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 속한 세상에 마음의 길을 내다

비행기 안, 5개월 남짓 아기가 할아버지 손에 들려 방긋방긋 웃다 못해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무릎 위에 아이를 세운 채 두 팔로 아이를 들어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고, 아기는 반달눈이 돼 할아버지와 눈맞춤한 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사랑과 기쁨으로 넘쳤고, 주변 승객들도 누구 하나 불편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곧 아기 엄마의 당황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쟤 저기서 왜 저러고 있어?” 이 짧은 동영상의 제목은 ‘비행기 옆자리 승객에게 맡겼을 때 아기 반응’이었다. 38만 명의 사람들이 ‘좋아요’를 남기고 7천 개 가까운 댓글이 남겨진 이 짧은 영상에는 “기내에서 처음 본 할아버지 보고 숨넘어가며 좋아하는 중”이란 해설과 함께 ‘#쌍둥이육아#5개월아기’라는 해시태그가 붙어 있었다. 

이 장면은 현대사회에서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격대교육(隔代敎育)의 가치를 보여 준다.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며 가르치는 격대교육은 양쪽 모두에게 기쁨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과거에는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핵가족화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이러한 모습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조부모가 손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은 단순한 육아 지원 이상의 깊은 의미가 있다. 그들은 시간적 여유와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안정감과 지혜를 전해 줄 수 있는 존재이며, 신앙 전수의 중요한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성경은 신앙이 단절되지 않고 세대를 넘어 전수돼야 함을 강조한다. “여호와의 인자하심은 자기를 경외하는 자에게 영원부터 영원까지 이르며 그의 의는 자손의 자손에게 이르리니”(시 103:17)라는 말씀처럼, 신앙은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로 이어질 때 더욱 견고해진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신앙을 직접 가르칠 시간과 여유, 방법과 지혜를 갖기 어렵다. 이때 조부모가 손자녀의 신앙을 길러 주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특히 조부모는 직계 부모와는 다른 정서적 거리가 있어 더 자애롭고 인내심 있는 신앙 교육이 가능하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부담과 책임감에 압박을 느끼기 쉽지만, 조부모는 상대적으로 한 발짝 떨어진 위치에서 아이를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신앙을 삶 속에서 체험하도록 돕는다. 디모데가 외할머니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를 통해 어려서부터 성경을 배우고 믿음을 가졌던 것처럼(딤후 1:5), 오늘날도 조부모는 신앙 전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부모는 한 세대를 넘어선 삶의 지혜와 신앙의 유산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조부모와의 시간에서 놀이와 육아 이상의 가치를 배운다. 직접적인 육성을 통한 성경 이야기, 기도하는 습관, 감사하는 태도,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조부모는 손자녀들에게 믿음의 습관과 신앙적 가치들을 자연스럽게 심어 줄 수 있다. 이처럼 격대교육의 가치는 가정 내 육아 지원을 넘어 세대 간 단절을 줄이고 더 깊은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있다. 핵가족화를 넘어 핵개인화가 가져온 사회적 변화 속에서, 조부모와 손자녀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하고 신앙을 계승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 교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으며 주일학교 역시 인구 감소와 더불어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 안 노령 성도들을 영유아 자녀 세대의 신앙 양육자로 준비시키는 일은 한국 교회에 신앙 단절의 위기를 극복하고 양 세대 모두에게 커다란 유익을 주는 기회이리라 확신한다. 과연 우리는 격대교육이라는 신앙 전수의 기회를 충분히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는가? 이 질문을 시작으로 격대교육이 현대 교회와 가정에서 가지는 의미와 그 실천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핵심 – 주의 말씀에 길을 묻다

