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정의, 본질, 의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예루살렘 소재 히브리대학에서 오래도록 활약했던 저명한 비교종교학자 츠비 베르블로프스키가 ‘기적’(miracle)에 대해 쓴 항목이 실려 있다. 상당히 길게 작성된 이 글에는 기적의 본질, 유형과 기능, 계시와 의미, 진위, 기원들, 세계 종교들이 말하는 기적, 고전 및 중세, 근대의 기적 해석 등 기적에 대해 종교적, 역사적, 철학적으로 논의된 주제들의 핵심이 망라돼 있다. 다음 몇 가지가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준다.

첫째, 기적의 보편적인 정의, 즉 모든 학문 영역을 망라해서 살펴본 본질과 의미다. 베르블로프스키는 “궁극적 혹은 신적 힘의 존재와 행동에서 비롯돼 일어나는 특별하고 놀라운 사건”으로 기적에 대한 1차 정의를 내린다. 이 정의를 바탕으로 더 자세히 기적의 본질과 의미를 다음과 같이 논증한다. 

그리스어 ‘타우마시온’(thaumasion) 그리고 라틴어 ‘미라쿨룸’(miraculum)에서 비롯된 이 단어의 어원에 따르면, 기적은 대체로 그 자체로 기이하며, 정상적인 기준으로 볼 때 놀랍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기사(wonder)와 놀람(astonishment)을 유발하는 사건으로 정의된다.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것은 또한 자연적인 것으로 인식되므로, 기적은 때로 초자연적인 것으로 정의됐지만, 이 정의는 매우 구체적인 자연 및 자연법에 대한 개념을 전제하므로,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 … 기적은 또한 그리스어 ‘세메이온’과 성경 히브리어 ‘오트’에서 기원한 ‘표적’(sig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어떤 것의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의미하거나 가리킬 때 사용한다. 기이하고 놀라운 일들이 하나의 종교적 실재를 표현하고, 드러내고, 나타낼 때, 구체적인 종교 현상이 되고, 정의가 내려진다.

비교종교학자인 베르블로프스키는 이적과 기사, 표적 등으로도 불리는 이 기적은 거의 모든 종교에 나타나서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기적이 차지하는 의미에 대해서도 따로 떼어내 해설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히브리어 구약 전체에서 기적은 당연시된다. 하나님은 ‘홀로 기이한 일들을 행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시 72:18), ‘헤아릴 수 없이 큰일을 행하시며 기이한 일을 셀 수 없이 행하시는 하나님’(욥 5:9)이시다. 이 기적들은 천지창조 시에 보편적으로 일어났고, 그분이 창조한 인간들의 역사에서 특별히 일어났다. 이집트의 열 가지 재앙과 출애굽 사건이 대표적이다. 하나님이 행하신 거대한 기적의 목록이 시편 136편에 실려 있다. 이 기적의 목적은 피조물이 하나님을 찬양하게 하기 위함이고, 그분의 규범을 인정하게 하기 위함이며, ‘내가 주님임을 알게 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의 기이한 행동은 정상적인 규칙적 창조 행위에서 일상의 경험을 거스르는 특별한 개입까지 포괄한다. 

둘째, 신약성경에는 그리스도의 강림, 탄생, 생애, 수난, 부활 내러티브등 기적이 무수히 등장한다. 복음서에서 예수는 다양한 기적을 행하신 것으로 기록돼 있다. 죽은 자를 살리셨고, 병자를 치료하셨고, 마귀를 내쫓았고, 빵의 양을 늘리거나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등 자연을 대상으로 이적을 일으키셨다. 한편 이 기적은 그분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표적이었으며, 임박한 하나님 나라 도래의 징조였다. 다른 한편, 예수는 기적을 일어나게 하는 것은 오직 믿음임을 강조하면서, 기적 행할 능력을 갖고 싶어 하는 제자들의 열망을 제어하시고, 기적을 외부로 널리 알리는 것을 금하셨다.1 

