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어렵다. 목회의 본질적 목표를 영혼 구원이라고 볼 때, 한 영혼을 구원하여 교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쉬울 수가 없다. 목회가 일사천리로 될 것이라는 자신감만으로 목사가 된다면 곧 좌절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다. 목회가 충만한 자신감, 출중한 지성과 실력, 풍부한 자원, 뛰어난 전략 등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목사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많은 목회자가 순간순간 낙담하고 좌절하며, 자신을 무능력자라 자책하고, 심지어 자신의 소명 자체를 의심하기까지 한다. 이유는 한 가지다. 목회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교회가 성장하지 않을 때, 그리고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가장으로 취급될 때,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할 때 목사들은 목회를 계속할지 말아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한다. 이러한 목사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가?
목회에 있어서 실패는 없다
신학적으로 판단할 때, 목회에 있어서 실패란 없다. 어떤 기준으로 목회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목회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흔히 숫자다. 성도 수, 헌금 액수, 건물의 크기 등 대부분 숫자로 목회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은 신학적 근거가 없다. 이는 세상의 통념과 인간의 죄악 된 속성에 의한 기준일 뿐이다.
목회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완성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을 완성할 수 있는 목사는 아무도 없다. 모두가 하나님 나라의 한 벽을 쌓는 과정 중에 있다. 어떤 사람은 벽돌 두 장을, 어떤 사람은 벽돌 열 장을 쌓을 뿐이다. 모두가 벽을 쌓지만, 그 누구도 그 벽을 완성하지는 못한다. 만약 한 사람이 그 벽을 완성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지독한 욕심이며 교만이다. 그렇다면 벽돌 두 개를 쌓는 자는 실패자이고 벽돌 10개를 쌓는 자는 성공한 사람인가? 하나님께서 과연 그렇게 판단하시겠는가? 당연히 아니다. 이것이 신학적 토대 위에서 각자의 목회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결코 숫자상으로 규모가 큰 목사라 해서 자고할 수 없고, 반대로 숫자상으로 규모가 작은 목사라고 해서 위축될 수 없다. 쌓은 벽돌 수와 상관없이 모든 목사는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며 공로자다. 이러한 신학적 무장이 필요하다.
현재의 목회에 적응하고 만족하라
“한국 교회에는 오직 두 종류의 목사만 있는데, 대형 교회 목사와 대형 교회 목사가 되고 싶은 목사만 있다”라는 씁쓸한 말이 있다. 이 말은 목사들이 성도들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목회 성공을 목사 스스로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보여 준다.
실제로 목사들은 자신의 목회 현장에 만족하지 못한다. 자신의 교회를 뭔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교회로 여긴다. 그래서 만족하지 못한다. 자신의 목회를 스스로 별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라는 미명 하에 자신의 욕심을 쫓아간다. 성도 수를 늘리고 교회당을 크게 만드는 데 집착한다. 그리고 이렇게 되지 못하는 자신의 목회 현장을 불완전하고 실패한 것처럼 여긴다. 이 얼마나 비신학적인 결론인가?
모든 교회는 규모와 상관없이 완벽한 교회다. 때문에 목사는 자신의 목회 현장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만족하고 충분히 즐겨야 한다. 자기 목회 현장에 대한 신적 소명 의식을 가질 때 절망하지 않고 목회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목회 현장을 지키기 위해 생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목사와 그 가정이 생존하지 못하면 교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주장은 마치 교회의 운명이 목사의 생존에 달린 것 같은 인상을 주어 조금은 불경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많은 이가 이 주제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현실적으로 명백한 사실이다.
목사의 생존 문제는 교회의 존폐로 이어지며, 목회 현장에서 물러나기를 고민하는 목사 대부분이 바로 자신과 가족의 생존 문제 때문이다. 따라서 확신 속에서 목회 현장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생존 문제에 대한 실제적 대안이 있어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교회로부터 사례를 받아 생존하는 것만이 성경의 확증을 받는 것이란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목사가 생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있으며 그러한 다양한 방법 모두가 성경과 교회사의 확증을 받는다. 목사는 다양한 목회 현장이 있음을 인정하고, 다르게 목회하는 길들이 있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생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생존 문제가 해결됐을 때 목사는 어떤 목회 현장에서도 진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있다.
출구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하나님께 대한 불충이 아니다
때로는 목회 현장에 물러나는 것 역시 현명한 방안일 수 있다. 소위 말해 출구 전략을 갖고 있는 것 역시 목사가 목회에 임하는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과거에는 현장에서 무조건 버티고, 상황을 극복하고 그 현장에서 죽어야 목사요 소명자의 길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현장을 지킴으로 승리한 많은 목사와 그들의 간증이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그것만이 목사의 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목회 생태계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많은 목사가 현장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다가 결국은 온갖 육체적 질병과 큰 빚과 신용불량자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물러난다. 어떤 경우에는 가정을 와해하기도 하고, 목사의 소명 자체가 회복 불능 상태가 돼 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위급한 가정의 건강 회복을 위해, 또는 개인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미래를 위해 지금의 현장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것 역시 장기적으로 하나님 나라에 유익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