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성원으로서 개인은 직업을 통해 자신의 달란트를 사용하고, 경제적 필요를 충족한다. 나이가 들고 은퇴를 하는 경우 일반 기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제도를 통해 은퇴 이후의 노후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반면, 목회자의 경우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국민연금을 납부하지만 금액이 소액이고, 교단 연금에 가입할 수도 있으나 교단연금은 법정 기구가 아니므로 사적연금으로 분류되며, 세제 혜택 역시 불안정하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 조건이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목회자의 은퇴 후 노후 자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안할 수 없다. 목회자의 노후 문제는 개인의 책임을 넘어 교회 공동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장기적인 과제다.
공적 구조에서의 목회자 노후 대책
1. 국민연금
공적 구조하에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로 국민연금을 들 수 있다. 국민연금 제도는 매월 일정액의 소득이 발생하는 근로소득자 또는 종교인소득자는 소득에 비례한 금액을 매월 국민연금으로 납부하고, 노령, 장애, 사망 등 사회적 위험 발생 시 그동안 납부한 국민연금을 기반으로 노령연금을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 소득이 단절되는 노후 생활의 중요한 재원으로 역할한다.
교회가 목회자의 급여
1를 지급하면서 원천징수한 소득세 등을 납부하는 경우 ‘직장가입자’로 분류되며, 직장가입자는 기준 소득월액의 9%를 교회와 목회자가 각각 반반 부담해 국민연금으로 납부한다.
교회가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목회자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하는 지역가입자로 분류되며, 지역가입자인 목회자는 기준소득월액
2의 9% 전액을 본인이 납부한다.
2018년부터 종교인 소득세가 기타소득 항목으로 분류되면서, 목회자의 소득 신고 절차가 세법에 명확히 규정됐다. 이에 따라 모든 목회자가 근로소득 또는 종교인소득으로 연간 소득을 신고하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도 의무적으로 가입하면서 목회자들도 공적 사회보험 체계 안으로 들어왔다.
직장가입자로 분류될 경우, 교회는 목회자가 납부하는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추가로 부담한다. 이때 교회가 부담한 국민연금은 비과세 소득으로 간주돼 소득세도 부과되지 않으며, 이는 실질적으로 100% 수익률을 가진 저축과 같다.
따라서, 교회는 소속 목회자들을 국민연금에 직장 가입자로 가입시키고, 매월 사용자(교회) 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목회자가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필요한 절차다.
다만, 국민연금연구원이 연구 발표한 〈성직자 노후보장 실태와 국민연금가입 제고 방안〉
3에 따르면 종교인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높은 비중으로 경제적 원인이 열거되고 있다. 경제적 이유가 목회자의 연금 미납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목회자들에게 노후 보장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금제도가 있음에도, 당장의 부족한 경제적 여유 때문에 가입조차 못 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매월 일정액을 연금으로 불입하는 것이 미래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경감시킬 수 있는 대안이다.
2. 퇴직연금
사회보험과는 별도로, 근로자가 퇴직할 때 지급되는 퇴직금은 소득이 끊어지는 기간 동안 생활을 유지하도록 마련된 제도였다. 그러나 중간중간 단속적으로 수령하는 방식의 퇴직금은 일을 할 수 없는 시기의 노후 대책으로는 미흡했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퇴직 이후 새로운 급여소득이 발생하기까지의 경과 기간에 대해서는 고용보험의 실업수당으로 소득 단절을 보완하고, 일을 할 수 없는 노후를 위한 대비용으로는 중도 퇴사의 경우에도 일정한 나이까지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지급을 유보했다가 퇴직이후 만 55세 이후부터 연금으로 지급하는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1) 퇴직급여제도의 종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한 퇴직급여제도로는 ‘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와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등이 있다.
확정급여형(DB, Defined Benefit Plan)제도는 퇴직 시 받을 급여 수준이 사전에 확정된 제도를 말하며, 교회의 책임으로 적립한 퇴직자금을 운용한다. 교회가 퇴직금을 운용할 책임을 부담하므로 적립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등의 수익을 교회가 수령하지만 운용을 잘못해 손실이 발생하면 교회가 추가로 자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으며, 미래에 목회자가 수령할 퇴직금 규모를 미리 정하므로 목회자 입장에서는 퇴직금 수령의 안정성이 높다.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 Plan)제도는 교회가 목회자 개인별 계좌에 일정 금액(연간 급여 총액의 1/12 이상)을 적립하고, 목회자가 해당 계좌금액의 운용을 직접 지시한다. 교회 입장에서는 매년 단위로 퇴직금을 정산하여 지급하는 관점과 동일하며, 목회자는 인출하지는 못하지만 본인 이름으로 적립된 금액을 본인의 책임으로 직접 운용 지시를 하고 해당 운용성과에 따라 미래에 수령하는 퇴직급여가 증가 또는 감소할 수 있다.
2) 퇴직연금 가입 대상
퇴직연금제도는 퇴직금 지급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한 퇴직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므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의무적 가입 여부를 판단한다.