베르블로프스키의 설명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첫째, 기적은 ‘인간, 일상, 정상, 자연’이라는 키워드의 반대편에 있는 ‘신, 이상, 특별, 초자연’ 같은 키워드와 연결돼 있다. 즉 기적은 인간과 자연의 정상 및 일상의 틀을 깨는 것으로, 신적 능력이 초자연적으로 인간과 자연에 들어와서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기적은 이적, 표적, 기사 등의 용어로도 번역된다. 셋째, 자연과 일상을 넘어서는 사건이므로, 이 사건의 기원과 여파는 결국 신적이고 영적이고 초자연적인 존재의 개입을 전제한다. 따라서 이는 대체로 종교 분야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모든 종교에는 기적 현상이 존재한다. 넷째, 유대교(구약성경)와 기독교(신약성경)는 모두 초자연적 기적을 당연시한다. 두 성경과 두 종교는 기적을 기반으로 탄생했고, 또한 유지된다. 성경의 첫 사건인 천지창조부터 시작해 대홍수와 출애굽, 선택과 징벌, 예언자들을 통한 표적과 계시는 모두 초자연적인 기적을 이 땅에 구현한 사건들이다. 그리스도의 강림과 탄생으로 시작된 성육신부터 그리스도의 공생애, 십자가와 부활과 승천, 이어질 재림에 이르기까지, 신약에서 말하는 구속사의 모든 사건은 초자연적이고 신적인 기적이 연속된 현장이었다. 초대교회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장면을 보여 주는 사도행전에도 기적 이야기는 연속 등장한다. 이는 초자연적 기적이 교회의 존재와 본질임을 알려 준다.

C. S. 루이스의 기적 변증: 초자연과 성육신

한편, 20세기 영국의 문학자이가 변증가였던 C. S. 루이스도 기적이라는 주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1947년에 이를 다루는 단행본을 발행했다. 그는 자연주의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탈주술적’ 현대 사회에 사는 이들에게 기적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간명한 정의를 내린다: “자연에 대한 초자연의 힘의 간섭.”2 이는 종교학과 신학에서 정밀하게 내리는 학문적 정의는 아니지만, 학자가 아닌 대중에게 기독교 신앙의 초자연적 특징을 설명하려 했던 루이스의 의도를 보여 준다. 실제로 기적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기적의 본질과 중요성, 각 종교별, 철학별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 베르블로프스키의 종교학적 정의와도 의미상 큰 차이가 없다. 자연만을 인정하고 초자연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자연주의 추론의 근본 난점을 설명한 후, 루이스는 기적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루이스가 보기에 기독교 신앙이 제시하는 가장 위대하고 근본적인 중심 기적은 성육신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이 사람이 되셨다고 말합니다. 다른 기적은 모두 이 기적을 예비하는 것이거나, 이 기적을 전시하는 것이거나, 이 기적에서 유래하는 것들입니다. 매 자연적 사건이 특정 순간, 특정 장소에서 자연의 전체적 특성이 나타난 것이듯, 마찬가지로 기독교에서 매 특정 기적은 성육신 기적의 특성과 의의가 특정 순간, 특정 장소에 나타난 것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자연이 [초자연에게] 제멋대로, 산발적으로 간섭당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기독교는 자연에 대한 일련의 상호 무관계한 급습으로서의 기적이 아니라, 전략적 통일성을 갖춘 ― 완전한 정복과 ‘점령’을 기도하는 ― 침공의 다양한 단계로서의 기적을 이야기합니다. 특정 기적들의 적합성과 (그에 따른) 신뢰성은 성육신이라고 하는 ‘장엄한 기적’(the Grand Miracle)과 그들이 어떤 관계에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그 장엄한 기적과 별개로 기적들을 논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입니다.”3 

