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설교의 어려움

시편은 설교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본문이지만 동시에 가장 난해한 성경이다. 이 고대 히브리 시 모음집에는 개인의 고백과 공동체의 예배, 다윗의 일대기와 이스라엘의 역사, 탄식과 찬양이 한데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편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기도이자 노래이며, 문화적 기억의 저장소다.¹ 시편은 읽는 이로 하여금 단순한 시적 감흥을 넘어 삶과 신앙의 진폭을 체험하게 한다.

시편이 시상을 전개해 가는 방식도 단순하지가 않다. 메시아 사상, 하나님 나라, 언약 신학과 같은 굵직한 구약 신학의 주요 주제들은 지혜 사상, 선악의 이중주, 일상의 신학과 어우러져 150편의 다채로운 변주를 이룬다. 고도로 함축적인 히브리 시어는 이 모두를 용광로처럼 담아내는 적절한 도구다. 

아이러니하게도 시편 설교가 갖는 어려움은 바로 이러한 풍성함 때문이다. 시적 함축과 신학적 깊이, 개인적 정서와 공동체적 맥락이 중첩돼 있어, 설교자는 어느 한 층위에만 머물 수 없는 것이다. 

현대 목회 상황은 시편 설교자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더욱 복잡하게 한다. 첫째, 성도들의 짧아진 집중력과 즉석 감정 소비문화 속에서 시편의 깊이 있는 정서와 신학적 성찰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다. 둘째, SNS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에게 고대 히브리 시의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번역하고 소통할 것인가의 과제다. 셋째, 극도로 개인화된 문화 속에서 공동체적 기억과 집단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 시편의 ‘우리’ 의식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의 도전이다.

그러므로 시편 당대의 ‘삶의 정황’을 ‘설교’의 해석학적 통로를 거쳐 우리 시대의 ‘삶의 현존’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꽤 복잡한 해석의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궁켈,² 모빙켈³을 위시해 윌슨⁴ 로버트슨⁵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시편에 헌신한 연구자들에게 빚지고 있다.

구약의 내러티브 본문들은 신앙 영웅들의 일대기를 주요 사건 위주로 포착하는 반면(마치 인스타그램처럼), 시편은 이 카메라가 미처 담지 못했던 소소한 일상에 주목한다. 때론 날 것 같아 보이는 신앙의 밑바닥까지, 시편 안에서는 여실히 드러난다. 

시편 설교의 묘미는 바로 이러한 ‘일상성’이다. 말갛게 드러나는 감정선들, 원수로 인한 고통, 외로워하고 아파하는 곡소리, 메시아 왕에 대한 소망, 함께 웃고 떠드는 찬양의 목소리, 이 모두가 시편의 언어다. 시편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신앙의 역동성을 그대로 닮아 있다. 시편 설교의 미덕은 일차적으로는 바로 이러한 친밀성을 길러내는 것이다.

전통적인 시편 설교는 개별 시편의 정서와 언어에 집중해 설교 메시지를 구성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시편을 다시 설교하려는 설교자는 더 넓은 관점, 곧 시편이 문학적으로 편집된 ‘하나의 시집’이라는 점에서 시편을 조망할 필요가 있다. 탈무드(b. Sotah 48a)에는 시편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알 타피후 에트 하야샨, “오래된 것을 깨우지 말라”).⁶ 이는 시편의 구전 전통이나 배열을 논의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이는 시편의 전승된 순서와 그 배열 자체가 경외 대상이라는 오래된 히브리적 관점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하는 랍비조차도 시편의 5권 체계가 토라, 즉 모세오경과 병행하는 신학적 배열임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이는 시편이 단순한 시집이 아니라 의도된 구성체라는 뜻이며, 시편이 토라와 병행하는 권위 있는 신학서로 기능했음을 인식했다는 방증이다. 윌슨 이래로 약 반 세기 동안 시편 학자들은 시편의 배열이 갖는 신학적 의미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고, 이러한 학문적 업적은 시편에 대한 우리 이해의 지평을 넓혀 주었다.⁷