담임목회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며, 퇴직연금에도 의무적으로 가입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근로기준법 강행 법규와는 별도로 교회가 자발적으로 목회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교회가 지급하기로 결정하면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부목회자가 담임목회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는 경우 근로자로 보아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판시한 대법원 판례
4에 비추어 부목회자는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되며, 또한 퇴직연금 가입대상이 된다. 따라서 교회는 매월 급여로 지급하는 금액 또는 연간 지급한 급여 금액의 1/12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연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다만, 교회의 상시 사역자 인원이 5인이 안 되는 경우는 교회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퇴직급여 규정 적용 대상이 의무적 지급 대상은 아니고, 교회의 자발적인 결정으로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3) 퇴직연금 적립액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규정에 따라 계산한 ‘계속 근무한 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 임금’을 지급할 퇴직금의 최저한 금액으로 적립해야 한다.
사적 구조에서의 목회자 노후 대책
교단 연금은 법률에 근거한 제도가 아니므로 사적 연금으로 분류된다. 사적 구조에서의 노후 대책으로는 교단연금에 가입하는 방법과 개인적으로 민간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1. 수익률
금융자산의 미래 가치는 물가 인상률에 비례해서 자연 증가하므로 자산의 실질 가치가 감소하지 않고 증가하도록 금융자산 운용사들은 다양한 금융기법을 사용해 자산을 운용한다. 금융회사들은 조금이라도 많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을 만들고 고객이 가입하도록 광고하고 유치한다. 이것이 일반 금융시장과 금융상품의 모습이다.
‘수익률’과 ‘위험’의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형성되는 차익거래(arbitrage) 특성상 비정상적인 투기 자본을 제외하고는 일반 금융시장에서, 위험에 대한 포트폴리오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특정 금융상품이 다른 상품에 비해 월등한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개인이 매월 일정액을 적금으로 불입하거나 수익형 펀드에 가입하는 일반 금융상품과 비교할 때 교단연금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월등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2. 교단연금과 일반연금 상품과의 차이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많이 불입하면 노후에 많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고, 적게 불입하면 적게 수령한다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 금융상품 구조 형성 과정에 철저하게 지켜진다. 따라서 교단연금이 일반 금융상품과 동일한 관점에서 운용되는 것이라면 교단연금이라는 구별된 상품구조를 유지할 실익이 없다.
3. 은급재단
교단별로 운영하던 교단연금을 은급재단으로 칭하다가 현재는 은급재단, 연금재단, 공제회, 복지회 등 표현 방식이 다양해졌다. 대가 없이 수령하는 은혜로운 급여라는 관점에서의 시작한 ‘은급’(恩給)이라는 용어는 은급의 가치는 사라지고, 용어만 은급재단으로 사용하거나 아니면 용어 자체에서도 은혜로운 급여라는 정신이 사라졌다.
은급재단의 기본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에 은급구조로 지급하는 은혜로운 급여 개념은 약화되고 수익자부담 원칙의 연금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 논리에서 손실이 나는 경우 가장 빠른 문제 해결책은 수익을 증가시키고 비용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연금 기금이 고갈되고 향후 지급할 연금수혜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용이한 해결책은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가입자인 목회자의 부담금을 늘리고 미래 예상되는 연금 지출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이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으로 제시됐지만 은급재단의 운영원칙이 은급제도가 성서적 배경으로 언급하는 “믿는 사람마다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며…”(행 2:44-45)라는 말씀의 정신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일반 사회의 건강보험제도는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부담하지만, 의료 혜택은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제공된다. 그렇다면 교회의 제도 안에서 건강보험제도와 같이, 마게도냐 교회와 같이 넉넉한 자가 부족한 자를 채워 주는 제도가 있는가?
자본주의적 경제 논리가 아닌 사랑의 연보 정신으로 운영되는 은급재단이 되게 하는 것은 약한 자의 부족함을 서로가 함께 감당하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도록 기도하는 주기도문이 우리를 통해 성취되는 것이다.
나가는 글
목회자의 노후자금을 지역 교회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구조는 교회의 재정 상태에 따라 목회자의 급여가 책정되고, 책정된 급여 금액을 기준으로 부담하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체계에서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해결할 수가 없다.
지역 교회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방식은 목회자의 노후를 준비하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해결방안은 마게도냐 교회가 실천한 연보 정신처럼, 서로의 넉넉함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은혜의 나눔이 구현될 때 가능하다. 그때 하나님은 각 교회를 통하여 목회자들의 노후의 필요들을 예비하실 것이다.
註
1) 목회자가 수령하는 금전을 사례비, 신수비, 생활비 등 교회 내에서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본고에서는 매월 일정한 금전을 지급받는다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급여’로 지칭한다.
2) 지역가입자의 기준소득월액 계산시 재산 현황, 자동차 보유 여부 등을 고려한 추정소득 점수를 활용해 기준소득월액을 산정한다.
3) 유희원·한신실, 〈성직자 노후보장 실태와 국민연금가입 제고 방안〉(국민연금연구원, 2016).
4) 담임목사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는 경우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로 판단함(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도742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