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학자로서 늘 한 가지 질문을 되새긴다. “지금 한국 교회는 어디에 서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위기감이나 자조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공동체이며, 그 존재 자체가 선교적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현재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은, 복음 전파 사역을 성경적이며 성육신적인 방식으로 감당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이 점에서 《한국 교회 진단 리포트》는 목회자, 신학생, 그리고 복음 전도자들에게 꼭 필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본 도서의 자료들은 근래 수년간 실천신학, 특히 선교학 분야의 학술 논문에서도 빈번하게 인용되는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특히 2023년부터 2024년 사이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된 조사는 전국의 담임목회자, 일반 성도, 교회에 출석 중인 중고등학생, 한국 교회가 파송한 해외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폭넓고 세밀하게 수행됐다. 

데이터는 단순 집계에 그치지 않고, 통계데이터사이언스 전문가들의 협력을 통해 정밀하게 분석됐기 때문에 신뢰성과 적용 가능성 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여 준다. 이는 본고가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담아내고 분석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목회와 전도의 실제적 방향을 설정하는 데 깊은 통찰을 제공함을 보증한다. 특히 설문조사 결과 수치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의 응답과 평신도의 응답, 그리고 일반 대중의 인식을 교차 분석함으로써 교회의 자기 인식과 사회적 인식 사이의 간극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본서가 택한 분석 틀은 교육목회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마리아 해리스는 《교육목회 커리큘럼》에서 교회의 핵심 사역을 레이투르기아(Leiturgia), 디다케(Didache), 코이노니아(Koinonia), 디아코니아(Diakonia), 케리그마(Kerygma)의 다섯 가지로 구분한 바 있다. 
본서가 다룬 예배, 교육, 친교, 봉사, 선교는 이 다섯 사역을 현대 교회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본 연구가 단순한 기능적 평가를 넘어, 교회의 본질을 형성하는 신학적 사역의 관점에서 교회의 건강성을 진단하고자 한 시도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교회의 본질적 사역: 예배, 교육, 친교, 봉사, 선교

1장 “건강한 교회의 맥박, 예배를 진단하다”에서는 예배의 본질과 형식, 참여자의 태도, 온라인 예배의 변화 등을 다룬다. 예배는 교회의 심장과 같으며, 그 회복 없이는 어떤 사역도 온전할 수 없다. 예배는 교회의 영적 중심이기 때문에, 예배 이탈 현상과 예배 만족도의 동반 하락은 한국 교회의 위기 징후를 보여 준다. 통계 역시 참여율 감소와 예배의 의미에 대한 혼란, 형식주의의 확산을 보여 준다. 이는 복음이 예배를 통해 삶에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본 장에서 강조하는 핵심은 예배가 단지 개인의 신앙 체험에 머물지 않고, 세상과 이웃을 향해 나아가는 동력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예배는 단순한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하나님과는 거룩하고 전인적인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고, 이웃과 세계를 향해서는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온전한 예배는 발전적이다. 교회에서 공적으로 드린 예배는 개인의 삶에서 변화된 인식과 삶의 태도로 발전돼야 하고, 이러한 변화는 예배자가 속한 공적인 영역에 대한 책임에까지 발전돼야 한다”(p. 63). 

이 진술은 예배가 결국 세상 속으로 나아가도록 우리를 파송하는 ‘선교적 예배’가 돼야 함을 일깨운다.

2장 “변화된 삶을 위한 양식, 교육을 진단하다”에서는 제자훈련, 성경 공부, 교회 교육의 실태를 조명한다. 이 장은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의 수나 참여율을 점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의 본질과 방향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한다. 한국 교회의 교육 사역이 겪는 위기를 분명히 지적하며, “교회 교육은 성경과 교리에 관한 지식 증진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배움을 통해서 성도들이 하나님 나라의 변혁적 삶에 참여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p. 111)고 천명한다. 이는 단순한 교리 암기나 정보 전달을 넘어서, 성경적 세계관에 근거한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함을 뜻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한국 교회의 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화급한 과제는 삶의 변화를 위한 실천적 교육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p. 112)라는 분석은 현장 목회자들과 교육 담당자에게 뼈아픈 통찰을 던진다. 

결국 2장의 핵심은 ‘세상의 변혁을 위한 교회 교육으로 전환하라’는 요청으로 요약될 수 있다. 지식 중심의 교육 방식은 오히려 다음 세대를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수 있으며, 교육이 삶과 무관하게 여겨질 때 복음은 무기력해진다. 교육 사역의 침체 현상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교육은 신앙을 전달하는 매개체일 뿐 아니라, 신자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핵심 기반이 돼야 한다. 진정한 제자화는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삶을 통한 전수다. 특히 교육 사역이 복음 전파와 직결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 교회 교육의 쇠퇴는 전도의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장 “그리스도의 몸, 친교를 진단하다”에서는 교회 내 공동체성과 교우 관계를 진단한다. 신앙 공동체의 해체와 소속감의 약화는 교회를 단순한 종교 서비스 공간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설문에 따르면 많은 성도가 친교의 단절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곧 교회 정체성의 위기로 연결된다. 저자는 “공동체성이 진작되기 위해서는 견고한 기초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친교의 영성이다”(p. 155)라고 말하며, 친교가 단순한 관계 맺음을 넘어서 영적 실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교회의 친교는 인간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앞서 한 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서로에 대해 영적인 책임감을 갖는 관계의 문제다”(p. 156). 

