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정 지역의 먹거리 축제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역 축제는 매년 각 지역마다 비슷한 모양새였다. 지역 특산물 판매, 유명 가수 초대 공연, 의례적 개막식과 의전, 공무원 중심의 운영, 바가지 요금 등이 전형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수십만 명을 끌어들이는 도시 브랜드 행사가 되고 있다.

인구 13만 5천 명의 김천시에서 열린 김밥축제에 첫해(2024년) 10만 명, 두 번째 해 15만 명이 몰렸다. 대구 떡볶이페스티벌에는 2024년 13만 명, 2025년 33만 명이 모였고, 구미 라면축제에는 2024년 17만 명, 2025년 30만 명이 방문했다. 참여도가 해마다 급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들은 단순한 인기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오늘날 세대가 무엇을 원하고 소비하며 어떠한 경험을 더욱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보여 주는 사회문화적 지표로 이해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축제의 흥행을 분석하여 요즘 세대를 움직이게 하는 감수성과 소비 방식 등을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가 교회의 소통 방식과 방향에 어떤 통찰을 제공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김천시는 김밥천국, 김천 김밥축제 

김천 김밥축제는 도시 이름에 ‘김밥천국’이라는 새로운 의미와 정체성을 부여하면서 시작됐다. 2030세대에게 ‘김천’ 하면 생각나는 것이 김천시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김밥천국’이라는 조사결과는 지역 이미지 측면에서 웃픈(웃기고도 슬픈) 결과지만, 이는 강력한 스토리텔링 자원이 됐다. 일상적인 음식을 기반으로 이미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지닌 김밥천국에 도시 이야기를 결합하니 재미있는 콘셉트가 만들어졌다. 김밥과 아무 연관이 없었던 김천시는 도시 전체가 김밥천국이 되기로 했다. 이제 이 축제의 모토는 ‘김천시는 곧 김밥천국’이다.

김밥은 전 국민, 전 세대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특별할 게 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김천시는 이러한 김밥의 힘을 축제 관점에서 재해석해 가족 친화적이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행사로 확장했다. 지역 김밥, 전국 팔도 이색김밥, 스토리텔링 김밥 등 50여 종의 김밥을 준비해,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김밥을 먹기 위해 찾을 만한 매력을 만들었다. 또한 단순히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 게임과 SNS 인증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고 기록하며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기획했다. 

2024년 첫해에 김밥 재료가 빨리 소진되고 긴 대기 시간 및 교통난이 있었음에도 경험자들은 긍정적 평가 일색이었다. 전반적으로 신경 써서 준비한 흔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운영 구조를 개편해 지역상인회, 청년창업인 모임,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운영하고 준비하도록 했다. 또한 개막식에 의례적인 의전과 내빈 소개, 축사, 환영사 등의 관행적인 순서를 없애고, 전용 키오스크로 대기 시간을 줄였으며, 보다 여유 있는 체험을 위해 동선을 넓혔다. 여기에 뻥튀기 김밥 그릇과 골판지 테이블, 다회용기 대여 및 반납 시스템 등 친환경 아이디어 도입은 편리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환경을 고려하는 요즘 청년의 가치 소비 경향에 맞아떨어져 더욱 호감을 얻었다. 

대한민국 떡볶이의 수도, 대구 떡볶이페스티벌 

김천이 전혀 다른 맥락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면, 대구는 지역이 가진 역사적 자산을 현대적으로 발굴해 브랜딩에 성공한 케이스다. 대구 떡볶이페스티벌은 ‘왜 대구인가?’라는 질문에 역사적 근거를 제시했다. 역사적으로 6·25 한국전쟁 당시 대구역을 통해 밀가루가 전국으로 보급되면서 떡볶이 문화가 발달했다는 점과 대구에서 유명 떡볶이 체인점이 시작됐고 대구에 세계 최초 떡볶이 박물관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떡볶이의 성지(떡볶구)’라는 세계관을 형성했다.

