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마태, 마가, 누가)에는 40여 편의 예수의 비유가 수록돼 있다. 이것은 복음서 전체 예수 교훈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복음서의 증거는 비유야말로 예수께서 가장 많은 시간을 내어 말씀하신 것임을 알게 한다. 예수 이전 구약성경의 그 어떤 저자도, 예수 당대 그 어떤 유대인 랍비도, 예수 이후 그 어떤 신약성경 저자도 예수처럼 많은 비유를 말씀한 자가 없다. 실로 비유는 예수의 독특한 교훈 방식이다. 예수의 비유가 독특한 것은, 그가 자주 비유를 말씀하셨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예수가 비유로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려는지를 알려 주기 때문이다.

예수가 갈릴리 바닷가에서 유대인 청중에게 여러 비유를 말씀했을 때, 제자들이 “어찌하여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시나이까”(마 13:10)라고 물었다. 그때 예수는 제자들에게 자신을 불신하고 도전하는 자들은 비유를 듣긴 들어도 깨닫지 못하지만, 너희에게는 비유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 주어졌다’고 말씀하셨다(막 4:10-13). 이는 비유가 한편으로 제자들에게는 예수의 사역과 설교의 중심 주제인 하나님 나라 비밀이 나타나는 계시의 수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불신자들에게는 하나님 나라 비밀을 숨기는 심판의 수단임을 시사한다. 그래서 아무나 비유가 담고 있는 하나님 나라 비밀을 헤아리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의 비유는 비유를 듣는 모든 시대의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에 대한 믿음과 불순종의 갈림길에 서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수의 비유가 담고 있는 하나님 나라 비밀을 올바르게 이해해 가르치고 설교할 수 있는가?

필자는 대학 시절에 예수의 비유에 남다른 관심을 지녔으며, 10년간의 미국 유학 시절에 비유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유학 후 귀국해 오랫동안 신학생들에게 비유를 가르쳤고, 2권의 비유 책 《예수님의 비유 연구》, 《예수님의 비유: 본문, 해석 그리고 설교/적용》을 썼다. 이제 세 번째 비유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필자는 50년 이상 예수의 비유와 더불어 살아왔다. 그런 와중에 예수의 비유가 담고 있는 하나님 나라 메시지를 발견하는 데 필요한 6가지의 중요한 지침을 체득하게 됐다. 

예수의 비유를 주후 1세기 중동 문화 문맥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수는 주후 1세기 지중해 연안에 있는 중동 땅에서 유대인으로 출생해 그곳에서 성장하고 생활했다. 그리고 주후 1세기 중동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비유를 가르쳤다. 그러므로 비유에 나타난 예수의 의도를 붙잡으려면 비유를 우선적으로 그것이 지닌 본래의 중동 문맥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중동에서 40년간 선교사와 신학 교수로 사역한 케네스 E. 베일리가 쓴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가 이 점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사람이 예수의 비유를 그 본래의 문맥에서 보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및 종교 정황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려 한다. 그럴 경우, 비유에 나타난 예수의 의도와 메시지를 붙잡기보다는 오히려 해석자가 비유를 오염시키거나 채색하기 쉽다. 
오랫동안 서구 기독교는 예수의 비유를 가정과 마을 공동체와 민족을 중요시하는 중동 문화를 통해 해석하기보다는 개인을 중요시하는 그리스 문화를 통해 이해하고 해석해 왔다. 

예를 들어 개인의 구원을 강조한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과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17세기 계몽주의 영향을 받은 화가 렘브란트는 그의 생애 말년에 누가복음 15장에 있는 ‘아버지와 두 아들의 비유’(11-32절)를 〈돌아온 탕자〉(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1669)라는 그림으로 표현했다. 빛을 통해 메시지 전달을 즐겨 하는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면 빛은 돌아온 작은 아들과 그를 맞이하는 아버지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렘브란트의 이 그림은 가히 명작이란 찬사를 받을 만하지만, 그의 그림이 예수의 비유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예수의 비유는 돌아온 작은 아들과 그를 반갑게 맞이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끝나지 않는다. 돌아온 아들로 인해 아버지가 살진 송아지를 잡고 동네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배설했다는 것과 밭에서 돌아오던 큰아들이 이를 보고 분개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장면으로 계속 이어진다. 비유의 대미는 아버지가 달려나가 큰아들에게 하는 간곡한 권면, “이 네 동생은 죽었다가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얻었기로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니라”(눅 15:32)로 장식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큰아들의 반응 없이 비유는 종결된다. 

