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하다 보면, 하나님의 뜻이라고 100% 확신했는데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한 경우 당혹스럽다. 하나님은 왜 하나님께 유익이 되는 이 일을 이루시지 않는단 말인가? 왜 하나님은 소명을 주셔서 나를 부르셨고, 분명한 사명을 주셔서 이 일을 하게 하셨는데 실패하게 하신단 말인가? 이러한 질문은 필자가 교회 개척과 목회의 과정에서 수없이 던졌던 질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이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을 나의 이기주의 안에 가두려는 마음에서 나왔음을 곧 깨달았다.
태어난 모든 아이가 건강하지는 않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행복하지는 않다. 이 땅의 모든 교회가 건강하지는 않다. 어떤 아기는 태어난 지 수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가 성도임에도 전 재산을 투자한 사업이 불과 수개월 만에 파산하기도 하고, 어떤 교회는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수행하다가 오히려 분열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원치 않은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마디로 ‘자연스럽게’ 보아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심오하신 의도를 모르지만 결국은 우리의 실패까지도, 나아가서 우리 눈에 없었으면 더 좋았을 것처럼 보이는 불행한 일까지도 하나님의 통치와 섭리 안에서 보면 조화롭고 유익하다는 사실을 안다. 이 모든 실패와 불행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분만의 목적을 위한 그리고 그분이 이루시려는 궁극적인 선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임을 안다.
필자가 왜 이렇게, 소위 말해 신정론(神正論)에 기초한 장황한 사설을 늘어 놓겠는가? 그 이유는 교회 개척이 이 땅의 관점으로 볼 때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교회 개척은 하나님의 소원이다. 그러나 모든 교회 개척이 성공하지 않는다. 모든 개척 교회가 살아남는 것이 하나님의 뜻은 아니라고 본다. 하나님은 오직 그분의 목적에 의해서 하나님 나라를 통치하실 뿐이다. 때문에 교회 개척이 성공하는 것은 큰 영광이지만 교회 개척이 실패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그 실패가 나의 실패이기에 그리고 내 교회가 문을 닫는 것이기에 불행하고 절망스러울 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실패한 교회 개척자는 도대체 무엇인가? 교회 개척에 실패한 사람은 단지 하나님의 주권에 의한 희생물인가? 정직하게 말한다면 어떤 면에서 불경스러운 태도일 수 있지만 수많은 개척 교회가 문을 닫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지금도 이 질문을 하나님께 조금은 항의 조로 여쭙는다. 한 개인의 실존적 위기 앞에서 “하나님은 무조건 옳으시다”라는 신정론적 권면이나 위로가 당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종종 경험했다. 그래서 지금도 질문한다. “하나님께서 저이를 부르셨고, 당신께서 당신의 소원인 교회개척을 하도록 하셨는데, 왜 교회 문을 닫아야 한단 말입니까?”
필자는 바로 여기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인간의 책임”이란 논제를 시작한다. 하나님의 주권 영역은 하나님께 맡겨 놓자. 다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즉,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우산 아래서 인간은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하나님이 인간을 기계로 창조하지 않으시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이성적 존재로 창조하셨다는 사실은 인간에게 책임을 주셨음을 의미한다. 인간은 그 책임을 감당해야 하며, 책임 감당 여부에 따라 결과까지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 개척자는 교회 개척이 실패하지 않게 하도록 최선을 다할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그 책임이 무엇인가? 바로 잘 준비하는 것이다. 다수의 교회 개척자들이 단지 하나님의 인도하심만을 바라면서 교회 개척 현장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교회 개척자가 교회 개척을 실행하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자는 비교적 생존율이 높은 교회 개척을 할 수 있는 자라고 믿는다.
먼저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유 있게 교회 개척에 임하라고 말하고 싶다. 교회 개척자들이 소명에 심취되어 혹은 상황에 몰두해 너무 급하게 교회 개척에 임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교회 개척자가 교회의 첫 예배를 시작하기(Launch) 전 계획(Plan) 단계에 6-9개월, 배양(Development) 단계에 3-6개월, 그리고 실행(Pre-Launch) 단계에 1-3개월 등 적어도 10개월 이상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만큼 준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는 의미이며, 질(Quality) 좋은 준비를 하라는 의미다.
물론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때로는 순식간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절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님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역할을 최대한 사용하셔서 일하신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오히려 어떤 일을 위한 필자의 짧지 않은 준비와 인내를 보시다가 마지막 순간에 개입하셔서 순식간에 일을 이루시는 하나님이셨다.
