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는 각 시대마다 다양한 과학기술 발전의 도전을 경험했다. 음성에 기록을, 기록에 시각을, 그리고 현재 다감각의 디지털 매체 활용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발전은 설교에 도전과 함께 새로운 시도와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새로운 과학기술과의 접목에는 언제나 기대와 함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설교자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무관심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 

디지털 시대, 이미 일어난 미래

우리는 디지털 자료와 매체의 활용이 일상화된 시대와 문화 속에 살아간다. 어디에서나 스마트폰을 통해 글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영상에 젖어든 현대인은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스마트폰을 쓰는 신인류’(포노 사피엔스)가 됐다. 여기에 역사상 가장 빠르게 보급된 기술이 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챗GPT는 개인의 질문에 실시간 빅 데이터를 활용해 기계 스스로가 적절한 답변을 제공하는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기술 발전은 사람이 만들었지만, 그 기술은 새로운 사람을 만들고 있다.

변치 않는 진리의 복음을 변화하는 청중에게 전하는 사명을 지닌 설교자는 우리 일상의 세부까지 침투한 디지털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지닌다. 여기에는 설교의 대상만이 아니라 설교를 만드는 자신을 살피는 것도 포함한다. 현대 설교자는 디지털 자료나 영상을 설교 가운데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챗GPT의 도움을 받아 설교를 작성하거나 영상 설교를 전달하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설교자는 이미 일어난 디지털 대전환 시대 속에서 어떤 설교를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문화에 젖어든 현대 청중

사람은 문화를 만들지만 동시에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이미 현대인은 디지털 시대와 문화에 익숙해졌다. 익숙함 뒤에 있는 함정에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 현대 청중에게 미치는 디지털 문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먼저 생각해 보자.

우선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현대 청중은 자기 강화나 확장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쉽다.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를 통한 디지털 소통 문화는 자신이 경험한 삶의 단면을 편집하거나 다듬어 전달함으로써 객관적인 진리보다는 자기감정과 경험이 자기 정체성의 기준으로 자리 잡도록 부추긴다. ‘좋아요’를 주고받는 디지털 상호 소통은 확증 편향의 자기중심성을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 아울러 가공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영상과 가상공간에 표현하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진솔한 모습보다는 확대된 자아로 소통하는 현상을 낳는다. 다양한 자아나 자아의 유동성을 가지려 하는 현대 ‘부캐’ 현상에서도 이 사실이 확인된다. 

디지털 문화가 부추기는 자기 강화의 정체성은 개인 간의 신뢰성 있는 인격적인 소통을 위축시킨다. 사실 디지털 기술의 최대 장점은 다량의 정보에 신속하게 접근하고 장소의 제약을 넘어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것이다. 실제 디지털 기술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익명의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길을 열었다. 하지만 이렇게 거리와 장소를 넘어 많은 사람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행위는 직접적인 만남에서 생기는 인격적 소통을 대체하지 못한다. 오히려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교제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게 만든다. 

또한 디지털 문화는 현대 청중이 지닌 개인주의 성향을 심화시켜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개인의 감정과 표현을 중요시하는 현대 청중에게 디지털 기술은 서로 연결되는 현상을 아주 익숙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디지털을 통한 소통은 느슨한 관계만 유지한 채, 실제적으로는 사회적 고립과 관계적 단절을 은연중에 야기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같은 공간에서 각자 스마트폰만 보느라 대화가 단절된 가족이나 여러 모임에서 흔히 발견된다. 디지털 매체가 가능케 한 초연결 시대 속에서 다수와 연결돼 있지만 실제로는 외로움을 경험한다. 

더 나아가 디지털 매체를 통한 소통은 소통 자체를 사사화하며 소비주의적 성향을 강화한다. 디지털 매체는 개인의 별별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그 결과 디지털 시대는 만인 서사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사사로운 이야기의 범람으로 인해 정작 들어야 할 중요한 이야기가 분별되지 못하고 오히려 묻힌다. 이런 가운데 자기만족을 위한 콘텐츠 소비문화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더욱 강화되기 쉽다. 여기에는 일상 이야기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과 신앙적 영역도 포함된다. 디지털 매체는 오늘날 청중에게 자리 잡은 실용주의적 사고를 부추기고 신앙인에게는 영적 소비주의를 강화할 우려가 크다.
아울러 디지털 시대는 왜곡된 권위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디지털 플랫폼을 소유한 사람의 말과 행동에 현대인은 더 큰 가치와 권위를 주는 경향이 크다. 내용의 사실과 진정성이 아니라 인기도에 따라 맹목적 권위가 주어지는 현상을 낳을 수도 있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 속 다양한 매체는 우리에게 많은 자료에 대한 신속한 접근과 다양한 사람과의 소통과 연결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는 현대 청중의 자기중심성과 개인주의와 소비주의적 성향을 더욱 부추겨 현상적으로는 많은 사람과 연결은 돼 있지만 인격적 소통과 관계성과 공동체성이라는 중요한 기독교 신앙의 가치는 오히려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디지털 시대가 설교자에 가져다준 기회