이는 친교가 곧 교회의 존재 방식임을 함축한다. “교회가 따뜻함을 잃고 있다”는 응답자의 말은 친교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영적 공동체로서의 연결을 회복하는 과정임을 역설한다. 

나아가 이 장에서는 ‘목장’, ‘속회’, ‘셀’ 등의 다양한 형태의 소그룹 사역이 얼마나 실질적인 신앙 공동체로 기능하는지를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분석함으로써 각 교회가 공동체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점검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4장 “예수의 섬김, 봉사를 진단하다”는 교회의 사회적 실천과 섬김 사역을 평가한다. 많은 교회가 구제나 나눔을 실천하고 있으나, 여전히 교회 밖 사회에서는 그 노력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이 장의 중심 주제는 ‘봉사의 사역 생태계를 세우라’는 요청으로 요약된다. 
저자는 “교회의 주요 사역들이 서로 필수적으로 연결돼 있는 사역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우리가 예배를 바로 드린다면, 그 예배는 선교하고 봉사하는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p. 205)라고 말하며, 예배와 봉사, 선교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각 사역이 분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흐름 안에서 통합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통찰을 제공한다. 

안타깝게도 사회는 교회의 구제와 섬김을 잘 모른다. 교회가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사회가 체감하는 간극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교회의 봉사가 자기만족이나 이미지 관리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속에서 성육신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봉사는 교회가 복음의 손과 발이 돼야 함을 말하며, 이는 단회적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 삶의 방식이어야 한다. 실제로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지역사회의 교회 신뢰도’는 교회의 자평보다 훨씬 낮았으며, 이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현실을 더욱 겸허하게 수용하고, 공동체 중심의 회복 전략을 마련해야 함을 시사한다.

5장 “지속돼야 할 대위임령, 선교를 진단하다”에서는 복음 전파와 선교 사역의 방향을 다룬다. 이 장의 중심 명제는 ‘모든 하나님의 백성을 선교에 참여하게 하라’는 요청이다. 저자는 “한국 교회의 선교 인식은 피상적이고 개별화되지 못했다 … 구호를 외치는 목회자는 선교 인식이 높지만, 구호를 듣는 성도는 겉으로는 동조하되 속으로는 선교 인식이 높지 않다”(pp. 258-259)라고 지적하며, 교회 내 선교 의식의 간극을 드러낸다. 
이는 단지 선교 헌신자의 부족 문제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 전체가 선교적 정체성을 회복해야 할 본질적 사안임을 시사한다. ‘선교’는 단지 해외파송 사역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늘날 지역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삶의 현장에서의 복음 증거를 포함한다. 그러나 통계는 여전히 선교를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을 보여 준다. 

선교는 몇 명의 전문가가 하는 일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이어야 한다. 모든 성도가 선교적 정체성을 갖는 교회로의 전환을 촉구해야 한다. 이 장의 후반부에서는 ‘선교 헌신도’ ‘선교 관심도’ ‘전도 경험률’ 등의 항목이 세대별, 연령별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계량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향후 전도 훈련 및 선교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기준점을 제시해 준다.

복음을 전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이 책은 단지 통계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교회가 마주한 본질적 질문을 직시하도록 돕는다. 복음 전파는 교회의 본질이다. 이 책은 복음을 전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무엇을 점검하고 회개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예배, 교육, 친교, 봉사, 선교라는 5대 사역은 곧 교회의 존재 이유이며, 복음이 흘러가는 경로다.

현장 목회에서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첫째, 교회의 각 사역 부서별 리더와 함께 다섯 장의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열고, 교회의 현재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둘째, 선교적 교회 전환을 준비하는 공동체는 각 장을 ‘전도’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복음이 예배와 교육, 친교, 봉사, 선교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다. 셋째, 제자훈련 과정이나 평신도 리더십 훈련 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선교적 교회로 나가기 위한 실제적인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신학교 강의나 세미나에서도 ‘한국 교회의 현황’을 다룰 때 필수적인 참고문헌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학생들에게 한국 교회의 진단 능력을 길러 주는 자료로 유익하다.

흥미롭게도 다섯 개 사역의 주제어(upward, forward, inward, outward, onward)를 생각하면, 독일 교회에서 전해지는 ‘여행자 축복기도문’(Reisesegen)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주님께서 당신 앞에 계셔서 바른 길을 보여 주시고,
곁에 계셔서 당신을 품고 지켜 주시며,
뒤에 계셔서 악한 자들의 계략으로부터 보호하시고,
아래 계셔서 넘어질 때 붙들어 주시고,
안에 계셔서 슬플 때 위로하시며,
주위에 계셔서 당신을 감싸 주시고,
위에 계셔서 당신을 축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천성을 향하여 걸어가는 영적인 순례자이며 여행자라면, 이 책은 바로 그 길 위에서 소중한 나침반이 돼 줄 수 있을 것이다. 
복음은 생명이며, 교회는 그 생명을 나누는 통로다. 《한국 교회 진단 리포트》는 단지 위기를 경고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이 시대의 복음 전도자들에게 교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해설서이자 기도문이다. 

통계로 시작하지만, 회복의 여정으로 이어지는 이 책은 독자에게 단지 무엇이 문제인가 묻지 않는다. 어떻게 복음을 따라 살아야 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복음의 기쁨과 선교적 열정 회복하기를 꿈꾸는 모든 이와 한국 교회를 위하여 본서는 신학적 깊이와 현실적 근거를 함께 제공하는 값진 자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