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또 어떤 사람이 타국에 갈 때 그 종들을 불러 자기 소유를 맡김과 같으니 15 각각 그 재능대로 한 사람에게는 금 다섯 달란트를, 한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를, 한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고 떠났더니 16 다섯 달란트 받은 자는 바로 가서 그것으로 장사하여 또 다섯 달란트를 남기고 17 두 달란트 받은 자도 그같이 하여 또 두 달란트를 남겼으되 18 한 달란트 받은 자는 가서 땅을 파고 그 주인의 돈을 감추어 두었더니 19 오랜 후에 그 종들의 주인이 돌아와 그들과 결산할새 … 29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30 이 무익한 종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리라 하니.”

본문 주해

달란트 비유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했다면, 달란트 비유에 대한 설교를 들을 기회가 많았을 것이며, 하나님이 허락하신 재능을 기쁘게 사용하면 거기에 따른 상급이 있다는 내용이 중심 메시지였을 것이다. 그 개념을 토대로 당시 교회학교들은 ‘달란트 잔치’라는 이름의 축제를 열곤 했다.

달란트 비유의 본질적 이해는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마태복음의 전체 신학과 문맥이라는 큰 틀에서 분석할 경우 보다 깊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해석의 타당성과 미진한 부분을 검토하고, 현대 삶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메시지를 도출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1.    마태복음의 구조와 문맥 안에서 본 달란트 비유
마태복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체적으로 마태복음에 다섯 편의 설교가 있다고 이해한다. 왜 하필 다섯 편인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마태 교회는 당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바리새파적 유대교가 모세를 지나치게 중시하며 개별 율법 조항들의 자구를 과도하게 적용하는 행태에 대응할 필요를 느꼈다. 그리하여 마태는 모세를 능가하는 하나님의 아들이시자 새로운 모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율법 해석의 우월성을 드러내고자 하여 모세오경을 염두에 둔 다섯 편의 설교를 구성했다: 산상수훈에 대한 설교(5-7장), 제자 파송에 대한 설교(10장), 천국 비유에 대한 설교(13장), 교회의 행정과 치리에 대한 설교(18장), 종말에 대한 설교(24-25장).

달란트 비유는 범위적으로는 종말에 대한 설교에 속하기에 24-25장의 메시지를 함께 연결해 연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24장의 화두는 성전 파멸에 대한 예언(24:1-2)을 필두로, 종말에 대한 질문과 징조들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 말세에 미혹을 받지 말라는 예수님의 교훈(24:15-31)을 다루고 있고, 무화과나무의 잎사귀 변화를 통해 여름의 도래를 예측하듯(24:32-35) 여러 징조적 상황에서 정확한 시기는 모를지라도(24:36), 분명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억하고, 주님의 재림과 종말을 예비하라는 교훈으로 이어진다(24:37-25:46). 

특히 마태복음 24:44 이하에 보면 교회를 향해 충성되고 지혜 있는 종으로서 깨어 주인의 도래를 준비하라는 권면이 주어진다. 그 가르침은 주인은 충성된 종에게 주인의 재산을 맡길 것이며 주인이 더디 오리라 생각하며 방탕한 삶을 일삼다가 주인의 도래를 준비하지 못한 악한 종은 엄벌에 처해져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리라”라는 말로 24장이 마무리된다. 충성, 지혜, 주인의 재산을 맡김, 슬피 울며 이를 갊 등의 개념과 용어들은 곧바로 이어지는 25장의 열 처녀 비유와 달란트 비유에서도 등장하는 까닭에, 달란트 비유는 종말에 대한 준비를 강조하는 24장과 긴밀히 연계돼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달란트 비유에 앞선 열 처녀 비유를 간략히 다뤄 보자. 이 비유의 핵심적인 요소는 기름일 텐데, 기름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믿음, 은혜, 행함 등으로 설명되는데, 주요 관점은 주님의 오심을 기억하고 준비하는 자세에 있다. 마태는 이 기름에 대한 단초를 앞에서 마련해 뒀다. 마태복음 7:24-27은 지혜로운 자는 반석 위에 집을 짓고, 어리석은 자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다고 했다. 지혜와 어리석음의 차이는 예수님의 말씀에 어떻게 순종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혜로운 자는 주님의 말을 듣고 행하는 자다. 반면에 어리석은 자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행하지 않는 자다. 

