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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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2년  10월호기독교 유적지 순례의 목회적 의의 한국 기독교 성지 순례 가이드

기독교 유적지는 신앙 선배들이 지나온 믿음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는 곳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그러한 곳을 순례하고 탐방함으로써 그들이 만났던 하나님과 그들의 신앙을 이해하고 그들의 신앙 유산을 기억하며 보존하고 이어받는다. 하나님은 우리 인간에게 미래를 알지 못하게 하셨다. 미래는 오직 약속으로만 주셨고, 믿음으로만 보게 하셨다. 그러나 과거에 대해서는 기억할 수 있는 능력과 기록할 수 있는 지혜를 주셨다. 만약에 이러한 기억과 기록이 없었다면 하나님의 사랑도, 예수 그리스도 대속의 복음도 우리에게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기독교는 역사적인 종교다. 

그래서 그런지 성경을 읽다 보면 “기억하라”, “기록하라”, “기념하라”라는 말씀이 자주 나온다(신 32:7).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전승하는 작업이 이스라엘 민족의 필수적 교육이었다. 이 이스라엘 민족과 교회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 바로 성경의 역사서들이다. 예레미야 30:2에서도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여 이르시기를 내가 네게 일러 준 모든 말을 책에 기록하라”라고 말씀하신다.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 성경의 율법서와 예언서들이다.

출애굽기 12장에서는 최초의 유월절을 지킬 방법을 지시하시고 나서 14절에서 “너희는 이 날을 기념하여 여호와의 절기를 삼아 영원한 규례로 대대에 지킬지니라”라고 말씀하신다.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직전인 고난 주간 성목요일 저녁에 제자들에게 성만찬을 베푸시면서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이런 사실들은 우리의 신앙 생활에서 과거에 대한 기억과 기록과 기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말해 준다.

요한복음의 저자는 기록 목적을 20:30-31에서 이렇게 말한다. “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도 많이 행하셨으나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이는 요한복음뿐만 아니라 신약성경의 복음서 전체를 기록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성경은 앞의 예레미야서와 같이 하나님께서 기록하게 하신 말씀을 쓴 책이기도 하지만, 위의 요한복음 말씀과 같이 하나님과 주님을 만나고 경험한 사람들의 신앙고백과 증언을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이러한 증언은 성경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신앙 선배들의 믿음의 흔적에도 증언과 증거들이 수없이 남아 있다. 믿음의 흔적을 간직한 기독교 유적지를 순례하고 탐방함으로써 그들의 신앙 유산을 기억하고 물려받아 우리의 신앙이 더 깊어지고 풍성해질 수 있다.

국내 기독교 유적지 분포 현황

국내 기독교 유적지는 천주교 유적지와 개신교 유적지로 나눌 수 있다. 천주교는 개신교보다 100여년 앞서 수용됐고, 신유박해(1801), 기해박해(1839), 병오박해(1846), 병인박해(1866) 등 대규모 박해를 받아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했기 때문에 순교자 관련 유적지로 개발된 곳이 많고 비교적 잘 정비돼 있다. 주로 성지(聖地)라고 불리는 가톨릭 순교자 관련 유적지를 교구별로 들면 다음과 같다.
 
- 서울대교구(6개소): 명동 주교좌 성당, 절두산순교성지, 새남터순교성지, 서소문밖순교성지, 당고개순교성지, 삼성산성지
- 춘천교구(1개소): 포천 관아와 형방터
- 대전교구(16개소): 갈매못성지, 다락골성지, 공주충청감영터, 대흥관아터, 덕산관아터, 부여 지석리, 삽교용동리, 솔뫼성지, 신리성지, 여사울, 예산관아 형장터, 정산 관아 감옥 형장터, 해미순교성지, 해미읍성, 홍성지역 순교사적지, 황새바위성지
- 인천교구(2개소): 갑곳 순교성지와 진무영, 강화 일만위 순교자 현양 동산
- 수원교구(13개소): 구산성지, 남한산성순교성지, 단내 성가정성지, 미리내성지, 손골성지, 수리산성지, 양근성지, 어농성지, 여주성당, 요당리성지, 은이(골배마실)성지, 죽산성지, 천진암성지
- 원주교구(3개소): 배론성지, 원주 강원감영과 서지마을, 원주 묘재
- 의정부교구(2개소): 남종삼 요한 성인 묘소, 마재성지
- 대구대교구(4개소): 경상 감영과 옥터, 관덕정순교기념관, 대구복자성당, 진목정성지
- 부산교구(4개소): 부산 수영 장대, 언양 죽림굴(대재공소),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 울산 병영 장대
- 청주교구(4개소): 배티성지, 연풍성지, 진천 관아와 옥터, 청주 시내 순교사적지(병영 일대)
- 마산교구(6개소): 복자 구한선 타대오 묘소, 복자 신선복 마르코 사적지, 순교 복자 윤봉문 요셉 성지, 순교자 박대식 빅토리노 묘소, 순교자 정찬문 아토니오 묘소, 통영 관아와 옥터
- 안동교구(2개소): 마원성지, 진안리성지
- 광주대교구(3개소): 곡성 정해박해 진원지, 나주성당, 옥터성지-곡성성당
- 전주교구(10개소): 고창 개갑 장터, 김제 동헌과 형장터, 숲정이성지, 여산숲정이성지(백지사터성지), 전동성당, 전주 감옥터, 전주 서천교, 천호성지, 초남이성지, 치명자산성지
- 제주교구(6개소): 대정 성지, 복자 김기량 순교 현양비, 용수성지, 빛의 길-성 김대건 신부 제주 표착 기념성당, 하느님의 종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황사평성지