앞서 디지털 문화에 젖어든 현대 청중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는 설교자가 단순히 시대정신과 청중 지향적 설교로 치우치지 않기 위함이다. 반대로 축적된 수많은 디지털 자료와 매체 활용은 분명 설교자에게 더 나은 설교를 실천할 기회로 선용돼야 하는 사실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보다 파급력이 더 큰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인텔리전스 시대’가 열린 지금, 설교자는 디지털 기술이 주는 유익과 그에 따른 도전을 분별하고 인식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가 설교자에게 가져다준 가장 큰 유익은 먼저 설교 작성의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많은 자료를 신속하게 찾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다양한 디지털 자료와 프로그램 활용은 물론이고 챗GPT가 지닌 국내외 다양한 자료 검색과 수집 능력의 활용은 실제 설교 전체 과정에서 설교자에게 큰 도움을 준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설교의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설교자는 기존의 다양한 디지털 자료나 최신 챗GPT를 활용해 설교할 주제에 대한 빠른 검색, 설교 주제와 관련된 성경 구절들에 대한 자료 수집, 전체 설교 계획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본문 주해 과정에서 기존 디지털 자료나 챗GPT는 본문의 역사적 배경, 관련된 문화적 내용, 인물, 지리, 사건에 대한 정보, 더불어 본문에 관한 문법적-문학적 연구에 도움이 되는 언어의 해석과 용법, 다양한 해석의 비교 평가에도 도움을 준다. 아울러 설교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신학적 사고와 검증 과정에서 특정 주제나 교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빠르게 확인하고 검증하거나, 고대 교부로부터 최신 신학자까지 여러 시대에 걸친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 설교에 신학적 확신을 더하게 한다. 

설교 작성 과정에서도 적절한 예화, 주제에 관한 인문·교양서적, 불명확했던 통계나 원하는 자료를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작성된 설교문을 교정하거나 설교 이후 피드백, 설교 자료를 데이터화 또는 영상화하는 일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는 설교자에게 풍성한 자료와 시간의 절약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제공한다.

둘째, 디지털 시대는 설교자에게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상호 연결성을 가능하게 해 전례 없는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50억 가까운 다양한 인류가 인터넷상의 다양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활동한다. 이는 복음을 다수에게 전달할 기회임이 틀림없다. 

물론 앞서 말한 대로 인터넷상의 상호 연결성은 인격적 관계라기보다는 느슨한 유대 관계다. 이에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멀티미디어나 소셜 플랫폼의 활용, 디지털 소통 기술과 전략을 익히는 수고가 뒤따른다. 하지만 디지털 매체들이 제한된 공간과 시차를 넘어서 과거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다양한 사람과, 특정 상황으로 인해 모이기 힘든 성도에게 복음과 설교를 전할 새로운 의사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가치가 크다.

디지털 시대가 설교자에게 안겨준 도전

시간의 절약과 풍성한 자료, 확장된 연결성은 더 나은 설교와 복음 전파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현대 설교자에게 더욱 세심한 분별과 주의를 요구한다. 

첫째, 다양한 디지털 자료와 챗GPT를 활용할 때 언제나 점검의 자세가 요구된다. 기존 설교를 위한 디지털 자료의 신뢰도 부족과 확률 기반의 챗GPT 정보에는 거짓 정보 환각 현상이 따를 수 있다. 따라서 설교자는 언제나 자신이 다루는 설교 자료를 확인하고 세심한 필터링을 통해 설교의 권위와 신뢰를 지켜야 한다. 

둘째, 다양하고 많은 디지털 자료를 활용해 설교를 작성하는 의도는 더 좋은 설교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설교는 단순히 진리의 정보 전달이 그 목적이 아니다. 당시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살아 계신 하나님의 소통 행위를 섬기는 일이다. 탁월한 설교 내용을 전달하려는 좋은 의도가 왜곡돼 설교의 기능화로 전락하지 않도록 현실을 살아가는 청중을 향해 인격적인 진리를 선포함으로써 ‘설교다움’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셋째, 빠른 정보의 확보로 주어진 여유 시간이 설교자의 나태함으로 이어지지 않고 더 깊은 말씀 묵상을 통해 통찰력을 얻는 시간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자료가 자신이 섬기는 성도와의 관계적이고 정황적이고 경험적인 지식까지 제공하진 못하니 설교자는 자신의 설교가 청중에게 진리를 ‘맛보아’ 경험하게 하는 차원과 연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디지털 자료를 활용하는 만큼이나 설교자는 성도의 실제적 삶의 문제와 영적 문제를 면밀히 살펴서 정서적인 연결과 공동체적 의식을 담아내는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 