시편의 배열이 갖는 신학적 의미

문학이론가 하르샤브는 텍스트의 의미가 단일한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언어 시스템, 문학 시스템, 문화 시스템의 교차점에서 생성된다고 주장했다.⁸ 그는 특히 ‘동시적 이질성’(simultaneous heterogeneity)이라는 개념을 통해 하나의 시 안에도 여러 층위의 언어와 정서, 문화가 공존한다고 봤다. 이 관점은 시편 해석에 깊은 통찰을 준다. 시편 한 편 한 편은 자율적인 시로 기능하지만, 그것이 시편집 안에 놓일 때 문맥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 생성의 역학을 하르샤브는 보다 정교하게 설명한다. 

하르샤브는 독자가 텍스트를 이해할 때, 단지 언어적 구조나 정서적 인상만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텍스트가 놓인 문맥, 즉 사회적, 역사적, 문학적 환경 전체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를 파악한다고 보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형식들이 사회적 세계 전체를 관통하며 그 밑에서 평행한 실을 엮어 간다”는 것이다. 이 관점을 시편에 적용해 보자면, 시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면서도, 시편집이라는 ‘책’의 맥락 안에서, 각 시의 삶의 정황 속에서, 시편 편집자들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복합적으로 해석돼야 함을 시사한다. 하르샤브의 시학은 시편 해석자에게 개별 시편의 미시적 깊이와 전체 시편집의 거시적 구조를 함께 감각하도록 요청한다.

문학사적으로 볼 때, 연작시는 시편의 구조와 유사한 의미 생산 방식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시인 두보는 전란과 유랑의 고통 속에서 수많은 연작시를 남겼으며, 그 시들은 단일한 정서에 머물지 않고 역사적, 개인적, 사상적 여정을 드러낸다. 한국의 시조 역시 계절의 변화나 인생의 흐름을 따라 배치되는 연작 시조를 통해 보다 입체적인 시적 세계를 형성한다. 

시편 역시 이러한 연작시적 특성을 지닌다. 가장 선명하고 대표적인 연작시는 시편 120-134편의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일 것이다. 이 시편들은 공동체의 예배적 여정을 담아내는 순례의 시로,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 구조를 가진다. 또한 다윗의 고백시들이 연속적으로 배치된 시편 50-70편 사이에는 죄, 고난, 기도, 구원이라는 회개의 서정시적 순환이 반복된다. 설교자는 이러한 연작 구조를 해석하고 드러냄으로써, 성도들이 시편 각각을 개인적 기도와 함께 공동체적 흐름 속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인도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시편은 언어적으로 완결된 시로 존재하지만, 시편집이라는 편집된 구조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이러한 구조적 배열이 그려 내는 신학적 상상력은 어떻게 보면 시편 전체를 꿰뚫는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편 1편과 2편이 나란히 놓여 율법과 왕권, 곧 ‘하나님의 말씀이 다스리는 나라’라는 틀로 시편 전체를 규정한다. 시편 22편의 탄식(“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은 23편의 고백과 나란히 놓임으로써 고난과 회복, 침묵과 임재라는 신학적 리듬을 형성한다. 24편까지 확장해서 본다면, 22편의 극도의 고난에서 시작하여 23편의 목자의 돌보심을 거쳐 24편의 영광의 왕 찬양에 이르는 ‘고난-돌보심-영광’의 삼부작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배치는 개별 시편을 넘어서는 신학적 서사를 형성한다. 

시편 4권(90-106편)의 구조도 흥미롭다. 가장자리에는 출애굽을 회상하는 시편들이 놓이고, 그 중앙에는 ‘여호와께서 다스리신다’는 선언이 반복되는 ‘야훼 말라크(YHWH malak)’ 시편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배열은 이스라엘의 해방과 회복이라는 서사 위에 하나님의 보좌와 통치를 중심축으로 삼은 편집적 통찰을 드러낸다. 히브리 알파벳을 따라 조직된 가장 긴 시인 시편 119편은 5권의 중앙에 놓여, 율법의 완전성과 삶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중심이 되는 구도를 형성한다. 

