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사역, 죽음, 부활, 그리고 재림 안에서 완성된 성도들의 구원 역사를 매년 재현하는 것’¹이다. 그러므로 교회력은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받은 은혜를 계속해서 기억나게 하고 체험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교회력은 은총의 교회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은총의 교회력 가운데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절기가 바로 부활절이다. 즉 부활절은 교회력의 중심 절기로서 부활주일 아침부터 시작돼 50일간 계속되는 절기다. 다시 말해서 부활절은 부활주일부터 시작해 오순절 성령강림주일에 그 절정을 이루는 50일간의 기쁨의 절기다. 그래서 흔히 이 절기를 ‘기쁨의 50일’(The Great Fifty Days)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절기는 교회가 탄생한 이후 3세기 동안 갖고 있던 유일한 절기였다. 초대교회 교인들은 부활주일부터 오순절 성령강림 때까지 완전한 기쁨과 승리의 확신 가운데 이 절기를 축하했던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 한국 교회는 이 소중한 부활 절기를 부활주일 단 하루만의 절기로 착각하며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 절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물론이고, 용어조차 잘 모른다. 결과적으로 한국 교회 내에는 이 ‘기쁨의 50일’절기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심지어 어떤 설교자는 7주 동안 계속되는 이 기쁨의 부활 절기 동안 고난과 환란에 대해서 설교하기도 하며, 십자가에 대해서 다시 설교하기도 한다. 즉 교회의 많은 지도자들조차 부활 절기를 하루의 잔치로 생각하고, 부활주일에 단 한 번 ‘주님 부활하셨다! 사셨다!’를 외치고는 그다음 주일부터는 부활에 대한 내용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부활절은 하루의 축제가 아니라 50일간의 기쁨의 절기다. 그러므로 본 글은 50일간의 큰 기쁨의 절기인 부활절에 대해서 그 명칭에 대한 의미를 알아보고, 이 절기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 그리고 내용과 부활절의 신학적 의미 등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부활 절기의 명칭

현재 부활 절기를 가리키는 용어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파스카(Pascha) 절기’라는 단어이고, 또 하나는 ‘기쁨의 50일’이라는 용어다. 먼저 부활절기를 가리켜 ‘파스카 절기’라 부르는 것은 부활절의 원래 명칭이 유월절을 뜻하는 ‘파스카’에서 왔기 때문이다.² 초대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이 유월절 기간 동안에 일어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활절의 명칭을 ‘파스카’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부활 절기는 ‘파스카 절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다음에 ‘기쁨의 50일’은 이 부활 절기가 갖고 있는 메시지가 한마디로 ‘기쁨’과 ‘환희’이기 때문이다. 초대교회는 부활주일부터 오순절 성령강림주일까지 50일간을 하나의 잔치같이, 하나의 ‘큰 주일’같이 기쁨으로 보냈다. 그러므로 부활 절기를 ‘기쁨의 50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초대교회에서는 이 절기 동안에는 금식을 하지 않았고, 슬픔과 회개의 표현인 무릎 꿇음도 허락하지 않고 기도할 때에도 서서 기도했다.   

‘기쁨의 50일’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

앞서 밝혔듯이 교회의 가장 오래된 절기는 부활주일부터 시작돼 오순절 성령강림주일로 마쳐지는 50일의 기간이다. 그래서 교회는 이 기간을 ‘성(聖) 50일’이나 ‘대(大) 50일’(The Great Fifty Days)로 불렀다. 학자들은 ‘파스카 절기’를 50일간 지키게 된 것을 1세기경, 유대인들의 ‘주간들의 절기’(Feast of weeks) 준수와 그 근원과 관련시킨다. 원래 유대인에게 있어서 이 기간은 50일간의 추수감사 절기였다. 유대인들의 추수감사절기는 ‘호멜절’(Omer Days)로 알려진 것으로서 유월절에서 오순절까지 50일간의 추수를 감사하며 지키는 절기였다(레 23:15-21). 이 절기의 원래 이름은 샤바우트(shabouth)인데, ‘주간들’이라는 뜻이며, 이 절기는 유월절 안식일 다음날 시작하여 50일째 되는 날 마감하는 7주간의 추수감사절기였다.

