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 

서론: 현대인에게도 안식일이 필요한가?

현대 사회는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에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마음의 여유와 평안을 빼앗기도 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인공 지능이 일상 곳곳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우리는 항상 온라인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업무와 휴식 사이의 경계는 희미해졌고, 쉼조차 참된 안식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피로와 불안을 초래한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탈진, 심지어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성경은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라고 명령한다. 안식일에 대한 이 말씀은 단지 종교적 규례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닌다. 제4계명은 세상의 흐름에 끌려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이 하나님께 다시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필수적인 생명의 말씀이며, 동시에 우리의 마음과 영혼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강력한 처방이다.

안식일의 의미 

‘안식일’(שַׁבָּת샤바트)이라는 말은 히브리어 동사 שָׁבַת(샤밧), 곧 ‘멈추다’ 또는 ‘쉬다’라는 의미에서 파생됐다. 이 용어는 창세기 2:2-3의 창조 기사에서 하나님께서 창조 사역을 마치시고 제칠일에 쉬셨다는 내용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하나님께서 쉬신 그날을 인간에게도 구별해 주셨다는 점은 안식일이 창조의 근본 질서이며, 인간 존재가 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할 삶의 본질적 리듬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안식일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를 기억하고, 창조 질서를 경험하며, 삶의 주기를 창조주 하나님의 뜻에 맞추는 훈련, 곧 일상의 시간을 하나님의 섭리 아래 두는 실천에 참여하게 된다. 이에 칼뱅은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명령하신 것은 인간이 창조주와의 관계를 기억하고 피조물로서의 본분과 겸손함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¹

이런 안식일의 개념은 구약의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좀 더 특별했다. 고대 근동 사회는 대부분의 사람이 생존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해야 했던 노동 중심의 사회였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굽 이전 애굽에서 노예로 살아가며 휴식이라는 개념 자체를 경험하기 어려웠다. 쉼이란 오직 지배 계층이나 특권을 가진 자들의 몫이었으며, 노동자나 노예에게는 쉼을 누릴 권리가 없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안식일을 명령하신 것은 당시의 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조치였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신 후, 그들이 노예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유로운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확인시키기 위해 ‘안식일’이라는 구별된 제도를 주신 것이다. 즉, 안식일은 온 천하 민족에게 이스라엘 백성은 내 백성이며, 내가 그들의 하나님임을 선포하는 메시지와 다르지 않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애굽 땅에서 해방한 구원자이시며, 동시에 창조주이시다(출 20:11). 안식일 준수는 곧 우리는 하나님께 속한 존재며, 우리의 모든 삶은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다스리신다는 고백의 실제적 표현이다. 

이런 맥락에서 하나님께서 4계명을 주신 목적은 분명하다. 그것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여금 노예적 삶에서 벗어나 창조주 하나님께 속한 새로운 정체성을 회복하고, 그분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재확인하며,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안식일은 온 날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선포하는 날이며, 자유와 해방의 날인 동시에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예배의 날이다.

안식일을 기억하고 거룩하게 지키라

첫째로, 성경은 안식일을 기억하라고 명령한다. ‘기억하라’(זָכוֹר자코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단순히 과거 사건이나 지식을 떠올리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이 단어는 기억한 대상을 반드시 삶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행동으로 나타내라는 명령을 포함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안식일을 단지 관념 속의 개념으로 남겨두지 말고, 매주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 실제적으로 구별된 존재가 되라고 명하셨다. 안식일을 통해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의 창조를 기억했고, 하나님의 주권을 기억했으며, 애굽의 종 됐을 때에도 하나님이 자신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계심을 기억하며, 자신들의 존재가 구별된 존재임을 기억할 수 있었다. 이에 헤르만 바빙크는 “안식일은 여호와와 이스라엘 사이의 영원한 표징이요, 하나님과 자기 백성 사이의 언약의 증거와 특징이요, 영원한 안식을 미리 맛보는 성례전”이라고 가르친다.² 