만일 렘브란트가 개인보다 가정과 마을 공동체의 체면과 명예를 목숨처럼 중요시하는 중동 문화의 관점에서 예수의 비유를 이해하고 해석했다면 그는 비유의 전반부 장면보다 오히려 비유의 결론적인 후반부 장면을 그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렘브란트는 물론 서구 교회는 오랫동안 예수의 이 비유를 둘째 아들을 중심으로 제목을 붙이고, 개인 구원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예수의 비유로부터 하나의 중심적인 요점(one main point)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예수의 비유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비유가 하나의 중심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그 중심적인 주제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유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물 하나하나의 영적인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알레고리적 해석을 피해야 한다. 

고대 교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예수의 비유를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25-37절)를 해석하면서 여행자를 아담으로, 예루살렘을 천상으로, 여리고를 죽음의 땅으로, 강도들을 마귀로, 제사장과 레위인을 구약의 사역자들로, 선한 사마리아인을 그리스도로, 기름을 위로로, 포도주를 영적인 권면으로, 짐승을 그리스도의 몸으로, 여관을 교회로, 데나리온 둘을 사랑의 두 계명으로, 여관 주인을 사도 바울로,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귀환을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해석했다. 이러한 알레고리적 해석은 예수가 비유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의도나 그 메시지를 보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해석자의 생각을 비유 본문에 집어넣는 우(遇)를 범하게 한다. 

우리가 비유에서 한 가지 중심적인 메시지를 붙잡기 위해서는 비유로부터 지나치게 기발하거나 특별한 영적인 의미를 발견하려고 애쓰기보다 오히려 비유 본문 그 자체의 전후 문맥, 비유의 구성과 구조와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수의 비유는 핵심적인 메시지나 줄거리를 가진 일종의 이야기이며, 드라마다. 탁월한 문학가인 예수는 청중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비유를 이야기나 드라마처럼 구성했다. 그러므로 핵심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 비유의 여러 부대 장치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면 마태복음 25장에 있는 ‘열 처녀 비유’(1-13절)를 해석할 때 슬기로운 다섯 처녀와 미련한 다섯 처녀는 각각 누구를, 등과 기름과 등불은 무엇을, 처녀들의 졸음과 잠은 무엇을, 그리고 신랑과 신부는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야 한다. 비유의 서두에 있는 “그 때에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마 25:1)가 시사하는 것처럼, 비유의 여러 무대 장치는 핵심적인 메시지인 천국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비유를 예수의 모든 설교와 사역의 중심 주제인 ‘하나님 나라 관점’(kingdom perspective)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수의 비유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하나님 나라(천국)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 예수는 비유를 통해 예수 당대 유대인의 잘못된 천국관에 도전하고 있음은 물론 그와 대조되는 자신이 선포하는 천국 특성들을 보여 준다. 

예수 당대의 유대인들은 하나님 나라는 장차 오게 될 미래적인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수는 비유를 통해 하나님 나라는 자신을 통해 이미 왔고, 오고 있으며, 또한 장차 영광스러운 나라가 임할 것을 알려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비유를 해석할 때 이 비유가 하나님 나라와 어떤 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하나님 나라의 어떤 성격과 특성을 강조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적지 않은 사람이 예수의 비유를 지나치게 윤리적인 관점에서 해석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사랑을 가르쳐 주는 비유로 해석했다. 이러한 윤리적 해석은 예수가 유대인들이 원수처럼 생각하는 사마리아 사람을 비유의 주인공으로 삼은 이야기를 유대인 청중에게 한 깊은 의미를 간과하게 한다. 