여기서 우리는 유대인들이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7이라는 숫자를 보게 된다. 그들에게 있어서 7은 완전수다. 제7일에 하나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의 완전함을 축하했다. 그러므로 7이라는 숫자는 완전수다. 그렇다면 7에 7을 곱한 수는 얼마나 완전한 숫자이겠는가? 그러므로 49일 동안의 기간은 ‘week of weeks’가 된다. 

그다음에 50이라는 숫자도 성스러운 의미를 가진다. 레위기 25장의 희년을 생각해 보라. 여기서 50이라는 숫자는 종말론적인 성격을 가지며, 이는 또한 해방과 복구(restitution)의 수이며, 커다란 기쁨의 숫자다. 그러므로 유대인에게 있어서 봄의 49일 동안의 추수의 절기는 새로움(newness)과 기쁨(rejoice)의 표시(sign)으로서의 50일에 끝난다.

초대교회는 바로 이런 중요한 상징을 그대로 채택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충만 위의 충만이다(“우리가 다 그의 충만한 데서 받으니 은혜 위에 은혜러라”, 요 1:16).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는 7×7로 상징된다. 결국 이스라엘 백성이 유월절부터 봄 추수를 50일 동안 기뻐하며 지켰듯이, 초대교회는 이런 상징을 그대로 가져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면서 기쁨으로 보냈던 것이다. 학자들은 이렇게 유월절 안식일 다음날부터 시작해 50일째 되는 날(오순절, 칠칠절, 맥추절 등으로 불림, 출 23:16; 출 34:22; 레 23:22  등 참조)에 끝나는 이스라엘의 Shabouth 절기가 바로 ‘파스카 절기’의 기원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므로 부활절은 50일간의 기쁨의 계절이다. 그리고 부활주일(Easter Day)은 이 기쁨의 절기 시작이다. 초대교회는 바로 이 점을 분명히 했고, 나중에 니케아 종교회의(325년)에서는 이 성격을 분명히 하는 두 개의 금지령을 발표했는데, 그것은 이 기간 동안에는 ‘금식과 무릎을 꿇지 말 것’을 명령한 것이다. 

이 ‘기쁨의 50일’의 중요성을 증거하는 고대 문헌이 많이 발견됐다. 3세기 초 터툴리안이 ‘파스카 절기’의 50일간을 ‘오순절’(Pentcost)이라는 단어와 동일시하여 사용한 것을 보면,³ 이 단어가 50일째 되는 하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는 특별히 이 기간 동안을 특징지었던 ‘기쁨’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관련된 종말론적 소망과, 교회에 대해 성령을 부어 주심, 그리고 하나님에게 모여든 거듭난 백성의 언약 등으로 인해 주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50일간의 ‘파스카 절기’ 동안에는 금식을 하거나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됐던 것이다. “혼인집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을 동안에 슬퍼할 수 있느냐 그러나 신랑을 빼앗길 날이 이르리니 그 때에는 금식할 것이니라”(마 9:15). 우리는 이 ‘신랑과 함께 있음’의 동기가 바로 ‘파스카 절기’에 대한 초대교회 교부들의 공통된 주제가 된 흔적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타나시우스는 지금 살아 계신 어린양 그리스도가 소유한 기쁨 그 자체가 ‘기쁨의 50일’에 진하게 배어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기쁨의 50일’은 다가올 종말론적 세계에 대한 상징으로서의 의미가 있었다. 성 바질은 7이라는 숫자의 7배라는 숫자적 관점에서 이 시기를 논평한다. 7의 7곱은 부활의 첫날에 대한 ‘영원한 배수’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살아나신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나는 풍성한 생명을 상징화한다는 해석이다. 결국 ‘기쁨의 50일’은 하늘에서 성취될 생명의 상징이 됐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기간 동안 고백하는 ‘알렐루야’의 중요성을 언급한다.⁴ 그에게 있어서 이 노래는 계시록 19장의 종말론적 승리의 찬가로 묘사된다. 도살당하신 어린양과 기독교 공동체의 연합은 부활 언약의 종말론적 소망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렇게 초대교회 안에서 부활 절기, 즉 ‘파스카 절기’는 ‘기쁨의 50일간의 절기’로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절기였다. 그렇다면 이런 중요한 부활 절기는 어떻게 구성돼 있는가?

