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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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설교 2021년  01월호 중세 문명 다시 보기 심층기획 중세 교회사 다시 보기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 재현

중세 미학과 기호학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로 명망을 얻은 이탈리아 학자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2016)는 1980년 수도원 독살 사건을 다룬 소설을 출판해 큰 주목을 받았다. 그의 첫 소설인 《장미의 이름》은 4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으며 1986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책 출판 직후 서구의 상당수 대학에서는 이 소설을 중세사 수업 교재로 사용했고, 역사학 분야 학회들에서 학술 토론의 주제로 삼기도 했다. 학자들은 ‘장미의 이름 신드롬’을 계기로 중세를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시사점을 얻고자 했다. 에코는 중세의 사료들을 읽으며 익힌 시대적 감각을 토대로 이 소설에서 당대의 문화와 종교, 일상과 사상을 묘사했다.1 그는 아드소라는 한 수련 수사가 경험했을 법한 14세기 초 세계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수도원, 중세 필사본, 이단 재판, 빛의 미학, 청빈 논쟁, 육체적 본능과 사랑 등 다양한 소재를 섬세하게 배치해 재현했다. 뉴욕 타임즈에 실린 서평에서는 에코에게 “현대인 중 중세를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제약으로 인해 한 편의 소설로 중세 전체를 오롯이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에코는 생애 마지막에 이르러 《중세》를 주제로 한 일종의 방대한 백과사전도 기획했다. 그는 수백 명의 학자를 동원해 유럽의 중세가 얼마나 다채롭고 풍요로운 시대였는지 드러내고자 했다. 이 책의 ‘전체 서문’에서 에코는 중세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편견에 대해 여러 쪽에 걸쳐 해명했다. 그에 따르면 중세는 암흑기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고전 문화나 과학을 무시하지 않았다. 또 교회가 내세운 정통 교리만 넘쳐나던 시대도 아니었다.2 이처럼 에코는 평생에 걸쳐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르네상스기 인문주의자들로부터 시작된 중세에 대한 폄훼와 왜곡을 불식시

박흥식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독일 괴팅엔 대학교(Dr. Phil., 교회사, 중세도시 전공). 저서로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공저로 《역사속의 질병, 사회속의 질병》 등이 있다. 필자의 다른기사 keyboard_arrow_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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