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애슐리 매디슨 해킹 사태’는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우리 사회와 기독교 공동체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 피우세요”(Life is short. Have an affair)라는 충격적인 슬로건을 내세운 이 불륜 조장 웹사이트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면서, 무려 37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들의 신상이 공개됐다. 그런데 이 중에 수많은 기독교인, 심지어 목회자들과 교회 지도자들까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교계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의 수많은 유명 기독교인들과 목회자들의 도덕적 실패에 대한 고백과 사임이 이어졌다. 이것은 성적인 죄와 문제가 교회 밖에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만연한 현실임을 직시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애슐리 매디슨 사태가 미국과 서구 사회에 던진 충격은 한국 교회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 사회 안에서도 목회자와 영적 리더들의 성적인 범죄는 큰 파장을 일으키곤 한다. 잊을 만하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유명 목회자나 선교 단체 리더들의 불륜, 가스라이팅, 그루밍 성범죄 등의 사례는 한국 교회가 직면한 깊은 위기를 보여 준다. 이러한 사건들은 성도들에게 깊은 상처와 배신감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교회의 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복음의 메시지 자체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히 일부 타락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성적인 윤리나 가치관이 빠르게 무너지고 무시되는 현대 사회의 세속화 물결 속에서, 교회 안에서도 성적 유혹에 대한 경계심이 희미해지고 죄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미디어는 자극적인 성적 콘텐츠를 쏟아내고, 이성 관계의 경계는 점차 희석되며, 개인의 욕망 충족이 최우선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전통적인 성경적 가르침은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로 치부되기 쉽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전히 ‘간음하지 말라’라는 제7계명은 유효하며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아니, 과연 의미를 가져야 할까? 더구나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간음의 범주를 단순히 육체적인 불륜을 금하는 것을 넘어 마음의 음욕으로까지 확장하셨는데, 우리는 이 계명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삶에 적용해야 하는가?

십계명의 제7계명

제7계명 ‘간음하지 말라’(출 20:14; 신 5:18)는 십계명의 도덕적 규율 중 핵심적인 부분으로,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가정을 보호하고 혈통의 순결을 지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계명은 단순히 성적인 행위만을 금지하는 것을 넘어, 언약 백성으로서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지켜야 할 윤리적 기준을 제시한다. 구약적 맥락에서 이 계명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신약적 해석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토대가 된다.
구약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방 족속들의 성적인 풍습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규정한다(레 18:3-4). 레위기 18장과 20장 등의 말씀을 통해 거듭 강조되는 바는,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원주민들의 행위와 풍습을 결코 따라가서는 안 되며, 그들과 구별되고 성별(聖別, Dedication)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단순한 민족 공동체를 넘어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 거룩함이라는 특별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 준다. 이스라엘의 성 윤리는 주변 문화와 달리 하나님의 거룩하신 성품을 반영해야 했다.¹

구약 시대 이스라엘 사회는 남성 중심적이었으며, 당시 관습상 아내는 남편의 소유물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었다. 레위기 20:10은 “누구든지 남의 아내와 간음하는 자 곧 그의 이웃의 아내와 간음하는 자는 그 간부와 음부를 반드시 죽일지니라”라고 명시한다. 이는 제7계명이 기본적으로 이미 결혼한 여자, 즉 남의 아내와 어떠한 성관계도 가지지 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간음죄를 남의 재산에 손을 댄 것과 유사하게 이해한 측면이 있다.²

또한, 신명기 22:23-24은 약혼한 처녀와 통간하는 것도 간음의 범주에 넣어 결혼 관계를 깨뜨리는 행위로 보았다. 그러나 신명기 22:28-29에 따르면, 약혼하지 않은 처녀와 동침한 남자의 경우 배상금을 지불하고 아내로 삼는 규정이 있었는데, 이는 제7계명의 직접적인 적용보다는 배상의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당시 이스라엘이 제7계명을 결혼 유무에 따라 적용 범위에 제한을 두었음을 시사한다. 즉 여인이 결혼했는지, 혹은 약혼했는지가 이 계명을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이는 당시 사회의 여성에 대한 소유물적 인식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7계명은 단순히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도둑질을 금하는 제8계명이나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제10계명과 분명히 구별되는 독자적인 의미를 지닌다. 도둑질이나 재산 훼손의 경우 일정한 배상으로 그 책임을 물었던 반면, 간음의 경우는 예외 없이 돌로 쳐 죽이는 극단적인 형벌을 규정했다. 이는 간음이 타인의 재산권 침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명예에 대한 중대한 침해, 나아가 하나님이 세우신 거룩한 결혼 질서에 대한 침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³