성육신을 모든 기적의 중심부에 포진시킨 루이스는 다른 모든 기적들은 이 ‘장엄한 기적’을 위해, 그 기적 이전에, 그 기적 이후에, 그 기적 주변에 배치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이전의 모든 기적들이 지향해서 올라가는 산의 정상이 성육신이다. 그리고 그 성육신에서 파생되고 유래한 다른 모든 기적들이 연이어 존재한다. 삼위 하나님의 거대한 구원사 프로젝트의 한복판에 성육신이 있는데, 성육신을 한복판에 둔 이 기적들은 치밀하고 완벽한 하나님의 계획의 퍼즐들이다. 루이스의 표현을 사용하자면, “일련의 상호 무관계의 급습으로서의 기적이 아니라, 전략적 통일성을 갖춘 침공의 다양한 단계로서의 기적”이 바로 성경에서 보여 주는 청사진의 일부로서의 기적이다. 

이런 구속사적 구도는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구약성경 본문과 이스라엘 백성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재해석하면서 그려내고 설명한 신약성경의 여러 메시지들을 통해 확정됐다. 사도 시대 이후 가톨릭과 정교회, 루터파와 개혁파, 성공회, 재세례파, 청교도, 감리회, 침례회를 포함하는 개신교회 등, 소위 역사적 정통 기독교인들도 공히 강조하는 메시지다. 결론적으로, 성경과 교회사의 다양한 기적들은 삼위 하나님이 계획하신 거대한 하나님 나라 건설과 구속사 프로젝트의 과거, 현재, 미래의 성취와 완성을 자연과 세상에 보여 주는 표적이자 징조였다. 

기적의 연속성: 교회사적 통찰

정경이 작성되고 있던 시기의 초대교회와 그 이후의 고대교회가 신유, 예언, 축사 등의 기적과 이적을 자신들의 현재 일상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역사로 믿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초기 교회가 탄생한 유대교, 그리스-로마의 종교 및 문화가 모두 기적 이야기들과 전설들로 가득한 사회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18세기 서양의 ‘계몽주의적 근대’ 이전을 살았던 인류는 거의 모두, 신, 악마, 귀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가 인간과 자연에 들어와 힘을 발휘해서 일어나는 기적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영적 존재와 공존 공생한다는 사고는 기독교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교회와 신자의 삶에서도 기적의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마가복음(16:17-18)의 가르침, 즉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저희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 뱀을 집으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는 예  수 그리스도의 약속을 초대교회 성도들은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따라서 초대교회 성도들에게는 기적이나 초자연적인 영적 존재의 현존 여부가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들은 초자연적인 영적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과 이들이 인간의 현재 일상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들의 관심사는 실존하는 이들 영적 존재와 기적이 선한가 악한가, 진짜인가  가짜인가 여부였다. 다른 말로, 하나님과 천사의 선한 역사를 광명의 선한 존재로 자주 위장하는 악한 영(사탄, 마귀, 귀신)의 역사와 어떻게 구별하느냐 하는 점이었다.

계몽주의적 근대가 등장하기 이전이었으므로, 중세 기독교인에게도 초자연과 자연이 상호 교차하고 습합하는 이런 고전적 세계관이 계승됐다.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중세 신학자들은 모든 지식은 지각할 수 있는 사실들에서 유래하므로, 믿음의 대상에 대한 일정 정도의 초자연적 지식도 일정 정도의 초자연적 역사, 즉 기적을 통해 획득 가능하다고 가르쳤다. 비록 자연을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이 일반적으로는 그가 만드신 자연 법칙을 통해 세상이 운행되고 작동하도록 의도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이 법칙을 무시하거나 일시 보류하실 수도 있는 체계를 하나님이 허용하셨다는 교리였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계몽주의적 자연주의가 서양 세계를 강력히 장악해 가고 있던 1870년에 열린 제1차 바티칸공의회에서도 이 기적 교리를 강력한 다음 표현으로 확정했다. “만약 어떤 기적도 일어날 수 없다거나 … 기적은 사람에게 확실히 알려질 수 없다거나, 기독교 신앙의 신적 기원이 기적으로는 올바르게 입증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저주를 받을지어다.”4