둘째로, 성경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고 명령한다. ‘거룩하게 지키라’(לְקַדְּשׁוֹ르카데쇼)는 히브리어 קדש(카데쉬), 곧 ‘거룩하게 하다’, ‘구별하다’의 사역형으로, 안식일을 일반적인 다른 날들과 명확히 구별하도록 명령한다. 이 명령은 안식일의 궁극적인 목적이 단순히 노동을 중단하는 소극적 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거룩한 하나님을 예배하며, 하나님과의 거룩한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음을 드러낸다. 따라서 안식일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따라 삶의 리듬을 재정비하며, 안식일에 스스로를 거룩하게 구별해 하나님께 헌신하는 것은 신앙인의 필수적 과제다.³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은 곧 하나님께서 그들 삶의 주권자이시며, 그분과의 관계 안에서 진정한 자유와 평안을 누릴 수 있음을 고백하는 신앙 행위였다. 

정리하면, 안식일은 하나님의 창조와 주권을 기억하는 날이며,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따른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날이다. 또한 세상과 죄의 노예 상태에서의 자유와 해방을 경험하는 날이며, 온 공동체가 함께 예배와 거룩한 실천에 참여하는 구별된 날이다. 

“이같이 이스라엘 자손이 안식일을 지켜서 그것으로 대대로 영원한 언약을 삼을 것이니 이는 나와 이스라엘 자손 사이에 영원한 표징이며 나 여호와가 엿새 동안에 천지를 창조하고 일곱째 날에 일을 마치고 쉬었음이니라 하라”(출 31:16-17). 

안식일을 잃어버린 우리의 현실 

현대인은 그 어느 시대보다 풍족하고 편리한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혼과 마음의 역동을 살펴보면, 실제로 전혀 안식을 누리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보게 된다. 안식일의 의미와 실천이 점차 퇴색해가는 현실의 원인을 크게 다음의 4가지로 탐색해 볼 수 있다. 

1.    과도한 노동과 무한 근무의 압박  
현대인은 과도한 노동과 성과 중심의 문화 속에 살아간다. 기술의 발달은 언제, 어디서나 업무와 연결돼야 한다는 압박감을 만들었고, 그 결과 휴식과 업무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업무용 메시지나 이메일이 언제든지 도착할 수 있고, 그에 즉시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즉각적으로 대답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즉각적인 대답을 받지 못하면 거절감과 분노를 느끼는 사람도 많다. 결과적으로 안식일과 같은 주기적 쉼이 사라지고, 쉴 때조차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무한 근무’의 문화가 조성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고용 불안정과 생계의 압박,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주말이나 휴일에도 일을 하거나, 과도한 야근이나 부업을 감수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안식에 대한 제4계명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된다. 이렇게 24시간 온라인 상태, 암묵적 무한 근무 상태로 사는 현대인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성취하고 증명해야 한다는 압력 아래 놓인다. 이는 만성 스트레스와 피로, 탈진,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심리적 문제를 초래한다. 

2.    소비주의적 쉼의 함정
현대인의 쉼은 소비주의 문화로 인해 본질적인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다. 많은 현대인이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SNS 등의 활동에 몰두한다. 이런 형태의 ‘쉼’은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심리적, 정서적 에너지 소비로 이어진다. ‘쉼’이 ‘소비’라는 다른 형태의 노동으로 변질돼 가는 것이다. 특히 현대 사회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SNS의 확산은 비교와 경쟁을 부추기며 더 많은 소비와 보여 주기식 쉼을 강요한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즉각적으로 타인의 세상에 반강제적으로 초대된다. 주변 사람들의 주말 라이프나 휴가, 맛집, 뷰맛집 탐방 등을 보면서 비교의식에 빠지고, 이는 더 큰 소비 욕구와 보상 심리를 부추긴다. 좋은 곳을 찾아다니고,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뭔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쉬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더 멋지고, 더 많은 것을 즐겨야 한다는 보여 주기식 쉼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이런 경우, 안식일은 그 본질을 잃고 소비의 날, 뭔가 특별한 활동이나 가족 행사를 해야 하는 날로 변질된다. 이처럼 소비를 강요하는 쉼의 문화 속에서 현대인들은 진정한 쉼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정신적 피로와 공허함을 경험한다. 