제7계명이 전제하는 바는 결혼 제도가 사람의 임의적인 판단에 따른 제도가 아니라 하나님이 친히 세우신 것이라는 사실이다. 결혼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 있는 제도이며, 그 신성함이 강조됐다.⁴ 부부 관계는 부모 자식 관계와 같은 자연적인 관계가 아니라 약속에 따른 관계, 곧 ‘언약 관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7계명은 다른 계명들과 차별화되며 깊은 신학적 의미를 갖는다.

십계명은 시내산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과 맺으신 언약의 핵심 내용이다. 이것은 단순히 법률 조항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독특한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약에서 이 언약적 관계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비유가 바로 ‘결혼 관계’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는 결혼 관계와 유사하게 충성과 신실함을 요구한다. 그리고 우상 숭배를 하며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은 종종 ‘영적인 간음’과 동일시됐다(참조, 호세아서의 ‘고멜’, 에스겔 16장과 23장에서 비판하는 음녀 ‘예루살렘’).

이처럼 결혼 관계가 하나님과 자신의 백성 사이의 언약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자주 사용됐다는 점은, 결혼의 신성함과 부부 관계의 정절이 단순한 사회적 규범을 넘어선 영적인 차원의 중요성을 지녔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므로 제7계명은 단지 성적인 순결을 넘어,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신실함과 충성심을 요구하는 언약적 요구의 반영인 것이다.

예수님의 제7계명 해석

십계명의 제7계명은 구약 시대에 결혼의 신성함과 언약적 충성을 강조하며 공동체의 거룩성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신약에서 예수님의 계명 해석은 제7계명이 단지 아내에 대한 남편의 소유권에 관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자기 아내를 이혼으로 버리는 것도 간음이라고 말한다(마 19:9). 왜냐하면 남편과 아내 사이의 언약이 파기됐기 때문이다. 이는 구약에서 볼 수 있는 소유 개념과 다르다. 예수님은 제7계명을 단순한 외적 행동의 금지를 넘어 내면의 동기와 마음의 상태에까지 적용함으로써 그 해석을 심화시키고 확장하셨다. 또한 제7계명이 원래 전제하고 있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충실히 지킬 것을 권면하신다. 예수님의 이러한 가르침은 마태복음 5장의 산상수훈에 잘 나타난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5:27-28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또 간음하지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이 말씀은 제7계명에 대한 예수님의 혁신적인 해석을 보여 준다. 구약 율법이 주로 외적인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면, 예수님은 죄의 본질이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음을 지적하셨다. 

예수님은 죄의 시작점이 눈에 보이는 행동이 아니라, 마음속의 생각과 욕망임을 명확히 하셨다. 단순히 육체적인 간음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서 죄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음욕을 품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님 앞에서 간음이라는 심각한 죄가 된다. 또한 외적인 간음은 특정 상황에서만 발생할 수 있지만, 마음속의 음욕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유혹이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이 죄의 노예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시며, 외식적인 의로움을 깨뜨리신다. 

다시 말해서, 마음의 음욕에 대한 가르침은 제7계명의 문자적 준수를 넘어 하나님이 원래 의도하신 궁극적인 성적 순결과 거룩함의 요구를 드러낸다. 이는 율법이 단순히 외부 행동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변화시키고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도록 이끄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예수님은 제7계명을 해석하면서 마음의 음욕을 경고하신 후, 이어서 단호하고 급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셨다. 

“만일 네 오른 눈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 또한 만일 네 오른손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니라”(마 5:29-30). 

이 말씀은 문자적으로 신체 훼손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죄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극단적인 결단과 희생을 비유적으로 강조한다. 간음죄의 무서운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혹의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7계명의 또 다른 중요한 확장 영역은 이혼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찾을 수 있다. 마태복음 5:31-32에서 예수님은 이혼에 대해서 “또 일렀으되 누구든지 아내를 버리려거든 이혼 증서를 줄 것이라 하였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음행한 이유 없이 아내를 버리면 이는 그로 간음하게 함이요 또 누구든지 버림받은 여자에게 장가드는 자도 간음함이니라”라고 말씀하셨다. 