종교 개혁 이후 개신교회는 기적에 대한 믿음과 관련해 가톨릭과 공유한 일부가 있었던 반면, 가톨릭과는 다른 입장을 취한 것도 있었다. 공유한 것은 섭리의 방식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하나님이 과거에 하나님의 자녀들을 돌보신 방식과 오늘날의 자녀들을 돌보시는 방식이 다르지 않다. 중세 신학자들이 가르친 것과 마찬가지로, 창조주이신 하나님이 대개는 자연에 새겨두신 자연법에 따라 인간과 자연을 다스리시지만, 경우에 따라 초자연적인 역사로 섭리하기도 하신다. 

장로교 표준 신조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도 비슷하게 가르친다. 신앙고백서 5장 3항에서 일반 섭리와 특별 섭리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하나님은 그의 일반적 섭리에서는 여러 수단들을 사용하신다. 그렇지만 그는 그 수단들 없이 그것들에 초월 그리고 역행해서도 그의 기쁘신 뜻대로 자유롭게 역사하신다.” 일반적인 섭리의 수단들 없이도, 이 수단들을 초월해서, 이 수단들에 역행해서 역사하실 때, 그 수단이 초자연적 기적일 수도 있음을 모든 개혁파 신자들은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종교 개혁의 후손들이 초대 및 중세교회, 기적의 범위와 가능성에 상대적으로 더 폐쇄적이라는 점에서는 현대 가톨릭과 차이가 있다. 이는 개신교 특유의 ‘오직 성경’의 원리, 즉 확정되고 완성된 정경의 최종성에 대한 교리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장 1항은 정경이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최종적 특별 계시이므로, 정경 확정 이전에 예언과 묵시, 환상 등의 초자연적 기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보여 주시던 방식이 완전히 종결됐다고 선언한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자신의 뜻을 직접 계시해 주시던 과거의 방식들을 이제 그치셨다.” 정경의 종결성은 정경의 충족성과 연결된다. 1장 6항은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이 성경에다 성령의 새로운 계시에 의해서든지 혹은 인간들의 전통에 의해서든지 아무것도 어느 때를 막론하고 더 첨가할 수가 없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모든 종류의 기적이 정경 확정 이후에는 완전히 종결됐다고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성경의 종결성과 충족성을 강조하면서 예언과 묵시, 환상을 통해 추가로 계시가 주어진다는 주장을 전면 차단했으므로, 다른 종류의 기적들, 즉 신유, 축사, 방언, 통역 같은 은사들의 연속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대체로 고전적 개신교, 즉 16세기 종교 개혁의 주류였던 루터파, 개혁파/장로교, 성공회의 공통적인 입장이 됐다. 

현대 논쟁: 범-오순절 운동과 기적 

기적의 현재성에 대한 개신교 주류의 공통된 입장은 위에서 언급했다. 비록 하나님께서 극적이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 개입하셔서 초자연적 기적을 행하시는 경우가 때때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완성된 특별계시(정경)와 자연법에 새겨진 일반계시(이성과 자연법칙)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충분히 우리에게 알려지고 드러난다. 개신교 전반의 이런 보편적인 입장에 균열이 일어난 것은 20세기가 시작되고부터다. 물론 종교 개혁 시대의 급진 재세례파, 17세기 경건주의와 18세기 이후 웨슬리파 부흥주의 전통(감리교-성결운동)에 속한 이들 일부가 영적 체험을 강조하며 기적의 현재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개별적이고 간헐적인 사례를 뛰어넘어 방언, 예언, 통변, 신유, 축사 등의 영적 은사(소위 ‘성령세례’)와 기적 체험을 참된 기독교인의 ‘표준’으로 규정하며 교리화한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1900년대에 처음 등장한 이래 한 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날의 시점에서는 이들 범-오순절 운동(Pan-Pentecostal Movement)도 다양하게 분화됐다. 방언을 성령 세례의 증거로 보며 독자적인 교단을 형성한 1900년대 ‘오순절주의자’, 방언을 절대 표준으로 주장하지는 않지만 오순절주의자와 거의 유사한 입장을 가지되 소속 교단을 떠나지 않고 기존 교회에서 은사를 통한 영적 갱신을 강조하는 1960년대 이래 ‘은사주의자’, 신유와 축사 등의 ‘표적과 기사’를 유달리 강조하는 1980년대 ‘성령의 제3의 물결’ 운동가들, 그리고 사도와 선지자(예언자)가 오늘날에도 선택되고 기름부음 받아 존속한다고 주장하는 1990년대 이래의 ‘신사도주의자’(신사도개혁운동)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세부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이들 소위 범-오순절주의자는 기적이 오늘날의 신자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야 한다며 기적 은사들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정경이 확정된 사도 시대 이후에는 성경에 기록된 기적의 은사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고, 권장돼서도 안 된다는 전통적인 개신교 주류 진영, 특히 루터파와 개혁파 전통의 입장에 반대한다. 

