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척 트렌드’라는 말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교회를 개척하는 방법의 트렌드, 교회당의 구조를 포함한 교회 외형의 트렌드, 교회 개척자의 신학이나 철학의 트렌드, 그리고 개척한 교회가 세상에서 존재하는 양식의 트렌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주제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모든 측면을 포괄하여 교회 개척 트렌드에 접근하고자 한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점은 “복음 그 자체는 변할 수 없지만, 그 변할 수 없는 복음을 담는 그릇은 언제나 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복음은 복음을 담는 그릇을 필요로 한다. 그릇 없이는 복음이 전파될 수 없다. 비록 비본질적 요소지만, 복음을 담는 그릇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릇의 변화가 내용을 변질시킬 위험성은 항상 있지만 그릇이 바뀌지 않아 야기되는 위험성보다는 훨씬 적다고 믿는다. 그 그릇이 무엇인가? 그릇은 사람이고, 구조고, 전략이고, 현장이고, 형태다. 트렌드는 그 그릇의 변화 추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교회 개척 트렌드라 함은 시대에 따라 변해 온 교회 개척 ‘론’(論)과 ‘술’(術)을 가리키는 말이다. 

교회 개척 트렌드는 시대마다, 문화권마다, 지역마다 달랐다. 교회 개척은 “그들의 교회”를 세우는 것이기에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와 문화와 지역에 통용될 수 있어야만 하는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서구 교회의 교회 개척 트렌드

서구 교회의 흐름을 크게 나눠서 접근해 보자. 서구 교회의 흐름을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프리 크리스텐덤 시대(주님 승천-313년)의 그리스도인들은 소수자, 소외자, 박해받는 자였으며, 세상의 변방으로 밀려난 나그네의 처지였다. 이 당시 교회는 그저 살아 내기 위해 몸부림쳤던 기간이다. 당연히 교회는 가시적일 수 없었다. 이때의 교회 개척 트렌드는 지금의 교회 개척이 아니었음이 너무나 당연하다. 보이는 교회당을 세우는 교회 개척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시대야말로 가장 강력한 교회 개척 시대였고, 사도들의 뒤를 따르는 사도적 교회 개척이 트렌드였다. 

크리스텐덤 시대(313년-20세기 중반)는 교회가 힘을 가졌을 때다. 교회가 서구 사회와 문화를 지배했다. 교회는 공적 삶의 기초가 됐고, 기득권의 위치를 확보해서 누렸다. 교회는 세상 가운데서 매우 권위적으로 존재했다. 이때의 교회 개척은 한 영혼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아니었다. 단지 가시적 건물 건축을 중심으로 한 공공 기관의 확장이었을 뿐이다. 성경이 의미하는 바 진정한 교회 개척이 사라진 시대였다.

기나긴 크리스텐덤 시대가 저물었다. 교회는 사회나 문화의 중심부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기독교는 다수에서 소수가 됐다. 교회는 공적 영역에서 밀려나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전락했다. 교회는 더 이상 크리스텐덤 시대에 누렸던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됐다. 이러한 시대를 포스트 크리스텐덤 시대(20세기 중반­현재)라고 부른다. 다른 말로 하면 ‘탈 기독교 시대’ 혹은 ‘후기 기독교 시대’라고 부른다. 이 시대의 교회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는 차원에서 프리 크리스텐덤 시대와 동일해졌다. 살아남기 위해 선교가 필요했다. 다시 프리 크리스텐덤 시대의 교회 개척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러한 교회의 존재 방식을 주창하고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교회를 우리는 ‘선교적 교회’라고 부른다. 그리고 선교적 교회론에 의한 교회 개척이 교회 개척 트렌드가 됐다. 사람 중심, 비제도화 지향, 선교적/사도적/성육신적 자세로 세상 속에서 교회를 개척한다는 것이 포스트 크리스텐덤 시대의 트렌드다. 