넷째, 디지털 소스의 보편화는 설교 짜집기나 설교 표절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설교자에게 더 높은 소명감과 윤리 의식을 요청한다. 무분별한 디지털 자료 사용은 비의도적이라도 설교 표절 이슈를 야기할 수 있다. 챗GPT를 활용하는 설교자는 챗GPT를 “근본적으로 수준 높은 표절 프로그램”이라고 불렀던 노암 촘스키의 경고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자료는 모두에게 열려 있기에 이를 사용하는 설교자는 자료 활용에 있어서 더 높은 윤리 의식을 지녀야 한다.

다섯째, 설교자는 변화하는 청중을 고려한 다채로운 설교 형식과 전달의 새로운 전략에도 열려 있어야 한다. 숏폼과 쇼츠와 릴스의 열풍은 핵심 내용만 짧게 받기를 바라며 재미와 흥미와 같은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의 현대 청중의 특성이 묻어난 사회 현상이다. 현대 설교자는 이런 청중의 귀와 마음을 열기 위해 설교 길이를 조정하고 다양한 설교 패턴을 시도하며 청중의 시장 언어를 습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 청중의 더 깊은 신앙 성숙을 위해 설교자는 개인 삶의 이야기보다 더 큰 하나님의 광대한 구속의 이야기와 성경 및 기독교 전통을 이해할 수 있는 신앙의 언어들, 그리고 단단한 교리적 내용도 먹여야 하는 시대적 도전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 속 현대 설교자는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를 습득하는 기술을 배우고 세대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평생학습을 통한 지속적인 설교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 한편 데이터화, 기계화돼 가는 시대에 맞서 하나님 말씀의 인격적 소통을 반영한 설교다움을 지켜야 한다. 깊은 말씀 묵상을 통한 통찰력과 체험되고 체화된 진리를 전달해 현대 청중의 마음과 삶에 공감과 공명을 일으켜야 할 도전 과제를 잘 감당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 속 설교와 설교자의 바른 인식 

디지털 시대를 향한 설교의 방향과 전략은 시대를 선명하게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우선 오늘날 설교자는 설교다움에 관한 인식을 점검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매체의 도입이나 새로운 설교의 도전은 언제나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설교 본질에 대한 회복과 갱신으로 이어진 것에서 확인된다. 급속히 데이터화되는 시대 속에서 설교는 탁월한 정보와 지식만을 전달하지 않고 성경에 드러난 하나님의 마음을 전해 그분 백성의 삶의 진선미를 모두 담아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즉, 자신이 사용하는 디지털 자료와 매체가 설교의 본질을 강화하는 도구인지 살펴야 한다. 

둘째, 현대 설교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디지털 대변화의 시대 속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이 사용하는 디지털 자료와 매체에 관해서 비판적 활용과 적극적 저항의 영역을 선명하게 그려 둬야 한다. 디지털 매체는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을 통해 설교자와 청중을 형성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의 선점과 신상 증후군에 빠져서 디지털 매체를 무분별하고 빠르게 수용하기보다 비판적 성찰의 시간과 검증을 통해 지혜롭게 수용하고 때로는 용기 있게 저항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셋째, 시시각각 변화하는 디지털 문화와 매체의 발전에 위축감을 느끼기보다 기독교 가치와 복음의 콘텐츠가 잘 드러나는 자료를 내놓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성경 본문에 충실하고 신학적으로 건전하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청중의 삶을 관통하는 설교 관련 자료를 축적하고 제공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 있다.
결국 디지털 시대가 ‘인간다움’에 대한 근본 질문을 던지듯이, 이 시대 속 설교자는 ‘설교자다움’을 함양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어쩌면 디지털 시대는 디지털 매체와 문화가 줄 수 없고 대체할 수 없는 무엇가를 갈망하는지 모른다. 시대와 청중을 향한 영적 분별력과 인격적 감동이 묻어나는 설교자를 찾고 있는지 모른다.

디지털 시대 설교 방향과 전략, ‘디지로그’와 ‘피지털’의 양손잡이 설교자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방향과 흐름을 파악해 그 파도를 잘 타기 위해서는 설교자에게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디지털 시대는 디지로그(Digilog) 설교자를 요구한다. 디지로그는 말 그대로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다.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 모두를 아우르는 디지로그 설교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아날로그적 묵상 습관과 깊은 영성을 함양한 설교자를 의미한다. 

