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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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말씀 2023년  04월호 영화에 나타난  가상칠언 주제별 성경 연구 | 가상칠언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하신 일곱 마디 말씀은 다음과 같다. 제1언: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 제2언: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 제3언: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 보라, 네 어머니라”(요 19:26-27). 제4언: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 27:46; 막 15:34; 시 22:1). 제5언: “내가 목마르다”(요 19:28). 제6언: “다 이루었다”(요 19:30). 제7언: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눅 23:46). 이 말씀들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몇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1.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감독 : 멜 깁슨
주연 : 제임스 카비젤(예수 그리스도 역), 마이아 모건스턴(성모 마리아 역), 모니카 벨루치(막달라 마리아 역)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사순절 기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예수님의 지상에서의 마지막 12시간을 다룬다. 감독은 성경과 철저한 역사의 고증을 거쳐 영화를 만들었다. 1세기 예루살렘의 모습을 세트로 재현하고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마지막 하루를 묘사해 나간다. 이 영화의 백미는 배우들이 1세기 유대인들이 사용했던 아람어로 연기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감독은 유명한 신학자와 언어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배우들에게 아람어를 배우게 했다고 한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성만찬을 하신 후 감람산에서 기도하시다 체포당하신 일, 이어 대제사장 가야바의 법정과 헤롯의 법정에서 심문 받으신 일 그리고 골고다로 향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일까지를 보여 준다. 문자로 보았던 수난 기사를 화면에 재현해서 생생하게 보여 주기 때문에 예수님이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특히 감독은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다소 잔인한 장면들도 과감하게 연출했다. 즉 예수님이 빌라도의 법정에서 로마 군사들에게 채찍질 당하시는 장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가시는 장면, 십자가 처형 장면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은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을 불편해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죄를 위해 당하신 예수님의 수난, 치욕, 버림받음을 제대로 보게 된다. 사순절과 고난주간에 보면서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기에 좋은 영화다.

2.     〈더 헌트〉(2013)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
주연: 매즈 미켈슨(루카스 역), 수시 울드(그레테 역), 아니카 베데르코프(클라라 역)

이혼 후 고향으로 돌아온 루카스는 유치원 교사로 일하며 애인도 사귀고 아들 마커스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 폭풍이 몰아친다. 그가 근무하는 유치원에 다니는 클라라가 엄마에게 루카스가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거짓말한 것이다. 클라라의 엄마는 유치원장에게 따졌고, 원장은 그럴 리 없다고 했지만 소문은 곧 마을로 퍼져 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루카스를 성추행범으로 여긴다. 사람들은 처음엔 쉬쉬거리며 뒤에서 욕했으나 점점 공공연히 말하며 루카스와 그의 아들 마커스를 곤란하게 만든다.

영화는 거짓말이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소문에 대한 확인 없이 얼마나 빠르게 판단하고 비난하는지를 보여 준다. 또 한 아이의 거짓말에 한 사람, 한 가정이 얼마나 비참하게 망가지는지를 보여 준다. 루카스가 고장난 차를 고치러 정비소에 들렀을 때는 정비사가 다짜고짜 루카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그를 죄인 취급한다.

이 영화는 예수님의 십자가형을 앞두고 일부 사두개파와 제사장들의 거짓말에 놀아나는 사람들의 광기와 닮았다.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 소리친다. 죄 없는 자를 너무나 쉽게 희생양으로 만든다. 거짓말은 군중 심리를 이용해 광기에 가까운 폭력으로 퍼진다.

영화에서 보여 주는 놀라운 점은 루카스의 태도다. 그는 억울하지만 침묵한다. 사실을 밝힐 증거도 없거니와 주민들의 광기를 잠재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침묵은 사실상 자신의 죄 없음에 대한 항변이자 당당함이었다. 죄를 저지르지 않았기에 그는 당당하다. 사람들에 대한 루카스의 태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보여 주신 장면과 흡사하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여 주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진실은 밝혀지고 루카스는 신뢰를 얻는다. 그것은 폭력에 대처한 그의 용기와 사랑 때문이다. 사람들은 루카스 앞에서 면목 없어 했지만, 루카스는 그들에게 다가간다. 르네 지라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십자가는 폭력을 폭로하고 폭력의 연결고리를 끊었다.” 루카스도 그랬다.

