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규모를 성경적으로 논할 때 작다는 것은 결코 불리한 조건이 아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기 때문이 아니니라 너희는 오히려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신7:7)라고 말한다. 하나님이 열방의 빛으로 선택하신 이스라엘은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늘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던 작은 민족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오히려 수가 작은 민족이어서 그들을 선택하셨다고 한다. 초기 기독교 교회 또한 거대 로마제국의 지배 아래, 지중해 문명의 다신교들이 창궐하는 곳에서 시각적으로 내세울 것 없는 가정 중심의 작은 신앙 운동이었다. 작은 규모의 기독교 공동체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서 귀하게 쓰임 받아 왔다. 작은 교회는 성도 수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관계의 친밀함과 사역의 집중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갖는다. 강소교회와 심플처치의 원리는 바로 이러한 작은 공동체의 장점을 극대화해,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신앙 공동체를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에서 작은 교회의 사역은 현실적 한계와 난관을 마주한다. 이로 인해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사역의 동력을 찾지 못해 번아웃을 경험하며, 성도들은 채워지지 않는 영적 갈급함을 느끼기도 한다. 주변에서 교회를 개척해 열심히 전도하고 양육했더니, 자녀를 위한 교육과 더 깊은 영적 충족을 위해서 부득이하게 대형 교회로 옮기는 교인들로 인해 가슴에 멍이 드는 목회자들의 고충을 심심않게 듣는다. 가족의 신앙 성장을 위해 옮기겠다는데 목회자가 대놓고 막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작은 교회에서는 신앙 성장이 요원하단 말인가? 작은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영적 공동체가 되는 데 현실적으로 불리한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속으로는 상당 부분 수긍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대형 교회가 지닌 인적, 물적 자원은 교회 내 여러 사역과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데 유리한 게 사실이다. 또한 교회가 수적으로 성장할 때까지 수반됐던 영적 부흥의 동력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대형 교회의 성장 과정이 불건전한 종교 소비주의나 마케팅에 의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형 교회는 작은 교회들이 감당하기에 다소 버거운 사역을 실험적으로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비혼자나 장애인을 위한 사역, 전문상담사역 등은 대형 교회가 선도적으로 감당해야 할 영역일 수 있다. 이 같은 다양한 특수 사역을 작은 교회가 전문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사역 일반에서 작은 교회의 조건이 항상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통계로 보는 강소교회의 가능성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년에 걸쳐 한국 교회의 핵심 사역 영역인 예배, 교육, 친교, 봉사, 선교에 관한 목회데이터연구소의 대단위 조사를 담은 《한국교회 진단리포트》를 보면 중대형 교회보다 작은 교회들에 더욱 유리한 주목할 만한 지표가 나온다.
첫째, 교육적 강점이다. 작은 교회들의 약점으로 흔히 지적되는 교육 영역에서 의외의 강점이 드러난다. 교회학교를 운영하는 교회 성도들을 조사한 결과, 작은 교회 성도들은 중대형 교회 성도들보다 교회학교에 대한 관심도, 물질적 협력도, 성장 아이디어 제안도 모두 더 높게 나타났다. 100명 미만 교회 성도 중 59.0%가 교회학교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1,000명 이상 교회 성도는 43.7%로 훨씬 낮았다. 작은 교회 성도는 42.2%가 교회학교를 위해 물질로 협력한다고 응답했으나, 대형 교회 성도는 21.9%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100명 미만 교회 성도는 38.4%가 아이디어를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나, 1,000명 이상 교회 성도는 20.7%로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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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제 참여와 책임감을 동반하는 경향을 보여 준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교회 부흥의 핵심 요인으로 성도들의 사역 참여 문화가 강조된다. 