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 마약 사범 증가세가 가파르다. 2018년부터 5년간 청소년 마약류 사범은 매년 평균 37.21% 증가해 온 것으로 확인된다. 2018년에는 58명의 10대 청소년이 마약 사용으로 적발된 반면, 2022년에는 한 해 동안 202명이 적발됐고, 2023년에는 786명이 적발됐다. 수치로 따지면 5-6년 전에 비해 1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경찰에 적발된 수치만 이 정도라면 적발되지 않은 사례는 2-3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10대 청소년 마약 사범이 급증하는 데는 두 가지 직접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바로 모바일 통신기술 발전과 마약 가격의 하락이다. 

청소년 마약 사범 급증의 직접적인 원인과 폐해

마약 구매 및 투약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 증언에 따르면, 음성적 마약 매매는 주로 중간 거래상과의 텔레그램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 합법적인 의사 처방으로 얻을 수 있는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정보 역시 텔레그램에서 청소년 사이에 널리 전파되고 있다고 한다.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마약 유통가격 또한 크게 떨어지는 중이다. 주요 신문사 보도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필로폰 1g(33회 투약분)이 통상 300달러(약 44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2013년 거래가인 684달러의 반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이다. 마약 유통 방식은 첨단화되고 있는데 국내 수사 기관이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마약을 유통하는 위험 부담이 크게 줄어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구매자가 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것도 가격 하락 요인이다. 마약 유통이 쉬워지자 가격이 떨어지고, 가격이 떨어져 구매자가 늘며, 구매자가 늘면서 다시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의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

언론 보도나 대중문화 콘텐츠를 보면 청소년들이 집중력, 기억력을 높이는 약 혹은 살 빼는 약을 찾다가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기능적인 이유로 마약에 손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현장 전문가들은 말한다. 청소년이 마약에 손대는 주된 이유는 또래 집단의 권유와 호기심 충족때문이다. 넷플릭스 등 해외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자주 나오는 청소년 마약 투약 장면도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또래 집단에서 마약 사용을 권할 때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기분이 좋아질까?’라는 호기심 어린 생각이 투약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크게 낮춘다.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의 경우 소량 사용시 각성 효과와 집중력 향상 효과가 있지만 다량 사용시에는 극단적 흥분감과 성취감을 제공한다. 처음에는 소량만 사용하겠다고 다짐한 이들도 결국에는 그 흥분감에 취해 다량 사용 단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즉 마약을 기능적으로 사용한다는 말은 거의 대부분 핑계일 뿐 사실상 극도의 쾌락과 흥분감을 느끼기 위해 소비되는 경우가 거의 전부다.

마약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폐해는 성인에게 미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마약중독자 치료 경험이 있다고 알려진 인천 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의 증언에 따르면 아직 두뇌 성장이 다 이뤄지지 않은 청소년이 마약에 중독되는 경우 지능지수가 대략 20-30 정도 떨어지며 성격 및 심리적 장애 또한 훨씬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또 청소년 마약 중독 환자 대다수가 겪게 되는 정신적 장애는 반사회성인격장애다. 지능은 떨어지고 욕망을 분출하려는 충동은 커지는 셈이다. 

마약이 청소년에게 주는 피해는 단지 지능과 성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약 사범 청소년 가운데 남학생은 마약 유통 시장에, 여학생은 원조교제나 불법 유흥업에 발을 담그는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 미성년자인 데다가 마약 사범으로 적발돼 정상 경로로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든 와중에 마약 투약 비용을 감당하려다 보니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유통 시장, 유흥업에 빠져드는 것이다.