성경에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직접 교육하는 격대교육에 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다만, 직계를 넘어선 신앙 전수에 관한 말씀은 상대적으로 풍성하다. 대표적으로 바울이 디모데의 신앙에 대해 말하며 그의 외할머니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를 언급한 것이 그중 하나다. “이는 네 속에 거짓 없는 믿음이 있음을 생각함이라 이 믿음은 먼저 네 외조모 로이스와 네 어머니 유니게 속에 있더니 네 속에도 있는 줄을 확신하노라”(딤후 1:5). 디모데의 아버지는 헬라인이었고 어머니는 믿는 유대인이었다(행 16:1). 디모데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그의 이름과 신앙 여부에 대한 정보가 성경에 없으며 이를 통해 디모데의 신앙이 모계(母系)를 통해 전수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조선 시대의 전통적인 격대교육에서도 조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전통적 격대교육은 안채의 무릎 교육과 사랑채의 견문 교육으로 이뤄졌는데, 아이가 돌을 지나 젖을 떼고 걸을 수 있게 되면 조모에게 보내져 안채에서 6-7세까지 양육받게 했다(장신근, 통전적 신앙 양육을 위한 가정-교회 연계 격대교육, 장신논단). 이를 ‘무릎 교육’이라 칭했는데 이때 조모는 일상생활 훈련, 놀이치료, 심리상담, 지식 체계 수립 등의 역할을 모두 감당했다다(윤용섭 외 6인, 《노인이 스승이다: 왜 지금 격대교육인가》). 손자녀가 6-7세가 되면 여아는 조모에게 그대로 남고 남아는 조부가 있는 사랑채로 옮겨가 소위 견문 교육을 받게 된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보호 속에 아이는 남자로서의 성역할과 인간관계에 대한 기본 예절을 보고 배우게 된다. 이러한 격대교육의 방식과 내용은 조선 중기 유학자 이문건이 손자 이수봉을 16년간 키우며 기록한 양아록(養兒錄)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성경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일상 무릎 교육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신명기 6:6-7은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라고 명령한다. 이는 신앙 교육이 특정 장소와 시간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수돼야 함을 의미한다. 한편 무릎 교육의 핵심 요소는 이야기 중심 교육이다. 잠언 22:6은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라고 말씀한다. 이는 어린 시절의 교육이 평생의 가치관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부모는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의 신앙 경험을 나누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 주는 본보기가 돼야 한다. 욥기 29:4에서 욥은 “내가 젊었을 때에 하나님의 친밀하심이 내 장막에 있었으며”라고 고백하는데, 이는 그가 젊은 시절부터 가정 안에서 신앙 교육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조부모는 무릎 교육을 통해 손자녀가 하나님의 친밀하심을 경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편, 격대교육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조부모의 자애로운 ‘긍휼 교육’이다. 성경은 부모가 자녀를 훈계하고 가르쳐야 함을 강조하지만(잠 22:6), 조부모는 직계 부모보다 심리적으로 더 여유롭고 인내심 있는 태도로 손자녀를 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잠언 17:6은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요 아비는 자식의 영화니라”라고 말씀하며, 조부모가 손자녀를 기쁨과 자랑으로 여긴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계 에서 긍휼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경은 긍휼과 자비가 하나님의 성품임을 가르친다. 출애굽기 34:6-7에서 하나님은 자신을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으로 소개하신다. 조부모는 이러한 하나님의 성품을 반영해 손자녀를 긍휼과 사랑으로 양육할 수 있다. 에베소서 4:32 또한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긍휼과 자비를 보여 줄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이가 조부모다. 

한편, 긍휼 교육은 감정적 연민을 넘어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동시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미가 6:8은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씀한다. 이는 긍휼이 정의와 균형을 이루는 방식으로 교육돼야 함을 가르친다. 따라서 조부모는 손자녀에게 무조건적인 관용을 베풀기보다는, 공의로운 사랑과 훈계를 통해 과정을 칭찬하고, 결과를 떠나 태도를 격려함으로 올바른 신앙과 인격을 형성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교회는 이러한 ‘무릎 교육’과 ‘긍휼 교육’을 통해 조부모의 신앙이 손자녀 세대에게까지 이어지도록 안내하고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심 – 말씀에 비추어 갈피를 잡다 

