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십계명은 출애굽기 20:1-17에 기록됐는데, 그 뒤 18-21절까지의 본문은 이렇다. 

“뭇 백성이 우레와 번개와 나팔 소리와 산의 연기를 본지라 그들이 볼 때에 떨며 멀리 서서 모세에게 이르되 당신이 우리에게 말씀하소서 우리가 들으리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지 말게 하소서 우리가 죽을까 하나이다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라 하나님이 임하심은 너희를 시험하고 너희로 경외하여 범죄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니라 백성은 멀리 서 있고 모세는 하나님이 계신 흑암으로 가까이 가니라”(출 20:18-21). 

이 말씀은 십계명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며 효과적으로 십계명의 본질을 갈무리할 수 있는 본문이다. 이 가운데 핵심 구절은 20절이다.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라 하나님이 임하심은 너희를 시험하고 너희로 경외하여 범죄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니라.” 

이제 십계명 논의를 마치며 십계명이 우리에게 주는 ‘거룩한 책무’가 주어졌다. 그 책무는 20절 말씀처럼 하나님 앞에서 삶으로 입증해야 하며(‘너희를 시험하고’), 하나님께 바르게 예배해야 하며(‘너희로 경외하여’), 하나님 앞에서 죄와 피 흘리기까지 싸워내야 한다(‘범죄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니라’).

논의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출애굽기 20:20 말씀에 나타난 세 가지의 거룩한 책무 의식을 하나씩 살펴본 후 십계명을 대하는 바른 태도와 자세를 포괄적으로 조망해 보겠다. 마지막으로 십계명에 대한 논의를 결론지으며 실천적 고찰을 한 후 글을 최종 정리해 마무리하겠다. 

거룩한 책무 1: ‘너희를 시험하고’

출애굽기 20:20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열 가지 계명인 십계명을 주신 후에 등장하는 본문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우레, 번개, 나팔 소리, 연기 가운데 임재하셔서 명령하시니 백성은 두려워 ‘떨었다’(출 20:18). 그때 모세는 두려워 벌벌 떨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크게 세 가지를 말했다. “하나님이 임하심은 너희를 시험하고 너희로 경외하여 범죄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니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시험한다는 뜻은 무엇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십계명을 주셔서 그들을 시험에 빠뜨리시려는 것인가 아니면 이스라엘 백성이 십계명을 제대로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그들을 감시하며 시험하시겠다는 것인가? 여기서 언급된 ‘시험하다’라는 히브리어 동사는 나사()인데, 그 기본적인 뜻은 ‘시도하다’, ‘경험해 보다’, ‘입증하다’ 등이다. 십계명 논의를 마무리 지으며 ‘시험하다’라는 동사를 ‘입증하다’의 맥락에서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십계명의 명령을 받아든 이스라엘 백성은 이제 자신의 삶으로 십계명을 입증해 내야 했다. 그 이유는 십계명 서문의 내용 때문이다. 

“하나님이 이 모든 말씀으로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출 20:1-2). 

십계명 서문의 내용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은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비참했던 노예의 땅에서부터 ‘인도하여 낸’ 여호와 하나님이시다. 100% 무조건적인 은혜다. 여호와 하나님께 이 은혜를 받아 누린 자라면 당연히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1계명)라는 명령을 지켜야 한다. ‘우상을 만들지 말라’(2계명)와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3계명), 그리고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4계명)라는 명령도 당연히 지켜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당위다. 무조건적이고 전적인 은혜를 받아 노예의 땅, 종 됐던 집에서 구원받은 백성이라면 하나님의 명령을 당연히 지켜야 한다.

은혜 받은 이스라엘 백성은 ‘받은 은혜에 대한 마땅한 반응’을 삶으로 입증해 내야 한다. 이를 ‘칭의’와 ‘성화’의 관계라고 부른다. 죄인의 신분에서 의인의 신분으로 은혜 가운데 변화됐다면, 이제 죄인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의인답게 살아야 한다. 의인다운 삶으로 은혜 받은 것을 입증해야 한다. 출애굽기 20:20은 바로 이 말이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은혜 받았음을 삶으로 입증해 내야 함을 역설한다. 그러므로 칭의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칭의는 홀로 서 있을 수 없다. 칭의는 반드시 성화와 함께 선다. 성화가 없으면 칭의는 원래 없었던 것이며, 칭의만 있다면 그 칭의는 참된 칭의가 아니다.