그러나 예언이나 환상 같은 은사들을 통해서 얻은 개인 메시지를 완성된 정경의 권위와 동등하게, 혹은 더 중요하게 여겨서 성경에 추가로 무언가를 더하지만 않는다면, 신유나 축사 같은 기적을 과도하게 강조해 이성과 자연법, 자연 계시를 통해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일상의 역사를 무시하지만 않는다면, 방언이나 통변 같은 은사를 받은 이들만이 참된 기독교인이며 바르게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른 기독교인들을 무시하지만 않는다면, 시공간을 초월해 영원토록 동일하신 하나님이 인간의 자연적 일상에 초자연적으로 개입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믿음의 소유권이 오순절주의자들에게만 독점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복음주의권에서 1996년에 기적 은사의 연속성과 지속성이라는 주제를 놓고, 은사지속론자들인 오순절주의자(더글라스 오스)와 제3의 물결(새뮤얼 스톰스), 개혁파 강경 은사중지론자(리처드 개핀), 신중 은사중지론자(로버트 소시)가 편집자(웨인 그루뎀)와 함께 모여 글과 말로 토론한 내용을 책으로 정리해서 출판한 일이 있었다. 네 대표자들은 기적의 정의와 본질, 의미, 현재성의 세부사항들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팽팽하게 대립했지만, 다음 사항에 대해서는 사실상 공통된 의견 일치를 확인했다. 이를 편집자 웨인 그루뎀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오늘날 한국 교회 기독교인 거의 대부분도 동의할 수 있는 건강하고 성경적인 입장일 것이다. 

“① 치유와 기적: 하나님은 현재도 병을 고치고 기적을 일으키신다. 
② 인도하심: 성령님은 우리를 인도하신다. 
③ 능력주심: 성령님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여러 사역을 위한 능력을 주시며, 이러한 능력 주심은 우리로 하여금 더욱더 거룩해지고 하나님께 순종할 수 있게 하는 성령의 내적 변화의 사역과 구별될 수 있는 활동이다. 이러한 성령의 능력 주시는 사역은 새로운 교리가 아니다. … 성령님은 설교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기도, 전도, 상담, 그 밖에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교회에서 하는 다른 활동들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다양한 정도로 그런 사역을 위한 능력을 주신다.
④ 계시: 하나님은 자신의 주권 안에서 
    ⒤ 때때로 그 순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구체적인 성경말씀을 떠오르게 하실 뿐만 아니라, 
    (ii) 우리에게 갑작스런 통찰력을 주셔서 특정한 상황에 말씀을 적용하게 하심으로써, 
    (iii) 우리의 느낌과 감정에 영향을 주심으로써, 
    (iv) 일상적인 수단으로는 얻지 못했던 특정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심으로써 구체적인 것들을 우리 마음속에 떠오르게 하실 수 있다.”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