따라서 교회 개척자는 하나님의 일반적으로 일하시는 방법에 순응할 필요가 있다. 보통으로 일하시는 하나님께 순응할 때, 즉 교회 개척자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 때로 그는 하나님 나라의 특별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보편적이고 자연법칙적인 삶에 충실하지 않은 자를 하나님이 특별하게 사용하시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많은 교회 개척자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자신은 받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교회 개척에 임한다. 이것은 이전의 글에서도 이미 말했듯이 믿음이라기보다는 자기 과신으로 인한 도박이 되기 쉽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하라는 의미는 또한 지금부터 준비하라는 의미기도 하다. 장차 교회 개척을 계획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모르지만, 미래에 어쩔 수 없이 교회 개척으로 나아갈 분들이 있을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지금의 현장에서부터 교회 개척 준비를 해야만 한다. 당면해서 준비하면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차 자신이 교회를 개척할 경우를 가상하고 현재의 목회 현장을 대면해야 한다. 현재의 목회 현장에 충실하지 않고 배우지 않으면서 “나중에 내 목회는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확신이다. 지금의 현장에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지금의 현장에서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중을 준비해야 한다. 교회 개척자든 담임목사든 마지막 책임자로서 자신이 겪는 실패와 시행착오는 자신의 목회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장은 담임목회자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데 매우 인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필자는 ‘자기만의 교회 개척’을 준비하라고 매우 강하게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사실 이 말은 이 땅의 모든 목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자기만의 목회’를 해야 한다. 누군가를 흉내 내는 목회는 통하지 않을뿐더러, 하나님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당신을 부르신 그 목적에도 어긋난다. 당신은 하나님의 유일무이한 독특한 창조물이다. 당신은 당신만의 기질을 가졌고 당신만의 고유한 성품과 환경과 은사와 재능을 가졌다. 그러한 당신을 하나님은 목회자로 부르셨다. 그 말인즉슨 당신만의 목회를 하라는 의미다.
당신이 고(故) 옥한흠 목사님을 존경하고 한 모범으로 삼을 수는 있지만, 그러나 옥한흠 목사님이 되고 그분처럼 목회하라고 부름을 받은 것은 아니다. 다양성을 즐기시는 하나님은 당신만의 목회를 하라고 당신을 부르셨다. 당신이 교회 개척자라고 한다면 당신은 당신만의 교회 개척론과 방법과 삶을 준비해야만 한다.
그런데 많은 교회 개척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자산을 기초로 한 ‘창조적’(Creative)이고 ‘다른’(Different) 교회 개척을 시도하기보다는 천편일률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선배들이 하는 방식을 답습한다. 모두가 같은 방법을 사용해도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한다. 왜냐하면 방법은 동일하지만 그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성공과 실패는 방법에 있다기보다는 그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옳다. 그러므로 교회 개척자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독특한 자산을 활용하고 자신에게 맞는 자신만의 교회 개척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자기의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달리는 것이 효과적이고 편하고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필자는 유학 시절 석사 과정 첫 학기에 <목회신학 세미나>를 수강했다. 당시의 경험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으며 지금도 후학을 가르칠 때 적용한다. 우리는 보통 목회학에 접근할 때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셨다는 소명을 강조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은 무엇이든지 사명으로 여기고 순종하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당시 담당 교수님은 목회학을 “부르신 하나님”에게서 시작하지 않고 “부름을 받은 우리”에게서 시작하셨다. 첫 수업 세 시간을 나의 정체성, 나의 기질, 나의 환경, 나의 약점과 강점 등을 돌아보고 분석하는 데 온통 사용했다. 결론은 그렇게 독특한(unique) 나를 사용해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이루라는 것이었다. 강력한 인상을 남긴 수업이었다. 사실 이러한 신학 방법론은 폴 틸리히 같은 진보 진영에서 즐겨 쓰는 방법론이기에 필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신론에서 시작해 인간론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방법론이 아니라, 인간론에서 시작해 신론으로 나아가는 실존주의적 방법론이었다. 하지만 당시 필자가 공부했던 학교는 매우 보수적인 칼뱅주의 학교였고, 교수님 또한 철저한 칼뱅주의자였다. 결국 그 방법론은 하나님의 주권을 철저히 전제했으며, 소명자가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아야만 하나님이 부르신 그 소명을 온전하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 방법론이었다.
이제 자신만의 교회 개척 혹은 목회를 실행하기 위해 점검할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차례다. 많은 것이 있지만, 본고에서는 교회 개척자가 가진 두 가지 무형 자산, 즉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과 후천적으로 획득한 자산에 관해서 설명하려 한다. 먼저 교회 개척자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진 자산들이다. 그것은 기질과 재능과 은사다. 기질과 재능은 육신이 태어날 때 주어지며, 은사는 영혼이 거듭날 때 주어진다. 교회 개척자는 자신의 이러한 것들에 대한 분석과 인지가 필요하다.