결국 기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겠으나, 예수님의 가르침과 명령에 대한 순종 여부가 지혜와 어리석음을 가르고 있으며, 열 처녀 비유는 신랑 되신 예수님을 만나러 갈 때 남에게 절대로 나눠 줄 수 없는 자신만의 믿음의 순종을 갖고 나아가게 될 것임을 교훈한다. 열 처녀 비유의 이러한 이해가 종말에 대한 실제적 행동 방향을 정해 주는, 이어지는 달란트 비유와 양과 염소 비유를 묶어 준다.

2.    달란트 비유에 대한 집중적 고찰
이제 본격적으로 달란트 비유를 다뤄 보자. 어떤 주인이 타국으로 떠나면서 평소 눈여겨본 역량대로 세 명의 종에게 각각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그리고 한 달란트를 맡기고 떠났다. 다섯 달란트 받은 종과 두 달란트 받은 종은 즉시로 가서 장사해 각각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이윤으로 남겼다. 반면 한 달란트 받은 종은 달란트를 땅을 파고 감춰 뒀다. 오랜 후에 돌아온 주인은 종들에게 각각 맡겼던 일을 결산했다.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 받은 종은 100% 역량을 발휘해 자신들이 얻은 소득을 갖고 기쁜 마음으로 주인을 맞이해 칭찬을 받았고, 한 달란트 받은 종은 결산의 자리에서 땅속에 묻어 뒀던 한 달란트를 가지고 주인 앞에 나왔다. 그는 자신이 노력한 소득을 내어놓기보다 주인의 완악함을 핑계 삼아 책임을 면하려다 주인의 징계를 받았다. 

이 내용을 토대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요점을 짚어 볼 수 있다. 

첫째, 타국으로 떠난다는 표현은 주님의 재림이 생각보다 늦을 수 있다는, 곧 재림의 지연에 대한 설명이다. 핍박에 고통스러워했던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을 신원해 주실 주님의 재림 시기를 늘 궁금해했다(살전 4-5장). 그러나 신약성경은 그 시간을 우리가 가늠할 수 없으며 가늠할 필요도 없기에(행 1:6-7), 늦어지는 재림을 신앙의 약화와 무절제한 삶의 구실로 삼지 말 것을 일관성 있게 말한다. 주님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반드시 돌아오실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주인은 종들에게 각각 그 재능대로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주고 떠난다. 달란트는 원래 무게 단위로 34-45kg의 금이나 은을 가리켰다가 화폐 단위로 바뀌었다. 한 달란트는 당시 노동자 품삯인 한 데나리온의 6천 배로 20년치 임금에 해당했다. 이는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선물이 얼마나 큰가를 암시한다. 

“각각 그 재능대로”라는 표현은 주인이 평상시 종들의 일 수행 능력을 살펴왔음을 알게 한다. 한 달란트 받은 종의 불만과 달리 주인은 공정했다. 우리는 함부로 우리의 재능에 대해 하나님의 불공평을 논할 수 없다. 성경은 하나님의 선물은 믿음의 분량대로 하나님에 의해서 공정하게 주어진다고 말한다(롬 12:3; 벧전 4:10). 

다섯 달란트 받은 종과 두 달란트 받은 종에 대한 묘사에는 많이 받아 교만하거나 적게 받아 불만을 품었다는 비교 의식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선한 청지기로서 묵묵히 주인의 기대치에 맞게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우리가 불공평의 관점으로 이 비유에 접근하는 이유는 달란트를 재능 혹은 투자금 등의 경제 논리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뒤에서 다시 다루겠다.

