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는 현재 영적 동맥경화에 걸렸다고 볼 수 있다. 경직된 조직과 체계로 굳어져 있고, 여러 불순물이 쌓여 은혜의 통로를 막고 있다. 영적 동맥경화는 외적으로는 전도가 되지 않는 증상, 내적으로는 신앙 전수의 단절 증상으로 그 병세가 드러나고 있다. 굳어진 혈관을 부드럽게 만들고, 막힌 혈관을 신속히 뚫지 않으면 이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답답하다고 탄산음료만 마셔서는 해결할 수 없듯, 교회가 답답한 상황에 놓였다고 사이다처럼 시원한 방책만 찾아서는 안 된다. 근본적 대처가 필요하다.
전도, 이대로 안 된다
영적 동맥경화는 젊은 세대의 교회 이탈을 가속화했다. 한편 전도 역시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 신자 가정의 자녀들만 교회에 출석하는 가족주의(familialism)적 상황은 교회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걸 여실히 드러낸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교회로 몰려들던 다음 세대는 이제 교회 밖 불안 사회 속에서 외롭게 떠다니고 있다. 전도가 막히는 이유에 대한 일반적인 진단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전통적 공동체의 해체로 인한 관계 약화다. 과거에는 지역사회, 가족 공동체, 학교 등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 주일학교 교사와 담당자의 개인적 관계에 따른 전도가 유효했다. 그러나 최근 핵가족화, 공동체 의식의 약화로 인해 개인 간 관계를 통한 전도의 효과성이 감소했다. 더 이상 교회가 사회적 관계의 중심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는 교회의 권위와 신뢰 하락이다. 한편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하락 역시 다음 세대 전도에 큰 걸림돌이다. 코로나19 기간을 통과하며 교회가 보였던 대처들을 사회는 미숙하고 이기적인 대응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 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 등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10년 사이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으며, 이로 인해 많은 부모 세대가 교회를 떠났고 자녀들의 독립적인 교회 활동 참여도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학교 앞 전도나 다음 세대 직접 전도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셋째는 세속화 및 다원화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다원주의적 세계관, 세속적 가치관의 확산으로 인해 특정 종교적 신념이나 공동체적 가치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도전받고 있다. 다음 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다원적 세계관을 당연시하는 교육 아래서 자랐고 이에 기존 주일학교 전도 방식은 매력을 잃어버렸다. 바나리서치에 따르면,
1 Z세대(1999-2015년생)는 역사상 가장 비종교적인 세대로, 기독교적 가치의 수용도가 이전 세대와 현저히 다르다고 보고한다. “돈으로도 못 가요 하나님 나라”라는 복음송 가사가 지금의 다음 세대에게는 그다지 도전이 되질 않는다.
넷째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의 문화적 간극이다. 기존 대면 중심 전도 방식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근본적 한계를 가진다. Z세대와 알파세대는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하며 관계를 맺기에, 그들의 문화적 코드를 읽지 못하는 전통적 주일학교 전도 전략은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와 기존 교회 교육 시스템 간 커뮤니케이션 격차가 심각하여, 효과적인 전도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된다.
결국 딱딱하게 굳어진 구조적인 문제와 불순물과 장애물로 막힌 의사소통의 문제들이 동맥경화처럼 전도의 흐름을 막고 있다. 이로 인해 주일학교 담당 사역자와 교사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전도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전도를 돌아보는 인식의 전환과 유연한 대처, 실제적 준비가 절실하다.
