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교회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쩌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됐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의 이유를 추적하기엔 현실이 너무 시급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시들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한국 교회는 여전히 신앙의 열정과 역동성이 있고 교회의 인적·물적 자원도 적지 않다. 세계 교회는 여전히 한국 교회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잠재력이 있다고 충분히 인정한다. 따라서 한국 교회에는 새로운 도약의 희망이 있다. 한국 교회가 교회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 말이다.

한국 교회 희망 프로젝트

문화선교연구원을 중심으로 가나안교회, 세상의빛교회, 소망교회, 영세교회, 장유대성교회, 창동염광교회 등이 뜻을 모으고 협력해 ‘한국 교회 희망 프로젝트’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다양한 교단에 속한 신학자와 목회자,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프로젝트에 참여해 한국 교회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신앙 지표와 설문을 제작했고 일반 성도 1천 명과 가나안 성도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도출된 결과를 토대로 건강한 신앙 함양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교재를 만들었다. 그게 바로 건강한 교회 세우기 시리즈다. 자세한 설문 내용은 《하나님 나라, 공동선, 교회》(이론 편)에 수록돼 있다. 

설문 조사는 개인, 공동체, 사회구성원, 세 가지 영역의 하위 항목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평가 점수를 기반으로 교회 건강성 지표 점수를 산출했다. 설문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면, 한국 교회의 건강성에 대해 일반 성도는 66점을, 가나안 성도는 54.8점을 줬다.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를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영역별 점수는 100점 만점 기준, 공동체 81.9점, 사회구성원 77.8점, 개인 69점으로 공동체에 대한 점수가 가장 높았다(p. 50). 이를 통해 많은 성도가 자신의 영성은 낮게 평가하는 반면 교회 공동체의 건강성은 양호하고 교회가 나름의 사회적 역할을 감당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회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세 가지 영역의 중요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개인 차원에서의 교회가 48.4%, 공동체로서의 교회가 36.5%,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교회가 15.1%를 차지해, 성도들이 교회의 건강성에 있어 개인의 영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결과를 보여 줬다(p. 59). 마지막으로, 20대 가나안 성도의 경우 타 연령대 가나안 성도에 비해 과거 출석했던 교회에 대한 건강성 평가가 높았다(p. 82). 이 결과는 20대 가나안 성도가 다른 세대에 비해 교회 내부의 문제보다 다른 요인으로 교회를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말해 준다.

교재 구성

교재는 이론 편 1권, 실전 편 3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론 편인 《하나님 나라, 공동선, 교회》에는 건강한 교회됨에 필요한 이론적 내용이 담겨 있다. 1부에는 현재의 성도와 가나안 성도라 불리는 과거의 성도를 대상으로 한 한국 교회의 건강성 분석 보고서가 수록돼 있고, 2부에는 건강한 교회를 위한 하나님 나라와 공동선의 신학적 기초, 3부에는 교회 건강성 평가 항목의 신학적 근거가 담겨 있다. 부록으로 각 교회의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설문지 ‘교회의 건강성 측정을 위한 조사’도 포함돼 있다. 

실전 편 3권은 각각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각 장을 하나의 핵심 단어로 정리해 이해를 돕는다. 개인 편(1권)인 《나를 넘어서는 힘》은 기도, 성경 읽기, 분별, 대화의 과정을 제시하고, 공동체 편(2권)인 《하나님 나라를 품은 공동체》는 비전, 이야기, 예배, 제자도를 제시한다. 사회 편(3권)인 《세상의 선물이 되는 교회》는 사명, 이웃, 변화, 희망이라는 주제로 사회구성원으로서 교회의 사명을 다룬다. 이 세 권은 서로 긴밀한 연결성을 이루며 온전한 교회의 모습을 지향하고 있다. 

교재 분석

필자는 다음 표에 기록된 여섯 가지 차원의 기준으로 실전 편 교재 3권을 분석하고자 한다.

본 교재 내용과 구성은 시리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 권의 교재 주제가 개인에서 공동체 그리고 사회로 확장되며 연계성을 이루고 짜임새 있게 내용이 전개된다. 거기에 체계적인 구성도 두루 갖추고 있다. 1권 1과 주제 ‘기도’는 2권 1과 주제 ‘비전’으로 확장되고 3권 1과 주제 ‘사명’으로 귀결된다. 이처럼 각 과의 핵심이 각 권과 연결되고 확장돼 시리즈 마지막 부분인 3권 4과에서 ‘희망’이란 주제로 통합된다. 이 시리즈는 궁극적으로 세상 속에 하나님 나라의 임재를 희망하는 교회의 모습에 주목한다.

교재 디자인은 크기(A5)와 부피(각 권 170쪽 내외)가 개인이 소지하고 다닐 만한 적절한 형태로 제작됐고 활자 크기와 디자인도 가독성을 충분히 확보했다. 또한 신학적 바탕과 더불어 그리스도인의 건강성을 측정한 설문 내용을 기초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어서 시대성과 활용성이 높다. 