부흥 시대 한국 교회의 교회 개척 트렌드

지금까지 서구 교회의 교회 개척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의 교회 개척 트렌드는 어떠한가? 한국 교회는 양적이나 규모 면에서 크리스텐덤 시대를 맞지 못했다. 그러나 영향력에 있어서 크리스텐덤 시대가 있었다. 이러한 시대를 장동민 교수는 그의 책 《포스트 크리스텐덤 시대의 한국 기독교》에서 “유사 크리스텐덤 시대”라고 명명했다. 이 기간이 1960년경부터 1995년 정도까지다. 세계 기독교가 부러워했던 한국 교회의 부흥 시대다. 이때의 한국 교회 모습은 양적 성장과 대형화와 초지역화, 대형 건물과 매력적인 교회(시설, 프로그램), 카리스마 리더십, 그리고 실용주의적 목회 등으로 요약된다. 이때 굳어진 교회 개척 트렌드가 사실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필자는 이때 굳어진 한국 교회 교회 개척 트렌드를 ‘한국적 교회 개척’이라고 부르고 싶다. 한국적 교회 개척을 사도적 교회 개척과 비교해 보는 표를 아래와 같이 만들어 보았다. 


그런데 30여 년 동안 이어온 한국 교회의 부흥 시대가 1995년 중반부터 저물기 시작했다. 서구 교회에서 경험한 탈 기독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국 교회 관점으로 보면 ‘탈 부흥 시대’ 혹은 ‘탈 교회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 시대는 1995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 교회를 일컫는다. 이때의 교회 모습은 사회적 신뢰도 하락, 사회적 영향력 감소, 심각한 양적 쇠퇴, 교회 이탈 성도 증가, 그리고 각종 대체 종교나 유사 종교에 치임이라고 할 것이다. 신앙이 철저히 개인의 선택 영역이 됐고 동시에 세상은 반 기독교 세상이 되고 있다. 부흥 시대에 볼 수 있었던 집단적인 영혼 구원을 기초로 한 성장주의가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저 한 영혼을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승부해야만 하는 시대다. 더는 교회당 중심의 목회가 작동하지 않는다. 더는 부흥 시대에 성행했던 목회 형식이나 교회 존재 양식, 그리고 교회 개척 트렌드가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더는 장소와 건물 중심의 교회 개척은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탈 부흥 시대의 한국 교회 교회 개척 트렌드

그렇다면 탈 교회 시대이자 탈 부흥 시대인 지금, 교회 개척 트렌드는 무엇이며, 무엇이어야만 하는가? 교회 개척 학자로서 느끼는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탈 부흥 시대인 지금까지도 많은 교회 개척자가 부흥 시대에나 통용됐던 교회 개척 방법이나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로지 부흥주의에 기초해 대형 교회가 되고자 하는 열망으로 장소와 교회당 중심의 교회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교회를 개척해 대형교회가 되기 어려운 생태계다. 아니 경제적으로 자립하기도 쉽지 않은 생태계다. 교회 개척자들은, 아니 이 시대를 견뎌 가는 목회자들은 이러한 생태계를 인정해야만 한다. 과거 부흥 시대가 지금의 생태계를 만들었다. 지금 세대는 이 생태계를 탓하기보다는 이 생태계 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당하기 때문이다. 교회 개척도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취해야 한다. 교회 역시 생명체이기에 생물이 생태계 안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방법이 무엇인가? 

필자의 많은 제자가 교회 개척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소위 말해 ‘되는’ 교회 개척이 있고, 몇 년 안에 문을 닫는 교회 개척이 있다. 그 차이점이 뭘까? 되는 교회 개척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으며, 분명 그러한 특성이 앞으로 살아남는 교회 개척의 트렌드가 될 것이고, 돼야만 할 것이다. 그 ‘되는’ 교회 개척의 트렌드 네 가지를 말하고 싶다.