셋째,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 받은 종에게는 ‘즉시’라는 부사가 덧붙여져 있다. 그들은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망설임 없이 장사의 길로 들어선다. 반면에 한 달란트 받은 종에게는 이 부사가 없다. 다섯 달란트 받은 종이 다섯 달란트를 남기고 두 달란트 받은 종이 두 달란트를 남긴 것은 100%의 이익이지만, 방점은 남겨진 이윤의 양이 아니라 자신들의 모든 능력을 최선을 다해 사용했다는 데 있다. 향후 주인이 한 달란트 받은 종을 질책한 이유가 게으름이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넷째, 오랜 후에 돌아온 주인은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 받은 종들의 수고를 칭찬한다. 그리고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너희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이후에 더 많은 것을 맡기겠다”라고 약속한다.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적은 일로 간주하는 주인은 큰 부자임에 틀림없다. 앞에서 재능에 따라 분배했다는 것은 주인이 공정한 평가의 주체임을 알게 한다. 나중에 받게 될 상급도 마찬가지다. 주인은 재림주의 표상이 된다. 추가적으로 주인의 즐거움, 곧 예수 그리스도의 종말론적 잔치에 참여하게 되는 복도 누리게 된다. 비록 첫째 종이 둘째 종보다 많은 이윤을 남겼을지라도 본문은 둘 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사용하여 최상의 결과를 얻었고, 동일한 보상이 주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한 달란트를 받은 종도 한 달란트를 남겼을 경우 동일한 칭찬과 보상을 받았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앞선 마태복음 20:1-16의 포도원 품꾼 비유도 품꾼들이 일한 시간과 달리 동등한 한 데나리온이라는 하루의 일당을 받는다. 먼저 온 품꾼들은 일할 기회를 준 주인의 은혜에 대한 감사보다 자신의 수고와 노력의 대가로서의 상급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이들을 향해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되리라”는 말씀으로 종말론적 역전에 대한 경고가 뒤따른다(20:16). 

다섯째, 한 달란트 받은 종은 돌아온 주인에게 주인의 엄격함이 두려워 달란트를 땅에 묻어 뒀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 달란트를 주인에게 돌려주며 주인에게는 전혀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한다. 물론 은행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 땅에 재산을 묻어 두는 관행은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그 행위 자체는 비난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종은 주인이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해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즉 착취적 주인의 전형처럼 묘사한다. 주인은 자신을 악하다고 말하는 종의 주장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실이 주인의 악함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주인은 그렇게 자신을 평가했다면 차라리 취리하는 자들에게 달란트를 맡겨 이자를 취해 돌려주는 것이 더 낫지 않았는가를 꾸짖으며 그를 악하고 게으른 종으로 정죄한다.

달란트 비유는 “이 무익한 종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리라”(25:30)라는 말씀으로 끝난다. 이 문구는 마태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다(8:12; 13:42, 50; 22:13; 24:51). 한 달란트 받은 종이 주인의 재산을 땅에 묻어 둔 행위는 쓸모없는 짓이다.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것은 신중한 것이 아니라 나태한 것이다. 그는 주인과의 모든 관계성이 단절됐다.

또한 다섯 달란트 받은 종에게 한 달란트 받은 종의 한 달란트를 빼앗아 전달한 사람은 두 달란트 받은 종은 아닐 것이다. 한 달란트 받은 종을 내쫓은 사람들도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 받은 종이 아닐 것이다. 이는 다른 종들의 존재를 상정한다(25:28-30). 이처럼 엄청난 부자가 단 세 명의 종들만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한 달란트 받은 종도 다른 종들과 비교하면 주인의 인정을 크게 받은 셈이다.

여섯째, 한 달란트 받은 종과의 대화 후 주인은 한 달란트를 빼앗아 현재 열 달란트를 갖고 있는 종에게 주라고 말한다. 한 달란트 받은 종은 무익한 종으로 주인이 그에게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는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 사건을 연상시킨다. 주인은 자신의 원래 투자액을 되찾지 않고 그것을 첫 번째 종이 갖도록 한다. 한 달란트를 빼앗는 행위가 가혹할 수 있으나, 그 한 달란트는 원래 종의 것이 아니었다. 주인의 관대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하나님은 부자이시다. 누가 감히 먼저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드려 받아낼 자가 있겠는가(롬 11:35-36). 하나님은 동역자로 부르신 우리의 재능을 사장시키기를 원치 않으신다. 한 달란트 받은 종이 악을 행했거나 주인의 재산을 축낸 것이 아니다. 그가 책망받은 이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태는 현 문맥에서 주가 오실 때까지 게으르지 말고 충성을 다할 것을 권면한다. 아울러 마태는 우리로 하여금 특정 악한 행동뿐만 아니라, 게으름도 악의 범주에 속함을 깨닫게 한다.