이후 바리새인들과의 논쟁에서 예수님은 이혼에 대한 모세의 허용(신 24:1-4)이 ‘너희 마음의 완악함 때문에’ 허락된 것이었음을 지적하신다. 그리고 이후에 다시 한 번 이혼에 대해 묻는 바리새인들에게 창세기 2장의 말씀을 인용하며 결혼의 본래적 창조 질서를 강조하셨다(마 19:4-6).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사람을 지으신 이가 본래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지으시고 말씀하시기를 그러므로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아내에게 합하여 그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 하신 것을 읽지 못하였느냐 그런즉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 하시니”(마 19:4-6). 

이는 결혼이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신성한 언약이며, 본래적으로는 영원히 지속돼야 하는 관계임을 강조한다. 예수님은 이혼의 허용 범위를 극히 제한하시며, 부당한 이혼 또한 간음과 연결될 수 있음을 경고하셨다. 이 가르침은 제7계명이 단순히 결혼 관계 밖의 성적인 행위를 금하는 것을 넘어, 결혼 관계 자체의 거룩함과 견고함을 수호하려는 하나님의 뜻을 반영함을 보여 준다. 

서신서에 나타난 제7계명

예수님이 제7계명의 의미를 마음의 영역까지 확장하며 내면의 순결을 강조했다면, 사도 바울을 비롯한 서신서 기자들은 이 계명의 적용 범위를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 특히 몸의 거룩함과 성령의 전이라는 개념으로 심화시킨다. 서신서 기자들에게 성적인 죄는 단순히 개인적인 실수를 넘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공동체의 거룩성,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였다. 

바울은 당시 헬라-로마 사회의 성적 방종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던진다. 고린도전서 6:18에서 그는 “음행을 피하라 사람이 범하는 죄마다 몸 밖에 있거니와 음행하는 자는 자기 몸에 죄를 범하느니라”라고 역설하며, 음행이 다른 죄들과 달리 자기 몸에 직접 해를 끼치는 독특한 성격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이는 바울이 인간의 몸을 단순한 육체가 아닌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귀한 존재이자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된 성도의 일부로 보았기 때문이다. 성적인 순결은 곧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바울이 성적 순결을 강조하는 가장 강력한 신학적 근거는 몸이 ‘성령의 전’이라는 이해다. 고린도전서 6:19-20에서 바울은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라고 선포한다. 그리스도인의 몸은 그리스도의 피로 값 주고 사신 바 된 하나님의 것이며, 성령께서 거하시는 거룩한 성전이다. 따라서 성령의 전인 몸으로 음행을 저지르는 것은 성령을 모독하고 하나님의 소유된 몸으로 죄를 범하는 심각한 행위가 된다. 

또한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몸이 그리스도의 몸의 일부, 즉 교회의 지체라는 깊은 영적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그리스도와 연합된 몸으로 죄악 된 성적 행위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거룩함을 더럽히고 교회 공동체의 순결성에 해를 끼치는 일이다. 이러한 바울의 가르침은 제7계명이 개인의 도덕적 차원을 넘어 공동체적 책임과도 연결돼 있음을 보여 주며, 그리스도 안에서 성도들이 서로의 거룩함을 지키는 데 연대해야 함을 시사한다.

바울은 제7계명의 핵심인 결혼 관계에 대해 에베소서 5:22-33에서 매우 중요하고 심오한 가르침을 제시한다. 그는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단순히 사회적 역할을 넘어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로운 연합’에 비유하며 결혼의 거룩한 목적을 설명한다. 아내들에게는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5:22)라고 권면하는데, 이는 교회가 머리 되신 그리스도께 순종하듯이 사랑과 존중 안에서 가정의 질서를 세우는 자발적인 복종을 의미한다. 이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복종이 그리스도에 대한 교회의 신실함을 보여 주는 행위가 돼, 결혼 제도에 대한 충성과 헌신을 넘어 신랑 되신 그리스도께 대한 교회의 충절과 거룩함을 보여 주는 그림자가 됨을 암시한다. 