전도, 이렇게 전환하라
이렇게 한국 교회의 다음 세대 전도가 어려워지자 많은 교회가 즉각적이고 반응적인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대부분 일시적이고 표면적이어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잠깐의 관심 유도와 참여 확대에 그치고 말았다. 이벤트 중심의 행사를 기획하거나 최신 트렌드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은 그때그때 상황에 반응하는 방식일 뿐, 다음 세대가 지속 가능한 믿음을 갖게 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이러한 반응적 접근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다음 세대의 깊은 내면적 필요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잠깐의 즐거움이나 호기심을 채워 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들보다 작은 것으로는 젊은이의 삶을 움직일 수 없다. 그들보다 훨씬 더 큰 존재, 그들의 불안과 허무를 압도하는 더 큰 이야기와 경험이 필요하다. 초월과 경이가 없는 수단과 방법은 절대 해결책일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선입견을 깨고 생각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첫째, 표면적 필요에서 근본적 필요를 살피라. 다음 세대에 관한 통계에 너무 휘둘리지 말라. 통계를 따라 대응하는 것은 조금 과장하자면 아이들이 달라는 대로 간식을 주는 부모와 같다. 아이들이 햄버거와 피자와 초콜릿을 원한다고 그것만 먹이면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종종 착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즘 청년들이 수도 없이 점을 치고 사주를 본다고 해서 교회 카페에 타로 점을 치는 술사를 불러들일 수는 없다. 소위 과학주의, 합리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어느 때보다도 무속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들 가운데에 가득함을 의미한다. 그 불안에 대한 근본적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새로운 세대의 표면적 필요가 아닌 내면의 필요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메시지와 뒤에 감추어진 욕구를 구별해야 한다.
둘째, 전략적 공략에서 공동체적 포용으로 접근하라. 다음 세대를 전도 대상으로 대상화하는 걸 경계하라. 그들을 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개종하거나 포섭해야 할 포교의 대상자로 보는 순간, 인간의 필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사라지고 그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한 방법과 요령만 남게 된다. 그레데의 악한 문화 환경 속에서 목회해야 하는 디도에게 바울은 “선한 일을 열심히 하는 … 백성”(딛 2:14)이 될 것을 권면하며 “우리도 전에는 어리석은 자요 순종하지 아니한 자요 속은 자요 여러 가지 정욕과 행락에 종 노릇 한 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했다(딛 3:3). 그들과 다르지 않았던 나 자신을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입양해 주셨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그들에게 새로운 하늘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공동체로 초대해 환대하며 포용하는 진중하고 예의 바른 자세가 필요하다. 이벤트가 아닌 믿을 만한 공동체를 준비하라.
셋째, 풀어야 할 숙제에서 동행하는 성도로 여기라. 다음 세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기한 내 풀어야 할 숙제도 아니다. 이러한 인식은 그들에게 소속감이 아닌 소외감, 가능성이 아닌 한계 의식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됐다. 이제 다음 세대를 교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함께 걸어가는 동료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대 간 동등한 존중과 상호적인 관계를 통해 그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교회를 함께 이루고 있음을 인정할 때 진정한 전도의 열매가 맺어질 것이다. 아이로 보지 말고 형제와 자매로 보라.
넷째, 교회의 미래가 아닌 교회의 현재로 인지하라. 다음 세대를 향한 교회의 노력이 자주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관점으로만 다뤄지는 것을 종종 본다. 그렇지 않다. 이들은 미래의 일꾼이 아닌 바로 지금 교회를 이루는 지체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들은 ‘지금’ 교회 공동체로 부름 받았고 제자로 보냄 받았다. 지금 주의 몸 된 교회에 기여하도록 기회와 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의 의견과 참여를 존중해야 한다. 이 같은 현재 중심의 접근은 다음 세대가 교회에 소속감을 느끼고 공동체의 일부로서 자신을 발견하며, 더욱 주도적이고 책임 있는 신앙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제 한국 교회는 표면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넘어, 공동체적이고 유기적인 접근을 통해 다음 세대와 함께 진정한 신앙의 공동체를 이뤄 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다음 세대의 마음을 얻고, 교회의 미래뿐 아니라 현재를 함께 이루어 가는 참된 길이 될 것이다.