이 가운데 대전교구 해미순교성지 옆 안내판에는 ‘순례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하나, 하느님을 향하여 걸어가는 기도 행위
둘, 세상사를 끊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수행자의 길
셋, 죄를 끊고 새 삶을 다짐하는 참회 행위
넷, 아브라함처럼 주님의 명에 순종하는 길
다섯, 주께서 가신 길을 따라가는 믿음의 길
여섯, 약속하신 땅을 찾아가는 이스라엘의 여정
일곱, 주님과 함께 가는 수난의 십자가 길
여덟, 형제들과 함께 가는 사랑의 잔치 길
아홉, 선조들을 따르는 순교자적 결단 행위
열, 하느님 나라를 찾아 나선 종말론적 행동

존 버니언이 지은 《천로역정》에서와 같이 기독교인에게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신앙생활 자체가 하나님 나라를 향해 가는 ‘순례’며, 그런 순례자의 마음가짐을 이 기독교 유적지를 찾는 사람들이 갖도록 권고한 것이리라. 한편 한국 개신교는 교파, 교단도 많을 뿐만 아니라 개교회 중심적이고 역사에도 관심이 적어 유적지로 정비된 곳이 많지 않았다. 다행히 1985년 한국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그동안 방치된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재단법인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가 인수해 정비했다. 

더불어 선교 초기에 설립된 오래된 교회들도 개교회사 발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개교회사 집필을 위한 자료로 수집한 문서와 사진들을 모아 자료집이나 화보집을 발간하는가 하면, 개교회 역사 자료실도 마련해 전시하면서 개신교 유적지 교회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선교 초기에 한국 개신교는 근대적 학교를 설립해 교육 선교와 병원을 설립하고 의료 선교에 힘썼기 때문에 오래된 사립학교들과 병원들은 기독교 기관인 경우가 많았고, 선교사들이 거주했던 양관(洋館)이 정부 지정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 시작하면서 돌아볼 만한 개신교 유적지들이 정비됐다. 이와 같이 정비된 개신교 유적지들을 지역별로 들면 다음과 같다.
 