이러한 편집 구조를 더욱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랜트의 제왕시(Royal Psalms)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⁹ 그는 시편 2, 18, 20, 21, 45, 72, 89, 101, 110, 132편으로 이루어진 제왕시들이 시편집 전체에 어떻게 전략적으로 배치돼 있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1권에서 다윗 왕조의 확립을 노래하던 제왕시들이 2권에서는 성전과 시온 중심의 왕권 신학으로 발전하고, 3권의 89편에서 언약의 위기로 절정에 달한 후, 4-5권에서는 메시아적 소망과 종말론적 왕권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시적 배치가 아니라 다윗 언약의 신학적 발전사를 보여 주는 치밀한 편집 의도를 드러낸다.

시편 끝자락에 배치된 시편 146-150편은 할렐루야로 시작하고 끝나는 종말론적 찬양의 절정이다. 시편의 마지막 5편이 모두 같은 형식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은 시편 전체가 고난을 지나 찬양으로 나아가는 신학적 여정을 보여 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편은 삶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하나님의 보좌 앞에 이르는 전 우주적인 찬양의 여정이며, 설교자는 이 구조적 리듬을 감각하며 개별 시편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다섯 권의 신학

현대의 시편 설교자들이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시편 각 권이 고유한 신학적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시편 모음집이 5권으로 나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모세오경을 떠올리게 하는 바, 시편 자체가 율법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일종의 신앙 고백서로 기획됐음을 시사한다. 각 권 마지막에 위치한 송영들(41:13, 72:18-19, 89:52, 106:48, 150편 전체)은 각 권이 독립적인 신학적 단위임을 보여 주는 편집적 장치다.

1.     윌슨의 연구
20세기 후반 시편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윌슨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유사한 고대근동 문헌들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시편 각 권의 종결부에 위치한 송영의 역할을 고찰했다. 그 결과 시편은 단순한 시 모음이 아니라 편집적, 신학적 목적에 따라 배열된 책이라는 것이 설득력 있게 제시됐다. 윌슨의 가장 중요한 기여는 시편 1편과 2편이 전체 시편의 서문 역할을 하며, 제3권의 마지막 시인 89편 이후의 구조가 공동체의 고난과 구원의 소망이 교차하는 방향으로 배열돼 있다는 점을 선구자적으로 관찰한 것이다. 특히 그는 시편 89편의 절망적 탄식이 4권의 시작인 90편(모세의 기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5권의 회복과 찬양으로 이어지는지를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각 권의 신학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권(1-41편)은 ‘개인 경건의 신학’을 중심으로 한다. 시편 1편의 토라 중심성과 다윗적 경건이 결합돼, 말씀 묵상과 개인적 신앙 실천이 핵심 주제가 된다. 2권(42-72편)은 ‘성전 신학과 시온 전통’이 주축을 이룬다. 특히 42-49편의 고라 자손 시편들은 성전에 대한 그리움과 공동체 예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3권(73-89편)은 ‘위기 신학과 지혜의 통합’을 보여 준다. 73편의 의인의 고난 문제에서 시작해 89편의 다윗 언약 위기로 마무리되는 이 권은 신앙의 회의와 재확신의 과정을 다룬다. 4권(90-106편)은 ‘야훼 말라크 신학과 출애굽 기억의 재활성화’가 특징이다. 모세의 기도(90편)로 시작해 하나님의 영원한 통치를 선언하는 93-99편을 거쳐 출애굽의 구원사를 회상하는 구조다. 5권(107-150편)은 ‘종말론적 찬양과 할렐루야 신학’으로 절정을 이룬다. 회복의 감사(107편)에서 시작해 메시아적 소망(110편)을 거쳐 최종적인 우주적 찬양(146-150편)으로 마무리된다.