예수 안에서 영적 이스라엘로 칭의 받은 신자들도 마찬가지다. 성령 하나님과의 동행 가운데 십계명을 기쁨과 자발로 지켜감을 통해 자신이 더 이상 ‘본질상 진노의 자녀’(엡 2:3)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임을 삶으로 입증해 내야 한다. 십계명은 은혜 그 자체지만 그 은혜를 누리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의 영적 싸움이요 영적 전쟁이다. 이를 통해 입증되고 드러날 것이다. 십계명 앞에 선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자녀임이 만방에 입증될 것이다. 

거룩한 책무 2: ‘너희로 경외하여’ 

십계명은 예배하는 법이다. 모든 인간은 초자연적인 존재다. 19-20세기 네덜란드에서 살았던 개혁파 교의학자 헤르만 바빙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확히 설명했다.

“인간을 전체적으로 조망했을 때 인간의 핵심은 언제나 초자연주의적이었다. 사람들은 이 세상의(diesseitige) 것들로는 자신의 생각과 삶을 만족시킬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언제나 이 땅 너머 어딘가에 존재하는 천국을 생각했으며, 보이는 것들 뒤에 존재하는 보다 더 높고, 보다 더 거룩한 보이지 않는 능력과 복들의 질서를 생각했다.”¹

인간은 본성상 ‘초자연적인 존재’이므로 늘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예배해야 하는 존재다. 핵심은 누구에게 혹은 무엇에게 예배하는가에 달려 있다. 돈을 향해 엎드려 예배하거나, 성공을 향해 예배하거나, 쾌락을 향해 예배하면 그 끝은 멸망으로 향한다. 잘못된 신을 잘못된 형식으로 섬기면 전인적으로 잘못된다.

출애굽기 20:20은 십계명을 받은 이스라엘 백성이 반드시 행해야 하는 삶의 법칙을 정확히 알려 준다. 바로 ‘너희로 경외하여’라는 표현이다. 이 본문에서 ‘경외’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명사는 이르아()인데, 기본적인 의미는 ‘두려움’(fear)이다. 단순히 무섭다는 의미보다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탁월한 존재를 만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경외심’의 의미가 훨씬 더 강하다. 경외는 곧 예배다.

하나님이 누군지 제대로 알면 하나님 앞에 예배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을 진정으로 만난 사람은 하나님 앞에 고개를 뻣뻣이 치켜세운 채 하나님을 오만하게 노려볼 수 없다. 오히려 정반대다. 하나님을 참으로 경험한 사람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하나님께 경배의 제사와 찬송의 제사를 올려 드린다. 경외심이 응당 피어오른다. 십계명의 용법이 바로 이것이다. 즉, 예배하는 법이다. 하나님을 알면 하나님을 사랑해 그 발 앞에 무릎을 꿇어 경배하는 법칙이 실천된다. 하나님을 알면 하나님의 형상인 이웃을 사랑해 그들의 발을 물로 씻어 주는 섬김과 배려의 법칙이 실천된다. 이 모든 실천은 하나님을 향한 경외심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십계명은 예배하는 법이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4계명)라는 명령은 하나님을 향한 참된 경외심으로부터만 제대로 실천될 수 있다. 하나님을 참으로 경외하는 자가 안식일을 막 지키겠는가? 하나님을 진정으로 경외하는 자가 안식일을 잊어 버리겠는가? 이처럼 십계명은 하나님의 자녀가 누구에게 엎드려야 하며, 누구에게 찬송을 올려 드려야 하며, 누구에게 섬김의 제사를 올려 드려야 할지를 정확히 규정한다.

예배는 ‘존재’와 ‘행위’ 관계로 푸는 것이 가장 좋다. 아직 존재가 되지 않았다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 행위는 부작용이 심하게 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만이 참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된다. 참된 예배를 드렸다고 해서 구원받은 백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구원받기 전에는 참된 예배를 드리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반대다.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은 존재만 하나님을 참되게 ‘경외하는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십계명이 ‘율법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존재와 행위의 이런 관계성 고찰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직 존재가 형성되지 않아 여전히 애굽 땅, 종 됐던 집에 있는데 억지로 십계명을 지키려고 하고, 마음과 뜻과 정성조차 가질 생각이 없는 데 교회의 눈치를 보며 십계명을 지키는 율법주의적 행위를 하게 될 수 있다. 매우 조심해야 한다.

