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파이퍼는 팀 켈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팀 켈러는 복음의 아름다움을 이 시대에 가장 분명히 드러낸 설교자였다.” 실제로 1980년대 후반, 교회 개척의 불모지라 불리던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리디머장로교회를 세운 팀 켈러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설교자이자 목회자였다. 그는 세속적 도시 문화를 향해 복음을 설득력 있게 선포했고,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마음을 변화시켜 정의와 자비의 사역으로 이끌었다. 그의 탁월한 변증과 깊이 있는 설교는 사람들의 정체성, 자유, 행복, 진리, 도덕에 대한 이해를 근본부터 재구성하게 했다. 그는 단지 회심을 이끌어낸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을 복음 아래 재해석하게 만들었다.

팀 켈러의 설교는 이야기 플롯(발단­위기­절정­결말)을 이루며, 성경 전체를 구속사적 흐름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그의 설교는 언제나 하나님의 거룩한 심판과 그 심판을 스스로 감당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이에서 강한 복음적 긴장을 만들어 냈고, 가장 선한 사람조차 내면의 죄를 마주하게 하여 오직 예수만을 소망하도록 이끌었다. 이런 팀 켈러의 설교와 신학, 목회 철학을 다시금 잘 정리해 전해 주는 책이 바로 《팀 켈러의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하여》다. 이 책은 팀 켈러의 수많은 저작과 강연, 설교들을 여덟 개의 주제로 정리한 책으로, 그의 복음 중심 신학을 잘 보여 준다.

진정한 영웅 이야기 ­ 모든 본문이 예수를 향하다

팀 켈러는 성경의 모든 본문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할 줄 아는 설교자였다. 그는 구약의 어느 본문을 보든 그리스도에게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냈고, 그 길을 따라 성경 전체가 말하는 중심 인물, 곧 구원자 예수를 드러냈다.

그가 전한 예수는 단지 우리의 삶을 도와주는 조력자도, 도덕적 본보기를 보여 주는 인물도 아니었다. 팀 켈러에게 예수는 언제나 ‘참되고 더 나으신’ 분이었다. 참되고 더 나으신 아담으로서 우리 죄를 대신 감당하셨고, 참되고 더 나으신 모세로서 우리를 자유하게 하셨으며, 참되고 더 나으신 다윗으로서 우리를 위해 싸우시고 승리하신 왕이셨다. 예수는 인간의 실패를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 위에서 자기희생의 사랑으로 구원을 이루신 참된 영웅이었다.

많은 설교자가 예수를 ‘우리가 따라야 할 모범’이나 ‘우리를 축복해 주시는 능력의 신’으로 묘사할 때, 팀 켈러는 고통받는 우리의 자리에 오셔서 자신을 내어주신 아름다우신 분으로 예수를 제시했다. 그의 설교는 언제나 복음의 이야기로 귀결됐고, 그 이야기 속에서 예수는 단순한 해결책이 아닌, 이야기 자체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저자 맷 스메서스트도 이 책에서 이렇게 평가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팀 켈러의 가르침은 우리의 죄를 위하여, 우리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의로운 심판을 대신 감당하신, 그리스도의 자기희생적 사랑이라는 복음으로 가득 차 있다”(p. 50). 팀 켈러는 성경의 구조를 따르되, 그 구조 안에서 복음을 발견하고, 그 복음 안에서 예수를 드러냈다. 그래서 그의 설교는 단지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예수를 ‘아름답게’ 보게 만드는 설교였다. 우리는 그의 설교를 통해 구약과 신약을 관통하는 하나의 복음 이야기를 만났고, 그 중심에 서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선명히 만날 수 있었다.