청소년 마약 사용의 심층적 환경 요인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오규철 교수는 “마약 및 환각물질 흡입 경험 청소년의 특성에 관한 표본 연구”(2024)라는 논문에서 마약 및 환각물질 흡입 경험 청소년들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다음 여섯 가지를 지목한다. 첫째, 행복감은 낮은 반면 소외감과 자살 충동은 높다. 둘째, 수면 시간이 부족하고 일탈 성향이 높다. 셋째, 최상위 혹은 최하위 소득계층에 속하고, 이 가운데 최하위 소득계층에 속한 경우 부모 학력 수준이 낮거나 부모가 없다. 넷째, 부모와 함께 식사하는 빈도가 적고 부모와의 애착이 낮다. 다섯째, 진학 의지가 높지 않아 성적 최하위권에 있다. 여섯째, 친구 유대가 낮고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청소년이 마약이나 환각물질 흡입 유혹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종합해 보면 일탈이나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이 마약 투약 유혹에 쉽게 빠진다. 다만 한 가지 예외 사항이 있다면 최상위 소득계층에 속한 청소년 가운데 마약 사용 경험자가 드물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학생 때부터 유흥업소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많은 용돈을 받거나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마약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예외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마약에 중독되는 청소년 대다수는 비행 청소년 혹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부모와의 유대 관계가 굳건하거나 진학 의지가 강한 청소년 사이에서는 마약 사용자가 잘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작금의 마약 확산 현상이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을 포함한 청소년층 전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마약에 중독된 청소년 가운데 마약 판매의 길로 빠져든 이들은 주변 친구들을 고객으로 삼는 악독한 짓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학교나 학원가에 마약이 널리 퍼져 모든 학생이 마약에 손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만다. 또래 집단 사이 소통이 청소년의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사교육 현장에서 마약이 확산될 경우 마약을 판매하고 사용하는 당사자 외에는 그들 사이에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알 수 없다. 오로지 경찰이 단속하고 적발하는 순간에 비로소 이 참담한 현실이 드러나게 된다.

결국 청소년층 마약 확산의 결정적 환경요인은 청소년에 대한 사회와 가정의 무관심과 방임이다. 청소년들은 단지 입시 교육 시장의 고객 이외 아무것도 아닌 취급을 받는다. 가정 차원에서도 여러 악조건 때문에 학교나 학원에 방임되다시피 한다. 이렇게 사회에 의해 도구화되고 가정에서 소외된 청소년이 순전히 지식 주입에 주안점을 둔 현 교육체계 안에서 선악을 분별할 확고한 도덕적 기준을 가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문제에 대해 사회, 교육계, 그리고 가정에 적절한 대책이 있는가? 뚜렷한 대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우리 사회 청장년층은 권력의 향방과 재화의 이동에만 관심을 둘 뿐 자라나는 세대에 대해 어떤 관심이나 책임감도 갖지 않는다. 교육계는 주요 기업들이 요구하는 기술자 양성에만 관심을 가지며 구태의연한 교육체계와 방침을 개혁하려 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오로지 자녀의 학업 성적만을 충실한 삶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거나 자녀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과 양육 책임을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실이 이렇게 암울하다 보니 각종 범죄, 부조리, 그리고 삶의 불운에 노출되는 청소년이 점차 늘고 있다. 청소년 마약중독자 및 마약 사범 확산은 이러한 사회적 퇴락의 단적인 증거 가운데 하나다.

마약 확산 예방을 위한 교회의 책임과 대응 방안

오늘날 청소년들이 겪는 방임과 소외는 전통 사회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일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화되기 이전 전근대 사회를 보면 동양에는 대가족 및 씨족 중심 사회가 형성돼 있었고 서양에는 교회 중심 마을 공동체가 형성돼 있었다. 양측 모두 가정마다 자녀 양육 부담이 크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공교육 체계가 정립돼 있지 않아서 자녀들을 가정에서 떼놓을 일이 많지 않았고, 둘째는 향촌이나 마을 인맥이 워낙 촘촘하게 형성돼 있어 이웃 어른들이 늘 아이들을 살피고 돌볼 여건이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인맥과 인간관계는 독립과 출세를 꿈꾸는 야심찬 청소년에게는 갑갑한 삶의 압박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밀도감 있는 관계망은 청소년의 일탈 시도를 원천 봉쇄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북미에서는 이를 전문 용어로 ‘금붕어 어항 효과’라고 한다. 이 용어는 한 마을 사람들이 좁은 어항 속 금붕어처럼 모여 살아서 서로 모르는 게 없는 상태를 말한다. 공공보건 전문 연구자 제프 바드웰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은 2022년, 금붕어 어항 효과가 캐나다 시골 마을 마약중독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연구 결과 시골 마을의 촘촘한 인간관계가 마약중독자들의 마약 구매 및 투약에 상당한 지장을 준다고 밝혔다. 작은 마을의 마약 사용자는 항상 이웃의 눈치를 봐야 했고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토박이 경찰들 때문에 도시 지역보다 훨씬 어렵게 비싼 값으로 마약을 구해야 했다.

