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약속의 종교다. 하나님은 우리와 약속, 즉 언약을 맺으셨다. “나는 너의 하나님이 되고 너는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우리의 신앙은 이 언약 위에 세워지고, 우리의 삶은 이 언약 안에서 안전하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우리의 보호자가 되시기 때문이다. 아래 소개하는 몇 가지 영화를 통해 언약, 즉 약속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하나님의 마음〉(2023)
감독: 데이비드 헬링
주연: 니콜라스 무아와드, 사라 세예드

〈하나님의 마음〉은 아브라함의 인생을 다룬 영화다. 아브라함은 평생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살았다. 그는 75세에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났다. 아브라함은 아들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었다. 하지만 그 약속이 성취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런데 그 아들을 바치라니…. 아브라함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아브라함을 모리아 산으로 이끈 것은 약속에 신실하신 하나님에 대한 신뢰였다. 죽은 자 같은 자신의 몸에서 아들이 태어나게 하셨다면, 죽은 자도 살리실 것이라는 믿음이었을 것이다. 키에르케고르의 표현에 의하면 ‘역설의 믿음’이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믿어낸 신앙이다. 그것은 약속을 반드시 지키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었다.

결국 아브라함은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됐다. 자신의 아들을 내주신 아버지의 마음, 약속을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마음 말이다. 영화 〈하나님의 마음〉은 우리에게 역설의 신앙을 보여 준다. 약속에 신실하신 하나님을 믿는 믿음은 이해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게 한다. 그리고 바로 그때 우리의 믿음은 도약한다.

2.    〈엘리멘탈〉(2023)
감독: 피터 손
주연: 리아 루이스, 마무두 아티

물, 불, 흙, 공기라는 원소로 이루어진 엘리멘탈 시티에 버니가 아내와 함께 이주했다. 파이어 시티, 즉 불의 도시에서 엘리멘탈 시티로의 이주다. 하지만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 다 쓰러져가는 집을 겨우 구해 들어갔고, 얼마 후 딸 엠버가 태어난다. 세월이 흘러 버니를 중심으로 파이어 타운이 형성되고, 버니는 딸 엠버와 함께 가게를 운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멘탈 시티가 범람하고, 버니의 가게에도 물이 차오른다. 불로 이루어진 버니와 엠버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차오르는 물속에서 웨이드가 나타난다. 웨이드는 물 원소이자 엘리멘탈 시티의 상류층 자녀다. 물(웨이드)의 등장에 불(엠버)은 깜짝 놀라지만, 이내 둘은 묘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불 엠버와 물 웨이드는 함께할 수 없다. 불과 물이 사랑을 한다니, 그것은 곧 자기 죽음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버니에게 발각되고, 버니는 둘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영화의 핵심 장면은 물 웨이드가 수중 도시 한가운데 있는 전설의 꽃 비비스테리아를 보여 주겠다고 엠버에게 약속하는 장면이다. 웨이드는 공기 방울로 만들어진 보호막 안에 엠버를 태우고 물 가운데로 들어간다. 자신을 믿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면서.

영화 〈엘리멘탈〉은 사랑의 약속이 어떻게 물과 불의 차이를 극복하는지 보여 준다. 사랑의 약속과 그 약속을 지켜내는 노력은 말 그대로 물, 불을 가리지 않는다. 아니, 물과 불의 극단적 차이를 극복한다. 사랑의 약속은 차이를 극복한다. 하나님의 사랑은 신과 인간의 차이를 극복하셨고, 예수님의 사랑의 약속은 헬라인과 야만인, 유대인과 이방인, 주인과 종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극복한다. 〈엘리멘탈〉은 이 진리를 잘 보여 준다.