과학 시대에 대한 모호한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디지로그 설교자는 다양한 디지털 자료와 매체, 온라인 영상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디지털 자료와 매체에 너무 의존하거나 자신이 소화하지 못하는 다량의 자료와 매체로 인해 피로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실제로 너무 많은 자료는 설교 작성에 혜택을 주기보다 시간과 주의를 분산시킨다. 따라서 자신의 역량과 상황에 맞는 디지털 자료나 프로그램을 찾아 영리하게 활용하는 디지털 최적화를 고려해야 한다. 즉 설교자에게 가장 필요한 설교의 영역과 가치를 뒷받침하는 디지털 자료와 프로그램을 선택해 활용하는 ‘디지털 정돈’이 필요하다. 설교자가 디지털 자료와 매체를 길들여 최적화하고 정돈한다면, 설교자의 역량은 더욱 성장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이 사용하는 디지털 자료와 프로그램에 오히려 길드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디지털 자료를 가장 지혜롭게 활용하는 방식은 아날로그적 설교 역량을 겸비하는 길이다. 아무래도 디지털 자료 활용 방식은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하고자 자료를 스키밍(skimming), 스캐닝(scanning), 스크롤링(scrolling)하는 ‘얕은’ 읽기 방식을 형성하기 마련이다. 빠르게 자료를 찾고 축적하는 것에는 얕은 읽기가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청중을 변화시키는 설교의 힘은 성경 본문과 현대 청중을 오가며 묵상하는 설교자의 ‘깊은’ 읽기에서 나온다. 가속화하는 디지털 매체의 홍수와 이에 따른 데이터주의 시대 속에서도 설교자는 본문 묵상과 기도에서 나오는 영적 통찰력과 청중을 품는 이해와 공감에서 나오는 실천적 지혜를 전하는 아날로그적 영성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디지털 대전환 시대 속에서 설교자는 디지털 정보와 아날로그적 영성의 양쪽을 모두 갖춘 ‘디지로그’ 양손잡이가 돼야 한다.

둘째, 디지털 시대는 피지털(Physital) 설교자를 요구한다. 피지털이란 말도 피지컬(Physical)과 디지털(Digital)의 합성어다. 이 시대는 진리 내용을 핵심적으로 제공하면서도 그 진리를 자신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경험적 설교를 요구한다. 

실제 디지털은 지적 만족을 줄 수는 있지만, 개인과 공동체의 성숙을 이루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또한 디지털 문화에서는 서로 간 연결이 가능하지만 개인주의와 소비주의적 성향을 강화시켜 사회적 단절과 고립감을 부추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디지털 문화 현상은 현대 청중으로 하여금 인격적 교제와 진리 경험을 추구하도록 만든다. 이런 점에서 진리에 대해 선명하게 설명하고 전달하는 설교도 필요하지만, 진리를 살아낸 경험들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형성하게 하는 설교를 지향하는 일은 기독교적 설교를 위한 매우 적절하고 바람직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설교가 설교자의 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고백과 찬양으로 이어지도록, 설교 시간을 넘어 공동체에서도 진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설교 후 얼굴과 얼굴을 대면하는 물리적 만남을 유도하기 위해 설교에 관한 토론이나 간증에 공동체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 기독교 설교는 단지 메시지 또는 정보 전달만을 위하지 않고, 하나님과 세상과 교인들 간에 인격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추구한다. 디지털 시대에도 참된 성도는 여전히 진정성 있는 설교자를 갈망하고 자기 삶에 생생하게 때로는 엄중하게 다가오는 하나님의 말씀에 목말라한다. 선명한 성경 지식과 바른 진리 내용만을 전달하는 것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공동체가 함께 살아내게 하는 설교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설교자가 먼저 디지털 문화 속 손쉬운 접근성과 편재성의 환상을 깨뜨려야 한다. 디지털식 탈육신적 설교가 아닌 편재하신 분이 육체로 오신 예수님의 성육신적 설교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다양한 디지털 자료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영상 설교를 활용하더라도 인기도로 주어지는 플랫폼 권위를 얻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한 영혼에게 다가가는 친밀도에서 나오는 권위를 덧입는 피지털 설교자가 돼야 한다.

끝으로 디지털 시대에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명하고 생생하게 전하는 설교자가 돼야 한다. 신속하고 풍성한 자료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설교의 트렌드를 따를 순 있지만, 복음의 내용에는 양보가 없어야 한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디지로그든, 피지털이든 지금도 복음을 필요로 하는 시대와 사람들에게 복음을 능숙하게 전달하는 일에 전념하는 설교자가 여전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