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이 굽타의 《기독교, 로마를 흔든 낯선 종교》는 1세기 로마 사회의 맥락 속에서 초대교회의 모습을 조명한다. 하지만 교회의 실상을 재구성하는 일은 여러 제약으로 인해 결코 쉽지 않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 자료와 문헌의 제한성이다. 종교개혁 이후, 교회는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초대교회를 이상적인 공동체의 표본으로 내세웠다. 아마도 사도행전 전반부에 나타나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긍정적인 모습에 기초한 재구성일 것이다. 하지만 바울의 서신에서 드러나는 공동체의 모습은 그다지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와 같은 상이한 묘사 속에서 우리는 초대교회와 믿음의 공동체의 모습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 우리가 초대교회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정보는 신약성경의 기록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초대교회가 당시 사회에서 어떤 위치와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실제 모습보다는 성경이 증언하는 기록에 기초하여 이상적인 공동체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와 같은 재구성에 정확한 역사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초대교회를 그 시대와 사회로부터 떼어내어 성경의 기록만으로 재구성하려 하기 때문이다. 모든 공동체는 사회적 역학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간다. 이것은 현대사회의 공동체뿐만 아니라 고대 사회에도 동일하다. 초대 공동체는 사회로부터 동떨어져 자신만의 성을 건설하고 분리주의적 거룩을 추구하던 자들이 아니었다. 초대교회에 속한 자들은 사회의 경제생활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그들은 여전히 이교도가 주류였던 사회 속에서 다른 믿음의 체계에 있는 자들과 교제하며 함께 어우러져 살았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과 다른 이들과의 비교, 대조를 통해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립해 갔다. 이는 교회 공동체 밖에 있는 이들에게도 인식의 틀을 형성하게 해 교회 공동체의 특징을 정의하게 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타인과의 차이점은 나를 인식하는 기준이 되며, 사회의 관습과 문화와 신앙의 형태는 예수를 믿는 신생 공동체의 모습과 특징을 정의하는 격자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많은 연구가 초대교회를 사회적·문화적 맥락과 분리해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본서는 이러한 간극을 메우는 데 적절한 통찰을 제공한다. 

고대 사회 속 초대교회 공동체

니제이 굽타는 고대 사회의 종교와 문화라는 배경에서 초대교회 공동체의 특징을 제안한다. 가장 먼저 고대 로마 사회의 종교의 특징과 초대교회의 모습을 비교한다. 

고대 로마 종교의 본질은 인간과 신 사이의 평화를 유지하는 Pax deorum(팍스 데오룸)과 상호 이익 교환의 원리인 Do ut des(도 우트 데스)로 요약된다. 즉, 인간은 신에게 할 수 있는 존경을 표하고 신은 인간들에게 형벌을 내리지 않는 것, 그리고 인간은 신들과 함께 평화를 누리는 팍스 데오룸이 가장 우선된 목표였다. “고대 숭배자들은 보통 열반이나 내적 평화를 찾지 않았다. 그들은 개인, 가정, 문명의 안녕이 올핌포스산의 호의와 은총에 달려 있다고 믿었다. 인간이 신들에게 제물, 기도, 존경, 헌신을 바치면, 신들이 그 답례로 건강, 안전, 때로는 부를 내려준다는 것이다”(p. 32). 그러나 기독교는 하나님과 그들의 관계를 그렇게 정립하지 않는다. 은혜는 조건 없이 주어진 것이며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사랑은 고대의 종교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관점이다. 

이와 더불어 또 다른 차이는 로마는 다신교의 제국이었다는 사실이다. 한 신적 존재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다스린다는 사실은 고대 로마인에게는 없는 개념이었다. 더욱이 로마의 십자가 형벌을 받은 이를 주 그리고 통치자로 추앙한다는 사실은 로마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또한 고대 로마 사회는 미신(슈퍼스타티아스)과 종교(레갈리아)를 구분한다. 미신은 광적이며 지나치게 혁신적인 것으로 간주됐다. 오랜 전통이 없고 로마 사회의 기존 질서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반면 종교는 오래된 전통 위에 세워져 있으며, 특정한 절기와 날을 지키며 동시에 그들만의 예전 예식이 존재한다. 고대 사회의 예배는 피와 연기의 제사를 기초로 했으며 이는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종교일수록 유지돼 온 제의적 관습이다. 종교는 공간적인 예배의 장소인 성전이 존재한다. 성전 혹은 신전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제사라는 제의적 절차를 따랐다. 미신은 그와 같은 종교적인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유로우며 절차와 틀을 따르지 않았다. 선동적이며 통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신은 고대 로마 사회에서 박해의 대상이었다. 