3.     〈교섭〉(2023)
감독: 임순례
주연: 황정민(정재호 역), 현빈(박대식 역), 강기영(카심 역)

아프가니스탄을 여행 중이던 한국인들이 탈레반에게 인질로 잡혔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감옥에 수감 중인 자신들의 동료를 즉각 석방할 것과 한국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베테랑 외교관 재호가 현지로 급파되고, 중동 사정에 밝은 국정원 요원 대식이 합류한다. 이들의 목적은 하나다. 인질로 잡힌 대한민국 국민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질 구출 사건은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재호는 원칙을 강조한다.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은 없다는 것이 그가 가진 철학이다. 한 번 허용하면 두 번째, 세 번째 사건이 지속적으로 생긴다는 것이다. 반면 대식은 그깟 원칙이 뭐 그리 중요하냐며, 일단은 자국민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따진다.

극 후반에 재호와 대식은 인질을 구하기 위해 탈레반들의 은신처로 향하고, 모든 사람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협상에 임한다. 물론 이 일은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것이었지만, 그들은 이 일에 자원했다. 자기 목숨을 잃을지라도 인질들을 구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다짐이었다.

이 장면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이 생각난다. 죄의 노예가 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예수님은 홀로 십자가를 지셨다. 적들에게 자기 목숨을 주시고 사탄의 인질이 된 우리를 구해 내셨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십자가에 달린 한 강도에게 말씀하신다.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극 중 재호와 대식이 인질들을 극적으로 구해 내고 안심시키는 장면이 오버랩된다. 자기 목숨을 내어 주고 우리를 낙원으로 이끄신 예수님의 은혜를 기억하게 한다.

4.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토니 스타크 역, 아이언 맨), 크리스 에반스(스티브 로저스 역, 캡틴 아메리카), 조슈 브롤린(타노스 역)

우주의 빌런(악당) 타노스에 의해 인류의 절반이 사라졌다. 아니, 우주의 절반이 파괴되고 소멸됐다.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벤져스 어셈블 멤버들이 다시 뭉친다. 타노스를 물리치고 인류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거대한 전쟁이다. 선과 악의 대결이며, 죽이는 자와 살리는 자들의 전쟁이다. 양측 모두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계속되는 우주적 전쟁으로 희생도 따른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 맨, 헐크, 스파이더 맨, 캡틴 마블, 블랙 팬서, 블랙 위도우, 스파이더 맨, 닥터 스트레인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모든 멤버들이 막강한 타노스의 세력에 맞서 싸운다. 싸움의 막바지에 어벤져스는 드디어 결정적인 승기를 잡는다. 타노스를 처치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타노스의 건틀릿을 빼앗은 아이언 맨은 그 유명한 핑거 스냅을 앞두고 있다. 전 인류를 구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이를 행하면 아이언 맨은 목숨을 잃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다시 볼 수 없다. 고민하던 아이언 맨은 “I am … Ironman”이라는 외침을 남기고 핑거 스냅을 했다. 어벤져스는 승리를 거두고 인류를 구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거대한 악과 싸우셨다.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과 함께거대악과 맞서 싸우셨다. 정세와 권세를 잡은 영들과 싸우셨다. 그리고 마지막 십자가에서 자기 목숨을 내어 주시고 악을 정복하셨다. 결정적 승리를 거두셨다. 자기희생으로 인류를 구원하시고 사랑으로 승리하셨다. 자신의 사명을 다하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다 이루었다.” 자기 목숨을 희생하면서 사탄에게 승리하시고 죄의 사슬을 끊으셨다. 우리는 그 은혜의 권세 아래 있다. 우리도 언젠가 주님 앞에 설 때 이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 이루었습니다.” 
 

김양현 제주사랑의교회 협동 목사. 《영화로 보는 세상》의 저자. 필자의 다른기사 keyboard_arrow_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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