기쁨의 50일 구성

기쁨의 50일은 부활주일로부터 시작되는데, 40일째 되는 날인 ‘승천일’을 거쳐서 50일째 되는 날인 ‘오순절 성령강림주일’로 끝이 난다. 

1.    부활주일(Big Easter Day)
부활주일은 교회력에서 ‘축제의 여왕’(Queen of the Feasts)이라고 불리는 날이다.⁵ 그리스도인은 이 날에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달리심과 죽으심, 그리고 장사돼 무덤에 묻히심, 그리고 부활과 교회의 머리로 높이 들리움을 받으시는 그리스도를 선포한다. ‘십자가에 달리셨던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외침은 초대교회 신앙의 핵심을 이루는 외침이었다. 이 날 초대교회는 죽음을 정복한 초자연적인 승리의 주인을 구원의 주님으로 모신 기쁨으로 충만했으며, 이는 초대 교인들의 신앙의 핵심이요, 순교의 원동력이었다.

2.    부활절 후 두 번째 주일(도마 주일: Thomas Sunday)
부활주일 다음 주일은 도마 주일이다. 도마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타나신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그러나 요한복음 20장에 보면 드디어 그는 부활하신 주님 앞에 서게 된다. 도마 이야기는 도마의 의심에 그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심 안에서 주님의 은혜를 만남에 있다. 예수님은 도마에게 나타나셔서 그를 책망하신 것이 아니라, ‘와서 보라 그리고 믿으라’고 말씀하셨다. 거기에는 도마를 향한 그 어떤 비난의 말이 포함돼 있지 않다. 

3.    부활절 세 번째 주일(음식 주일: Meal Sunday)
부활하신 주님의 또 한 번의 나타나심은 음식을 함께 나누는 곳으로 둘러싸여 있다. 예수님께서는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셔서 그들에게 음식을 베풀어 주셨다(눅 24:13-35). 그 후에 그들은 부활의 주님을 깨닫게 됐다. “그들이 서로 말하되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눅 24:32). 요한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 해변에 나타나셔서 음식을 장만하시고 저들을 초청하셨다. 그래서 공동성서정과(The Common Lectionary)⁶에 의하면 이 주일의 본문들은 모두가 다 음식에 관한 말씀이 선택됐다. 그래서 이 주일을 흔히 Meal Sunday라고 부른다.
 
4.    부활절 네 번째 주일(선한 목자 주일: Good Shepherd Sunday)
이 주일은 선한 목자 주일로서, 공동성서정과에 의하면 이 주간에 교회는 요한복음 10장과 시편 23편 그리고 서신서에서도 역시 목자와 관련된 성구들을 읽는다.
  
5.    부활절 다섯 번째 주일(‘나는 … 이다’ 주일: I AM Sunday)
이 주일에 교회는 ‘나는 포도나무요’, ‘나는 길이요’, ‘나는 진리요’, ‘나는 생명이니’와 같은 말씀들을 읽는다. 이런 말씀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누구신가라고 하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는 … 이다’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은 출애굽 당시에 모세에게 나타나신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I am who I am, 출 3:14 등)라고 말씀하신 바로 그 하나님이심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6.    부활절 여섯 번째 주일 
이 주일에는 주님의 승천을 준비하는 말씀들을 읽게 된다. 이제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새로운 양태로 함께하실 것이다. 이 주일에 복음서의 말씀들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읽게 되며, 또한 보혜사 성령님을 보내실 것을 약속하는 말씀들이다. 

7.    부활절 일곱 번째 주일
많은 교회가 이 주일은 부활절 일곱 번째 주일로 지키기보다는 승천주일로 지킨다. 왜냐하면 승천일이 이 주간 목요일에 있기 때문이다. 