어릴 때부터 성인 회중과 함께 신앙을 살아가는 작은 교회 특유의 참여적 분위기는 아이들의 신앙 형성에 유익한 환경을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 면에서 우위에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형 교회 성도들이 오히려 거의 모든 교육 영역에서 가장 낮은 참여율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교육을 전문 부서나 교회 조직에 ‘위탁’하는 문화가 강화된 결과일 수 있으며, 반대로 작은 교회에서는 성도들의 애정과 절실함이 공동체적 협력을 촉진한 결과로 보인다. 규모의 한계로 인해 교육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운영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참여적이고 협력적인 성도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은 작은 교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아프리카 속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작은 교회는 회중 전체가 자연스럽게 자녀 신앙 교육에 참여하는 구조를 갖기 쉽다. 비록 대형 교회처럼 물적 자원이 풍부하지 않을 수 있으나, 작은 교회는 훨씬 더 생생하고 관계적인 공동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신앙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며, 존 웨스터호프가 말하듯이 전 연령의 회중이 신앙의 관습을 함께 형성하는 공동체 중심의 신앙 교육에서는 작은 교회가 오히려 더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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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친교적 강점이다.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교회는 성도의 교제를 필수적 신앙으로 고백하며, 이는 입술의 고백에 머물지 않고 실제 돌봄과 격려의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교회 성도들은 서로의 형편과 어려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항목에서, 100명 미만 교회 성도의 57.9%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1,000명 이상 교회 성도는 45.5%에 그쳤다. 또한 ‘어려울 때 기꺼이 서로 구체적인 도움을 준다’는 질문에도 작은 교회 성도의 62.0%가 긍정한 반면, 대형 교회 성도는 57.5%였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교회에 도움을 요청할 의향이 있느냐’는 문항에서는 작은 교회 성도의 67.9%가 긍정 응답해, 대형 교회 성도 36.7%를 크게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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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 성도들은 대형 교회 성도들보다 서로의 형편을 더 잘 알고, 어려운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작은 공동체가 가진 개방성과 친밀함이 자연스럽게 상호 돌봄 문화를 형성함을 보여 준다. 반대로 교회 규모가 커질수록 익명성과 거리감이 커져, 서로의 삶을 세밀하게 알거나 구체적으로 돕는 분위기는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관계적 유대는 경제적 돌봄으로도 이어진다. 작은 교회 성도들은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의향이 대형 교회 성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현실적 필요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적 신앙을 구현하는 데 유리함을 보여 준다. 실제로 목회자도 규모가 작을수록 돌봄 문화를 적극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신약성경 전반에서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고, 선을 행하며, 믿음의 가족을 돌보라는 명령이 반복되는 것처럼, 교회의 성숙은 서로의 삶을 책임지는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 작은 교회는 이러한 신약적 이상에 더 가까운 환경을 갖추고, 성도의 교제를 실제 삶 속에서 경험하고 고백하는 공동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선교적 강점이다. 선교 사역은 대형 교회가 확실히 우위를 가지는 영역이다. 실제로 선교사 파송과 후원에서 대형 교회가 가진 역량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도 개개인의 선교적 삶을 살펴보면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같은 조사에서, 교회 차원의 선교 관심에서는 1,000명 이상 교회 성도의 86.0%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50명 미만 교회 성도는 61.1%에 그쳤다. 선교 관련 행사를 자주 한다는 항목에서도 대형 교회 성도가 53.4%로, 작은 교회 성도 22.8%보다 훨씬 높았다. 즉, 교회 차원에서는 대형 교회가 선교에 더 적극적임을 보여 준다.