이와 같은 기준에서 본다면 초기 기독교는 고대 로마 사회에서 미신의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예배와 숭배에는 피 흘리는 제사도 타오르는 연기도 없다. 그들의 종교적 전통은 오래되지 않았으며 예배 의식이 확정돼 있지 않았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예수를 향한 그들의 사랑과 믿음은 열광적이었고 사회에 혼란을 유발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숭배하는 예수가 바로 자신들을 위한 제물이라고 믿는다. 기독교인들은 자기 자신을 성전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들이 섬기는 신이 그들 안에 내주한다고 믿었다. 고대 로마인들에게는 마치 그리스도인들이 스스로 신상과 같은 자들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렸을 것이다. 

또한 고대 사회에 영이 들린 자, 혹은 마술하는 자들은 큰 권능을 자랑하고 그로 인하여 경제적인 부요를 누렸다. 그런데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성령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고대 사회에서 매우 변혁적이고 혁명적인 이야기다. 사실 성령이 내주하는 그리스도인들은 그 성령을 악을 위해 사용하거나 개인의 유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성령은 신분의 차이를 막론하고 모든 이에게 부어졌다. 이와 같은 관점과 신학은 초기 그리스도인들과 동 시대 고대인들 사이의 큰 차이를 보여 준다. 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가르침은 매우 위험하고도 낯선 것이다. 더욱이 그리스도인들은 마술적인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로마 사회를 어지럽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배척의 대상이 됐다. 

단순히 종교적인 낯섦을 넘어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오랜 시간 동안 세워진 사회의 기반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먼저 고대 로마인들에게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가문의 영광과 명예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가문 안의 계층 관계는 명확했다. 

가정 안에서 이뤄지는 하나의 중요한 사회적 행위는 식탁교제다. 특히 가정에서 누군가를 초대하여 여는 연회나 잔치는 단순한 호의의 개념이 아니었다. 이는 그 가정과 가장의 사회적 위치를 과시하며 보여 주는 쇼와 퍼포먼스였다. 연회가 벌어지면 그 연회의 장소는 철저하게 계층적이었다. 가장 높은 지위를 누리며 특별한 지위에 있는 이는 음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았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계층과 지위가 낮아질수록 점점 음식과는 멀어지는 곳에 앉는다. 또한 사용되는 그릇의 종류와 담겨 있는 음식의 종류와 양에 따라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반영됐다. 

하지만 신약의 교회는 그와 같은 가정의 연회와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예수님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식탁 교제를 행했다. 예수님의 비유에서 잔치에 초대된 자들의 모습은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잔치의 끝자리에 앉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도 매우 일반적이지 않았다. 바울 역시 그의 서신에서 드러난 가훈 윤리는 고대 로마 사회의 계층과 가정의 문화 개념을 무너뜨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주장하고 가르친 평등의 사상은 계층화된 로마의 사회 체계를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고대 로마 사회는 극도로 계층화된 사회이며 피라미드식의 계급 구조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중산층 이하의 삶을 살았으며 엘리트 계층은 상위 10%도 되지 않았다. 

저자는 로마의 축제 중 사투르날리아를 소개한다. 이는 사투르누스 신을 기리는 축제다. 이날은 일 년 중 유일하게 계급의 구분과 엘리티즘이 없어 보이는 날이다. 노예들은 엘리트의 화려한 옷을 입고 엘리트들은 가난한 자들의 누더기를 입는다. 그리고 노예들이 주인과 함께 식탁에서 교제를 나눈다. 하지만 축제가 끝나면 이 모든 것은 일장춘몽에 불과하다. 그리고 다시 로마는 엘리트 사회와 계층 사회로 돌아간다. 즉, 사투르날리아는 매우 허구적인 날이며 오히려 로마 사회의 계층화를 더 극명하게 보여 주는 날이다. 오히려 조롱의 날이라고 여겨질 수 있으며 노예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일시적 해방의 제스처에 불과했다. 

이처럼 철저하게 계층화돼 있으며 엘리트층이 사회를 기득권층으로 공고히 그 특권을 유지하며 대부분의 사람은 하층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 환경에서 교회는 서로를 다르게 대했다. 그리고 권위자들에게 순복하지만 주인들은 종을 형제처럼 대하라고 명한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순종하지만 동시에 부모는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고 권한다(엡 5:22-6:9). 교회 공동체에는 지배층과 피지배계층이 함께 섞여 있었다. 바울은 사회적 계층, 인종적 차이, 그리고 종교적 차이가 명확한 사회에 존재하는 교회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그와 같은 차이는 흐려진다고 이야기한다(갈 3:28; 빌레몬서). 고린도교회에 보낸 서신에서도 함께 모여 먹고 마시는 문제를 다루며, 사회적 관습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전 11장). 

