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역사 이래 주의 성도들은 시편을 전체 성경 중 가장 중요한 책이자 가장 사랑하는 책으로 간주해왔다. 그것은 신약성경에 인용된 시편의 빈도와 쿰란 공동체의 시편 사본들의 특징을 통해서 확인된다. 

신약성경 저자들이 구약성경에서 이사야와 신명기보다 시편을 더 많이 인용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초대교회 공동체가 시편을 얼마나 사랑했으며 중요한 책으로 읽었는가를 알 수 있다(시편[69회], 이사야[51회], 신명기[33회]).1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실 때 암송했던 성경도 시편이었고(22편), 사도들이 공회에서 성전 문 앞에 앉아 있던 앉은뱅이가 어떻게 치료를 받았는가를 설명한 후 동료들에게 돌아와 하나님께 소리를 높이며 암송했던 것도 시편이었다(행 4:23-26). 

시편의 중요성은 신약 시대보다 조금 앞서 형성된 쿰란 공동체의 사본들을 분석해 보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1947년 쿰란 지역에서 발견된 많은 사본들은 성경 사본들과 비성경 사본들(공동체 규율집, 집기 목록 등)로 나뉘는데, 성경과 관련된 사본들 중에서는 시편이 가장 많았다(약 40개의 두루마리). 

이처럼 시편은 하나님의 언약 백성에게 중요하고 사랑받는 책이었다. 시편은 현대에 이르러서 예배의 〈교독문〉 낭독이나 개인의 영성을 위한 묵상집 정도로 간주되는 성향이 있지만, 지나온 역사 속에 드러난 시편의 위상은 그 이상으로 중요했다는 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전체 구조

시편 전체는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1-41편), 제2권(42-72편), 제3권(73-89편), 제4권(90-106편), 제5권(107-150편). 한글 성경과 영어 성경을 보면 1편, 42편, 73편, 90편, 107편 앞에 각 권의 시작을 알리는 표식이 붙어 있는데(예, 제1권), 히브리어 시편 본문에는 없는 표식이다. 번역 성경들이 독자들의 시편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의 차원에서 표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시편의 오중구조는 본래 각 권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송영’(doxology)에 근거한다. 즉, ‘송영’이라고 불리는 이 구절들(41:13; 72:18-19; 89:52; 106:48; 150:6)은 각 권이 마무리 될 때 혹은 다섯 권 전체가 마무리 될 때 첨부된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각 권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 준다.2 

다섯 권으로 구성된 시편 전체는 크게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뉜다. 서론은 1편과 2편을 가리키고, 본론은 3편부터 145편까지를 포함한다. 결론은 소위 ‘할렐루야 시편 모음집’인 146편부터 150편까지다. 서론(1-2편)은 ‘율법 묵상의 중요성’과 ‘하나님이 시온에 세운 왕’이라는 두 주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왕’이라는 통합된 주제가 형성된다. 이 주제는 본론 전체에 걸쳐 씨줄과 날줄로 기능하며 시편 전체를 이끌어간다.3 제1권부터 제3권은 인간-왕인 다윗의 삶 및 다윗 왕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다윗의 역사적 삶을 보여 주는 표제어들이 제1-2권에 집중적으로 등장한다(3, 18, 34, 51, 52, 54, 56, 57, 59, 60, 63, 142편). 또한 제1-2권은 다윗과 솔로몬 시대와 연관되어 있고, 제3권은 다윗 왕조의 멸망과 연결되어 있다(89편을 보라). 반면 제4권은 하나님의 왕권을 강조하는 모세 시대, 제5권은 포로기 및 이후 시대와 각각 연결되어 있다. 모든 시편을 연대기적으로 정밀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각 권의 전반적인 시대적 배경은 위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시편 해석의 출발: 장르 확인

모든 해석은 장르 확인에서 출발한다. 소설을 시처럼 해석할 수 없고, 시를 소설처럼 해석할 수 없다. 비유를 문자적으로 해석할 수 없고, 역사서를 비유로 해석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본문을 해석하고자 할 때 장르를 확인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시편의 장르는 말 그대로 ‘시’(詩)이다. 시는 기본적으로 간결하고 은유를 많이 사용하며, 히브리 시의 경우 평행법(parallelism)이라 불리는 시적 특징이 사용된다. 그런데 시편에는 하위 장르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이 더 있다. 유사한 양식을 기준으로 보면 탄식시, 찬양시, 신뢰시, 감사시 등이 있고, 유사한 내용(주제)을 기준으로 보면 제왕시, 즉위시, 지혜시, 창조시, 역사시, 시온시, 저주시, 참회시 등이 있다.4 제1권에는 탄식시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 장르의 기본적인 특징 다섯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5: ① 시인의 위기 상황 묘사, ② 시인의 탄식, ③ 도움 요청, ④ 신뢰 표시, ⑤ 찬양에 대한 약속. 이 다섯 가지 특징이 항상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특징들이 부분적으로 발견되면 탄식시로 분류할 수 있다. 만일 그 시편이 탄식시라면 시인이 여전히 위기 상황 한가운데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시편으로 생각하면 된다. 