2.     다섯 권의 신학 연구 동향
이후 많은 학자가 이 관점을 발전시켰다. 터커의 “가난한 자의 신학”(Theology of the Poor) 연구는 시편 해석에 새로운 차원을 제공했다.¹⁰ 터커는 시편에서 ‘고난 받는 자’(‘ani, 아니), ‘가난한 자’(‘ebyon, 에브욘), ‘비천한 자’(dal, 달) 등의 용어가 단순한 경제적 빈곤을 넘어 영적, 사회적 소외를 의미하는 방식을 분석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1-3권에서 개인적 고난과 억압으로 표현되던 ‘가난한 자’의 모티프가 4-5권에서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주요 수혜자이자 공동체적 회복의 주체로 전환된다. 이는 단순히 사회경제적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께 의존하는 신앙적 자세를 나타내는 신학적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 목회에서 사회정의와 영성을 통합하는 시편 설교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드클레세-월포드는 시편에 나타나는 공동체적 기억과 개인적 고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탐구했다.¹¹ 맥칸은 시편의 사회 정의적 차원을 강조하며, 각 권이 보여 주는 하나님의 정의와 자비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를 분석했다.¹² 테이트는 지혜문학과 시편의 관계에 주목하며, 특히 1권과 5권에 나타나는 지혜신학적 틀이 전체 시편을 해석하는 열쇠가 됨을 강조했다.¹³ 이들은 공통적으로 시편 5권 각각이 고유한 구조와 신학적 주제를 가지며, 전체 시편이 이스라엘 공동체의 역사적 신앙고백으로 재해석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로버트슨은 시편을 구속사 전체의 흐름 속에서 읽는 신학적 접근을 제시함으로써, 시편이 단지 정서적 고백이 아닌 언약과 메시아의 서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시편 1편과 2편을 시편집 전체를 여는 신학적 관문으로 보았으며, 1편의 “복 있는 사람”과 2편의 “기름 부음 받은 자”가 어떻게 기독론적 해석의 단초를 제공하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그의 관점에서 시편 5권의 구조는 하나님의 나라와 메시아의 통치로 이어지는 신학적 여정이다. 특히 그는 시편 2편, 72편, 110편으로 이어지는 왕적 시편들이 어떻게 각 권을 관통하는 메시아적 소망을 형성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신약의 그리스도 이해와 연결되는지를 구속사적으로 해석했다. 이러한 구속사적 시각은 시편 설교자에게 시편 전체를 ‘하나님의 백성을 위한 신학적 찬송’으로 선포하게 하는 중요한 렌즈가 된다.

3.    다섯 권의 신학이 주는 설교적 통찰
이러한 편집 구조에 대한 이해는 설교자에게 다음과 같은 통찰을 제공한다. 첫째, 시편은 단순히 정서적 반응이 아니라 구속사 안에서의 고백이다. 각 시편은 그것이 속한 각 권의 신학적 맥락 안에서 읽힐 때 더 깊은 의미를 드러낸다. 둘째, 시편의 배열은 ‘하나님 나라’를 노래하는 공동체적 신학의 흐름을 반영한다. 개인의 기도가 공동체의 예배가 되고, 현재의 고난이 종말론적 소망과 연결되는 것이다. 셋째, 특정 시편은 전체 흐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예를 들어 시편 23편을 단독으로 읽을 때보다 22편의 고난 이후, 24편의 영광의 왕 찬양 이전에 위치한 목자의 노래로 함께 읽을 때 그 의미는 더욱 풍성해진다.

설교자를 위한 실천적 제안

시편을 연구하는 설교자에게 두 가지 접근 방법을 모두 사용하기를 권한다. 이는 마치 현미경과 망원경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과 같다. 하나는 텍스트 내부의 미시적 세계에 집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텍스트가 놓인 거시적 맥락에 주목하는 것이다.

1.    텍스트 내부의 세계
첫 번째 방법은 한 편의 시편을 하나의 완결된 예술 작품으로 대하는 접근이다. 설교자는 시의 구조, 장르, 시어, 정서, 비유, 반복, 대조, 평행법, 점층법 등을 통해 단일 시편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연구한다. 여기서 설교자는 시인이자 목자가 된다. 