이러한 떡볶이라는 콘셉트 아래 전국 참여형 축제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전국 29개 떡볶이 브랜드를 축제에 참여시켜 팔도의 유명 떡볶이 맛집을 모두 맛보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조선시대 궁중떡볶이, 퓨전 떡볶이, 분식집 떡볶이 등 다양한 스타일의 떡볶이를 선보여 한국 전체 떡볶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기획했다. 이러한 전략 덕에 대구 떡볶이페스티벌은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 잡으며 막대한 경제 효과(직접 경제효과 275억 원, 간접효과 500억 원)까지 창출했다.¹

라면을 대표하는 도시, 구미 라면축제 

과거 구미는 산업공단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러한 딱딱한 이미지를 벗겨 낸 것은 다름 아닌 ‘라면’이었다. 구미와 라면은 언뜻 생뚱맞은 조합처럼 보이지만, 이는 구미에 농심 구미공장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됐다. 1991년에 준공된 농심 구미공장이 국내 최대 라면 생산 공장이 되면서, 구미시는 축제를 통해 라면을 대표하는 도시로의 브랜딩에 나섰다. 

일반적인 지역 축제가 기업이 기관을 단순 후원하는 방식이었다면, 구미 라면축제는 기업이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축제를 홍보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하나의 사례로, 2025년 라면축제에서 농심은 수출 전용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기업이 지역 축제와 협력해 지역은 독창적 콘텐츠를 확보하고, 기업은 수익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며 지역-기업-참여자가 모두 윈-윈(win-win)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일상적으로 맛볼 수 없는 차별성 있는 라면들도 선보였다. ‘갓 튀긴 라면’, 세계에서 가장 긴 ‘475m 라면레스토랑’, ‘꿀배LA갈비짜장라면’ 등 이색적이고 다양한 라면 요리들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다양한 콘셉트의 지역 식당 메뉴를 판매하고, 더불어 라면 제조 과정, 라면 역사관 등 체험존과 전시존까지 구성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요즘 세대는 왜 지역 먹거리 축제에 열광하는가?

이제 지역 먹거리 축제들은 젊은 세대가 모이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집 근처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김밥, 떡볶이, 라면인데, 왜 청년들은 왕복 몇 시간의 교통 체증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역으로 향할까? 이러한 현상 이면에는 몇 가지 문화 코드가 작동한다. 

첫째, 단순하면서도 확장성 있는 공감대다. 월간중앙은 요즘 축제의 성공 요인이 단순함과 새로움에 있다고 분석했다.² 동일 기사에서 김천 김밥축제 담당 주무관은 기존의 보수적인 형식과 의전을 과감히 버리고 김밥이라는 본질에 집중해 관람객이 주인공인 축제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이라도, 본질에 집중하여 참신하고 차별성 있게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스토리텔링은 매우 유효한 도구일 수 있다. 그 방식은 김천시의 경우처럼 전혀 다른 것과의 조합을 시도하는 방식일 수도, 대구시나 구미시처럼 기존 역사와 문화, 산업 등의 자원을 새롭게 발굴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콘텐츠 제공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공감하고 매력을 느끼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뉴 로컬리티’(New Locality)와 현장성이다. ‘뉴 로컬리티’란 최근 청년들의 여행 트렌드로, 멀리 가지 않고도 짧고 알차게 지역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나주 배, 청송 사과와 같이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보다,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자체가 ‘뉴 로컬리티’가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만 켜면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현장 경험은 희소한 자산이다. 요즘 세대는 시간과 비용을 쉽게 투자하지 않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긴 줄을 서고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냄새를 맡고 그 순간을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인증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놀이로 삼는다.

셋째, 지금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적시성이다. 요즘 청년 세대는 부족한 게 별로 없는 세대다.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환경에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Z세대 트렌드 2026》는 2026년 청년 트렌드 중 하나로 ‘적시소비’를 꼽았다. 요즘 청년들은 지금이 아니면 사라질 순간을 쫓고,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지금 당장의 경험, 그 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분위기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지역 먹거리 축제는 2-3일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가성비 높고 밀도 있는 경험을 추구하는 청년들에게는 매력적인 문화다.