하나님을 아는 자가 하나님을 바르게 경외할 수 있다. 출애굽기 20:20은 바로 이런 신학적 관계를 정확히 지적한다. 하나님을 바르게 아는 자가 하나님을 바르게 경외할 수 있다.

거룩한 책무 3: ‘너희로 범죄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니라’

제1-4계명은 하나님과의 관계성 형성에 주목한다. 5-10계명은 인간과의 관계성 형성에 집중한다. 출애굽기 20:20에 서려 있는 세 가지의 거룩한 책무 중 마지막 책무는 ‘범죄하지 말라’다. 범죄의 결과는 크게 세 가지다. 범죄하면 죄책, 오염(부패), 사망이 따라온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죄책은 사해진다.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의 죄책까지도 말끔히 용서받는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롬 8:1-2).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결코 ‘정죄함’이 없다. 그 이유는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고 속량시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수 안에서 죄책은 사해져도 오염과 부패까지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수를 믿고 구원받았어도 여전히 실존적으로는 죄인이다. 중생 이후에도 죄를 계속 짓으며, 우리는 여전히 죄인이다.

출애굽기 20:20은 바로 이 지점을 주목한다. 십계명은 우리에게 ‘거울’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거울을 보는 이유는 얼굴에 무엇이 묻지 않았는지, 옷매무새는 문제가 없는지, 넥타이는 똑바로 잘 매어져 있는지 등을 보기 위해서다. 자신의 결점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십계명도 마찬가지다. 십계명을 통해 자신을 살펴보면 과연 내가 하나님 앞에서 범죄했는지, 이웃 앞에서 범죄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십계명의 거울은 대단히 깨끗해서 그 앞에 선 모든 죄인의 죄가 낱낱이 드러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죄책은 온전히 사해졌지만 여전히 오염과 부패가 남아 있는 죄인이므로, 우리에게는 십계명이 필요하다. 오늘도 범죄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십계명이 필요하다. 십계명은 범죄의 기준과 선을 우리에게 명확히 알려 주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십계명에서 제시하신 그 기준과 선은 두 가지다. 하나님보다 다른 것을 더 사랑하는 것, 그리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지 않는 것이 죄다.

죄와 싸우는 것을 가리켜 ‘성화’라고 부른다. 성화에 크게 두 가지 영역이 있다. 첫째는 ‘결정적 성화’이며, 둘째는 ‘점진적 성화’다. 결정적 성화란 신자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결정적으로 거룩한 자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증폭한 개념이다. 그러므로 결정적 성화는 성화의 시작이며, 성화의 근본이다. 하지만 참된 결정적 성화가 있었다면, 신자의 전 생애를 통해 점진적 성화의 모습이 나와야 한다.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결정적으로 의롭고 거룩한 자로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삶 속에서는 부패와 오염 가운데 빠져 살기에 점진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십계명은 점진적 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하나님의 법이다. 과연 오늘도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는지, 또 이웃을 제대로 사랑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이런 점진적 성화의 과정을 치열하게 거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결정적으로 내 안에서 의로움과 거룩함으로 역사해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게 된다. 이로써 십계명의 온전한 성취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실천적 고찰 및 적용 

십계명을 어떤 자세와 태도로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해 여러 가지 관점으로 답할 수 있겠지만, ‘삼위일체적 관점’으로 답하는 것이 신학적으로 가장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삼위일체적 관점으로 십계명을 지킨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 성부 하나님을 바르게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성부 하나님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십계명은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만 하는’ 멍에가 될 것이고, ‘지키지 않으면 하나님께 벌을 받을 것 같다’는 형벌의 족쇄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율법’과 ‘자유’의 관계성에 대한 신학적 담론이 무너지게 된다. 억지로 지키는 것은 모두 다 율법이다. 눈치 보면서 하는 것도 모두 다 율법이다. 이런 율법관 속에서는 그 어떤 자유도 없다. 맞기 싫어서 하고, 벌 받기 싫어서 하며, 그나마 조금이라도 행해야 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성부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는 우리에게 ‘자유’를 준다. 복과 은혜를 받기 위해 율법을 억지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받은 복과 은혜에 감사해 자유와 기쁨과 자발로 율법을 지킨다. 하나님의 본성과 성품을 제대로 아는 자는 하나님께 ‘자유롭게’ 감사를 표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만드는 일을 ‘자유롭게’ 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십계명을 자유 가운데 지키기 위해 필요한 선결 조건은 성부 하나님의 성품을 온전하고 바르게 아는 것이다.