예를 들어 시편 13편을 설교한다면, 이 짧은 탄식시의 구조적 아름다움에 주목해야 한다. “언제까지”(ad-matay)라는 질문이 네 번 반복되면서 절망이 점층적으로 깊어지다가, 5절에서 갑작스럽게 “나는 주의 인자하심을 의뢰하였사오니”라는 신뢰 고백으로 전환되는 극적 구조를 보여 준다. 이 전환은 문학적으로도, 신학적으로도 놀라운 순간이다. 설교자는 이 순간을 성도들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시편의 언어 자체가 갖는 힘을 충분히 연구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의 구체적 예를 시편 13편 설교 개요로 보여 주면 다음과 같다.

 도입: “언제까지”라는 질문의 현대적 의미(팬데믹, 실업, 질병 등의 상황)
 본문 분석: 네 개의 “언제까지” 질문의 점층적 구조(하나님의 침묵 → 개인적 고통 → 원수의 승리 → 죽음의 위협)
 전환점: 5절의 갑작스러운 “그러나 나는”(베아니)의 문학적, 신학적 의미
 적용: 절망에서 신뢰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 신앙의 역동성
 결론: 탄식에서 찬양으로

또한 시편의 은유와 상징들을 현대적 언어로 번역하는 일도 중요하다. 시편 121편의 “산”이 단순히 지형적 높이가 아니라 위험과 도전의 상징임을, 시편 1편의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라 말씀 중심적 삶의 견고함을 나타내는 은유임을 성도들이 감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편의 시편을 ‘기도로서의 시’, ‘고백으로서의 노래’로 다루며, 성도들이 그 시편을 통해 자신의 영적 상태를 점검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2.    텍스트의 자리에 주목하는 전략
이 전략은 한 편의 시편을 더 큰 맥락, 즉 앞뒤 시편과의 연결, 시편집 전체에서의 위치, 구속사적 흐름 속에서 해석하는 접근이다. 여기서 설교자는 해설자이자 안내자가 된다. 예를 들어 시편 51편(다윗의 회개시)을 설교할 때, 이 시편이 단순히 개인적 참회가 아니라 2권의 다윗 관련 시편들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시편 51편은 밧세바 사건이라는 구체적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동시에 시편 50편(하나님의 심판)과 52편(악인의 멸망) 사이에 위치함으로써 개인적 죄책감을 넘어 공동체적 회개의 원형을 제시한다. 앞서 살펴본 시편 22-24편을 메시아에 대한 예언으로 이해하면서 연작 설교 시리즈로 다룬다면 다음과 같이 구성해 볼 수 있다.

시리즈 제목: 고난에서 영광으로
 1주차(시편 22편): “버림받은 자의 절규” - 메시아적 고난의 예언과 현실
 2주차(시편 23편): “목자의 돌보심” - 목자로 임하시는 메시아
 3주차(시편 24편): “영광의 왕을 맞이하라” - 고난 이후의 승리와 찬양
 종합 설교: “십자가에서 부활로” - 그리스도의 구속사적 여정

설교자는 성도들에게 시편을 따라 걷는 여정을 제공하며, 개별 시편의 정서적 깊이와 함께 전체 시편이 그려내는 신앙의 지도를 보여 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성도들은 자신의 현재 상황이 신앙의 여정에서 어느 지점에 해당하는지를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이 두 전략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시편 설교는 한 편의 시가 갖는 고유한 아름다움과 메시지를 충분히 드러내면서도, 그것이 전체 시편 속에서 갖는 위치와 의미를 함께 조명해야 한다. 설교자는 시편을 통해 성도의 내면과 공동체의 기억,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서사를 함께 풀어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시편 설교가 지닌 중요한 소명이다.