전도, 이렇게 준비하라
앞의 관점과 인식의 변화를 공동체적/유기적 전도의 행위로 전환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아래 네 가지를 함께 준비하면 새로운 세대를 위한 근본적 전도의 길이 막힘없이 열릴 것이다.
1. 모든 성도가 함께하는 전도를 기획하라
요즘 전도가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공동체의 약화’와 ‘교회의 권위 추락’이라고 했다. 개인주의에 익숙한 다음 세대에게 탈공동체적, 탈권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것은 요즘 세대를 ‘이해한’ 접근이지만 요즘 세대를 ‘위한’ 접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젊은 세대는 진정한 공동체와 믿을 만한 권위자의 유익을 보지 못한 것이지 그 둘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정으로 믿을 만한 공동체와 믿고 따를 만한 어른을 연결시켜 주는 것이 지금 이 시대 교회들의 책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다음 세대에게 이 두 가지를 제공하는 교회의 모든 행위는 ‘전도’가 된다.
주일학교 담당 교역자가 기획해 주일학교 교사들이 참여하는 부서 전도 행사가 아니라, 신뢰할 만한 공동체와 어른이 돼 주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전도를 지금이라도 기획하라. 예를 들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이 있다. 전국 유아교육기관에 할머니가 직접 방문해 삶의 지혜가 담긴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업인데, 국가 주도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범국가적 사업이다. 교회 권사나 어르신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참여해 훈련받고 파송된다면, 지역 아이들을 유익하게 하는 좋은 어른으로 교회를 대표할 수 있다.
2. 밖에서 전하기 전에 안에서 먼저 적용하라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라는 사도행전 표현 때문에 ‘전도’나 ‘선교’를 말하면 반사적으로 지구 반대편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사도행전 1:8은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를 먼저 순서적으로 언급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마가의 다락방에 성령이 임하시자 제자들은 권능을 받았고 예루살렘 교회가 시작됐다. 그 이후 빌립이나 스데반 같은 이들을 통해 온 유대 지역으로 퍼져 나갔고, 지근거리에 있지만 이방인보다 못하게 여겼던 사마리아 지역까지 복음은 확장됐다.
이를 현대적으로 적용하자면 먼저 가정과 교회에서 복음을 리허설한 후에 마을과 지역, 국가와 세계로 뻗어갈 수 있음을 말한다. 가장 가까운 이웃인 가족과 성도들에게 적용되지 못한 복음이 어찌 땅끝까지 전해질 수 있으랴. 지역의 다음 세대를 전도하기 전에 ‘복음의 아름다움’이 교회 안의 다음세대에 넘쳐나도록 전하고 베풀고 먹이고 부어주라. 이들이 먼저 복음 때문에 행복하고 펄펄 살아나면 그것이 담장을 넘는 것은 시간 문제다(창 49:22).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청소년이 행복하며 청년들이 마음 든든해하는 교회라면 누구든 오고 싶지 않겠나. 세상을 뒤집어 놓을 기세가 아니라 내 눈에 보여 주시는 우리 아이들 먼저 챙기는 태도가 오히려 필요한 때다. 세계 선교를 위해서는 몇 억씩 예산을 쓰면서 주일학교 아이들을 위해서는 자로 잰 듯 아껴 쓴다면 되겠나. 예루살렘부터 시작하라. 그래야 땅끝으로 갈 추진력이 생긴다.
