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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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2022년  08월호 일하는 목회자의 귀농·귀촌 일하는 목회자(5)

일하는 목회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보통 호흡이 짧은 직업들에 대해 말하게 된다. 일찍부터 일과 목회의 병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아니고서야 기술을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농촌 목회도 어떤 일이든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하기에 뛰어드는 이들이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 도시의 삶이 익숙한 이들에게 농촌은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도전과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새로운 곳으로 가족 모두가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필자는 최근 긴 호흡과 안목으로 귀산촌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당장 삶의 터전을 옮길 계획은 없지만 진지한 마음으로 시간을 들여 천천히 공부하며 큰 그림을 계속 구체화하는 단계다. 

50여 년 가까이 도시에서만 살다가 왜 인생 후반부를 시골에서 살아볼 생각을 했을까? 그러나 이것이 필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귀농·귀촌 인구는 2021년 기준으로 50만을 훌쩍 넘겼다. 역대 최대 규모다.

농촌에서 희망을 발견하다

놀랍게도 작년 한 해 귀농·귀촌 인구의 45.8%는 30대 이하의 청년이다. 이들이 귀농을 선택하는 이유는 농업이 가진 가능성을 높게 여기기 때문이다. 귀농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미 귀농한 30대 이하의 청년 중 26.4%는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 때문에, 26.2%는 가업을 잇기 위해 귀농을 택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도시 생활이 아닌 농촌 생활에서 희망을 발견한 셈이다.

이전 세대들과 달리 이들은 능력주의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불공정한 사회에 대해서는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들에게 적어도 농사만큼은 공정한 영역으로 여겨진다. 날씨라는 환경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작동하고, 같은 조건 아래에서 각자가 땀 흘린 만큼의 소출을 내어 주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농업은 과거와 달리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전 세대에게 농사는 농작물을 잘 가꾸고 수확하는 일이 전부였다. 한 해 동안 뙤약볕 아래에서 땀 흘려 농사를 지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소출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힘들여 얻은 생산물은 유통업자들에게 싼 값에 팔려나가 몇 번의 유통단계를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높은 값에 판매됐다. 농사는 농부가 짓고 돈은 중도매인이 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농업은 그 자체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되고 있다. 이미 농업은 1차 산업이 아닌 6차 산업 시대에 접어들었다. 잘 키운 농산물은 1차의 유무형 자원이 되고, 2차 제조 가공을 통해 농부가 직접 제품을 만들 뿐만 아니라, 제품과 농촌의 환경을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3차 체험 관광까지 개인의 부가가치 창출과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해서 1, 2, 3을 곱해 6차 산업이라 부른다.

농업회사법인 들녘의 권길성 대표는 침례교단 출신의 목회자다. 필자는 최근 그가 활동하는 논산을 방문했다. 권 목사는 현재 지역 유기농 농가, 귀농 청년, 일하는 목회자들과 힘을 모아 양파즙과 동결 건조 딸기, 딸기즙 등을 생산하고 있다. 당시는 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농가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이미 저장 중인 양파의 물량도 많았는데, 햇양파까지 출하되며 공급량이 과잉됐다. 이에 한때 양파 값이 70% 하락하기도 했다고 한다. 

마침 저온 살균/숙성 방식의 양파즙 생산 라인을 준비 중이던 권길성 대표는 유기농으로 양파를 기르던 농가들의 작물을 매입해 양파즙을 생산했다. 당장 판로를 고심하던 농부들은 안도했다. 이러한 방식은 저장 기간에 한계가 있던 양파즙의 유통기한이 훨씬 길어지고, 부가가치는 더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당시 딸기는 수확을 거의 마치던 때였는데, 산지의 딸기를 즉석에서 세척 및 가공해 카페 등에 납품하는 신선한 동결 건조 딸기로 제품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농부들은 제값으로 딸기를 판매할 수 있었고, 생산 라인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으며, 부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였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농업에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농업을 장려하고 있다. 비료 지원 및 할인 공급과 같은 기초적인 시책은 물론 청년 농업인 활성화를 위한 영농 초기 정착 지원금 지원과 더불어 농촌보금자리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위한 주택보급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농사가 늘 잘되기만 할 수 없기에 정부에서는 농업재해보험을 확대하고 해마다 재해 대책비도 확보한다. 뜻이 맞는 이들이 모여 농업회사법인이나 영농조합법인이 되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각 사업화 단계에 따라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하고 판로 개척에도 도움을 준다. 먹거리 안보를 위해서라도 농업은 정부가 사활을 걸고 지켜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원을 탄탄히 받기 위해서는 정보 습득에 빠르고 사업 수완이 좋은 이들이 농촌에 함께해야 한다. 마땅히 교회는 이런 일들을 신뢰 관계 안에서 수행할 수 있는 좋은 공동체가 된다.