우선 기질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자. 자신이 갖고 태어난 기질에 대해서는 본인의 책임이 없다. 그러나 그 기질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것은 본인의 책임이다. 목사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악한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 그 악한 기질과는 당연히 싸워야 한다. 악한 기질은 목사를 습관적인 실수나 반복되는 죄에 연루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두 번은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한두 번 똑같은 죄에 연루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동일한 유의 실수나 죄가 정기적으로 혹은 간헐적이라도 반복된다면, 그래서 그것이 라이프 스타일로 굳어진다면 그 목사로서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한 반복성은 그의 기질 때문이다. 어떤 목사든지 한두 번은 성도와 관계가 악화될 수 있고, 목사를 대적하는 성도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일이 자꾸 반복된다면, 그 원인을 목사 자신의 기질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어떤 목사는 목회 현장에서 ‘뿔난 양’들만 계속해서 만난다고 투덜거린다. 그런데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목사는 ‘뿔난 양’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뿔난 양’을 생산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즉, 목사의 기질이 보통의 선한 양을 목사에게 대드는 뿔난 양으로 만든다는 소리다. 한마디로 모든 반복성은 기질과 관련이 있다.
물론, 성령 충만했을 때는 악한 기질이 작동하지 못한다. 오히려 유익하게 쓰이기까지 한다. 예를 들어 기질상 성격이 급한 사람의 경우, 성령의 온전한 지배를 받을 때는 그 급한 성격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추진력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체로 그런 경우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그 급한 성격으로 인해 목회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긴 목회 여정에서 목사가 언제나 성령 충만하지 않기에, 때로는 목회가 잘됨으로 인한 느슨함 때문에, 때로는 목회가 되지 않음으로 인한 낙심 때문에 잠자던 악한 기질이 깨어나 작동해 목사를 몰락으로 이끈다.
어느 목회자가 동일한 실수를 하고 싶겠는가? 어느 목사가 동일한 죄에 연거푸 빠지고 싶겠는가? 어느 목회자가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쁘기를 바라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작동하는 자신의 기질 때문에 그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 개척자는 자신의 기질을 간파해야 한다. 이것은 교회 개척을 위한 매우 중요한 준비다. 자신을 넘어뜨리는 기질을 알고 성령님의 도우심을 통해 그것과 철저히 싸워야 한다. 자신의 악한 기질이 작동할 만한 상황이나 환경 자체를 아예 만들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일반적이고 좋은 기질은 최대한 활용해서 자신만의 자연스러운 교회 개척과 목회를 준비해야 한다. 교회 개척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 대부분은 가시적인 환경이나 자원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불가시적인 교회 개척자의 기질 때문일 경우가 많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교회 개척자는 자신의 기질뿐 아니라 재능과 은사가 무엇인지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재능과 은사 역시 주어지는 것이다. 재능은 선천적으로 주어지며 은사는 교회의 지체가 될 때 주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기질과 마찬가지로 재능과 은사 역시 비록 주어진 것이지만 그러나 관리할 책임은 받은 자에게 있다. 선한 쪽으로 사용해 더 개발하고 발전시킬 책임이 있다.
아무리 주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하고 만다. 또한 탁월한 재능과 은사를 가지고 오히려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교회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회 개척자는 자신의 재능과 은사를 정확히 인지하고 그것을 활용해서 교회 개척에 임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재능과 은사는 분명 다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타고난 재능이 구원받은 후 은사화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선천적인 재능과 은사를 통한 자기만의 독특한 교회 개척과 목회 준비는 매우 지혜로운 일이다.