교수법적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를 제시하고 그것에 관해 함께 묵상하고 토론하는 교수 방법을 추구해 학습자가 적극적으로 학습 과정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특히 2권 《하나님 나라를 품은 공동체》는 학습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을 각 과마다 하나씩 소개해 정적일 수 있는 성서 학습을 훨씬 역동적인 활동이 되도록 노력했고 이를 통해 공동체적 활동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약간의 차이라면, 1권 《나를 넘어서는 힘》과 3권 《세상의 선물이 되는 교회》는 시대성에 좀 더 강조점을 두고 인터뷰와 교회 사례를 소개하는 반면, 2권 《하나님 나라를 품은 공동체》는 이야기 신학의 바탕(학문성) 위에서 각 주제를 이야기로 들려주고 학습자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문학적 측면을 더 강조한다. 그래서 핵심 내용을 다룰 때 사례를 소개하기보다 성서와 문학작품 속 이야기를 주로 활용한다.
 
신앙의 기초가 있는 성도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교재이기에 개인적으로 읽어도 좋지만 교회 모임에서 함께 읽고 나누기를 권한다. 특히 교회 중직자나 예비 중직자를 위한 훈련 및 재교육에서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교회 리더는 하나님 나라 신학에 기초한 건강한 교회에 대한 이해를 겸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전 편 세 권을 순차적으로 공부한다면 교회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재 활용 예시

필자는 4권의 시리즈 중 2권 《하나님 나라를 품은 공동체》 제1장 ‘하나님 나라의 비전에 설레다’의 학습 과정을 예시로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님의 비전은 교회 됨의 근간부터 궁극까지의 과정, 과거부터 현재와 미래의 차원까지 모두 주관하는 힘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비전은 공동체의 원동력이 되고 공동체가 나아갈 목표와 방향을 제시한다. 이를 위한 소그룹 활동을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

1. 준비

교회다움을 회복하게 하실 하나님의 비전을 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2권 1장을 읽어온다. 인도자는 본서를 읽으며 드는 마음이나 생각, 질문에 대한 간단한 응답을 기록해 읽도록 격려할 수 있다.

2. 도입 이야기

이 장의 주제 말씀인 요엘 2:28을 함께 읽는다. 이때 밀레이의 그림 〈롤리의 소년 시절〉을 보여 주며 참여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이야기꾼의 손가락 끝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아이들처럼 우리도 우리의 비전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손가락 끝 즉 시선에 주목해야 함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3. 비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하다

우리의 비전을 찾는 순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담한 현실 속에서 아놀드 부부는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비전을 봤다. 이처럼 오늘날 한국 교회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가 봐야 할 비전을 찾아본다. 사전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80%의 그리스도인이 “건강한 교회는 비전을 갖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교회 현실이 어려울수록 교회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각자 우리 교회 공동체를 설레게 하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 본다.

4. 비전에 관한 성경 이야기

교재를 참조해 성경에 등장하는 비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경 이야기는 아브라함의 비전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민족의 비전으로 이어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의 비전과 교회 공동체의 비전으로 확장된다. 

5. 생각의 편지 나누기

교재의 각 과마다 ‘생각의 편지’가 등장해 학습자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편지를 통해 각 과의 주제와 학습자의 삶이 연결된다. 첫 번째 생각의 편지(산티아고의 꿈)는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노인 산티아고의 비전을 2인칭 내러티브 방식으로 소개한다. 이 편지에 학습자 자신의 이름을 넣어 읽어 보게 함으로써 비전의 문제가 자신의 문제로 들려오게 한다.

6. 체험 활동

오늘의 주제를 놀이 활동을 통해 체험하는 시간이다. 모두가 동그랗게 둘러앉는다. 털실 꾸러미를 첫 사람이 쥔 후 자기 이름과 하나님 나라 비전에 대해 말한다. 말을 마치면 맞은편에 앉은 참여자에게 털실 꾸러미를 풀어 던진다. 이를 계속 반복하면서 학습자 개인의 하나님 나라 비전이 모여 그리스도가 원하는 아름다운 하나의 하나님 나라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 줄 수 있다. 더불어 이 털실을 모두 잡고 일어나 털실을 흔들며 찬양 〈마지막 날에〉를 부르면 하나님 나라 비전을 함께 나눈 교회 공동체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7. 마무리

마지막으로 공동체 비전 선언문을 작성해 소그룹 방에 공유하고 일주일 동안 이를 위해 함께 기도할 수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함께 기도합시다’의 기도문을 다 함께 읽으며 마무리한다.

소그룹 활동 시 유의할 점은 먼저, 공동체 안에서 나눈 이야기는 철저히 비밀로 지켜져야 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될 때 보다 진솔하고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모두가 골고루 이야기 나누고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서로 간 대화에서 경쟁 구도가 아닌 지혜를 모으고 여정에 동행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인도자는 중재자가 돼야 한다.

글을 마치며

본서는 한국 교회의 현실을 주지하며 개인, 신앙 공동체, 사회 구성원으로서 교회가 세상에서 어떻게 건강하게 교회다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옳은 통찰을 제공한다. 더불어 이를 위한 구체적인 소그룹 활동 가이드를 제시하고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해 모든 교회 안에서 쉽게 실천하게끔 돕는다. 이 시리즈를 통해 한국 교회가 교회로서의 본질은 굳건히 지키되 변화하는 세상에서 풍성한 책임을 감당하는 건강한 교회가 되기를, “교회는 건강합니까?”라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예!”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