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집필한 동기를 들려 달라. 아울러 아우구스티누스와 관련한 수많은 책 중 어떤 부분을 차별성 있게 집필했나. 

아우구스티누스는 주로 철학자로 소개된다. 지금까지 나온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개론서는 대부분 철학적 주제와 신학적 논쟁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도나투스 논쟁, 펠라기우스 논쟁이나 악의 문제 등, 이런 논쟁에 치중하다 보니 사람 자체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슈 중심으로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우구스티누스가 평생을 목회자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목회자의 모습이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히포에서 40년간 한 교회를 섬겼다. 죽을 때까지 한 교회에서 목회했다. 목회의 일상이 그의 일상 대부분을 채운다. 선생의 저작들은 목회자로서 그가 직면한 도전과 필요에 응답할 목적으로 저술됐다. 그의 목회적 삶은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자적인 모습보다는 목회자로서의 모습을 더 부각하려 했다. 기도나 설교나 공동생활 같은 영적이고 목회적인 주제들을 다룬 것도 그 까닭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목회 경험을 어떻게 하면 유기적으로 잘 통합해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집필해 갔다. 개인적으로는 2010년부터 담임 목회를 해 오고 있기에 더 목회자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에 주목했다. 나도 아우구스티누스처럼 한 교회에서 완주하길 바란다. 그렇게 살면 나도 복되고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학문적인 논쟁보다 목회적 관점이 다른 책들과의 차별점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에 있어서 ‘행복’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그 삶의 여정에서 ‘행복’의 정의와 이에 대한 목회적 접목은 어떻게 이뤄지나.

아우구스티누스 선생의 신학 기저에 있는 것은 ‘행복’하고자 하는 열망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열망, 갈망을 사람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추동력으로 보았다. 심지어 존재의 중심에는 그 열망이 있다고 바라봤다. 바로 ‘사랑’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인데, 사랑도 사실 갈망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존재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그 갈망은 하나님밖에 채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행복에 이르는 길을 모르기에 이리저리 방황하고 불안해한다. 행복에 대한 열망은 하나님이 각 사람을 그분 자신에게 끌어당기시는 힘과 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 이 열망이 없으면 하나님을 찾을 이유가 사라진다. 
영원하고 변치 않는 최고선을 가진 자만이 행복하다. 그 최고선은 다름 아닌 하나님이다. 그렇기에 행복한 사람은 바로 하나님을 가진 사람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전하는 지복의 상태는 하나님을 향유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에게 있어서 하나님을 보는 것, 하나님을 향유하는 것, 하나님을 소유하는 것 등은 모두 최고의 행복을 묘사하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향유라는 개념을 아주 쉽게 표현하면 즐거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바이올린 켜기를 즐거워한다면 바이올린 연주로 돈을 벌어야지 혹은 콩쿠르에 나가서 1등 해야지 등이 목적일 수 없다. 그냥 바이올린 연주 자체가 즐거운 상태다. 그것으로 행복한 것이다. 그게 나를 지금 만족시키고 있어서다. 근데 만일 내가 바이올린 연주로 1등을 해야지 생각한다면, 바이올린 연주가 ‘사용’이 돼 버린다. 즐거워하는 상태를 ‘향유’라고 한다면 이 상태는 ‘사용’이다. 우리의 목회 현장에서 ‘행복’이라는 말이 퇴색한 이유 중 하나는 목회 현장에서도 하나님을 ‘사용’해서다. 하나님을 무언가 얻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사용하니 우리의 삶도, 목회 현장도 행복하지가 않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람을 병자로, 그리스도를 의사로, 교회를 병원으로 묘사하더라. 이 의미를 부연해서 설명한다면. 

교회가 병원이라고 할 때 자신이 병들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부서져 있고 병이 들었고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 사람임을 인정해야 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우리로 하여금 예수께로 나아와서 환부를 드러내라고 이야기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한다. 이를 통해 의사와 그리스도 사이에서 강력한 유비를 발견했다. 고대 시대는 의사가 환자들에게 맞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환자들이 고통스러우니까 발버둥 치다가 의사를 때리기도 했다. 그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의사는 환자를 치료해 간다. 당시 의사는 지금처럼 상류층이 아니었다. 이처럼 우리도 그리스도께 발버둥 치며 항거하지만 의사이신 그리스도는 부서진 영혼들을 만지고 치유하신다. 그렇기에 교회에서 이 치유가 일어나야 한다. 환자가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 고통을 호소함으로써 치료의 첫걸음을 떼는 것처럼 교회는 병든 성도들을 의사이신 예수께로 인도해야 하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리스도를 내면의 ‘내적 교사’라고 칭하더라. 목회자에게 아우구스티누스가 강조한 내적 교사의 역할과 접목은 어떻게 이뤄질까. 