1.    디지털 문명을 적극 활용하는 교회 개척 
교회 개척의 새로운 트렌드는 디지털 문명을 이용하는 교회 개척이다. 온라인 예배, 온라인 성경 공부, SNS 활용, AI 기반 목회 등 디지털 문명을 오프라인 교회에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개척하기 전부터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SNS를 통해 자신의 개척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 줌으로써 교회를 홍보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으로써 자신의 목회 철학과 교회론을 공유하면서 개척 멤버를 확보하고 있다. 때로는 재정적 어려움, 신학적 고민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자신만의 교회 개척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가지고 여러 사람과 열정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소위 말해 되는 개척교회는 한결같이 온라인을 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2.    목회자 가정의 생존 방안이 확보된 교회 개척
교회 개척의 새로운 트렌드는 목사의 생존이 담보된 교회 개척이다. 이제는 목사의 생존을 믿음과 확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는 목회 생태계다. 믿음이 자칫 도박이 될 수 있다. 또한 목사의 생존이 담보되지 않으면 교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음이 기정사실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철저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경우에 개척 목회자들이 겸직 목회자(Bi-Vocational Pastor)의 길을 택한다. 즉 생계를 위한 별도의 직업을 갖는 교회 개척자들이 늘어나는 트렌드다. 사실 목회 현장에서 겸직 목회자의 모습은 이미 보편화된 듯 보인다. 

3.    타깃 그룹이 특정화되고 분명한 교회 개척
교회 개척의 새로운 트렌드는 타깃을 명확히 하는 교회 개척이다.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하는 교회 개척을 말한다. 만물을 취급하는 백화점이 되는 교회보다는 특화된 상품을 취급하는 전문점이 되는 교회 개척이다. 색깔이 분명하고, 존재하는 사명과 목적이 분명하고, 복음 전파 대상이 분명한 교회 개척이다. 타 문화권 사람을 타깃으로, 가나안 성도를 타깃으로, 싱글 그룹을 타깃으로, 청년이나 청소년 세대를 타깃으로 삼는 등의 교회 개척이다. 실제로 오늘날 국내 이주민 270만 명이라는 다문화 사회를 맞이하면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 개척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이주민 선교’가 아닌 ‘이주민 목회’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가지고 이에 적합한 교회 개척을 하고 있다. 

4.    비제도권 형태의 교회 개척 
교회 개척의 새로운 트렌드는 비제도권 형태의 교회 개척이다. 비제도권이라 함은 비전통적 형태를 의미한다. 이 시대 사람들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교회 형태를 따르지 않는 새로운 교회 모습으로 교회를 개척한다. 정재영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제도권은 건물, 성직자, 교단 등으로 상징되는데, 비제도권은 기존의 이러한 교회 형성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실험적인 새로운 기독교 공동체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탈교파적이고, 비제도적이다. 목회자의 역할이 제도적 교회와 다르며, 모임의 시간과 장소가 자유롭다. 교회의 형식보다는 교회의 본질을 중시하는 급진적 모습을 보인다. 젊은 교회 개척자들이 시도하고 있는 창조적이며 혁신적인 교회 개척 트렌드다. 필자는 이러한 비제도권 형태의 교회 개척이 앞으로 점차 증가돼 교회 개척의 대세가 되리라고 본다. 

이상의 교회 개척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선교적 교회 개척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사도적 교회 개척, 혹은 성육신적 교회 개척이다. 지금의 탈 부흥, 탈 교회 시대는 앞으로 상당 기간 유지되면서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한국 교회는 1907년의 대 부흥이나 1970-1980년대의 급격한 부흥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교회 개척은 프리 크리스텐덤 시대의 교회 개척 트렌드로 돌아가야만 한다. 왜냐하면 1세기에 교회가 처한 상황과 21세기 한국의 교회가 처한 상황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생태계를 고려한 교회 개척이 필요하다. 이는 적절한 상황화가 이뤄진 교회 개척을 의미한다. 이 시대와 교회 개척자가 살고 있는 시대와 현장에서 작동하는 교회 개척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기에 창조적이어야 한다. 문화를 읽어야 한다. 달라야 한다. 필자는 다소 엉뚱한 방법의 교회 개척이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교회 개척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선교적 교회 개척이다. 선교적 교회 개척은 1세기 교회 개척 트렌드였다. 21세기 교회 개척 역시 선교적 교회 개척이 트렌드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