3. 끌어들이지 말고 이끌게 하라
한국 교회는 오랫동안 다음 세대를 ‘끌어들이려는’ 방식으로 접근해 왔다. 그들을 전도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전달하려는 태도의 전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특별히 내세에 대한 정보(“예수 천당, 불신 지옥” 같은)는 그들에게 유의미한 도전이나 각성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반사적 저항감만 남길 뿐이다. 예수가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이라는 사실은 진리다. 그러나 옳은 이야기를 바르게 전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음 세대는 다양한 재능과 창의성, 그리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을 지적하고 알려 주려 하기보다 그들이 이미 가진 것들을 활용해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격려하라. 다음 세대에게 이웃을 섬길 무대를 만들어 주고 자리를 내주라. 그래서 자신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통해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때, 진정한 소속감과 주인의식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신앙 공동체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교회는 다음 세대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넘어서 그들이 스스로 이끌고 성장하도록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이런 역발상적인 접근이야말로 다음 세대를 진정으로 품고, 미래뿐 아니라 현재의 교회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교회가 적극적인 자원봉사 활동 기관이 되는 것이다. 자원봉사 실적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는 조건과 자격을 갖추고 마을과 세상을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좋은 봉사 활동을 기획해 교회 안팎 청소년들이 세상을 섬길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라.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교회 안 청소년과 교회 밖 청소년이 만나고, 교회 어른과 세상의 청년이 만나게 하라.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동원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게끔 기회를 만들라.
4. 태도와 의도를 한 방향으로 정렬하라
지금 세상은 교회의 의도를 의심한다. 교회가 전도하면 ‘홍보의 의도’라고 생각하고, 교회가 봉사하면 ‘이미지 메이킹의 의도’라고 오해한다. ‘세상이 악해서 그런다’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러한 오해는 의도와 태도가 다를 때 종종 일어나며, 한국 교회의 태도는 그 의도를 오롯이 전하기에 그간 미숙하고 부족했다. 외치는 메시지는 ‘사랑’과 ‘섬김’ 등의 일차집단적인 것이었지만, 이를 실행하는 과정은 주식회사처럼 조직적이고 제도적인 이차집단의 것이었다. 그러니 메시지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그 의도를 의심하기 마련이었다.
교회의 전도, 특히 젊은 세대를 향한 전도의 의도와 태도를 점검하라. 왜 전도하는가? 정말 그 의도가 맞는가? 우리의 전도는 우리의 의도가 오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적의 태도를 갖추고 있는가? 의도와 태도가 다를 때 헛갈리고 의심하듯이, 전도하는 의도와 태도가 다를 때 세상은 ‘도에 관심 없어요’ 하는 식으로 거부하고 달아날 것이다.
우리가 전도하는 의도는 물론 영혼 구원이다. 그리스도를 믿고 구원받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해하면 안 된다. 그 일은 오롯이 성령의 일이다.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믿게 할 수도 없다. 우리는 단지 ‘증언’할 뿐이다. 내가 본 예수, 내가 만난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전하면 된다. 결국 전도는 복음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이다. 그 의도에 맞게 우리의 태도 역시 아름답고 향기롭기를 바란다. 시끄럽고 폭력적이며 위선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는 절대 ‘복음의 아름다움’을 전하려는 의도를 살릴 수 없다. 전도의 의도가 의심받지 않으려면, 전도의 목적을 ‘회심’이나 ‘개종’에 두면 안 된다. ‘모집’이나 ‘홍보’는 더더욱 아니다.
태도 역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선물을 뿌리고 상품을 거는 것으로는 좋은 ‘태도’가 될 수 없다. 구령의 의도를 가장 잘 전하는 태도는 내가 먼저 복음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누리며 사는 것이다. 바울은 그것을 ‘선한 일을 열심히 하는 자기(그리스도의) 백성’이라고 표현했다(딛 2:14). 구해 주신 것으로 인해 기뻐하며 그 기대대로 사는 것이다. 이 의도와 태도가 교회 공동체 전체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습관처럼, 문화처럼, 감출 수 없는 향기처럼 드러나야 한다.