3.    〈로잔나 포에버〉(1997)
감독: 폴 웨이랜드
주연: 장 르노, 머세이다스 룰

장 르노 주연의 영화 〈로잔나 포에버〉는 참 따뜻한 영화다. 주인공 마르셀로는 철딱서니 없는 남편이다. 사고뭉치에다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한다. 그러다 마르셀로의 인생에 일대 전환의 계기가 시작된다. 사랑하는 아내 로잔나가 불치병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로잔나는 마르셀로가 걱정됐다. 로잔나는 마르셀로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자신이 죽으면 꼭 마을 중심에 있는 교회 묘지에 묻어달라는 것이었다. 마르셀로는 아내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겠다 약속한다.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마르셀로는 교회에 간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교회 묘지가 겨우 3개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마르셀로의 일상은 분주해진다. 우선 나이 들어 죽음을 앞둔 어르신들을 찾아 다니며 어르신들을 산책시키고 운동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돌본다. 어르신들이 아내보다 먼저 돌아가시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마르셀로는 마을 주변의 교통 정리에도 힘을 쏟는다. 혹시라도 교통 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안전 운전을 강조하고, 오토바이를 타는 젊은이들에게도 안전을 강조한다. 그런데 마르셀로가 상대해야 할 강력한 상대가 나타난다. 갱단 간의 싸움이다. 급기야 마르셀로는 갱단이 서로 싸우지 못하도록 중재하는 일에까지 끼어든다.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마르셀로의 삶이 조금씩 변화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르셀로는 바른 사나이가 되고, 마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돼간다.

영화 〈로잔나 포에버〉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 준다. 우리는 하나님과 맺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이다. 언약에 신실한 삶이다. 그것은 곧 제자의 삶이며 성도의 사명이다. 약속을 지켜내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를 닮아가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된다. 약속을 지켜내는 삶, 하나님 아버지의 큰 그림을 잘 기억하길 소망한다.

4.    〈더 커버넌트〉(2023)
감독: 가이 리치
주연: 제이크 질렌할, 다르 살림

전쟁이 한창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존 킨리 상사는 탈레반의 폭발물 제조 공장을 찾아 제거하는 특별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 일을 위해 그에게는 통역관이 필요했고, 아흐메드가 통역관으로 자원한다. 중요한 첩보를 받은 존 킨리 부대는 기지에서 상당히 떨어진 폐광산으로 출동했다. 무사히 탈레반의 무기 창고를 폭파시키고 부대로 복귀하는가 싶었지만 무장한 탈레반의 무차별 공격을 받아 존의 부대원들은 모두 전사하고, 존은 아흐메드와 함께 숲에 숨는다. 하지만 매복해 있던 탈레반의 총격에 존은 다리와 팔에 총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다.

아흐메드는 존 킨리를 미군 주둔지까지 옮기기 위한 작전을 구상한다. 험한 산악 지역과 깊은 골짜기를 이용해 존을 옮긴 그는 목숨을 걸고 이 위험한 임무를 결국 완수한다. 그렇게 존 킨리는 후송됐으나 아흐메드는 탈레반의 표적이 된다. 아흐메드는 아내와 태아를 지키기 위해 다시 끔찍한 도피 생활을 하게 된다.

한 달여 뒤, 존 킨리는 미국 병원에서 깨어나고 동료 병사에게 자신의 상황을 듣게 된다. 그리고 탈레반이 아흐메드에게 큰 현상금을 걸었으며, 그를 죽이기 위해 찾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존은 아흐메드와 가족을 구하기 위해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갈 계획을 세운다. 통역관으로서 역할을 잘 해 준다면 작전이 끝나고 미국 시민권을 주어 이주하게 해 주겠다고 아흐메드에게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존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자의 몸으로 탈레반의 감시망을 뚫고 아흐메드를 구하기 위해 들어간다.

영화 〈더 커버넌트〉는 우리에게 약속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희생이 따를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심지어 죽음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지켜내야 하는 숭고한 정신을 보여 준다. 약속은 지켜낼 때 의미가 있다. 그래서 약속의 다른 말은 ‘신실함’일 것이다. 우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 주신 예수님,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내어 주시면서까지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을 영화는 잘 보여 준다.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시대, 불신의 시대 속에서도 약속에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