만약 예수가 진작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는 윤리적 교훈을 유대인 청중에게 가르치기를 원했다면 비유의 주인공을 강도 만난 유대인을 도와주는 사마리아 사람이 아니라, 그 반대로 강도 만난 사마리아 사람을 도와주는 유대인으로 제시했어야 했다. 원수인 사마리아 사람이 유대인을 도와주는 이야기는 사랑의 윤리적인 교훈은커녕 오히려 유대인 청중에게 반감과 분노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예수의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예수 당대 유대 사회는 물론 사마리아 사회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예수는 메시아 사역을 시작하면서 당대 유대 사회를 지탱하는 인종과 신분과 성의 차별과 경계선을 뛰어넘으셨다. 그는 유대 사회가 죄인으로 낙인한 세리와 나환자와 소경과 지체장애자를 만나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며, 이방인으로 간주하는 로마의 백부장과 사마리아 사람과 수로보니게 여인의 요청을 외면하지 않으셨다. 이를 통해 하나님 나라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차별과 경계선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보여 주셨다. 예수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통해 사실상 자신을 통해 인종과 신분과 성의 차별이 깨어지는(갈 3:28) 하나님 나라가 이미 도래했음을 드러내고 있다.
경계선을 넘어 원수까지 사랑해야 한다는 윤리가 사마리아 사람 비유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비유의 주된 메시지는 아니다. 비유의 주된 메시지는 하나님 나라다. 윤리가 실행되는 곳에 하나님 나라가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도래했을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윤리도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유의 문학적 구성(plot)과 흐름 가운데서 비유의 주인공이 누구이며, 무엇을 초점으로 하여 비유가 전개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예수의 비유는 드라마(연속극)와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주인공을 중심으로 연속극을 시청하면 그 연속극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막연하게 연속극을 보면 연속극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지 못하게 되고, 결국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면, 마태복음 20장에 나오는 ‘포도원 품꾼 비유’(마 20:1-16)는 3막으로 구성된 드라마와 같다. 1막에서는 포도원 주인이 아침 6시에 품꾼을 고용하고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약속한다. 그는 9시, 12시, 오후 3시에도 품꾼을 고용해 적절한 품삯을 약속한다. 일하는 시간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오후 5시에도 포도원 주인은 품꾼을 고용했지만 삯은 말하지 않는다. 

2막은 일하는 시간이 끝나 주인이 제일 나중에 고용된 자로부터 시작해 제일 먼저 고용된 자에게까지 한 데나리온을 품삯으로 주도록 한 장면이다. 3막은 아침부터 고용된 자들이 한 데나리온을 받은 후 포도원 주인을 찾아가 자신들을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자들과 같이 취급했다고 불평을 토로했지만, 주인은 약속대로 한 데나리온의 삯을 지불하기로 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그들의 불평을 단호하게 반박하는 장면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누가 주인공인가? 등장인물 중에 누구를 주인공으로 보느냐에 따라 비유 해석이 크게 달라진다. 

비유의 주인공을 포도원 주인과 1시간만 일하고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받은 제일 나중에 고용된 일꾼으로 보게 될 경우, 비유의 중심 주제는 포도원 주인의 은혜로움, 즉 포도원 주인으로 상징되는 하나님의 은혜로우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포도원에 제일 먼저 고용돼 하루종일 일했지만 결국 제일 나중에 고용된 일꾼과 동일한 한 데나리온의 삯을 받게 되자 포도원 주인에게 불평한 일꾼을 주인공으로 볼 경우, 비유의 주제는 하나님 나라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품삯만 바라보고 일하는 공로주의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제자론이 될 수 있다. 

누가복음 11장에 나오는 ‘밤중에 찾아온 친구 비유’(5-8절)도 마찬가지다. 이 비유의 주인공을 밤중에 자신을 찾아온 여행자 친구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 잠자는 이웃 친구에게 빵을 빌리는 사람으로 볼 경우, 이 비유의 메시지는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할 때는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에 응답할 때까지 계속해서 간청해야 한다는 것이 된다. 하지만 비유의 주인공을 집안에서 이웃에게 빵을 요청받는 사람으로 볼 경우, 비유의 메시지는 우리의 기도에 반드시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성품이 된다. 말하자면 체면과 명예를 존중하는 중동 사회에서 밤중에 빵을 빌리기 위해 찾아온 친구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거절하는 것이 상상조차 불가능하며 자신의 체면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일어나 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은혜로우신 하나님 아버지는 더더욱 그러하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유의 주인공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드라마의 주인공은 자주 등장해 드라마를 주도해 가는 사람이다. 예수의 비유도 예외가 아니다. ‘포도원 품꾼들의 비유’에서 1막부터 3막까지 등장하는 사람은 포도원 주인과 한 시간 일하고 하루의 품삯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포도원 주인과 하루 종일 일한 사람들이다. 한 시간 일한 사람은 드라마의 결론인 3막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주인공은 당연히 포도원 주인과 하루 종일 일한 사람들이며, 비유의 메시지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밤중에 찾아온 친구 비유’도 마찬가지다. 빵을 빌리는 사람은 비유의 짧은 전반부를 주도하지만 더 긴 본문으로 구성된 후반부는 빵을 요청 받은 사람이 주도한다. 그러므로 이 비유의 주인공을 빵을 요청하는 사람이 아니라 빵을 요청 받는 사람으로 보고, 거기서 주된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비유를 수록하고 있는 복음서 저자의 의도와 독자들의 역사적 정황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비유는 초대교회나 복음서 저자의 신학적 산물이 아니다. 복음서 비유는 예수가 창작한 비유다. 하지만 우리가 예수의 비유를 만나는 곳은 어디까지나 복음서 저자가 전하는 비유 본문을 통해서다. 