전도, 이렇게 실천하라
동맥경화를 치료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막힌 혈관을 넓히거나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수술이다. 스텐트 삽입술이 넓히는 방법이라면 관상동맥 우회술은 다른 혈관을 이용해 혈액이 흐르도록 하는 대체법이다. 그러나 모든 의사들은 한결같이 생활 습관 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굳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전도 역시 마찬가지다. 짧은 시간에 확실한 효과가 나는 수술법에 휘둘리지 말라. 오랜 시간에 걸쳐 유연하게, 막힘없이 흐르도록 영적 체질과 습관을 개선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1. 질(quality)은 양(quantity)에서 온다
다음 세대는 믿을 만한 공동체를 가지지 못했고, 존경할 만한 어른을 만나도 못했다. 그런 상황이 혈행을 방해하는 혈전처럼 신앙 전수를 방해한다. 공동체성과 신뢰 관계는 모두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마주 앉아 깊은 영적 대화를 시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개인도 그렇고 공동체도 그렇다. 교회를 향한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수년에서 수십 년의 한결같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를 건너뛰려 하면 안 된다. 땡볕이 싫다고 한여름을 마다하면 어떻게 수확의 계절을 맞을 수 있겠는가. 쌓아놓은 시간이 신뢰를 형성하고, 깊은 관계를 맺도록 기회를 연다. 전도를 위한 10년 계획을 세우라. 일회성 이벤트나 트렌드를 좇는 행사를 지양하고, 깊이 고민하여 계획한 후 결과와 상관없이 10년을 이어갈 전도의 길을 개척하라. 전도 행사가 아닌 전도 문화를 만들려는 의도로 선한 영적 습관을 익히다 보면 하나님의 기회가 열리는 때가 오리라 확신한다.
2. 종교적 표현을 일상의 말로 바꾸라
탈교회 시대, 탈종교의 세상에서 종교적 표현으로써 전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예수께서는 말씀이 육신이 돼 이 땅에 오셨다(요 1:14). 세상이 말씀을 오해하자 창조주가 피조물의 모습으로 오셔서 직접 육의 언어로 말씀하신 것이다. 그것이 성육신(incarnation)이다. 바울은 성육신의 태도로 전도했다(고전 9:20-22). 그는 몇 사람이라도 더 구원하고자 하는 마음에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양이 됐다. 우리도 그러해야 한다. 종교적 언어로 비종교인을 설득할 수 없다. 종교적 표현은 마음의 허들만 높일 뿐이다. 전도지를 만들든, 거리 전도를 하든, 덜 종교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배려와 태도,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다.
3. 모든 세대가 함께하라
기독 신앙은 태생부터 공동체적이다. 믿음은 절대 사적일 수 없다. 그런데 왜 전도는 개인 전도를 하나? 사도행전을 보면 복음이 전해지고 한 사람이 믿게 되자 온 집안이 더불어 회심하는 일을 종종 본다. 회당장 그리스보가 그랬고(행 18:8), 자주장사 루디아가 그랬고(행 16:14-15), 빌립보 간수의 가정이 그랬다(행 16:32-34). 물론 이 말이 개인적 믿음이 자동적으로 혈족에게 적용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믿음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제일 먼저 전파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전도든 봉사든 모든 세대가 함께 참여할 때, 그 가정과 교회에 복음의 선한 영향력이 가장 먼저 전달될 것이다. 전도 행사, 전도 축제, 단기 선교에 모든 세대를 함께 참여케 하라. 이는 같은 시대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동시대적인 선교와 더불어, 세대를 이어 우리의 자녀들을 복음으로 일깨우는 통시적 선교까지 일어나게 하는 방법이다.
결론
이 시대의 영적 동맥경화는 신앙 전수의 큰 걸림돌이다. 굳어진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고 교회 안팎의 방해물을 제거하는 전도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그것은 공동체의 회복과 신뢰 관계의 개선에 있다. 이를 위해 교회는 전도를 부서에만 위탁하지 말고, 교회 공동체 전체의 사명으로 되받아 함께 준비하고 실행하는 공동체적 전도로 전환해야 한다.
註
1) Barna Group,
Gen Z: The Culture, Beliefs and Motivations Shaping the Next Generation(Barna Group, 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