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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설교 2024년 03월호 책과 인쇄술 그리고 종교개혁 종교개혁의 사회사(4)

1439년 독일 마인츠에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인쇄기를 발명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유럽이 만든 세 가지 발명품, 즉 인쇄술, 화약, 나침반이 온 세상의 모습과 상태를 바꾸어 놓았다고 평가했다. 인쇄술 덕분에 지식과 정보 전달이 훨씬 빨리, 쉽게, 경제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인쇄술이 없었다면 종교개혁도 없었을 것이라는 표현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과 인쇄술의 관계를 가장 극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유럽 역사에서 인쇄라는 매체의 유용성은 최초로 대중 운동을 위해 활용됐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인쇄술은 종교개혁의 선전가들이 대중에게 자신들의 견해를 공유하고, 새로운 사상을 주변에 확산할 수 있는 기회였다.¹

엘리자베스 아이젠슈타인은 인쇄술을 혁명적인 ‘변화의 주체’로 보았고, 오랫동안 이 견해는 권위 있게 수용됐다.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 마셜 매클루언은 “인쇄술은 16세기에 개인주의와 민족주의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같이 새로운 기술의 발견에 모든 변화의 공로를 돌리는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² 유럽보다 앞서 인쇄술을 탄생시킨 지역에서 유럽과 같은 방식의 전환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인쇄술 자체를 다른 사회적 맥락에서 떨어뜨려 독자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인쇄술의 역할이 극대화될 수 있게 된 당시의 사회적 요인들과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쇄 기술의 발전

인쇄술이 발명되기 이전에 서적 생산은 주로 수도원이나 교회에서 이뤄졌다. 중세 말로 가면서 다양한 종류의 종교 서적이 필사되고 읽혔다. 금속활자 인쇄술이 개발되기 여러 세대 전부터 목판 인쇄가 존재했다. 15세기 중반까지 유럽 서적 시장은 팽창했다. 책의 수요는 전통적으로 대학이나 수도원의 학자나 수사들에게 국한되지 않았다. 국가의 행정 기능이 강화되면서 유능한 행정가가 필요했고, 학교 설립이 크게 늘었다.

: 최종원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 버밍엄대학교(Ph.D.). 저서로 《중세 교회사 다시 읽기》, 《공의회 역사를 걷다》 등이 있다 필자의 다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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