하지만 성도 개인 차원에서는 양상이 뒤바뀐다. 해외 선교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성도는 작은 교회가 38.5%, 대형 교회가 29.8%에 불과했다. ‘평소 해외 선교나 관련 서적을 읽거나 공부한다’는 항목에서도 작은 교회 성도 26.9%, 대형 교회 성도 15.5%로 나타났다. 즉, 선교에 대한 개인적 관심과 학습에서는 작은 교회 성도들이 더 적극적임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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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교회 차원의 선교는 대형 교회가 더 활발하지만, 성도 개인의 선교적 각성과 헌신은 작은 교회가 더 강한 면모를 보인다. 이는 대형 교회 성도들이 교회의 활동을 통해 선교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데 머물 가능성을 드러낸다. 동시에 작은 교회 성도들은 스스로 선교적 삶에 가까이 다가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교회와 성도의 성숙은 결국 선교적 헌신으로 드러나는 만큼, 작은 교회는 개인의 신앙을 선교적 삶으로 연결하는 데 유리한 지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작은 교회가 강소교회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넷째, 부흥하는 강소교회다. 작은 교회는 규모의 한계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인식이 오래도록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조사에서는 ‘부흥하는 작은 교회’가 일정하게 존재하며, 이들 교회는 규모와 무관하게 부흥의 요인들을 공유하였다. 부흥하는 교회의 주요 특징 가운데 작은 교회에서도 나타나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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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부흥과 가장 긴밀한 상관성을 지닌 요인은 봉사자 수의 증가다. 그런데 부흥하는 작은 교회도 봉사자 수 증가에서 예외가 아니다. 교회가 작다고 해서 봉사자가 부족한 것은 아니며, 핵심은 성도를 제자로 양육하고 훈련하는 데 목회적 역점을 두느냐에 달려 있다. 사역 프로그램 수 역시 작은 교회에서 늘어나는 경향이 있으며, 교인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맞춤화된 사역이 가능하다. 프로그램 확대는 성도의 참여 기회를 넓히고, 그 참여가 다시 교회의 활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예배와 설교 만족도도 대형 교회와 큰 차이가 없으며, 평신도 사역의 활성화와 수평적 거버넌스 참여 역시 작은 교회에서 더 두드러진다. 3040과 다음 세대 교인의 참여는 교회의 미래지향적 생태계를 만드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작은 교회에서도 부흥은 충분히 가능하며, 나타난 부흥 요인들은 교회 규모와 거의 무관하다. 부흥은 외형적 숫자보다 제자화, 평신도의 소명화, 세대 간 연속성이라는 교회의 본질적 체질 변화에 따라 열리는 하나님의 은혜적 열매라 할 수 있다.
강소교회를 위한 단순함의 원리
오늘날 많은 교회가 규모와 형태를 떠나 복잡한 조직 구조의 부담 속에 놓여 있다. 대형 교회는 행정 인력과 예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부서와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이러한 모델을 작은 교회가 그대로 모방할 경우 비효율이 누적된다. 강소교회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대형 교회의 축소판이 되는 길을 버리고, 고유한 조건과 하나님께서 주신 본질적 사명에 맞게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첫째, 단순함을 통한 사역 참여의 문화 조성이다. 강소교회 신학에서 말하는 구조 단순화는 단순히 조직을 줄이는 작업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재편 과정이다. 구조가 단순해질수록 예배의 질은 향상되고, 목회자는 본연의 사명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있다. 동시에 성도는 프로그램 소비자로 머물지 않고 공동체 사역의 능동적 참여자로 전환된다. 불필요한 조직을 제거하면 오히려 헌신이 자연스럽게 촉발돼 교회의 에너지가 집중된다.
둘째, 목회 본질 역량의 회복이다. 구조의 복잡성은 필연적으로 목회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집중시킨다. 목회자는 말씀 연구, 기도, 성도 돌봄과 같은 본질적 사명에 집중하기보다 사소한 프로그램 운영과 행정 조율에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이는 결국 교회의 영적 분위기와 사역의 깊이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셋째, 단순함과 선교적 역동성을 추구해야 한다. 단순한 구조는 내부 유지 관리에 소모되던 에너지를 지역사회 섬김과 선교적 실천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실제로 작은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킨 사례들은 프로그램의 다변화가 아니라,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사명 중심 운영에 기반한다. 복잡성이 아니라 단순성이 교회의 선교적 역동성을 회복시키는 힘이 된다.
넷째, 강소교회의 구조적 특징을 가져야 한다. 단순화된 강소교회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 구조적 특징을 지닌다. 첫째, 단일한 비전 중심이다.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추구하기보다, 한두 개의 선명한 사명에 따라 움직인다. 둘째, 평신도 중심 사역 구성이다. 목회자가 독주하는 구조가 아니라, 성도들이 역할을 맡고 사역이 살아 움직인다. 셋째, 공동체 중심 구조다. 조직이 아니라 관계망이 움직임의 중심이 되며, 제자 훈련과 돌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넷째, 유연성이다. 필요에 따라 팀이 만들어지고 완결되며, 고정된 조직보다 상황에 따른 선교적 대응력을 갖는다.
심플처치의 관점에서 본 강소교회
심플처치란 교회의 본질적 목적과 비전을 명료하게 정립하여, 성도를 그와 같은 비전에 이르도록 양육하는 과정에 집중하며, 이 과정에 부합되지 않는 사역들을 재조정하는 교회를 말한다.