우리는 예수의 비유 중 어떤 것은 왜 누가복음에만 있는지, 어떤 것은 왜 마태복음에만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공관복음서에 동일하게 나오는 비유라 할지라도, 예를 들면 씨 뿌리는 비유(마 13장; 막 4장; 눅 8장), 악한 소작인 비유(마 21장; 막 12장; 눅 20장)가 왜 그 표현 양식이나 구조가 복음서 저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마태나 누가복음에 수록된 같은 비유일 경우에도, 예를 들면 한 마리 잃은 양의 비유(눅 15장; 마 18장)의 경우에도 주어진 상황과 대상이 왜 서로 다른지를 고려해야 한다. 주된 이유는 각 복음서 저자가 그 예수의 비유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강조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예수의 비유 중 오직 누가복음에만 재물과 관련된 여러 비유들, 이를테면, ‘탕자 비유’(눅 15:11-32), ‘불의한 청지기 비유’(눅 16:1-13), ‘부자와 나사로 비유’(눅 16:19-31)가 수록돼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누가의 독자 중에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적지 않아 종종 부자들이 가난한 자를 무시하는 일이 있어 그들에게 재물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도 마찬가지다. 마태복음은 용서에 대한 예수의 교훈을 강조한다(마 6:14-15). 예수의 ‘용서하지 않은 종의 비유’(마 18:21-35)는 오직 마태복음에만 수록돼 있다. 그 이유는 마태복음이 기록될 당시 독자 중에 로마제국과 유대교 공동체로 인한 핍박으로 한때 신앙을 포기했다가 다시 돌아온 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음서에 수록된 예수의 비유가 복음서 저자와 독자들의 역사적 정황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복음서에 수록된 예수의 비유를 해석할 때 비유를 말씀한 예수의 역사적 정황은 물론, 비유를 수록한 복음서 저자와 독자들의 역사적 정황도 함께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것은 우리가 예수의 비유를 교인들에게 가르치고 설교할 때 비유를 듣는 교인들의 정황과 관련해 적절한 비유를 선택해 설교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 점을 도외시하면 우리의 비유 해석과 설교는 청중에게 감동과 도전을 주지 않은 무미건조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비유 해석자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의 관점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비유를 접근하고 해석하도록 힘써야 한다 

예수의 비유 해석과 관련해 이상에서 말한 다섯 가지를 모든 비유 해석에 기계적으로 적용한다고 해서 비유를 잘 해석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성경 본문 해석이 그러하듯이 비유 해석도 엄밀한 의미에서 법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결과를 도출하는 과학이 아니다. 오히려 법칙보다 창의력이 더 요구되는 예술에 가깝다. 우리는 훌륭한 예술가일수록 법칙에 기계적으로 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비유 해석은 요리와 비슷하다. 

오늘날 젊은 사람은 주로 유튜브가 제공하는 레시피를 보고 요리한다. 하지만 똑같은 재료와 용량과 방법을 사용했다고 해서 유튜브의 전문 요리사와 똑같은 맛을 재연하는 것은 아니다. 갓 결혼한 새댁이 아무리 유튜브의 재료와 레시피를 보고 열심히 요리한다 하더라도 유튜브 없이 수십 년간 요리해 온 친정 어머니나 시어머니의 요리 맛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레시피나 요리 순서를 따지지 않고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십년간 요리를 해 온 어머니들은 레시피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오랜 경험을 통해서 맛을 낼 수 있는 재료와 순서를 체득하고 있다. 그래서 요리 맛은 요리책에서가 아니라 요리사의 손끝에서 나온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들이 요리 규칙과 순서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서 요리 법칙을 자유롭게 활용할 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요리 법칙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예수의 비유를 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비유 해석 법칙에 정통하되 그 법칙에 노예가 되지 말고 비유에 따라서 법칙을 자유롭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예수의 비유에 대해 나름대로 창의적 해석을 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나름대로 비유 해석과 설교의 전문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