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돌봄 영역에서 교회가 사역하려고 할 때 지자체, 주변의 기존 돌봄 단체, 그리고 기관들과의 관계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에서의 돌봄 영역은 기본적으로 이미 관계망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역의 돌봄 영역에 종사하는 기관들과 단체들은 협의체 방식으로 지자체와 공식적으로 관계하며 서로 필요를 채워주며 협력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교회가 이 부분을 의식하고 지자체와 관계 기관들과 어떻게 관계하고 소통하느냐는 교회의 돌봄 사역의 시작과 진행 및 효율성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다. 따라서 다음 네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네트워킹 개발이다. 단기적인 사역 목적의 만남보다는,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교회는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개체 중 하나로서, 공존과 협력을 지향하는 대등한 공동체로서 관계를 설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는 돌봄의 영역 설정에 있어서 교회적 욕구가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복지와 돌봄 영역에서 이미 촘촘한 그물망을 구축한 상태다. 그럴 뿐만 아니라 이 영역에 대한 종사자들의 규모가 상당하고 전문성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재정 또한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교회가 돌봄 영역에서 자신의 욕구를 반영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거나 이미 형성돼 있는 영역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 오히려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지역사회 돌봄은 교회와 지역이 함께 풀어야 할 영역이므로 지자체나 지역의 관계 기관들과 협력하여 과제를 함께 풀어 가는 방식으로 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성암교회의 경우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설팅 방식을 활용했다. 여기에 5가지 요소를 담아냈다. 교회와 지역 조사, 교회 교육, 조직 운영, 벤치마킹, 그리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시범 사역) 운영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 정도의 전문성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사회과학적인 관점에서 지역 사회와 만나려는 연구와 자세는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교회 안팎의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 돌봄에 관한 전문성을 가진 교회 내부 자원을 발굴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기도 하다.

셋째는 영역 설정에 있어서 다음 세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1) 복지와 돌봄의 사각지대에 대한 사역 개발이다. 우선 사각지대 발견에 관해서도 교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겠지만 지역의 협력을 통해 공백 영역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교회는 종교 기관이지 사회복지 기관이 아닌 관계로 돌봄 영역에서 전문가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2)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영역에서의 보충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자체나 전문 기관들이 수요에 따라 공급하고 있으나 자원의 부족함으로 인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의 교회적 협력은 돌봄과 복지의 질을 높이고 지자체나 전문 기관에 도움을 제공하게 돼 앞으로의 협력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 이런 경우에 교회가 종속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 속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MOU(양해각서)를 맺는 방식을 추천한다. 대등한 관계를 확보할 때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교회와 지역 사회의 관계를 건강하게 끌고 갈 수 있다.

3) 돌봄과 복지의 영역에 온기를 높여 주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국가 복지 시대에 살고 있다. 국가가 구민의 복지를 책임지는 형태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제도적 복지는 기본적으로 한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복지와 돌봄에 온기가 없다는 점이다. 제도적 복지는 법규의 틀 안에서만 가능하다. 소위 복지와 돌봄의 그늘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체험한 교회 공동체만큼 온기를 가진 공동체를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교회의 장점을 살려서 제도적 복지와 돌봄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면 지역사회는 교회의 섬김을 통해 기쁨과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더 전문적인 영역에서 협력의 길을 찾아볼 수 있다. 돌봄 영역에 있어서 정부나 지자체의 고민이 있다. 돌봄 사업은 공간, 인력, 그리고 프로그램의 세 가지가 확충돼야 하는데, 여기에서 최고의 고민은 공간이다. 결국 비용의 문제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것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종교 시설의 지역공간화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형 키즈카페를 들 수 있다. 최근 여러 교회가 이런 형태로 지자체와 협력하고 있다. 이런 사업의 어려움은 교회 일부 시설을 전적으로 일정 기간 지자체에 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장점은 분명하다. 서울형 키즈카페는 시설과 종사자 전부를 서울시에서 지원해 주는 형태다. 일정 자격만 갖추면 교인도 종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이런 방식을 통해서 지속적이고도 안정적으로 교회와 지역 사회가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형태를 제외하고도 여러 교회가 참여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지역의 교회들이 연합해 지역사회에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다. 은평구의 경우 지역사회의 교회들이 모여 교육전문법인을 설립해 교육 지원 사업, 문화 지원 사업, 학교 지원 사업 등을 실행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장점은 교회가 보다 탁월한 전문성을 가지고 지역사회와 만날 수 있고 지역사회 돌봄 체계에서 하나의 축을 세울 수 있으며 교회들도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예를 들면 이 전문법인이 가진 교육 프로그램을 교회 공간을 통해서 지역사회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행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교회가 돌봄 사역에 나서려고 할 때 지역사회나 지자체, 그리고 지역 돌봄 체계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교회는 어디까지나 종교 기관이므로 지역 돌봄에 있어서는 전문성이 낮을 수밖에 없어 전문 기관이 대행해 줄 때 그 영향력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