3.    정체성과 의미의 상실 
많은 현대인이 하나님을 떠나 근본적인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상실함으로 불안과 허무의 늪에 빠져 있다. 안식일의 핵심적인 의미 중 하나는 우리가 하나님의 피조물이자 그분의 백성임을 기억하고, 삶의 주권이 우리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는 데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존재와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세속 문화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고 삶의 의미를 창조해야 한다. 방향을 잃은 배처럼 망망대해를 방황하는 인생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의미의 상실은 끊임없는 허무의 늪에 우리를 빠뜨리고, 허무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자아 실현의 강박에 빠지게 한다. 더 나아가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게 되면, 극심한 정체성의 위기와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쉬는 중에도 뭔가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행위를 하지 않으면 불안감에 빠진다. 현실에서 도태될까 쉬는 중에도 두려워한다. 자신의 가치를 성과나 업적과 동일시하며, 쉼을 누릴 때조차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며, 쉬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즉, 생산성과 성과로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평가하는 심리적 왜곡에 빠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쉬는 중에도 실제로 쉬지 못한다. 운동이든, 공부든, 취미든 무엇이든 해야 한다. 심지어 교회의 예배와 봉사, 사역도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고 삶의 의미를 추구하기 위한 자아실현의 방편으로 삼는다. 하나님 중심적 안식일의 본질과 실천을 잃어버릴 때, 인간은 스스로 자기 존재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찾고자 끊임없이 애를 쓰지만, 결국 영적 불안과 공허함의 늪에 빠지게 된다. 

4.    죄의 지배와 굴레 
현대인이 안식을 잃어버리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죄의 지배와 굴레 때문이다. 이는  앞에서 제시한 모든 원인들 이면에 숨겨진 본질적인 문제다. 성경은 인간이 죄 아래 있을 때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없다고 선언한다(사 57:20-21). 죄는 인간의 영혼을 끊임없는 욕망과 탐심으로 몰아붙이며,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과 내적 공허를 낳는다. 이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현대인은 더 많은 물질적 소유, 인정, 쾌락을 추구하지만, 오히려 더욱 깊은 불안과 공허에 빠지게 된다. 죄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끊어내고, 참된 안식을 빼앗아 끝없는 욕망의 순환 속에 갇히게 한다. 

또한 죄는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착각과 자기중심적 태도를 갖게 만든다. 하나님 없이 자기 삶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게 하고, 그로 인한 자책과 죄책감으로 우리를 얽어맨다. 현대인은 이러한 죄의 굴레 속에서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용서와 안식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더욱 심각한 심리적, 영적 고통에 시달린다.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죄의 삯인 사망에 이르게 된다(롬 6:23). 개혁주의 목회자 팀 켈러는 이에 대해 죄는 하나님이 주시는 안식을 거부하고 스스로 쉼을 만들어 내려고 하지만, 결국 참된 쉼을 찾지 못한 채 영혼의 지독한 피로와 혼란을 낳는다고 지적한다.⁴

참된 안식은 그리스도 안에서 

현대인이 경험하는 만성적 피로, 불안, 정체성의 혼란은 단지 겉으로 드러난 증상일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죄에서 비롯된다. 죄가 본질적인 요소이고, 그 외의 문제가 파생적인 결과라면, 궁극적으로 참된 안식을 위한 길은 오직 그리스도 안에 있다. 인간의 영혼은 본질적으로 하나님과 교제할 때에만 진정한 평안을 누릴 수 있도록 창조됐다. 안식일에 대한 제4계명은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참된 안식의 근원임을 명백하게 선포한다. 그리고 잃어버린 안식을 회복하기 위해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허락하셨다.

