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종성, 링 밖으로 나오다
이종격투기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1980년대에는 입식타격에서 복싱이 격투기의 대세를 이뤘다. 복싱에서는 글러브를 낀 채 벨트 아래를 가격하지 않고, 오로지 두 주먹으로 상대를 공격했다. 지치면 상대를 껴안고, 다운되면 심판이 열을 세기 전까지 호흡을 고르며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종격투기에서는 이제 이런 장면을 볼 수 없다.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공격하고, 쓰러진 선수에게도 달려들어 타격을 이어간다. 신체의 모든 부분을 동원해 싸운다. 그 결과 쓰러진 선수는 거의 기절하거나 완전히 의식을 잃는다. 그래서인지 이종격투기 헤비급에서는 경기의 격렬함과 치열함 때문에 단 한 명만이 챔피언으로서 세 번 연속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최근 대중문화를 보면, 마치 링 밖으로 나온 이종격투기와 같다.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매체에서만 대중을 만나지 않는다. 대중과 접점을 이루고 감동을 위해 이전의 형식과 접근법만 고수하지 않는다. 장르를 비틀고 혼종하며, TV를 넘어 스마트폰으로, 롱폼에서 쇼츠로, 유튜브가 지상파로 매체를 가리지 않고 대중을 만난다. 이제는 경계가 무너지고, 모든 것이 섞이는 혼종성(hybridity)의 시대가 열렸다.
혼종성의 정점 〈케이팝 데몬 헌터스〉
최근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며 넷플릭스 영화 사상 최고의 시청 기록을 세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OST의 다수 곡이 빌보드 상위권에 오르며 대중문화 혼종성의 정점에 선 작품이다. 조선 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악귀 ‘귀마’를 막아 내던 3인의 여성 헌터가 21세기에 들어서는 K-pop 걸그룹 ‘헌트릭스’가 돼 그 역할을 이어간다. 귀마 역시 남성 아이돌 밴드 ‘사자 보이스’를 앞세워 사람들의 영혼을 유혹한다. 결국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