나가며

시편은 단지 과거 이스라엘의 노래가 아니다.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들이 하나님의 구속사 안에서 자신을 해석하고, 삶의 고통과 희망, 감사와 회개를 고백할 수 있도록 돕는 영적 자산이다. 현대사회의 파편화된 개인주의와 즉흥적 감정주의 속에서, 시편은 개인의 정서를 공동체의 기억과 연결시키고, 현재의 경험을 구속사의 더 큰 서사 안에서 해석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삶에 이르기 위해, 시편은 우리 일상에 영적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이러한 다차원적 성격이야말로 시편이 수천 년 동안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사랑받아 온 이유다.

현대 목회 상황에서 시편 설교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팬데믹 같은 집단적 트라우마를 경험한 세대에게, 시편은 고난을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절망에 머물지 않는 신앙의 언어를 제공한다. 개인적 성공과 행복을 추구하는 문화 속에서, 시편은 공동체적 정의와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회복시킨다. 시편 설교자는 단순히 본문을 설명하는 해석자가 아니라, 성도들과 함께 시편의 세계를 걸어가는 순례자다. 때로는 탄식의 골짜기에서 함께 울고, 때로는 찬양의 산봉우리에서 함께 노래하며, 성도들이 신앙의 전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편 한 편 한 편이 갖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충분히 드러내면서도, 그것이 전체 시편과 구속사 안에서 갖는 위치와 의미를 함께 조명하는 설교. 성도들의 개인적 경험을 하나님의 더 큰 이야기 안에서 해석하게 하고, 현재의 삶을 영원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설교를 지향하라. 이러한 시편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의 시’에서 시작해 ‘하나의 책’ 전체를 품게 되고, 나아가 하나님의 구속 역사 전체를 자신의 삶의 맥락 안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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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alter Brueggemann, The Message of the Psalms (Augsburg, 1984); Eugene Peterson, Answering God: The Psalms as Tools for Prayer (HarperOne, 1989); 김영봉, 《시편의 사람: 시편 1?150편 해설과 묵상》(IVP, 2024).
2) Hermann Gunkel, The Psalms: A Form-Critical Introduction, trans. Thomas M. Horner (Fortress Press, 1967).
3) Sigmund Mowinckel, The Psalms in Israel’s Worship, trans. D. R. Ap-Thomas (Abingdon Press, 1962).
4) Gerald H. Wilson, The Editing of the Hebrew Psalter (Scholars Press, 1985).
5) O. Palmer Robertson, The Flow of the Psalms: Discovering Their Structure and Theology (P&R Publishing, 2015). 한국어판: 팔머 로버트슨, 《시편의 흐름》, 김헌수·양태진 옮김(성약출판사, 2019).
6) Babylonian Talmud, Sotah 48a. 정확한 번역과 해석에 대해서는 Jacob Neusner, The Babylonian Talmud: A Translation and Commentary (Hendrickson Publishers, 2011) 참조.
7) Wilson, The Editing of the Hebrew Psalter, pp. 1-15. 윌슨은 특히 고대 근동의 문학 편집 관례와 비교하여 시편의 편집 원리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8) Benjamin Harshav, “The Structure of Meaning in Literary Texts,” Poetics Today 1 (1/2) (1979), pp. 1-21; idem, The Meaning of Yiddish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0), pp. 15-45; idem, Explorations in Poetics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7), pp. 13?17. 하르샤브의 ‘동시적 이질성’ 이론은 현대 문학 해석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이다.
9) Jamie A. Grant, The King as Exemplar: The Function of Deuteronomy’s Kingship Law in the Shaping of the Book of Psalms (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2004).
10) Dennis Tucker Jr., The Reign of Yahweh and the Theology of the Poor in the Final Shape of the Psalter (Ph.D. diss., 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1997).
11) Nancy L. deClaisse-Walford, Reading from the Beginning: The Shaping of the Hebrew Psalter (Mercer University Press, 1997).
12) Clinton McCann Jr., A Theological Introduction to the Book of Psalms (Abingdon Press, 1993).
13) Marvin E. Tate, Psalms 51-100 (WBC; Word Books,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