6 강소 교회에서는 심플처치의 원리가 통합적이며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교회의 선교적 사명이 예배의 은혜를 견인하거나, 예배에서 경험된 하나님의 임재가 교회 담장 너머의 사역으로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으로써 교인 상당수가 이러한 예배와 선교적 실천의 선순환에 참여하는 결과를 보인다.
1. 김포 움직이는교회: 예배 중심의 단순성을 통한 강소교회7
김포에 위치한 ‘움직이는교회’(김상인 목사)는 홍대입구 지역에서 개척된 강소교회로서 초기부터 예배와 목양이라는 핵심에 집중하며 단순한 구조 속에서도 깊이 있는 영적 흐름을 형성해 왔다. 예배 안에서 충분한 기도 시간을 확보해 성도들이 하나님의 임재 아래 머무르도록 돕고, 영적 교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여건을 마련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들은 서로를 깊이 수용하고 위로하며 삶의 문제를 함께 나누고, 하나님을 만난 경험에서 출발해 이웃을 어떻게 섬길지를 스스로 고민하게 된다. 사역의 출발점이 ‘프로그램 운영’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집중’이었기에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럽게 제자와 사역자들이 공동체 안에서 배출됐고, 목회자 역시 과도한 부담 없이 지속 가능한 리듬 속에서 교회를 세워 갈 수 있었다. 이러한 집중과 기다림은 결국 성도들의 자발성으로 열매 맺기 시작했다. 사역을 조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충분히 기다려 성도 안에서 자발성과 책임의식이 자라도록 하는 것이 이 교회가 지닌 중요한 영성적 리듬이다.
이러한 모습은 심플처치가 강조하는 핵심 원리와 깊이 맞닿아 있다. 심플처치는 복잡한 구조나 과다한 사역을 지양하고, 교회를 본질로 돌아가게 하는 단순성·명료성·일관성을 강조한다. 이 교회는 예배와 목양에 집중하는 선택을 통해 ‘단순성’을 확보했고, 영적 교제와 제자화의 흐름을 교회 문화의 중심에 둠으로 ‘명확한 방향성’을 유지했다. 또한 인위적인 프로그램보다 자발적인 모임과 자연스러운 사역의 출현을 존중함으로써 공동체가 스스로 성장하는 ‘일관된 리듬’을 형성했다. 강소교회가 규모의 한계를 넘어 건강한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심플처치적 원리를 실제 목회 구조와 문화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2. 송파 낮은자리교회: 하나님 나라 운동의 강소교회8
‘낮은자리교회’(김은득 목사)는 하나님 나라 운동과 초대교회 영성을 본보기로 삼는다. “예수로 살고 예수로 죽겠다”는 결단을 삶의 원리로 삼아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영성을 실천하려는 공동체적 방향을 분명히 한다. 초대교회가 보여 준 ‘가난한 자가 없는 공동체’를 이상으로 삼으며, 성도의 의, 식, 주, 품위, 문화를 교회가 책임지는 것이 하나님 나라 삶의 실제적 기초라고 강조한다. 신자유주의 경제 환경에서 개인이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조차 벅찬 현실을 직면하며, 맘몬이 삶의 조건을 장악하는 구조 속에서 신자가 하나님 나라 방식으로 살 수 있으려면 교회가 이들의 삶을 실제적으로 지지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본다. 그렇기에 낮은자리교회는 교회가 공동체 구성원의 안정적 삶을 책임지는 것을 하나님 나라 운동의 필수적 토대로 이해한다.