넷째, 기발한 아이디어의 구체적 실현과 상생 전략이다. 김천의 뻥튀기 그릇이나 구미의 갓 튀긴 라면처럼, 단순한 아이디어를 디테일이 살아 있는 현실로 구현해 방문객에게 확실한 만족감을 제공했다. 나아가 관 주도를 벗어나 기업의 기술력이나 지역 상인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결합해 지역의 맥락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었다.

다섯째, 공정성과 정직함에 대한 민감함이다. 정보 검색과 온라인 쇼핑에 능한 요즘 세대는 바가지 요금에 민감하다. 세 축제의 공통적인 성공 요인 중 하나는 투명하고 공정한 가격 정책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바가지를 썼다”는 불쾌한 경험 대신 “이 가격에 이 경험이면 괜찮다”는 만족감을 얻도록 했다. 김천 김밥축제의 경우, 주최 측에서 가격을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해 바가지 요금이 없도록 했고, 구미 라면축제 역시 구미시와 농심이 사전에 판매 가격을 조율해 과도한 가격 인상을 방지했다. 실제로 구미 축제에서 판매하는 모든 라면은 9000원이 넘지 않았다. 대구시는 의전, 개막식, 입점비까지 폐지해 바가지 요금이 형성되는 구조적 원인을 제거했다.

교회가 배워야 할 소통의 기술

지역 먹거리 축제의 변화는 일부 지자체의 행정 성공 사례에 그치지 않고 사람을 모으고 함께 즐기는 문화의 문법이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문화에서 교회는 소통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먼저, 핵심 메시지의 명료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직 본질에 집중했다는 김천시 주무관의 말처럼, 교회도 복잡함을 덜어내고 직관적이고 명료한 메시지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동시에 복음의 다채로움을 담아내고 확장할 방안 또한 고민해야 한다. 

둘째, 참여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직접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경험의 장을 요청한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교회도 예배를 비롯한 여러 사역에서 영적 생동감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현장, 공동체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 그 자리에서 복음의 의미를 깨닫도록 이끌어야 한다.

셋째, 투명성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관광지나 축제의 바가지 요금이 사람들의 발길을 돌아서게 하듯, 교회 안의 불투명성은 성도 이탈의 치명적인 원인일 수 있다. 신뢰를 잃으면 사람들의 발길은 끊긴다. 하지만 교회가 본질에 집중하고, 한 영혼을 위한 애정과 진정성, 경청과 변화에 열정을 보인다면 사람들의 마음은 열린다.

넷째, 정체성의 재발견이 요구된다. 김천, 대구, 구미가 기존의 지역 자원을 새롭게 해석했듯이, 교회도 지역적 맥락과 정체성을 성찰해야 한다. 지역의 요구와 아픔, 문화적 특징을 읽고 그에 맞게 사역과 비전을 구성하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나가는 글

세 축제의 공통점은 단순한 흥행이 아니라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감수성에 정밀하게 반응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발견되는 정직함, 신뢰, 현장성, 탈권위적 태도, 명쾌한 메시지, 상생 방식 등은 교회 소통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물론 교회가 세상 유행을 지나치게 쫓거나 일회성 축제 형식을 무조건 대입할 필요도,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그 현장에 모인 사람들의 내적 열망은 읽어 내야 한다. 사람들이 축제로 모여드는 이유는 그곳에 살아 있는 경험이 있고 이를 준비한 손길이 주는 감동과 즐거움이 있어서다. 교회가 복잡한 형식을 벗고 복음의 능력과 진실한 공동체의 기쁨을 회복할 때, 교회는 거룩한 영적 축제의 열기로 채워질 것이다. 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 만한 때다(고후 6:2)!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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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성덕, “33만 명 몰린 ‘대구 북구 떡볶이 페스티벌’ … 역대 최대 흥행,” 매일경제, 2025년 11월 11일자.
2)    박가남, “김천 김밥축제부터 빵지순례까지, 단순함과 새로움이 최고의 콘셉트!,” 월간중앙, 2025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