그렇다면 격대교육이 현대 교회와 가정에서 노인 세대와 손자녀 세대를 잇는 기회의 창으로 활용되기 위해서 교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줄어드는 다음 세대와 늘어나는 노인 세대의 상황 속에서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아니하는 교회와 가정으로 서기 위해 우리는 말씀과 상황 모두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1. 노인 세대에게 기회를 주라
현대사회에서 노인 세대는 종종 신앙 공동체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경은 노인 세대를 신앙 전수의 중요한 주체로 강조한다. 시편 145:4은 “대대에 주의 행사를 찬양하며 주의 능한 일을 선포하리이다”라고 기록하며, 신앙의 계승이 세대를 넘어 이뤄져야 함을 가르친다. 현대 교회는 노인 세대를 돌봄이 필요한 존재로 여길 것이 아니라, 신앙의 교사로, 공동체의 지혜자로 세울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노인 세대는 신앙 전수에서 독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또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조부모는 손자녀를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신앙을 나눌 기회를 가진다. 신앙은 교육이 아닌 삶의 경험과 본보기로 자연스럽게 전수되는 성령의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노인 세대가 손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할 수 있도록 격대교육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손자녀와 조부모가 함께 예배하고, 신앙 이야기를 나누며, 삶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도록 돕는 기회를 가능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한편 이러한 기회는 가정으로도 이어져야 한다. 맞벌이 하는 딸이 친정어머니에게 자녀를 맡기는 식의 ‘황혼육아’가 아니라, 조부모가 조손자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격대 신앙 교육의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다음 세대가 성경 지식이나 교리 교육을 넘어 진정한 신앙을 배울 수 있도록, 오래도록 신앙으로 살아온 조부모를 통해 믿는 자의 풍성함을 발견할 수 있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한 노인들이 손자녀를 향해 가지는 넉넉한 마음을 하나님의 긍휼을 보여 주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현대사회는 경쟁과 성취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긍휼과 자비, 기다림의 가치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경은 긍휼이 하나님 나라의 중요한 원리임을 가르친다. 누가복음 6:36은 “너희 아버지의 자비로우심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자가 되라”라고 명령한다. 노인 세대는 인생을 살아오며 긍휼과 인내를 배우며, 이러한 가치들을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에 전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또한 잠언 16:31은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라고 말씀하며, 나이 듦에서 오는 지혜와 통찰의 가치를 강조한다. 노인 세대는 인생을 통해 배운 이러한 신앙적 교훈과 통찰을 젊은 세대에게 전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한편 현대사회는 즉각적인 결과와 성취를 강조하지만, 신앙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며 인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전도서 3:1은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느니라”라고 말씀하며, 하나님의 역사에는 시간이 필요함을 가르친다. 노인 세대는 기다림과 인내의 가치를 몸소 경험하며 배운 존재다. 교회는 노인 세대가 이러한 신앙적 덕목을 젊은 세대와 나눌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노인 세대는 교회에서 돌봐야 하는 연약한 대상이 아니다. 신앙을 전수하는 중요한 교육자이며 공동체의 지혜로운 조언자다. 현대 교회는 노인 세대의 신앙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들이 신앙 교육과 공동체 형성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노인 세대가 신앙의 깊이와 인내를 나누며, 신앙 공동체를 더욱 견고하게 세워가도록 현대 교회가 그들을 존중하고 활용할 때, 세대 간 신앙이 더욱 풍성하게 이어질 것이다.

2. 부모 세대에게 위로를 주라 
부모 세대는 자녀 신앙 양육의 부인할 수 없는 첫 번째 책임자지만, 동시에 현대사회의 바쁜 일상 속에서 큰 부담을 안고 있음도 사실이다. 일과 가정, 자녀 교육과 신앙 훈련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교회는 부모 세대가 이 부담을 혼자 짊어지지 말고, 공동체가 함께 신앙을 전수하는 협력 구조 속에서 역할을 감당하도록 도와야 한다. 

먼저, 교회는 부모 세대가 신앙 양육의 무게를 덜고 위로받을 만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마태복음 11:28에서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말씀하셨다. 부모 세대는 신앙 교육의 부담을 혼자 감당하려 압박 속에서 위축되거나 지칠 수 있다. 교회는 부모들이 부담을 나누고 격려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하며, 신앙 양육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보다 함께 성장하는 과정임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교회는 부모 세대가 조부모와 함께 신앙 교육을 논의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녀 돌봄을 넘어 신앙 전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부모와 조부모가 함께 머리를 맞대도록 안내해야 한다. 그들이 자녀 신앙 교육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역할을 나누는 과정은 신앙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교회는 이를 위해 격대교육을 위한 가정 신앙 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부모와 조부모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교회는 부모 세대가 신앙 교육의 책임을 조부모에게 단순히 위탁하지 말고 세대 간 협력과 소통을 통해 신앙을 전수하는 과정임을 깨닫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 세대는 조부모와 협력하여 자녀에게 신앙의 유산을 남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격대교육에서 부모 세대는 첫 번째 책임자이며 동시에 중요한 중재자로 신앙 전수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교회는 그들의 부담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신앙 양육이 혼자가 아닌 공동체적 협력 속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부모 세대가 신앙 양육의 무게를 덜고, 조부모와 함께 신앙을 전수하는 협력 관계를 형성할 때, 신앙 공동체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3. 손자녀 세대에게 만남을 주라
손자녀 세대는 부모와의 관계를 넘어 또래 친구, 교회 공동체, 이웃과의 관계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부모가 전부였던 어린 시절을 지나 점차 확대되는 관계 속에서 그들은 신앙이 가지는 공동체적인 성격에 대해 몸으로 배워야 한다. 그러한 관계의 확장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과 연결돼 그의 백성이 되며, 예수님과 연결돼 그의 제자가 될 것을 기대한다. 따라서 교회는 손자녀 세대를 단순한 학습자가 아닌, 신앙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우하며, 그들이 적극적으로 공동체 안 다양한 관계를 통해 신앙을 경험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서로 배울 수 있는 공동체’로 서야 한다. 다음 세대를 수동적인 학습자나 미래 세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교회를 이루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자라가는 지체로 보는 관점의 변화가 절실하다. 노인을 포함한 모든 기성세대는 자녀 세대에게 배울 수 있다. 아이들도 교회 공동체에 신앙적 통찰을 줄 수 있는 존재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한편 손자녀 세대는 성경 이야기를 단순한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단계를 넘어, 그 이야기가 자신의 삶과 신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탐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들었던 성경 말씀이 결국 구원얻는 지혜로 연결되도록 성경을 신앙적 지혜를 얻는 도구로 활용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한편 손자녀 세대는 교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조부모 세대, 부모 세대뿐만 아니라 또래 친구 및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다세대 예배, 세대 통합 소그룹 활동 등을 활용해 다양한 연령층과 신앙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열심 – 단단한 마음으로 힘 있게 걷다