예수님은 친히 안식의 주인이시라고 선언하셨다(막 2:27-28). 이 말씀은 안식일의 본질이 율법적 규범이나 형식적 의례를 지키는 것에 있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와의 사역과 믿음으로 말미암은 그분과의 언약적 관계 안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죄와 사망, 고통과 억압, 끊임없는 자기 증명의 짐에서 자유를 얻는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해 완전한 순종과 성취를 이루셨고, 그분의 의를 전가받아 우리가 더 이상 우리의 노력으로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스스로를 증명할 필요가 없도록 하셨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 안에 거할 때, 끝없는 비교와 경쟁 가운데 자기를 과시하고 드러내려는 소비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 어떤 형편에도 거할 줄 아는 참된 만족을 얻고(빌 4:11-13),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해 부르신 하나님의 부르심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사명을 발견하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비전 가운데 하루하루의 의미를 채워간다. 즉, 우리는 그리스도의 공로로 말미암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비로소 참된 쉼을 누릴 수 있다. 

그리스도의 속죄와 부활이 참된 안식의 핵심이다. 그리스도께서 죄와 죽음의 권세 아래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우리를 해방시키시고, 하나님의 안식에 참여하도록 초청하셨다.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 안에서 우리는 영원한 안식을 선물로 받는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안식일에 참여함은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기다리며 그분의 은혜를 맛보고, 감사하며, 그날이 이르기까지 거룩한 언약 백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실천이다. 

따라서 참된 안식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쉼을 갖는 것 이상의 깊은 영적 의미를 지닌다. 참된 안식이란 궁극적으로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속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될 때 경험할 수 있는 영혼의 평안이다.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우리는 죄와 사망의 권세로부터 자유함을 얻으며, 이 땅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하려는 압박으로부터 자유를 얻고, 하나님 앞에서 사랑받는 존재임을 확신하게 된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와 연합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를 삶 가운데 점진적으로 이루어 감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역사에 참예하는 기쁨을 얻는다. 따라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참된 안식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뿐이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지침 

참된 안식을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했다면, 이제 그것을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안식일 준수는 단순히 이론이나 교리적 가르침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실제적 습관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이 안식을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1.    예배의 우선순위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지침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다. 레위기 23:3은 ‘일곱째 날은 쉴 안식일이니 성회의 날’이라고 말한다. 이는 안식일이 단지 육체적 휴식 이상의 ‘예배 공동체’ 모임을 의미함을 보여 준다. 따라서 우리는 주일예배를 의무나 형식이 아닌 하나님을 만나는 기쁨과 감사의 시간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예배 가운데 하나님의 주권을 기억하고, 모든 삶의 문제를 하나님 앞에 내려놓으며, 그분의 말씀과 은혜로 영혼을 새롭게 해야 한다. 

1) 공동체 예배 참여
안식일은 혼자 집에서 누워서 쉬는 날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참된 안식을 경험하고, 즐거워하고, 기리며, 장차 임할 안식의 완성을 기다리는 날이다. 따라서 성도의 공동체와 함께 예배를 통해 죄와 사망에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속된 자유인으로서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기뻐하며 경배해야 한다. 

2) 그리스도 중심적 경건의 습관
참된 안식은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임한다. 따라서 그리스도 중심적인 경건의 습관을 공동체 안에서 형성할 것을 권면한다. 말씀 묵상이나 소그룹 모임, 기도 공동체 등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참된 안식의 의미를 되새기라.

2.      쉼의 회복: 창조 질서의 리듬
하나님께서는 6일 동안의 창조 후에 7일째 되는 날 안식하셨다(창 2:2-3). 하나님께서 친히 쉬신 일곱째 날의 안식은 인간의 삶의 리듬을 하나님께서 주도하신다는 선언이다. 우리가 멈출 때, 비로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일하시는 자리를 내어드릴 수 있다. 안식일은 하나님께 우리의 자리를 구체적인 시공간에서 내어드리는 실천이다. 이는 삶의 주권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실천이다. 

1) 안식을 방해하는 일들에 대한 ‘멈춤’ 훈련
주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일을 한다. 일이 아니더라도 많은 일정을 만든다. 우리는 그 모든 실천이 하나님이 주시는 참된 안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만약 하나님이 주시는 안식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그 안식을 방해하는 것들이라면, 우리는 단호히 그 일과 일정을 멈추어야 한다. 

