성도들이 주말이나 방학 동안 아이를 돌봐주어 위탁 부모가 잠시 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위탁 가정 응원 팀’을 구성하여 위탁 가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 이 팀은 위탁 가정과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필요한 물품(의류, 학용품 등)을 지원하고, 아이의 활동(학교 행사, 병원 방문 등)에 동행하며, 위기 상황에 즉각 대응한다. 

4. 입양 인식 개선 캠페인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는 것도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교회는 정기적인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성도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 주일학교에서 어린 시절부터 입양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어린이부에서는 입양을 주제로 모세, 에스더 같은 성경 인물의 입양 이야기를 다루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입양하셨다”는 복음의 진리를 어린이 수준에서 가르친다. 입양 가정의 자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나눌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입양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청소년부에서는 더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하다. 입양과 관련된 윤리적·신학적 질문(입양과 생물학적 출산의 관계, 입양 자녀의 정체성, 친부모 찾기 등)을 함께 고민한다. 청소년들이 입양을 ‘불쌍한 아이를 돕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이고 아름다운 가족 형성의 방법’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실제 입양 가정을 방문하거나 입양 관련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성인 교육에서는 ‘가족의 신학’ 시리즈를 기획해 입양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 이슈를 다룰 수 있다. 단순히 이론적 가르침을 넘어, 실제 입양 가정을 초청하여 대화하고, 질문하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교회 전체가 입양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고, 입양 가정을 지지하고 축복하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

수아네 가족처럼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것은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복음의 본질을 실천하는 것이다. 성경은 입양을 통해 구원의 의미를 설명하며, 우리 모두가 하나님께 입양된 자녀임을 선포한다. 교회는 입양을 구원의 언어로 이해하고, 혈연을 넘어선 가족 개념을 회복하며, 취약한 생명을 환대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입양을 준비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입양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교회의 증언으로 나눌 때, 복음은 추상적 교리를 넘어 우리의 일상 속에서 구체적 현실이 드러난다. 죽을 수밖에 없던 우리를 자녀 삼으신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이제 교회가 그 사랑을 실천할 차례다. 입양은 무너져가는 가정 공동체를 회복하는 가장 복음적인 길이며,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하는 강력하고도 구체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