8.    승천축일(The Commemoration of the Ascension)
이날은 ‘기쁨의 50일’의 40일째 되는 날로서 초기에는 언급되지 않다가 AD 300년 엘비라 공회의 법규에서 40일째 대한 기념을 언급함으로써 가속화됐다. 그 이후로 동서방 지역에서 이 절기는 확인되고 있으며, 크리소스토무스와 아우구스티누스 등에 의해서도 확인된다. 

9.    성령강림주일(The Day of Pentecost)
4세기 초까지만 해도 ‘기쁨의 50일’은 파스카 신비의 풍성함을 기념하는 하나의 통합된 절기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절기의 50일째 되는 날에 대한 기념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됐다. 이 절기에 대한 최초의 언급은 300년 엘비라 공의회에서 시작된다. 

4세기 말경에 ‘부활 절기’의 50일째 되는 날은 관심을 받았고, 오순절(Pentecost)이라는 명칭을 획득하게 된다. 이는 아마도 교회의 역동성을 위해 성령님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할 당위성으로 이뤄진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중요성이 가장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된 것은 381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제기된 성령님의 위격에 관한 선포였다. 그러므로 이 날은 순전히 성령님의 오심을 기념하기 위해 설정된 날이다. 이러한 독자적인 위치를 획득하고 난 후 오순절 성령강림 주일은 부활주일에 필적할 만한 자리에 오르게 된다.

기쁨의 50일의 5가지 신학적 의미

첫째, 기쁨의 신학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기쁨의 50일’은 사실 확대된 주님의 날이다. 즉 파스카 절기는 부활절을 7주간으로 확대한 ‘큰 일요일들’이다. 따라서 ‘기쁨의 50일’의 주제는 ‘주님의 날’이 갖는 주제(주님의 죽으심과 살아나심 그리고 성령임으로 그의 공동체에 현존하심)와 일치한다. 이 절기의 중심 주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 새로운 피조물 됨’이었다. 즉 이 절기가 갖는 영적 분위기는 바로 그리스도께서 현존된 기쁨이요, 그의 통치 안에서 누리는 자유! 그 자체다.  

둘째, 신앙 성숙이다. 모든 절기 중 ‘파스카 절기’는 세례 후 ‘신비교육’(mystagogy)의 황금 시기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비교육’이라는 것은 새로 세례를 받은 자들에게 그들이 받은 성례의 의미를 교육하는 것, 즉 ‘세례 후 교육’을 말한다. 그러나 ‘신비 교육’이라 함은 성례(sacramentum)라는 라틴어 말과 신비(mysterion)라는 헬라어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여기서 말하는 신비란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신비스러운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은총을 우리가 자각할 수 있게끔 사용되는 예식을 말한다. 

셋째, 그리스도의 왕권이다. ‘기쁨의 50일’은 메시아 시대의 완성을 상징화하는 절기다. 부활은 완전하고 완전해진(perfect and perfected) 교회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확정해 주는 하나의 완벽한 메시지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는데, 이 기쁨의 50일 동안 ‘승천일’이 그 안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승천일은 예수님의 부활 후 40일째 되는 날이다. 그리고 이렇게 그리스도의 부활에 승천이 결부된다는 것은 아주 의미심장한 일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을 인생과 같은 낮고 비천한 상태와 십자가의 부끄러움을 벗어 버리고, 다시 살아나심으로 그의 영광과 권능을 충분히 과시하셨다. 그리고 그가 하늘에 올라감으로써 그의 육체적인 임재는 우리의 육안에서는 사라졌지만(행 1:9), 그것은 예수님께서 신자들의 지상에서의 삶 동안만 함께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더욱 효과적인 권세를 가지고 하늘과 땅 모두를 다스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육체가 모든 하늘 위에 높이 들림 받은 것과 같이, 그의 권능과 효력도 하늘과 땅의 모든 한계를 넘어 전파되고, 확대된 것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하늘로 승천하심으로 모든 세상을 초월하여 지금도 통치하시고 다스리신다. 