이어서 바울은 남편들에게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같이 하라”(5:25)라고 명령한다. 이는 남편에게 이기적인 욕구 충족이 아니라 아내를 위한 희생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요구한다. 바울은 그 목적이 “이는 곧 물로 씻어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사 거룩하게 하시고 자기 앞에 영광스러운 교회로 세우사 티나 주름 잡힌 것이나 이런 것들이 없이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려 하심이라”(5:26-27)라고 설명한다. 남편의 사랑이 아내를 거룩하게 하고 흠 없게 하며, 결국 영광스러운 교회를 세우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반영함을 보여 주는 것이다.

바울은 부부 관계의 깊이를 인간의 몸이 하나 되는 신비로 설명하며, 예수님과 마찬가지로 창세기 2:24을 인용한다(엡 5:31). 그리고 이 한 몸 됨의 원리가 단순한 남녀의 결합을 넘어, “이 비밀이 크도다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5:32)라고 고백함으로써 결혼이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영원한 언약적 관계를 상징하는 위대한 비밀임을 드러낸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베드로는 성도들에게 “너희가 순종하는 자식처럼 전에 알지 못할 때에 따르던 너희 사욕을 본받지 말고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이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기록되었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셨느니라”(벧전 1:14-16)라고 명령한다. 특히 ‘영혼을 거슬러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2:11)라고 충고한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풍습과 성적인 방종으로부터 구별돼야 함을 강조하며, 특히 당시 성적으로 문란했던 로마 사회 속에서 음란한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이 거룩한 삶의 필수적인 부분임을 강조한다. 

히브리서 기자는 그리스도의 탁월한 사역과 새 언약의 배경 속에서 성도들에게 믿음을 지키고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권면하며, 이때 제7계명과 관련된 혼인과 성적 순결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진다. 히브리서 13:4은 제7계명의 핵심적인 신약적 적용을 보여 준다. “모든 사람은 결혼을 귀히 여기고 침소를 더럽히지 않게 하라 음행하는 자들과 간음하는 자들을 하나님이 심판하시리라.” 이 구절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모든 사람에게 존중돼야 할 거룩한 것임을 명확히 선언한다. 이 명령은 결혼 관계 안에서 신실하고 거룩한 삶을 살라는 적극적인 명령과 더불어 간음뿐만 아니라 모든 성적인 죄와 음란한 생각 등을 포괄해 성적인 순결을 지키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히브리서 기자는 음행하는 자와 간음하는 자를 하나님이 직접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함으로, 제7계명을 어기는 죄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을 강조한다. 이러한 경고는 성도들로 하여금 성적인 순결을 지켜야 할 강력한 동기가 된다.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제7계명

요한계시록은 마지막 때의 사건들과 그리스도의 재림,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환상을 담고 있는 예언서다. 제7계명인 ‘간음하지 말라’는 요한계시록에서 세상의 음행과 우상 숭배가 극에 달할 것임을 경고하고, 동시에 이러한 악에 물들지 않고 순결을 지킨 성도들의 최후 승리를 극명하게 대조하며 강조된다. 

요한계시록 17-18장은 세상의 죄악 된 세력을 상징하는 ‘큰 음녀 바벨론’의 몰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 음녀는 ‘땅의 임금들도 그와 더불어 음행하였고 땅에 사는 자들도 그 음행의 포도주에 취하였다’(17:2)라고 표현된다. 여기서 ‘음행’은 단순히 성적인 간음을 넘어 세상 권력과 물질, 우상 숭배에 대한 탐욕과 영적인 불신실함을 총체적으로 나타낸다.

바벨론은 세속적인 부와 권력, 그리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든 죄악의 정점으로, 그 속성은 곧 음행이다. 세상의 왕들과 거민들이 이 음행의 포도주에 취했다는 것은, 세상이 우상 숭배와 타락한 성적 욕망에 깊이 빠져 있음을 보여 준다. 요한계시록은 이러한 세상의 음행이 하나님의 진노를 초래하며, 결국에는 심판 받아 멸망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18:2-3). 