이러한 지향은 심플처치가 추구하는 본질 회복의 원리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낮은자리교회는 하나님 나라라는 단일한 중심축을 세우고, 모든 사역과 공동체 실천을 이 원리 아래 재정렬함으로써 명확한 방향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성도의 일상적 삶을 돌보는 공동체적 책임은 프로그램 중심의 교회 운영을 벗어나, 신자가 실제 삶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도록 돕는 핵심적 사역으로 전환시킨다. 이는 교회를 ‘서비스 제공 기관’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을 형성하는 공동체’로 재정의하는 시도이며, 교회 구조와 문화를 하나님 나라의 단순하고 본질적인 가치에 맞추는 심플처치적 실천이 된다. 이러한 접근은 작은 교회가 규모를 넘어 신학적 정체성과 공동체적 힘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3. 용인 심플교회: 예배와 교육의 두 축을 지닌 강소 교회9
용인 ‘심플교회’(양순모 목사)는 초기부터 가정 기반의 평신도 중심 모임에서 출발했다. 기존 교회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하나님과의 관계 속 치유와 삶의 변화가 일어나며 자연스러운 영적 성장이 이루어졌고, 공감대가 형성되자 정식 교회로 모이게 됐다. 심플교회는 강제나 조직적 동원이 아니라 성령의 자발적 섬김을 중심 원리로 삼아, 예수를 만난 성도가 새 생명에 반응하여 봉사하고 섬기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교회 생태로 형성해 왔다. 출범 이후에는 다음 세대 교육을 핵심 사역으로 두고 전국 아홉 개의 어깨동무 기독학교를 세웠으며, 주일·주중학교를 아우르는 ‘심플스쿨’ 체계를 통해 신앙, 성품, 실력, 역할의 네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양육한다. 이를 위해 성도들이 매일 네 가지 질문을 기록하고 삶 속에서 실천과 성장을 나누는 ‘스피릿 미팅’ 소그룹을 운영하며, 신앙을 교육에만 맡기지 않고 실제 삶으로 확장함으로써 주일학교 역시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세워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용인 심플교회의 사례는 심플처치의 원리와 매우 밀접하게 부합한다. 심플처치는 교회를 복잡한 조직과 프로그램이 아닌, 성도의 삶과 관계 중심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용인 심플교회는 가정과 평신도 중심의 모임에서 출발해 성령의 자발적 움직임을 기반으로 섬김과 봉사를 형성함으로써, 조직적 강제 없이 자연스러운 교회 생태를 만들어 냈다. 또한 다음 세대 양육을 교회 중심의 일방적 교육이 아니라, 성도 개인의 영적 성장과 실천을 연결한 ‘심플스쿨’과 ‘스피릿 미팅’ 체계로 구현함으로써, 심플처치가 추구하는 삶과 신앙의 통합, 평신도의 주도적 참여, 사역의 단순화 원리를 실제로 실현하고 있다.
나가며
결론적으로, 작은 교회는 단순히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불리한 조건에 놓인 것이 아니라, 강소 교회로서 독특한 강점과 가능성을 지닌다.
교육, 친교, 선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성도의 적극적 참여와 공동체적 헌신은, 외형적 자원이나 프로그램의 풍부함에 의존하지 않고도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심플처치의 원리는 이러한 작은 교회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실천적 지침으로 작용하여, 구조의 단순화, 사역과 삶의 명료한 중심축, 성도의 자발적 참여와 일관된 공동체적 흐름을 통해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구현하게 한다.
김포 움직이는교회, 송파 낮은자리교회, 용인 심플교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강소교회는 예배, 영성, 다음 세대 교육, 하나님 나라 실현이라는 고유한 핵심 비전에 집중함으로써 외형적 규모와 상관없이 지속 가능하고 신학적으로 견고한 성장을 이루며, 모든 회중과 사역이 통합된 체제로 공명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註
1) 지용근 외, 《한국교회 진단리포트》(두란노, 2025), p. 95.
2) John Westerhoff, Will Our Children Have Faith (Morehouse Publishing, 2012).
3) 《한국교회 진단리포트》, pp. 139-140.
4) 앞의 책, pp. 223-224.
5)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지용근과 공저한 《부흥하는 교회 쇠퇴하는 교회》(규장, 2025)를 참고하라.
6) 지용근 외, 《한국교회 트렌드 2026》(규장, 2025), p. 27.
7) https://www.youtube.com/watch?v=YsthxVhE_jo
8) 〈목회와신학〉 2024년 4월호, 이색 목회 현장(26): “가난한 자가 없는 공동체: 낮은자리교회”
9) 〈목회와신학〉 2024년 8월호, 다음 세대와 연결하라(15): “한 생명을 품고자 그 삶으로 들어가 교육하다: 심플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