3.    달란트 비유 정리
달란트 비유는 예수님께서 함께 계시지 않을 때, 그분이 보이지 않음에도 충성하는 것이 자신의 기회와 능력에 대한 선한 청지기의 도로 이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깨어 있다는 말은 주님의 재림을 대비해 예수님과 그의 나라를 섬기기 위해 자신의 재능과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제자들은 주인이 준 자원을 갖고 즉시 그리고 충성되게 일해야 하며, 주인이 늦게 올 것으로 예단해 게을러서는 안 된다. 주님은 돌아오실 때, 주님의 부활과 승천 이후 그리고 재림의 때 사이에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물으시고 결산하실 것이다. 

이상 달란트 비유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1) 하나님은 자기 백성에게 자원을 맡기시며 그들이 받은 은사를 잘 활용해 하나님의 집의 선한 청지기가 될 것을 기대하신다.
(2) 주님의 재림의 때에 하나님 나라를 위해 신실하게 일하고 그 나라의 확장을 위해 애쓴 자들은 그 노력에 대해 칭찬과 상급을 받는다.
(3) 반대로 자신들의 은사와 하나님이 주신 하나님 나라의 각양 자원을 게으름으로 사용하지 않은 자들은 정죄를 받고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된다.¹

실천적 접근

질문 1.    많이 가진 만큼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나는 집안, 학벌, 재능 등이 부족해서 한 달란트만 가진 불리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하나님은 왜 사람마다 달란트를 다르게 주셨는가?

나는 종종 수업 시간이나 교회에서 특강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질문한다. “여러분은 몇 달란트를 받은 종입니까?” 이 질문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은 다섯 달란트는 조금 과하고, 한 달란트는 억울하고 두 달란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20년치 급여에 해당하는 한 달란트도 과분할 정도로 많다. 

사람들은 비교 의식에 따라 움직인다. 거의 모든 주석이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 받은 종의 동등한 상급을 지적한다. 한 달란트를 받은 종도 만일 한 달란트의 소득을 얻었다면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받은 종들과 동일한 칭찬과 보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다섯, 둘, 하나가 절대적으로 불변하는 재능이 아니다. 이후에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이후에 더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겠다”라는 말씀은 현재적 달란트가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주실 은혜의 마중물 혹은 시금석으로 간주된다는 의미다. 

야고보서 1:5은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역하면서 부족한 면에 대해 하나님께 구하면 후하신 하나님이 충족시켜 주신다는 약속이다. 또한 실제적인 삶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역량보다 더 큰 일을 감당하는 이들을 우리는 종종 보지 않는가? 물론 내재된 역량이 이제 발휘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끊임없이 성실함 가운데 하나님이 추가적으로 부어 주신 은혜와 역량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나님은 기꺼이 우리가 적은 일에 충성할 때, 더 많은 역량을 제공하실 것이며, 기쁘게 감사로 더 큰 일을 감당하게 하실 것이다. 
다른 사람이 가진 달란트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많이 가진 자에게는 더 많은 기대와 책임이 뒤따른다. 많이 갖길 원하는 마음의 기저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무시, 교만이 도사릴 수 있다. 맡은 자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다(고전 4:2). 지금은 주신 바에 감사하고 자족하며 충성을 다할 때다.

질문 2.    있는 자는 나누고, 없는 자는 얻어야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반대로 이야기하신다. 그렇다면 취약계층을 최우선 복지 대상으로 삼는 현재 시스템이 잘못된 것인가?
달란트 비유를 착취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재화가 한정된 세상에서 100%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결국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다. 두 종은 주인의 착취에 동참하는 악한 존재가 된다. 한 달란트 받은 종은 착취당하는 입장에서는 다른 이의 몫을 빼앗기를 거부한 영웅이 될 수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이 비유에서의 주인은 예수님이 아니며, 자기 재산만을 불리기를 원하는 자본가가 되고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 받은 종들은 경제적 착취에 동참하는 이들이 되기에, 달란트 비유는 이들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한다. 더군다나 한 달란트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열 달란트를 갖고 있는 자에게 주라는 말씀은 부익부 빈익빈의 상황이 아닌가 질문할 수 있다. 