기독교, 위험하고 발칙하지만 살아남은 종교

그렇다면 위험하고 발칙해 보이는 신생 공동체인 교회가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하여 최종적으로 승리한 종교로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 

저자는 매우 간략하게 레리 허타도의 견해를 인용하여 ‘사랑’이라는 기독교의 특징을 제안했다. 기독교 신학자뿐 아니라 일반 역사가인 로드니 스타크도 4세기까지의 교회의 역사를 통해 동일한 결론을 제안한다. 자신을 박해하는 자들에게조차 사랑으로 응답한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은 고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도전적이고 위험한 신앙으로 보였던 기독교는 결국 4세기 이후 제국의 중심 종교로 자리 잡게 됐다. 

일례로 2세기와 3세기 로마를 강타한 전염병이 있었다. 165년 처음 퍼진 역병은 인구의 4분의 1을 희생시킨 큰 사건이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도시에서 시신을 싣고 나가는 수레와 마차 행렬이 있었다고 기록할 정도였다.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인 약 100년 후 흑사병이 로마제국을 덮쳤다. 하루에 5천 명이 죽었고 이집트 지역의 작은 마을에는 마을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전염병으로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그리스도인들은 전염병으로 죽어 가는 시민들을 살리는 데 헌신했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아픈 자를 섬겼으며 병자들과 함께 죽어 갔다. 자신을 박해하는 이교도와 로마를 향해 그리스도인들은 사랑을 실천했다. 

로드니 스타크는 바로 이것이 초대교회가 많은 박해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살아 결국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즉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고대 사회의 기준으로는 위험하고 낯선 집단으로 보여 박해의 대상이 됐지만, 일반 역사학 혹은 인류-사회학적 관점에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함이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 존재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부분이다. 

익숙한 세상에서 낯설게 살아가는 교회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다음의 사안들을 염두하며 본서를 정독하기를 제안한다. 

첫째, 교회는 사회 안에 존재한다. 문화적으로 고립된 공동체가 아니라 동 시대의 문화와 사회를 공유하며 믿음과 신앙의 체계 안에 살아간다. 그렇다면 교회의 독특한 신앙과 공동체성은 사회 안에서 어떻게 유지되며 발전하는가? 사회를 떠나 자신만의 성을 구축하는 것이 교회의 본질인가? 아니면 사회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고유의 정체성을 세워 가야 하는가?

둘째, 고대인들에게 기독교는 외형적인 제사와 의례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종교였으며 성전 중심으로 활동하지 않은 종교 공동체였다. 스스로 신을 품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신과의 합일을 주장하고 신의 형상을 닮아 간다고 주장하는 신비주의자들이었다. 또한 사랑을 강조하며, ‘팍스 데오룸’ 혹은 ‘도 우트 데스’와는 상관이 없는 종교로 비춰진다. 아쉽게도 저자는 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신앙이 형성되게 된 원인을 설명하지 않고 단지 현상만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왜 초기 기독교인들은 이와 같은 형태의 예배를 보였을까? 그들을 둘러싸는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배경이 낳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유대교에서 파생돼 나왔지만 유대교의 성전 예배에 참석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그들만의 종교적 예전의식을 확립하기에는 이제 갓 태어난 신생 종교 집단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신약의 교회는 그들만의 예배 의식과 절차를 세워 나가는 과정 중에 있는 공동체였다. 더욱이 그들을 위한 성전을 따로 구축할 형편이나 상황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된 예배와 신앙의 형태였나? 아니면 그것이 실제 기독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자신을 성전이라 부르시고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성전으로 유비하시며 대속적 죽음에 대한 말씀하신 예수의 가르침)을 반영한 것인가? 

셋째,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사회 변혁적인 목소리를 냈다. 엘리티즘에 순응적이지 않았고, 노예들을 품었으며, 여인들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사회 계층화에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으며 그렇다고 유대교와도 동일한 입장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핵심 가르침이 그런 것들이라고 볼 수 있는가 아니면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둘러싼 역사적 사회적 환경에서 그와 같은 가르침이 확산됐는가? 

넷째,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그들을 둘러싼 사회에서 매우 독특한 집단이었다. 그들은 여러  면에서 진보적이었고 때로는 종교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혁명적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완벽하지 않았다. 그들 안에는 분쟁이 있었으며 실제적인 문제들이 존재했다. 공동체는 분열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계층과 집단주의적 모습도 있었다. 그들이 충분히 진보적이거나 사회 혁명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한계는 신학적 결핍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사회적 제약의 산물이었을까? 이러한 질문을 품고 본서를 정독한다면, 독자들은 저자가 의도한 범위를 넘어서는 깊은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