둘째, 성부 하나님을 바르게 알면 성자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의 은혜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십계명은 유일한 중보자인 성자 하나님을 통해서만 제대로 지킬 수 있다. 아무리 하나님을 전심으로 사랑하고 아무리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해도, 예수 그리스도라는 중보자를 통하지 않은 사랑은 무의미하다. 여전히 죄가 가득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신자는 ‘의인인 동시에 죄인’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해도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는 모두 죄이며,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지 않는다. 

그러므로 십계명의 온전한 성취는 ‘기독론적으로만’ 가능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율법을 폐하러 오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율법을 성취하기 위해 오셨다. 예수님은 구약의 모든 율법과 율법의 총 강령인 십계명을 온전히 다 지키심을 통해 율법을 온전히 성취하셨다. 그러므로 율법을 온전히 성취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십계명을 제대로 지켰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보혈을 지나 아버지 품으로 갈 수 있으며, 보혈을 지나 십계명의 성취로 갈 수 있다. 그 외의 길은 없다. 이것이 기독교다.

셋째, 성부 하나님을 알고, 성자 그리스도의 중보 사역을 통과한 후, 성령 하나님 안에서 십계명을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 성령 하나님의 위격적 역할은 ‘적용’과 ‘완성’이다. 십계명의 내용들이 우리 삶에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성령 하나님의 보혜사 사역이 필수적이다. 오늘도 우리는 십계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영적으로 비틀거릴 것이다. 그때 성령께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흔들리는 우리를 위해 친히 간구해 주실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삶으로 십계명을 입증해 내고, 삶의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경외해야 한다. 성령 하나님은 오염과 부패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나가는 신자의 삶 전반에 걸쳐 역사해 주실 것이다.

이처럼 십계명의 온전한 지킴은 인간적인 능력이나 경험이나 판단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온전한 교제와 교통으로 가능하다. 삼위일체적 관점에서 십계명을 바라볼 때 하나님의 절대 주권이 인정되는 새로운 시야가 열리며, 인본주의적 율법관이 아니라 성부·성자·성령 하나님의 ‘신적 열심’에 비춰 십계명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나가는 글

아무리 주옥같이 아름다운 글도, 아무리 예리하고 논리 정연한 글도 ‘행함’이 없다면 무의미하다. 십계명 논의를 마무리 지으며, 다시금 ‘행함’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요청할 필요가 있다. 

“아아 허탄한 사람아 행함이 없는 믿음이 헛것인 줄을 알고자 하느냐”(약 2:20). 

야고보는 행함이 없는 사람을 가리켜 ‘허탄한’ 사람이라고 칭한다. ‘허탄한’이라고 한글 번역된 헬라어 단어는 케노스()인데, 그 뜻은 ‘빈’(empty)이다. 빈 수레는 늘 요란하다. 믿음은 무엇으로 채워지는가? 행함으로 채워진다. 행함으로 믿음을 만들 수는 없다. 절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진정한 믿음은 그 안에 행함으로 꽉 채워져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를 야고보는 ‘헛것’이라고 불렀다. ‘헛것’이라고 한글 번역된 헬라어 단어는 아르고스()인데, 그 뜻은 ‘쓸모없는’(useless)이다. 행함으로 속이 꽉 차 있지 않은 믿음은 결국 아무 쓸모없는 헛된 믿음일 뿐이다.

십계명도 마찬가지다. 십계명에 대한 논의만 하고 끝나면 안 된다. 그것은 허탄한 것이며, 헛것이고, 쓸모없는 논의다. 이제 행해야 한다. 성부·성자·성령 삼위일체 하나님과 함께 최선을 다해 행해야 한다. 오늘도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전인을 쏟아 부어야 한다. 

우상 숭배하지 말아야 한다.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아야 한다. 안식일을 기억해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 살인하지 말아야 한다. 간음하지 말아야 한다. 도둑질하지 말아야 한다. 이웃에 대해 거짓 증거하지 말아야 한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아야 한다. 이런 계명은 피상적인 외침도 아니요, 사변적이고 관념적인 명령도 아니다. 바로 오늘, 내 삶의 일상 속에서, 최선을 다해 피 흘리기까지 싸워내며 지키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실존적인 외침이다.

“네가 보거니와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하게 되었느니라”(약 2:22). 

삼위일체 하나님의 역사 가운데 십계명을 치열하게 지킴으로 믿음이 온전하게 되는 날을 고대하자. 그날은 매우 기쁜 날일 것이며, 매우 영광스러운 날일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