이 연구의 함의는 중요하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광역시에 젊은 인구 대다수가 몰려 있는 한국의 생활환경과 문화적 풍토는 청소년 마약 확산 문제를 다루기에는 한없이 불리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청소년들이 향촌 공동체처럼 또래 집단을 넘어 다양한 나이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교회와 청소년 복지단체들에 있다. 

이 두 부류의 단체가 주력해서 풀어가야 할 과제는 청소년 마약 사용의 예방이다. 이미 마약에 중독돼 버린 청소년들은 추가 범죄 방지를 위한 감시와 전문적인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데 이는 경찰과 의료기관이 담당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교회와 청소년 복지단체는 청소년 사이의 마약 확산 예방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목회자와 복지전문가 주도하에 청소년들이 함께 공부하고 함께 여가 생활을 나눌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이는 소외, 방임된 청소년과 부모 사이 관계 단절을 보완하면서 청소년이 윤리적인 사회성을 함양하는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보다 반세기 앞서 청소년 마약 문제에 대처해 온 미국 기독교계의 사례를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미국 교계 역시 청소년, 청년층 마약 확산 예방에 많은 힘을 들이고 있다. 물론 미국의 마약 문제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므로 미국 교계는 이미 중독된 이들을 위한 마약 및 알코올중독 재활 프로그램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다수의 교회가 해당 지역 사회 및 교구에서 마약-알코올중독 재활 프로그램을 협동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마약 확산은 사후 조치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 마약이나 알코올은 한번 중독되면 반드시 더 심한 중독으로 이어진다. 알코올중독자는 점점 더 독한 술을 찾고, 마약중독자는 자극이 더 큰 약에 마음을 빼앗긴다. 게다가 한 번이라도 마약이나 알코올에 제대로 중독된 경험이 있으면 평생 중독 후유증에 시달린다. 아무리 오랜 시간 술이나 마약을 멀리했더라도 단 한 번의 마약 투약 혹은 음주 때문에 즉시 재활 이전 중독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 마약 문제의 가장 좋은 대응법은 애초 그들이 마약을 경험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양육하는 것이다.

기독교윤리 연구자 아이작 호위델은 중독자를 위한 목회 실천 연구에서 중독을 쾌락을 추구하는 범죄나 일탈로만 보지 말고 삶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도피 행위로 규정하도록 권고한다. 호위델에 따르면, 마약이나 알코올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중독(스마트폰, 비디오 게임, 설탕, 쇼핑, 앱, 도박, 데이 트레이딩, 섹스)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손쉬운 도피처로서 기독교 관점으로 보면 ‘영혼의 병’으로 규정된다. 

모든 형태의 중독은 도덕적 일탈이나 정신병리학적 증상에 그치지 않는다. 중독은 한 사람의 삶의 근본이 어긋난 신호로서 그 사람의 영혼을 회생시키는 위로와 구제를 요구하는 사안이다. 그러므로 마약중독을 경찰 수사, 법적 처벌, 의료적 재활 노력만으로 대처하면 제한된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중독 문제는 중독에 노출된 이들에 대한 다차원적인 목회적 돌봄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대처해야 한다.

호위델의 권고를 유념하자면, 한국 사회의 청소년 마약 확산 문제는 목회적 돌봄의 기능 약화가 낳은 당연한 결과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청소년 교육 및 선교 기능이 약화되는 건 사실상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마지막 인성 교육 및 도덕성 함양의 보루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 청소년 교육과 지도를 담당하는 다른 사회 구성원이 일찌감치 청소년의 일탈, 범죄, 중독을 예방할 교육 역량을 상실한 상태라 이를 마지막으로 지켜낼 책임은 현재 교회에 오롯이 내맡겨진 상황이다. 그러나 교회가 이 책무를 온전히 수행하지 못해 청소년이 중독이라는 영혼의 병에 쉽게 붙들릴 위험에 처해 있다. 

현재, 영혼의 병이 마약 확산과 중독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된 건 청소년을 둘러싼 교육 환경이 마약 유통에 취약한 형태로 변모해서다. 만일 마약이 확산되지 않았다면 대신 다른 어떤 중독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을 것이다. 그만큼 현재 청소년의 삶은 각박하고 고독하다. 따라서 교회라도 나서서 마약 확산 및 중독 현실을 파헤치고 실질적 예방 대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힘을 들여야 한다. 교회마저 이 책임을 방기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회 청소년이 겪는 고통과 재앙의 규모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