격대교육은 늘어나는 노인 세대와 줄어드는 다음 세대 모두를 격려하고 자극하여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는 건강하고 튼튼한 교회의 지체가 되도록 돕는 놀라운 기회가 될 것이다. 교회는 노인이나 어린이들을 돌봐야 할 연약한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하고 의지하고 격려하는 상호의존적 관계가 되도록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시행해야 한다. 아래는 교회가 격대교육을 통해 모두를 유익하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한 노력의 예다.
 
1. 조부모 세대
1) 멘토링 역할 강화 
조부모 세대가 자신의 신앙과 삶의 경험을 손자녀에게 나누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달 ‘조부모-손자녀 만남의 날’을 지정해 교회 내에서 소규모 모임을 갖고, 세대 간 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

2) 기도와 축복의 전통 
조부모 세대가 손자녀에게 신앙적인 축복과 기도를 전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손자녀가 중요한 일정(첫 입학, 졸업, 사춘기, 취업, 결혼 등)을 앞두고 있을 때 조부모가 기도해 주고, 그들의 신앙을 격려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3) 디지털 신앙 교육
조부모 세대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지만, 손자녀와의 소통을 위해 현대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교회에서 교육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예배 참여 방법, 성경 앱 사용법 등을 배우는 세미나를 열 수 있다.

4) 스토리텔러 훈련
조부모들이 성경의 주요한 핵심 내용과 인물에 대해 손자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자료와 훈련을 제공한다. 혹은 그러한 내용을 담은 그림책 등을 소개하고, 노인들이 실감나게 전달하도록 이야기 할머니, 이야기 할아버지 훈련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2. 부모 세대
1) 조부모-부모 신앙 훈련 협약식
부모 세대는 자녀를 맡기기만 하는 위임 태도를 버리고, 조부모와 협력하려는 자세를 갖추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신앙 훈련 협약식의 형식을 좇아 조부모 세대를 격대교육의 지도자로 인정하고 그들과 함께 자녀 교육의 계획을 세울 자리를 마련하라. 조부모에게 ‘신앙 전수 멘토’의 자격을 부여하는 자격증을 제작해 수료자들에게 격려해도 좋다. 

2) 부모 세대의 신앙 양육 책임자 훈련 
부모가 가정 내에서 신앙 전수의 첫 번째 책임자로서 역할을 알고 행할 수 있도록 교회에서 관련된 교육을 진행한다. 자녀 교육을 위한 신앙적 원칙이나 가정 내에서 신앙을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워크숍을 마련한다.

3) 세대 간 소통을 위한 다세대 플랫폼 제공
부모 세대가 자신들의 신앙적 고민이나 경험을 다른 가정(조부모 세대 포함)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교회 내에서 제공한다. 같은 또래 부모 세대 간에는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조부모 세대로부터는 신앙적 격려를 받는 기회를 제공한다.

3. 손자녀 세대
1) 창의적인 신앙 교육 프로그램
손자녀 세대가 신앙을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전 세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미디어를 활용한 성경 이야기, 게임을 통한 성경 퀴즈 대회, 예술을 통한 신앙 표현 등을 통해 모든 세대가 자연스럽게 신앙을 체험하도록 한다.

2) 세대 간 협력 프로젝트
손자녀 세대가 조부모 세대, 부모 세대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신앙 프로젝트를 마련한다. 함께 봉사 활동을 하거나 교회 행사 준비에 참여하는 기회를 통해 서로의 신앙을 나누고 협력할 수 있다.

격대교육은 단순한 육아 지원이 아닌 세대 간 신앙 전수를 위한 중요한 하나님의 기회다. 교회는 손자녀 세대가 신앙을 내면화하고 공동체 내에서 역할을 감당하도록 도와야 하며, 부모 세대가 조부모와 협력해 신앙 교육을 실행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조부모 세대가 적극적인 신앙 전수자로 서도록 훈련함으로써, 교회 공동체가 가정과 연계해 신앙을 세대 간에 지속적으로 전수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신앙의 대가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의 시대에도 든든한 신앙 전수의 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