넷째, 성령의 임하심과 교회의 탄생이다. ‘기쁨의 50일’의 절정은 50일째 되는 날인 ‘성령강림주일’이다. 이 날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임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며, 그리스도의 구속 역사의 완성과 성령이 사도들에게 임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마침내 오순절이 이르매,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와 함께 불의 혀 같은 형상이 보이며, 그들 위에 성령님이 충만하게 임재하셨다(행 2:1-4). 이 성령의 임재는 구약의 요엘서(요엘 3:1-5)에 예언된 말씀이 오순절날 성령님께서 강림함으로써 마지막 때에는 모든 사람에게 성령이 주어지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된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오순절은 그리스도의 구속 역사의 완성과 성령을 보내 주시겠다는 약속의 성취를 표시하는 축일이다.
 
동시에 오순절은 지상교회를 탄생케 했다. 이날은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이 성령님에 의해 하나로 모이고,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형성시키려고 부르시고 택하신 성도들의 교제 가운데 오신 날이다. 즉 이 날은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통해서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모여든 무리로 새 기관인 교회를 지상에 세우셨음을 공인하시는 사건이다. 그러므로 성령강림의 가장 큰 의의는 그리스도에 대한 확신을 통해 이 땅에 교회를 세우도록 했다는 점이다. 

다섯째, 선교적 성격을 지닌다. 부활 공동체의 증인으로서의 책임은 사회적 행동이나 사회적 봉사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부활로써 생성된 변화는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공동체의 변화 이상의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까지 확대돼야 한다. 부활 공동체가 지녀야 할 빛은 공동체가 머무는 곳의 필요를 섬김으로 채워 주어야 하며, 또한 복음 선포를 통해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18-20).

나가는 말

사도 시대 이후 줄곧 주님의 부활을 매년 기념하던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부활 절기를 하루의 행사로 만족할 수 없었다. 따라서 부활의 감격과 기쁨을 장장 7주간의 시간을 통해 표현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놀라운 부활의 신비를 다 경험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진정한 감사와 기쁨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신비를 50일간 경축했던 것이다. 이 50일간의 기쁨의 잔치는 오늘도 우리의 마음과 신앙생활 그리고 교회 속에서 이어져야 한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는 이 ‘기쁨의 50일’ 동안의 부활 절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초대교회의 가장 중요한 신앙고백, 즉 부활 신앙을 담고 있던 이 ‘기쁨의 50일’을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50일의 전 기간이 기쁨의 잔치 기간이 돼야 한다. 이제는 부활주일 하루에만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고 계란을 나누어 먹은 다음 그다음 주부터는 다시 고난과 수난을 되풀이하는 그런 상식 없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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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orace T. Allen Jr., A Handbook for the Lectionary (The Geneva Press, 1980), p. 25. 
2)    파스카(Pascha)라는 말은 바울이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는 유대인의 축제일’(Feast of Unleavened Bread: the Pascha)이라고 한 데서 가져온 것이다(고전 5:7-8절 참조). 그리고 파스카(Pascha)라는 히브리 말의 뜻은 ‘넘어간다’(pass over)는 것이다. 
3)    Tertullian, On Baptism, ch. XIX(c.205), trans. S. Thelwall, Ante-Nicene Fathers III (William B. Eerdman Publishing Company, 1997), p. 678.
4)    Augustine, Letter 55: to Januarius (c. 400). trans. Wilfred Parsons, Fathers of the Church, XII, pp. 284-285. 
5)    에드워드 T.혼, 《교회력》, 배한국 옮김(컨콜디아사, 1989), p. 161. 
6)    성서정과(Lectionary)는 성구집이라고도 말하며 역사적으로 성구집들은 4세기에 이르러 초대교회가 사용한 것으로 “교회력(The Church Year)에 따른 계획으로 성경 말씀을 읽도록 정리해 놓은 것”이다. The Consultation on Common Texts, The Revised Common Lectionary, (Abingdon Press, 1993), p.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