- 서울 지역: 정동 미북장로회 선교부터, 배재학당터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정동제일교회, 이화학당터, 성공회서울대성당, 옛 구세군사관학교와 구세군역사박물관, 새문안교회와 새문안교회역사관, 승동교회, 중앙교회터와 태화여자관터, 연동교회, 정신여학교 세브란스관, 경신학교터, 감리교신학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와 언더우드관, 서대문독립공원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상동교회, 남대문교회와 구 세브란스병원터,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국립서울현충원
- 인천·경기 지역: 내리교회, 한국선교역사기념관, 인천자유공원과 인천외국인묘지, 강화읍성공회성당, 강화 교산교회, 백령도 중화동교회, 수원 종로교회, 매향학교와 삼일중학교 본관, 동신교회, 제암교회와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안산 샘골교회와 최용신기념관, 이천 중앙교회와 구연영전도사순국추모비, 이천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
- 강원 지역: 철원제일교회터, 장흥교회와 서기훈목사순교기념비, 지경교회터와 새술막교회터, 대한수도원, 원주제일교회와 원주기독병원, 춘천중앙교회, 홍천 한서교회와 남궁억기념관과 무궁화동산, 천곡교회와 최인규 권사 순교기념비 및 생가터
- 충북 지역: 일신여고 구내 미북장로회 청주선교부 유적지, 청주제일교회, 대한성공회 청주수동교회, 청주 삼일공원
- 대전·충남 지역: 한남대 인돈기념관과 오정동 선교사촌, 공주 영명학교와 선교사묘지, 공주제일교회, 병천 매봉교회와 유관순 열사 생가, 강경 옥녀봉 침례교 선교 유적지, 옛 강경성결교회당, 강경 제일감리교회와 만동학교터, 강경성결교회
- 대구·경북 지역: 대구제일교회 구 예배당, 동산의료원 의료선교 박물관, 계성중학교 및 신명여학교터, 안동교회, 군위성결교회
- 부산·경남 지역: 부산진교회와 부산진일신여학교 교사 및 일신기독병원, 초량교회와 초량교회역사관, 진주교회, 배돈병원터, 광림학교와 시원여학교터, 문창교회와 호주장로회 마산선교부터,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 순직 호주선교사묘원, 충무교회와 호주장로회 통영선교부터, 거창교회와 호주장로회 거창선교부터, 창원 주기철목사기념관, 함안 칠원교회 및 손양원목사기념관과 손양원목사 생가
- 전북 지역: 전주 예수병원, 전주 신흥고등학교, 전주 서문교회, 군산 구암교회, 익산 남전교회, 익산 두동교회, 김제 금산교회
- 광주·전남 지역: 호남신학대학(광주숭일학교터)과 오웬기념관, 양림교회, 광주 수피아여고, 양림동 선교사묘지. 목포 양동교회, 정명여중 구내 미남장로회 목포선교부 유적, 순천 매산중학교와 매산여고, 여수 애양원 및 손양원목사순교기념관, 신안 증도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
- 제주 지역: 남강 이승훈 유배지 및 성내교회, 대정교회, 모슬포교회 및 모슬포교회 역사관, 이기풍선교기념관, 제주4.3평화공원 및 평화기념관

기독교 유적지 순례의 목회적 의의

필자는 오래 전 “양화진 외국인 묘지 설정 과정과 개신교 선교사”를 주제로 발표하며 결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고 지금도 이 견해는 변함이 없다.1

“낯선 이국 땅에 와서 그곳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곳 사람들을 위해 일하다가, 그곳에 가족을 묻고 자신을 묻고, 더욱이 자신의 고국에 돌아가서도 죽은 후에 그 땅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남기는 일은 흔한 일도 쉬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묘지에 묻힌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사람이거나 그 가족들이다. 이들은 기독교 복음 전파는 물론 의료, 교육, 언론, 신분 해방, 사회 운동, 절제 운동 등 한국 근현대 역사에 공헌을 한 개신교 선교사들이다. 그렇다면 그 공간은 한국 개신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한국 근대화와 관련된 소중한 기억 공간이자 역사 공간임에 틀림없다. 또한 그곳에 묻힌 사람들은 그들의 출신국과 한국을 이어 주는 가교이자 민간인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인은 그들에게 빚진 자로서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갖고 그들의 고국에 그들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알릴 책임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화진외국인묘지는 우리가 관심을 갖고 보존하고 가꿔야 할 공공의 역사 공간이며, 기억 공간이다.”

목회자는 자신이 먼저 구약의 예언자와 같이 투철한 역사 의식과 성숙한 신앙을 가져야 하며, 성도들에게도 올바른 역사 의식을 갖고 성숙한 신앙을 갖도록 지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요한복음 21장에서 “내 어린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 “내 양을 먹이라”라고 반복해서 당부하셨듯이, 목회자는 주님으로부터 양들을 위탁받아 목양하는 성직을 맡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역사 의식을 갖고 성숙한 신앙을 갖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경 공부와 함께 신앙 선배들의 믿음의 흔적이 짙게 남은 기독교 유적지를 순례 탐방하는 것이다. 여기에 기독교 유적지 순례 탐방의 목회적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1)    2005년 9월 마포구청과 홍익대학교 환경개발연구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양화나루 잠두봉의 역사 문화적 위상 재조명을 위한 학술발표회”에서 발표한 것이다.

김승태 생명평화교회 담임목사. 전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 한국학대학원(Ph.D.). 저서로 《한말 일제강점기 선교사 연구》, 《식민권력과 종교》 등이 있다. 필자의 다른기사 keyboard_arrow_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