우상숭배로 죄를 해석하다 ­ 마음의 중심을 찌르는 설교

팀 켈러는 설교자이기 이전에 깊이 있는 영혼의 해부자였다. 많은 사람이 말하길, 팀 켈러가 맨해튼에 던진 복음의 폭탄은 《내가 만든 신》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단지 기독교 신앙을 소개한 책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우상숭배라는 죄 가운데 살아가고 있음을 폭로했다. 그가 말한 우상숭배는 단순히 돌과 나무로 만든 형상 앞에 절하는 종교적 행위가 아니었다. 우리가 좋아하고 신뢰하고 의지하는 모든 것이 하나님보다 앞설 때, 그것이 바로 우상이라고 그는 말했다. 돈, 성공, 자녀, 결혼, 인정, 심지어 ‘사역’조차 하나님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우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창조 때부터 인간이 삼위 하나님 안에 넘쳐흐르는 사랑과 기쁨과 만족을 누리며 살도록 지음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죄로 인해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졌고, 그 결과 그 사랑과 기쁨, 만족을 다른 곳에서 얻어야만 하는 존재가 됐다. 그 결과 더 많이 일하고, 더 깊은 사랑을 나누고,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쥐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은 결국 우리의 영혼을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이 켈러의 통찰이다.

팀 켈러는 《내가 만든 신》에서 아브라함에게는 아들 이삭이, 야곱에게는 인정이, 레아에게는 사랑이 우상이 됐다고 지적한다. 우상이란 본래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궁극적인 것’이 될 때 생기는 문제다. 돈, 성취, 권력은 좋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인생의 궁극적 의미가 되는 순간, 우리를 지배하고 억압하는 우상이 돼 버린다.

이 책의 2장 “죄를 파헤치다”는 바로 이 우상숭배 개념의 배경과 적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팀 켈러가 어떻게 이 통찰을 얻게 됐는지, 어떻게 그것을 설교에 담아 맨해튼의 냉소적인 현대인들에게 회개의 문을 열게 했는지, 그 실제와 원리가 이 장에 담겨 있다. 우리는 죄를 단지 행위의 실패로 보지만, 팀 켈러는 그 깊은 뿌리를 드러내며 복음만이 그 우상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설교했다. 이 장은 복음을 단지 용서의 메시지가 아니라, 인생의 중심을 새롭게 재편하는 능력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도시 속 복음 실천 ­ 일과 정의를 통한 복음의 확장

이 책은 팀 켈러의 도시 사역 가운데 중요한 두 축(일과 영성, 그리고 정의와 자비 사역)을 5장과 6장에 걸쳐 깊이 있게 다룬다. 그는 도시를 단지 복음을 전해야 할 장소로 보지 않았다. 도시 자체가 복음으로 변화될 수 있으며, 그 변화는 일터와 문화,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향한 실천 속에서 나타난다고 믿었다.

팀 켈러는 《센터처치》에서 “새로운 거주민의 비율이 5-25퍼센트에 도달하게 되면(문화에 따라 다르다), 전체 지역은 이들로 인해 움직이기 시작하며, 빠르고 의미 있는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p. 787)고 말한다. 그는 “국제 도시 안에서 복음을 믿는 10퍼센트 이상의 그리스도인이 예술, 과학, 학문, 기업 등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때 그리고 동시에 그들이 가진 권력, 재물, 영향력을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의 선을 위해 사용할 때 벌어질 일들”(p. 790)을 상상하게 했다.

필자는 이 비전에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크리스천이 실제로 각자의 일터에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팀 켈러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은 ‘복음’에 있다고 말한다. 단순한 결단이나 훈련, 동기 부여로는 부족하다. 오직 복음이 사람의 동기를 변화시키고, 일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영광을 위한 열심으로 바꿀 수 있다.

정의와 자비 사역에 대한 팀 켈러의 관점 또한 도전이 된다. 그는 구제를 단지 ‘잘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죄가 되는 일’로 본다. 하나님이 자신을 고아와 과부의 아버지로 칭하셨고, 율법의 상당 부분을 그들을 위한 돌봄에 할애하셨기 때문이다. 구제는 선택이 아니라 복음을 입은 자의 책임 있는 응답이다.

더욱 감명 깊었던 것은 팀 켈러가 구제의 실천을 죄책감이나 강요로 이끌지 않고, 은혜와 연결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는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정의의 감각’이 잠들어 있다고 본다. 누구나 그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쉽게 반응하지 못한다. 그 ‘마음의 버튼’을 눌러 줄 수 있는 유일한 손가락이 복음이라는 것이다.

