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에 참여하는 사람들 수가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사람 수의 절반에 못 미친다면, 당신의 교회는 공동체가 아니라 소비자 문화센터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¹

팀 켈러 목사는 현대 교회가 공동체가 돼야 하지만 점점 소비자 문화센터로 변질돼 간다고 경고했다. 팀 켈러 목사가 말하는 공동체와 소비자 문화센터의 차이는 무엇일까? 

소비자 문화센터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어떤 기술을 배우기 원해서다. 요리를 배우기도 하고 아이들과 모래놀이를 배우기도 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QT가 부족하면 QT학교에 등록하면 되고, 기도가 부족하면 기도학교에 가면 된다. 상담에 관심이 있으면 상담학교에 등록해서 배우면 된다. 팀 켈러 목사의 말은 이런 강의와 기술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한 가지가 빠지면 교회는 소비자 문화센터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말이다. 

소비자 문화센터와 공동체의 가장 큰 차이는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가?’라는 질문에 있다. 교회에서 QT를 배우고 기도를 배운다고 해도 다른 사람과의 교제 없이, 인격과 인격의 만남 없이 배운다면, 아무리 많은 내용을 배운다 하더라도 교회는 소비자 문화센터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왜냐하면 사람의 성장에는 반드시 영적인 우정의 공동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제자화 하는 주된 방법은 공동체 훈련을 통해서다. 은혜, 지혜, 성품에서 성장하는 것은 수업과 강의, 대형 예배 모임 또는 고독을 통해 일어나지 않는다. 성장은 깊은 관계와 공동체 안에서 일어난다. 복음의 의미가 머리로 깨달아지고 삶으로 실현되면서 가능해진다. 다른 어떤 환경과 장소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²

사람의 성품이 성장하는 일은 강의나 예배 또는 홀로 기도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지지 않는다. 인격과 인격의 만남을 통해 성장한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에서부터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라고 말씀하셨다(창 2:18). 인간은 영적 우정을 나누는 공동체 안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연합을 누리면서 성장해야 한다. 

인격과 인격이 만나면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첫째,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일이 일어난다. 둘째, 갈등을 경험한다. 이 두 가지가 사람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재료다. 우리는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고 또한 갈등을 통해 성숙으로 나아간다. 

세리 터클은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오늘날 미국의 청소년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 대면 대화가 아니라 SNS나 스마트폰으로 소통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SNS는 서로가 연결돼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진정한 연결과 소통이 아니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모든 갈등은 대면 대화로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 갈등이 생겼는데 댓글로 화해했다는 소식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다가 갈등을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세리 터클은 갈등은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대화로 해결해야 하는데 오늘날 그러한 대화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소통이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경고하며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사람은 갈등을 통해 성숙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점점 협소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하나님과 자신을 더욱 잘 알아갈 수 있다. C. S. 루이스는 우정을 통해 자기 자신과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루이스와 찰스와 로널드 세 사람은 서로 우정을 나눴다. 그러다가 찰스가 먼저 세상을 떠났고, 루이스는 큰 슬픔에 빠졌다. 그때의 심경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내 친구들 한 명 한 명에게는 어떤 다른 친구만이 완전히 끌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나 혼자는 한 사람 전체를 온전히 드러나게 할 수 없다. 한 사람의 모든 면을 보려면 내 빛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빛도 필요하다. 이제 찰스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나는 다시는 로널드가 찰스 특유의 농담에 반응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찰스가 떠났기 때문에 오롯이 나만의 것으로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상은 오히려 로널드를 덜 갖게 됐다.”³

이렇게 평범한 한 사람을 온전히 알려고 해도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살아 계신 하나님을 아는 데는 얼마나 더 공동체가 필요하겠는가?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해 영적 우정과 공동체는 필요하다. 다른 사람과의 나눔을 통해서 우리는 더욱 서로를 또한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게 된다. 

오늘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개인주의 문화를 향유하면서 공동체를 멀리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삶의 태도는 인간의 삶을 더욱 협소하게 만든다. 팀 켈러 목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단호하게 말한다. 

“뉴욕의 바쁜 그리스도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태도는 이렇습니다. ‘나는 내 커리어로 너무 바빠 … 그래도 내가 교회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일 줄 알아.’ 미안하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 당신은 반드시 교회에 소속돼야 하고, 교회의 일원이 돼야 하며, 형제자매들에게 헌신해야 합니다 … 예수님을 알지 못한다면 이 사람들을 결코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면, 당신은 예수님을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당신의 구주의 충만하고 다차원적인 아름다움과 영광을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⁴

예수님도 동일하게 말씀하신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4-35).

사람이 서로 사랑하려면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가 필요하다. 예수님이 자신을 어떻게 사랑하셨는지를 기억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앙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것이다. 인간은 타락함으로써 하나님과의 단절, 자기 자신과의 속박,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죽으심으로 하나님과의 회복을 이루셨고, 그리스도의 영인 성령을 보내 주셔서 자기 자신의 속박에서 점점 회복되는 성화의 과정을 이루신다. 또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를 세우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해결하신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이루신 구원은 단지 개인이 천국에 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경이 말하는 구원은 이 땅에서 개인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성화의 과정을 이루는 것과 갈등하는 사람들을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로 세워 가는 것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영적 우정과 공동체는 신앙생활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 힘들지만 우리가 함께 이뤄 가야 할 소명이다. 

우리는 힘들지 않지만 의미 없는 인생이 아니라 힘들지만 영광스러운 삶을 추구하려면 교회 공동체가 필요하다. 갈등하는 세상 속에서 서로 사랑하는 대안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 나라가 여기에 임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하나님 나라가 저기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화살표이자 천국의 예고편이자 그림자로 이 땅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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