텍스트는 실재를 우리 내면에 상기시키는 기호다. 그렇기에 실재와 동일시될 수 없다. 선생의 《교사론》에서 기호와 실재를 구분하는 이유는 기호를 아는 것이 기호가 지시하는 실재를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재를 만나지 못하면 진정한 의미의 앎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기호는 실재를 아는 지식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실재를 알아볼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열대 과일 두리안에 대해 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큼지막한 크기에 암갈색의 굵은 가시 같은 것으로 덮여 있다고 듣는다. 그 정보로 시장에서 두리안을 알아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는 두리안을 직접 맛볼 때만 두리안에 대한 온전한 지식에 이를 수 있다. 

비가시적인 사물도 마찬가지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거나 지적인 분석을 통해 배운다고 해서 참되게 아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들이 실재를 알아보도록 돕지만 여전히 실재를 대신할 수는 없다. 문자로 기록된 성경도 최고의 실재이신 하나님을 지시하는 기호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에 ‘관해’ 배울 뿐이다. 그 실재를 맞닥뜨리게 하는 것은 바로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다. 그렇기에 참된 실재이신 하나님을 알기 위해 바깥이 아닌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 내면에 진리이신 그리스도가 계시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내적 교사’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설교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선생의 말에 따르면, 설교한다는 것은 실재이시고 의원이신 그리스도께로 나아가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칼 바르트도 성서 안에 새로운 세계가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리얼리티가 이 텍스트 안에 있기에 그걸 발견하는 게 설교자의 책무다. 그 세계로 인도해 주는 게 설교가 해야 할 진짜 일이다. 그렇기에 목회자의 설교가 포인트 중심의 설교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 포인트가 결국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 포인트를 통해 저기 예수께서 계시다, 저분을 바라보라고 지시해 줘야 하는 것이다. 

《교사론》에 의하면 영적 실재에 대해 배우게 하는 것은 선생이 아니다. 선생은 그냥 지시할 수밖에 없고 그 실재를 알게 하시는 분은 안에 계신 그리스도시다. 그렇다면 진짜 선생이 할 일은 바로 자신이 맛본 진리를 즐거워하는 것이다. 그럴 때 학생들은 ‘와, 나도 저렇게 기쁘게 살고 싶어! 혹은 저 진리 가운데서 행복했으면 좋겠어’라는 동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진리를 향유하고 기뻐한다면, 학생들은 그 기쁨이 그리스도로부터 왔음을 알아볼 것이다. 설교자가 결국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미미하다. 사실 예수께서 직접 드러내셔야 참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설교를 듣는 사람이 감동받았다고 해서 예수를 만난 건 아니다. 대부분 다시 가서 물어보면 예화 때문에 감동을 받는 경우도 많다. 예수께로 나아가지 못한 경우가 되게 많다. 그래서 선생이 주교가 된 후 첫 번째 집필한 《그리스도교 교양》에서도 설교자는 성경 해석을 통해 참된 실재인 삼위일체 하나님께 나아가야 하고 회중을 그렇게 인도해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아우구스티누스의 목회를 통해 가장 도전된 부분이 있다면 말해 달라.

히브리서를 보면 이런 말씀이 있다. “너희를 인도하는 자들에게 순종하고 복종하라 그들은 너희 영혼을 위하여 경성하기를 자신들이 청산할 자인 것 같이 하느니라(중략)”(히 13:17). 

영혼에 대한 결산과 관련한 말씀이다. 정말 두려움을 주는 말씀이자 도전이 되는 말씀이다. 그래서 이 엄중한 말씀 앞에 아우구스티누스는 안수받으며 울었을 것이다. 자신이 맡은 사람들의 영원한 생명에 대해 하나님 앞에 결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처럼 긴장되는 게 어디 있나. 아우구스티누스가 말년 은퇴식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정말 소름이 돋는다. 그 마음을 품고 평생 살았구나 싶었다. 영혼에 대한 책임은 하나님 앞에서 청산해야 할 거룩한 짐이었을 것이다.

이런 영혼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아우구스티누스는 은총의 박사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쓴 《고백록》은 주교가 된 다음에 기록한 책이다. 그는 주교가 된 다음, 자신이 젊은 날 한 여자와 동거해서 아들을 낳고 정욕으로 수도 생활이 힘들었던 내용을 신랄하게 기록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문화권에서는 남자가 자신의 내면이나 연약함을 드러내는 일 자체가 금기였다. 그런데 선생은 그 약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뒤집어 말하면 자유가 생긴 것이다. 자신이 이런 수치를 공개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이것이 복음이 주는 자유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있는, 한편으로는 영혼에 대한 책임과 다른 한편으로 은총으로 인한 자유가 목회자로서 가장 큰 도전이 됐던 부분이다. 나처럼 수많은 목회자가 이 책을 통해 좋은 선생을 만나길 바란다. 철학적으로 깊고 신학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위인보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서 갈등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나님의 은총으로 끝까지 목회의 길을 완주한 그 한 선생을 만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