저자도 팀 켈러의 정의와 자비 사역을 “가난한 이들을 향한 정의를 죄책감이 아니라 은혜와 연결한다면, 크리스천들의 심령 깊이에 내장된 ‘단추를 누르고’ 잠자던 감각을 일깨우는 사건”(p. 163)으로 설명한다. 팀 켈러가 복음을 어떻게 삶의 모든 영역 - 일, 관계, 사회 구조 - 속으로 들여보냈는지, 어떻게 그 복음이 사람을 바꾸고, 도시를 바꾸고, 문화까지 바꾸는 힘이 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고난과 기도 ­ 마지막까지 복음을 붙든 사람

팀 켈러는 기도를 단순히 하나님께 무언가를 요청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와 사랑의 통로로 여겼다. 그는 《탕부 하나님》에서 기도는 “거래처 직원과 나누는 사무적인 대화가 아니라, 친구처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연인처럼 서로를 찬양하는 만남”(p. 101)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가 사역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기도를 더 많이 할 것”(p. 186)이라고 고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디머 교회를 개척할 때도, 그 사역의 출발점에는 항상 중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것이 교회의 영적 기반이 됐다.

《팀 켈러의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하여》에서 저자는 팀 켈러의 기도론을 복음의 맥락 안에서 다시 설명한다. 기도는 하나님의 뜻을 내 뜻에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뜻을 하나님의 뜻에 맞추는 것이며(p. 193), 하나님께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을 더 얻는 방법이라고 말한다(p. 195).

이러한 기도 이해는 단지 경건 생활의 기술이 아니라, 전 존재가 하나님께로 향하는 방식이다. 기도는 복음으로 구원받은 사람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다시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는 은혜의 자리가 된다.

이러한 기도의 삶은 켈러의 고난 중 묵상과도 연결된다. 팀 켈러의 저작 중 필자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책은 《고통에 답하다》였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깊은 묵상이, 그의 암 투병 말기, 삶이 끝나가는 순간에 정리된 내용 안에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 고통의 순간을 지나며 켈러가 전한 더 깊고 진한 복음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세상은 고난을 피하거나 부정적으로만 본다. 그러나 팀 켈러는 고난을 복음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하나님은 고난을 모르시는 분이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 그 고난을 함께 겪으신 분”이라고 전했다. 고난이 찾아올 때, 하나님이 우리 곁에 계신다는 사실, 그리고 그분의 사랑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확신이 있다면, 고난조차 복음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팀 켈러는 말한다. 특히 그의 마지막 고백은 복음의 진수를 드러낸다. 그는 암과 싸우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결국 무언가로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싸워야 할 것은 암이 아니라 죄다. 그래야 진짜로 하나님을 만날 준비가 되는 것이다”(p. 238).

이 말 속에 켈러의 목회 철학, 복음 신학, 그리고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믿음이 집약돼 있다. 그는 암을 고치려는 싸움에 집착하지 않았다. 대신 죽음을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복음이 여전히 유일한 소망임을 고백했다. 기도와 고난은 결국 그를 더 깊은 복음의 세계로 인도했다. 그는 생의 끝자락에서도 여전히 복음의 아름다움과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바라보았고, 그 길을 따르도록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한국 교회가 다시 복음 앞에 설 시간

오늘날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자기 증명을 요구한다. ‘이생망’이라는 단어가 보여 주듯,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혹사하게 만든다. 교회 역시 이러한 성과주의와 성장주의에 쉽게 함몰된다. 자립한 교회는 성공으로 포장되고, 미자립은 실패나 죄책감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목회자조차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성도들 또한 동일한 잣대에서 자신의 신앙을 평가받게 된다.

이런 시대에 팀 켈러의 복음 신학은 한국 교회가 반드시 다시 들어야 할 메시지다. 율법주의와 도덕주의 속에서 다음 세대를 제대로 품지 못하고, 반대로 자유와 방종 사이에서 복음의 중심을 놓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다시 팀 켈러의 복음에 대해 들어야 한다. 맷 스메서스트가 정리한 이 책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다. 팀 켈러의 복음을 설명하고, 정리하고, 새롭게 각인시키는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