이 시점은 달란트를 재능과 역량으로 보는 해석에서 조금 방향을 선회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다. 우선 앞에서 언급한 달란트 비유를 경제적 착취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종말론적 강화/설교의 맥락을 벗어난 자의적 해석이다. 달란트를 재능과 역량으로 이해하는 것도 충분히 개연성 있으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달란트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것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 마태복음 25:1은 마태가 즐겨 사용하는 ‘천국은 … 와 같으니’라는 구조와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천국에 대한 설교를 담고 있는 마태복음 13:11-12은 한 달란트 받은 종의 징계를 연상시킨다. “대답하여 이르시되 천국의 비밀을 아는 것이 너희에게는 허락되었으나 그들에게는 아니되었나니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그렇다면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라는 말씀이 단순히 경제 논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자에게는 배움과 동시에 가르치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수고해야 할 책무가 뒤따른다(마 28:19-20). 그러나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가 그 소명을 소홀히 했을 때 하나님 나라의 비밀은 그들에게서 거둬진다. 그리고 더 열심히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애쓰는 자들이 더 깊은 천국의 비밀을 소유하고 더 많은 다양한 은혜를 받게 될 것이다. 그 은혜를 소멸시킨 자들의 대표는 유대 종교지도자들이다.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많은 계시와 지식을 가졌음에도 결국은 그 역량을 사장시킨 자들의 대명사다. 결국 그들은 하나님 나라에서 배제됐다.

어떤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각 사람의 소명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그 사명이 절대적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과 섬김을 빼놓을 수 없음이 바로 이어지는 양과 염소의 비유를 통해 강조된다(마 25:31-46). 곧 종말론적으로, 우리 주변의 소외된 자, 배고픈 자, 우는 자, 목마른 자, 갇힌 자, 외로운 자를 돌봄이 곧 예수께 한 행위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달란트 비유는 착취적 경제논리에 기반을 둔 비유가 아니다. 

질문 3.    지침과 교육 없이 알아서 좋은 성과를 내라고 하는 주인,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 기독교는 성과주의인가? 
달란트를 받은 종들은 주인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렇기에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 받은 종들이 즉시로 가서 장사했다고 말한다. 한 달란트 받은 종도 결국 가진 것을 갖고 이윤을 남기라는 주인의 요구를 알았으나 손해를 볼까 두려웠다고 변명한다. 또한 원금과 이자를 주인에게 돌렸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인의 질책은 한 달란트 받은 종도 달란트를 맡긴 주인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았음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성과라는 말의 의미를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비록 마태가 열매에 대한 관심이 많을지라도, 열매는 하나님이 맺으시는 것이고 우리는 자기의 몫을 할 뿐이다. 고린도전서에서 바울은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고,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이시라고 하며, 생명의 역사와 열매는 오직 하나님이 맺으시는 것이라고 말한다(고전 3:6). 빌립보서 1:6도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라고 말한다. 우리는 수고할 뿐이다. 열매는 하나님이 맺으신다. 따라서 하나님은 열매 자체보다 열매 맺는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신다. 특히 우리 마음의 중심을 보신다. 따라서 하나님은 성과주의의 하나님이 아니시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는 경제적 이윤이 칭찬받는 나라가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며, 온유하고,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 긍휼히 여기고 마음이 청결하며 화평케 하는 이들, 그리고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들의 것이고(마 5:1-12), 오히려 탐욕스러운 부자는 들어가기 어려운 나라다(마 19:23). 따라서 달란트 비유는 당시의 착취적 체제나 경제적 성장과 이윤을 목표로 하는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열심과 섬기는 마음으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성심을 다하라는 권고다. 오히려 하늘나라의 비밀을 많이 알고, 또 세상에 속한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일하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깨우치는 비유다.²

어느 학자는 산상수훈의 말미에 구하고 두드리고 찾으라는 기도의 권고가 위치함을 지적한다(마 7:7-8). 그에 따르면 이는 기도가 자신이 욕심으로 원하는 바를 우겨서 하나님께 받아 내는 것이 아님을 가리키며, 순종이 어려울 수 있는 산상수훈의 가르침을 기꺼이 순종할 수 있도록 주님의 능력을 구하는 마음으로 그 힘을 위해 구하고, 두드리고, 찾으라는 권고로 이해한다. 마태복음의 이러한 신학을 이해한다면, 달란트 비유의 중요한 한 축은 경제적 논리나 성과주의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진심을 담은 순종으로의 초대다.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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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랜트 R. 오스본, 《강해로 푸는 마태복음》, 김석근 옮김(디모데, 2005), p. 1034. 
2)    김학철, “하늘나라 비유로서 달란트 비유(마 25:14-30) 다시 읽기,” 〈신약논단〉 16/1(2009 봄): pp. 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