한편, ICT(정보통신기술)와 결합한 농업은 스마트팜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농작물을 기를 때 꼭 필요한 요소인 온도, 습도, 일조량, 이산화탄소 및 토양을 측정 및 분석해 이를 적절한 상태로 변화시켜 작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스마트팜 하면 콘테이너 안에 조성하는 식물 공장(Vertical Farm)을 떠올리지만, 노지나 온실에서도 스마트팜을 구현할 수 있다. 스마트팜의 장점은 무엇보다 일손을 더는 데 있다. 적절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가므로 재래 농법보다 적은 인원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상 기후와 병충해가 잦아져 재래 농법으로는 흉작을 보는 일이 일쑤인데, 스마트팜은 수직 재배로 물류 비용은 물론 온실가스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농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초기 비용인데, 이미 수 년 전부터 정부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에 초기 단계의 허들을 낮춰 주고 있다.

한상수 목사(전주 비드림교회)는 전도사 시절, 소위 스타트업 판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여 준 인재다. 2010년대 중반 공적인 영역에서 이뤄진 대형 네트워킹 파티를 기획하고 주도했다. 무엇보다 그의 관심은 청년 사역에 있었다. 전주에서 비드림교회를 개척한 이후에 그는 청년들과 함께 바른생활자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다. 그간의 노하우를 통해 회사의 설립 과정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다양한 정책을 활용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하에 BAM 선교 현장에서 스마트팜이 가진 가능성을 발견했다. 정책 자금으로 땅을 빌리고 콘테이너를 공급받아 버섯을 재배하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모니터하고 재배 환경의 조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할 수 있었다. 청년들은 짧은 시간 안에 스마트팜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고, 교회 공동체는 더욱 단단해져 갔다.

귀농·귀촌을 위한 거주와 정착

40대 이상의 귀농 귀촌인들 중에는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골살이를 택하기도 한다. 요즘처럼 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에 도시의 전세보증금이면 지역에 따라서는 주택을 매입할 수도 있고, 구옥의 경우는 넓은 땅을 포함해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농지 구매와 주택 매입 혹은 신축을 지원하고 있는데,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지원폭이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농촌에 거주하면서 무주택자가 150㎡ 이하의 주택을 지을 경우 준공을 받은 뒤 신축 주택에 대해 2억 원까지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조건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하나를 선택해 17년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또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고 농업인으로 인정돼 농지원부와 경영체까지 등록을 마치면, 귀농 농업창업자금으로 기준금리 수준으로 최대 3억까지 융자를 받을 수 있다. 보통 5년 거치 10년 균등분할상환 등으로 초기 상환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이다. 물론 개인의 신용 정도나 담보 등에 따라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임업의 경우, 임업 후계자 교육을 받은 뒤 구입할 임야가 위치산 군 소재지의 산림조합이나 군청 산림과를 통해 3억원 이하의 자금을 기준금리 수준에서 15년 거치, 20년 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받아 땅을 구입할 수 있다. 귀농 귀촌은 자산이 없는 이들이 대출을 통해 새롭게 자산을 형성하고 이를 활용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한주 목사(하늘나무교회)는 전통적인 교회의 담임목사면서 사회적경제 전문가로 10여 년 간 활동해 왔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을 통해 보람을 느꼈지만, 자본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 지원만으로는 규모의 경제가 갖는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우연히 임업 후계자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 정 목사는 임업이 가진 매력에 흠뻑 젖게 됐다. 무엇보다 임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잘 활용하면 이전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음을 알게 됐고, 임업 후계자 교육을 거쳐 지인들과 함께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갈고 닦은 기획력으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입에 소요된 비용을 대부분 회수했고, 지금은 은퇴 목회자와 선교사들을 위한 주택 건축에 도전하면서 처음 가졌던 꿈들을 서서히 현실화하고 있다.

귀농·귀촌은 좋은 목회의 기회

귀농 귀촌은 목회자들에게 좋은 전도와 선교의 기회가 된다. 도시 목회와 달리 농촌 목회 환경은 지역 기반의 공동체를 공고히 형성하며, 이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실제로 처음 귀농한 이들이 부딪히는 것은 뜻밖의 텃세와 배타적인 태도다. 이는 외지인들이 들어와 진지하게 농업에 임하는 대신 부동산 등을 통한 투기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사에 대한 진심을 보이고 어른들을 공경하는 태도가 계속되면 마음을 열고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끈끈함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귀농 귀촌한 목회자들의 진심 어린 섬김에 감동하고 교회가 마을의 중심이 되는 일이 많다. 도시와는 달리 여전히 다양한 인프라가 부족한 시골에서는 교회와 목회자가 섬길 수 있는 영역이 많다.