시편의 주제들

시편을 단순한 묵상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 이유는 시편에는 다른 구약성경처럼 다양하면서도 묵직한 신학적 주제들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두 가지를 고른다면 ‘율법’과 ‘하나님의 왕 되심’이다. 

1.     율법
시편 전체는 ‘율법 묵상의 중요성’을 노래하면서 시작한다. 150개로 구성된 시편에서 율법을 강조하는 시편이 선두에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배열 자체로서 중요성을 띤다. 바로 시편 전체가 율법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시편의 시작도 율법을 강조하지만, 제1권(1-41편)의 중간 지점에 율법을 노래하는 시편 19편이 배열되어 있고, 마지막 제5권(107-150편)의 중간 지점에도 율법의 완전성을 노래하는 시편 119편이 배열되어 있다. 구성적인 측면에서 제1권의 19편과 제5권의 119편은 시편 전체를 떠받드는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6 시편 전체는 언약 백성이 온전하고 풍성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율법의 유익을 인식하면서 주야로 묵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율법에 대한 온전한 순종을 하나님의 언약적 축복을 누리게 하는 열쇠로 소개한다(89편). 

2.     하나님왕의 신실하심
시편의 진정한 핵심 주제는 ‘하나님-왕의 신실하심’이다. 시편 전체는 이 주제를 향해 있는 힘껏 달려간다.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다윗 및 그의 후손들이 시온의 왕으로 세움을 받아 언약 백성을 통치하게 되지만(2편), 그들은 죄 가운데서 넘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들의 실패는 제1-3권까지 전개된다. 남유다와 다윗 왕조의 멸망이 89편에서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간-왕에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면 하나님-왕의 신실하심이 제4-5권에 집중해서 전개된다. 특별히 제4권에는 하나님을 왕으로 찬양하는 시편들이 집중되어 있다(93-99편). 이 시편들은 말 그대로 하나님을 왕으로 선포하며 찬양한다. 그리고 105-106편에서는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에게 했던 언약을 얼마나 신실하게 지켜가셨는가를 노래한다. 즉 하나님-왕은 신실하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편 전체는 제1-3권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간-왕에게 초점을 맞추고, 제4-5권에서는 신실하신 하나님-왕에게 집중한다. 그런 점에서 시편 전체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간-왕을 바라보지 말고 신실하신 하나님-왕을 바라보라고 촉구한다. 

제1권의 특징: 다윗 이야기

제1권은 인간왕 다윗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두 가지 점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다윗의 개인적인 삶과 밀접한 시편들이 지배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본론을 시작하는 첫 번째 시편(3편)의 표제어에는 다윗이 압살롬을 피해 도망칠 때 지은 시라는 정보가 담겨 있다. 18편은 다윗이 사울을 포함해 모든 원수들로부터 구원받은 후에 불렀던 내용을 담고 있다(삼하 22장의 내용과 동일하다). 20-21편 또한 다윗이 전쟁터에서 승리한 후 하나님께 감사하는 노래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가면서도 여호와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던 다윗의 모습도 그려진다(23편). 심지어 자신의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미친 척했던 굴욕적인 내용(34편), 자신의 죄악을 토설하며 참회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32편). 이렇듯 제1권의 내용은 다윗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둘째, 제1권에는 서론(1-2편)을 제외한 모든 표제어에 다윗의 이름이 들어 있다. 10편과 33편에는 표제어가 없지만, 두 시편이 9편 그리고 32편과 각각 하나의 시편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제1권의 모든 표제어에 다윗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외형적인 모습은 독자들이 제1권을 읽을 때 다윗의 시대를 염두에 두고 읽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제1권의 모든 시편들을 다윗의 생애와 연결해 읽을 수는 없겠지만, 그의 생애를 고려하면서 읽는 것이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