이는 제7계명을 어기는 성적인 타락이 개인의 죄를 넘어 세상의 종말론적인 심판과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음녀 바벨론의 멸망과 대조적으로, 요한계시록은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이루어질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묘사하며 순결한 교회를 ‘어린양의 신부’로 비유한다. 

“우리가 즐거워하고 크게 기뻐하며 그에게 영광을 돌리세 어린양의 혼인 기약이 이르렀고 그의 아내가 자신을 준비하였으므로 그에게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을 입도록 허락하셨으니 이 세마포 옷은 성도들의 옳은 행실이로다 하더라”(19:7-8).

여기서 어린양의 신부인 교회는 죄악 된 세상의 음행과 대비되는 순결하고 거룩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은 성도들의 옳은 행실, 즉 도덕적이고 영적인 순결함을 상징한다. 제7계명이 강조하는 성적인 순결함은 이 ‘옳은 행실’의 중요한 부분이며, 이는 교회가 세상의 음행에 물들지 않고 그리스도께 대한 신실함을 지켰음을 보여 준다. 교회가 신부로 자신을 준비했다는 것은, 마지막 때에 깨어 경건한 삶을 살며 영적으로 자신을 단장했다는 의미다. 이는 제7계명을 지키는 삶이 그리스도를 향한 진정한 사랑과 헌신의 표현임을 말해 준다. 

요한계시록은 또한 마지막 때에 특별히 구원받은 ‘십사만 사천’ 명의 성도들을 묘사하며 그들의 순결함을 강조한다(14:3-4). 여기서 ‘여자와 더불어 더럽히지 아니하고 순결한 자’라는 표현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문자적으로 성적인 순결을 지킨 자들을 의미한다. 이는 음행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제7계명을 철저히 지키며 몸의 거룩함을 유지한 성도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둘째, 상징적으로는 ‘큰 음녀 바벨론’으로 대표되는 세상의 우상 숭배와 타락한 문화에 영적으로 물들지 않고 순결함을 지킨 자들을 의미한다. 곧 세상의 음행에 참여하지 않고, 오직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충성하며 영적으로 정절을 지킨 성도들을 일컫는 것이다.

나가는 말

점점 성적 윤리에 대한 도덕적인 해이와 가정의 가치가 깨어지는 현재 상황 속에서 ‘간음하지 말라’라는 제7계명은 여전히 유효하며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히 죄를 정죄하는 것을 넘어선다. 제7계명은 우리에게 하나님이 만드신 결혼과 성의 거룩한 질서를 상기시킨다. 신약 시대에 예수님은 율법의 정신을 재확인하시며 외적인 행위를 넘어선 내면의 순결을 강조하셨다. 이는 우리가 단순히 법을 어기지 않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죄의 뿌리가 되는 욕망과 싸우고 마음을 지켜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제7계명은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부합하는 결혼 제도를 지키기 위해 중요하다.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그들을 통해 가정을 이루게 하셨다. 이는 단순한 사회적 계약이 아닌 거룩한 언약 관계다. 이 계명은 이 언약의 신성함을 보호하고, 부부 사이의 신실함과 충성을 지키도록 요구한다.  

더 나아가 제7계명은 교회가 신랑 되신 그리스도의 순결한 신부로 단장되는 과정에서 영적인 가이드가 된다. 요한계시록에서 음행은 단순히 성적인 죄를 넘어 세상의 우상 숭배와 타락에 물드는 영적 불신실함을 상징한다. 이에 대비해 어린양의 신부인 교회는 순결하고 거룩한 세마포 옷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나며, 자신을 더럽히지 않은 십사만 사천 성도들의 순결함이 강조된다. 이는 마지막 때에 세상의 음행과 타협하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만을 향한 절대적인 충성과 사랑으로 자신과 공동체를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는 그리스도인의 종말론적인 소명을 보여 준다. 따라서 지금은 제7계명을 다시금 깊이 묵상하며, 오늘날 한국 교회가 직면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참된 회복과 거룩을 향한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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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1)    박준서, 《십계명 새로 보기: 박준서 교수의 십계명 이야기》 (한들, 2001), pp. 129-130. 
2)    강영안, 《강영안 교수의 십계명 강의》 (IVP, 2009), pp. 240-242. 
3)    앞의 책, p. 242. 
4)    박준서, 앞의 책, pp. 13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