이박행 목사(복내마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자신의 오랜 지병을 치유하고자 전라남도 보성군 복내면의 천봉산 골짜기에 들어왔고, 전인 치유의 선구자인 김영준 박사의 도움으로 말기 암환자들을 돕는 ‘복내전인치유센터’사역을 시작했다. 공식적인 회차만 107회, 20-30여 명이 4박 5일 동안 함께 먹고 자며 풍욕과 건강 체조, 산책, 자연식이요법, 심리치료 등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고통받는 환우들을 보며 성장주의에 빠진 한국 교회가 이기심을 배가시키고 자연을 착취하는 데에 일조했음을 깨달았고, 이에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의 이사를 역임하며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을 태동시켜 생명문화 확산에 나섰다. 그러던 중 이박행 목사는 더불어 살아가던 마을을 살리기 위해 2013년 복내마을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김치 생산에 나섰다. 

주민 10여 명이 출자자이자 노동자로 참여하는 마을기업을 통해 농가는 배추 등의 고품질 작물을 좋은 가격에 소비할 수 있었고, 조합원들은 일자리는 물론 이익 배당까지 받았다. 하나의 교회가 마을을 넉넉히 섬기는 훌륭한 사례다.

농촌 목회가 가진 가능성은 또한 농업을 통해 창조의 원리를 회복하고 생명 목회를 펼쳐나가는 데에 있다. 도시에서의 삶은 그 자체가 반지구적이고 반환경적일 수밖에 없지만, 농촌에서의 삶은 자연친화적이며,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의 농업 용법들은 환경적인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으며, 가축을 기르는 일도 과거의 집단 사육과 달리 동물권을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들을 적용한다. 생산성이 아니라 가치가 중심이 되는 건강한 방식을 고민하는 목회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진교소 목사(함께하는교회)는 첫 개척을 상가 교회로 시작했다. 개척에 참여하는 이 없이 혈혈단신 교회 개척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부터 자비량 목회를 염두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영농목회를 염두했던 것은 아니다.

개척 후 3년이 흐른 시점에서 그는 창업진흥원으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쌀과자 기계를 만드는 ‘함께 나누리’를 창업했고, 이후 방과후학교 교사와 마을동아리 강사를 비롯한 각종 일용직을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농업목회를 통해 자비량 사역을 하고 있다.
진 목사는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 따른 생명 농업이 파괴된 환경을 살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사람들을 살리는 사역임을 확신한다. 그중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자연 양계다. 유전자가 복원된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 닭인 청리 재래 닭을 자연 양계 방식으로 기르고 있다. 항생제나 유전자 변형 곡물을 먹이지 않고 자가 사료만으로 기르며, 이렇게 얻어진 자연 양계 유정란을 판매하고 있다. 개당 1000원의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그 가치를 인정하는 이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전북 익산시 귀농귀촌지원센터 강사로 활동하며 귀농인들을 돕기도 한다. 자연 양계 한 가지 아이템만으로도 농촌교회들이 자립할 수 있기에 그는 적극적으로 생명농업을 통한 영농 목회를 권하고 있다.

농촌, 새롭게 떠오르는 선교지

이상의 이야기들은 물론 남다른 좋은 결과를 열매 맺은 목회자들의 이야기로만 비칠지 모른다. 농사 자체가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마냥 낭만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목회자들이 언제나 보냄 받은 존재임을 기억한다면, 농촌이야말로 우리 시대 새롭게 떠오르는 선교지임에는 분명하다. 그곳에는 이제 더 이상 농사일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깊은 지혜를 간직한 노인으로부터 새로운 꿈을 꾸며 부푼 가슴으로 시골살이를 갓 시작한 청년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여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당분간 농촌은 목회를 위해서나 삶을 위해 그 어느 곳보다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까 싶다. 각 지방자치 단체들은 이를 위해 다양한 귀농 귀산촌 체험 기회와 농촌 유학 등을 통한 가능성 타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박종현 함께심는교회 담임목사. 사단법인 센트 이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M.A.). 공저로 《지금 여기, 선교의 시대》가 있다. 필자의 다른기사 keyboard_arrow_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