2) 디지털 안식일 실천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일정 시간 멀리해 정신적 피로를 줄이고 영혼이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3) 하나님 앞에서의 시간 구조화
안식일을 통해 시간을 허락하시고 안식을 제공하시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목적을 발견하면, 안식 후 새로운 힘으로 하나님이 주신 사명에 나머지 날들을 헌신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 삶의 리듬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충분히 쉬며, 다시 회복된 몸과 영혼으로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해 살도록 창조하셨다. 따라서 주어진 시간을 하나님 앞에서 구조화하며, 우리의 모든 시간을, 일하는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나 하나님 나라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자. 

3.    소비주의에 맞선 ‘덜하기’ 연습
무한 경쟁과 자기 계발의 홍수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더 빨리, 더 많이, 더 생산적으로 해야 한다는 압박을 준다. 성도는 하나님이 가라 하실 때 가고, 멈추라 하실 때 서야 하며, 세상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 제4계명은 현대 사회의 흐름에 대한 거룩한 저항이다. 

1) 덜하기 연습
불필요한 소비와 활동을 줄이고, 삶의 소음을 줄임으로써 내면의 평안을 누릴 수 있는 안식의 시공간을 확보한다.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좋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에 만족하자. 꼭 많은 것을 하지 않아도 좋다. 예수님은 분주함으로 마음의 안식을 잃은 마르다보다 그의 발 앞에서 말씀을 듣고 있었던 마리아를 칭찬하셨다. 불안해서, 자기 의를 위해서, 인정받고 성공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하기보다 하나님이 진정 원하시는 것을 제대로 하자. 그러기 위해서 필요 없는 자기 욕심과 불안에서 비롯된 수많은 행위 목록들 가운데 하나님과 무관한 것을 빼라. 덜어 내라. 덜하기도 연습이 필요하다. 

4.    사랑의 실천과 복음 증거 
제4계명에는 개인적 안식뿐만 아니라, 종이나 가축이나 나그네에게까지 함께 쉬게 하라는 내용이 나온다(출 20:10). 이는 안식일 준수가 우리의 안식을 넘어 공동체, 사회적 약자,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영혼들에게까지 흘러가야 함을 보여 준다. 

1) 가족, 공동체, 이웃을 향한 돌봄의 실천
안식은 개인의 심리 내적인 요소가 아닌 전인적 측면에서 그리스도의 질서를 이루고, 평안을 누리는 것이다. 따라서 성도는 서로를 돌아보아 격려하며, 공동체적 연대를 회복하고, 서로의 영혼을 사랑과 섬김으로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주일에 성도가 함께 모여 봉사하고 교회를 섬기는 실천은 안실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한 방편이다. 

2)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섬김
현대 사회에는 다양한 사회적 약자가 있다. 생계와 안전 등이 보장되지 않는 대상들에게 교회 공동체가 봉사와 함께 사회적 지원을 하는 것도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는 한 국면이다. 

3) 복음의 증인으로서의 삶
안식의 근원은 하나님이시다. 그리고 누구든지 그리스도로 말미암지 않고는 하나님께로 갈 자가 없다. 따라서 참된 안식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복음 증거를 포함한다. 

결론 

하나님은 안식일을 복 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셨다(출 20:11).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는 실천을 통해 성도는 하나님이 창조 질서 가운데 허락하신 복을 누리고, 더욱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해져 갈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택함받은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안식이 완성될 마지막 날을 소망하며, 오늘도 거룩하게 안식일을 지키는 성도가 될 것을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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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1)    장 칼뱅, 《기독교 강요》, 2.8.28.
2)    헤르만 바빙크, 《개혁파 윤리학 2》, 윤석인 옮김 (서울: 부흥과개혁사, 2024), p. 299. 
3)    앞의 책, p. 299. 
4)    Tim Keller, Counterfeit Gods: The Empty Promises of Money, Sex, and Power, and the Only Hope that Matters (Penguin Books, 2011), p.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