여기서 한 가지 매우 중요한 내용을 덧붙이고자 한다. 그것은 자신 못지않게 가족 특별히 배우자의 기질과 재능과 은사를 파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교회 개척은 목회자 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교회 개척 전문가는 한결 같이 건강한 부부 관계를 교회 개척자의 필수 자격으로 꼽는다. 간혹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을 자신의 소명 수행에 무조건 순종해야 하는 부속물로 여기는 목사들을 만나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심히 교만한 모습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때는 필자 또한 그랬다. 과거 교회 개척을 위해 이사를 해야만 했는데,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실수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동의를 구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당시 필자는 오직 사명에 대한 열정 때문에 앞만 보고 갔을 뿐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 아들에게는 그 이사가 익숙하고 정든 모든 것과 이별해야만 하는 정말 큰 상처였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은 아들의 청소년기와 20대까지 영향을 주었다. 필자는 이러한 사실을 20여 년이 흐른 뒤 아들이 서른 살이 넘어, “그래서 아빠를 그동안 미워했다. 이제 그때 아빠의 결정을 이해하게 되었고, 아빠를 미워했던 지난날에 대해 용서를 바란다”라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편지를 통해 비로소 알았다. 그랬던 그 아들이 신학을 공부했고 아마도 조만간 목사 안수를 받을 것이다. 그동안 교회 개척에서 가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얼마나 많이 가르쳤던가? 그런데 정작 필자 자신이 가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회 개척에서 배우자의 소명과 기질과 재능과 은사는 자신의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영향력이 크다. 물론 근래에 와서 목회자 배우자의 역할은 크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 개척 현장에서 배우자의 기질은 가히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자칫 배우자가 목회자의 십자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그 모든 것을 고려하고 그에 맞는 교회 개척과 목회를 택해야 한다. 배우자가 교회 개척을 반대하거나 목회 자체나 목회의 방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경우, 목사는 기도 중에 기다리고 설득해야 한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배우자는 자신의 목회를 방해하는 사탄이 결코 아니다. 때로는 부부 관계를 위해 목회 현장에서 잠시 물러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다. 목회 때문에 부부라는 한 몸이 훼손되는 것을 하나님은 바라시지 않기 때문이다.
기질을 파악하고 은사를 확인하는 도구(Tool)나 테스트 키트(Kit), 그리고 이론들이 많이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이러한 도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영어권에서 교회 개척자를 위해 고안된 SHAPE Assessment, Ridley Assessments, 남침례교의 Church Planter Candidate Assessment 등은 매우 유용한 도구다. 물론 이러한 도구들이 100% 정확히 한 사람의 기질과 재능과 은사를 밝혀 줄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교회 개척자는 선천적으로 주어진 무형의 자산을 분석하고 인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소 장황하게 말했다. 그만큼 중요한 내용이라고 믿기 때문이고, 교회 개척자들이 스스로 이미 훌륭한 자원임을 인식하고 있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 개척자가 자기를 분석하는 데 중요한 더 많은 영역이 있다. 이러한 영역은 대체로 태어난 이후 획득한 무형의 것들인데, 이것들은 타고난 기질과 어울려 지금의 자기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주고, 미래의 삶을 얼추 짐작하게 해준다.
우선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분석하고 인지해야 한다. 자신이 어떤 환경 속에서 자랐는지, 시골인지 도시인지, 어떤 문화권 속에서 살아왔으며, 어떤 문화에 익숙하고 편한지를 인지해야 한다. 문화적 차이는 인간이 극복하기 대단히 힘들다. 불편한 문화권에 거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 인간이기에 다른 문화에 점차 적응하겠지만, 그래서 평상시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어떤 목회적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결국은 자신에게 익숙한 문화에 따른 행동을 한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익숙한 문화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 문화에는 자신이 경험한 상처까지도 포함된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잘 해결하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목회를 할 수 있다. 자신의 상처를 누군가를 공격하는 화살로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품는 목회 그릇으로 사용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목사 자신에게 달렸다. 결국 자신이 경험한 문화는 자신만의 목회 도구가 된다.
또한 교회 개척자는 자신의 타고난 소통 스타일을 분석하고 인지해야 한다. 모든 목회자에게 마찬가지이겠지만, 특별히 교회 개척자는 소통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교회 안의 많은 문제가 목사와 성도 혹은 목사와 리더 간의 소통 부족 때문에 일어난다. 권오서는 “[목사는] 말을 잘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경청함으로 계획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소통을 “말을 잘함”과 동시에 “경청”을 잘하는 것으로 정의했다.1
그런데 목회자마다 소통 스타일이 다르다. 어떤 이는 일대일 소통에 능하고 어떤 이는 일대다(多) 소통에 능하다. 그렇다면 전자는 제자 훈련 형식의 목회를, 후자는 대중 집회 형식의 목회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결국 자신의 소통 스타일에 의해 목회 전략이 달라진다.
또한 교회 개척자는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분석하고 인지해야 한다. 모든 목회자는 저마다 리더십 스타일이 다르다. 정말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들이 연구되고 정리되어 있다. ①진실 리더십(Authentic) ②섬김 리더십(Servant) ③감성지능 리더십(Emotional Intelligence)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①코치형 ②참모형 ③권위형 ④개척가형으로 나누기도 하며, ①독재형 ②민주형 ③자유방임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하게 소통 스타일을 구분한다. 어떤 리더십 스타일도 완벽할 수 없다. 교회 개척자는 자신을 객관화해 자신이 어떤 리더십 스타일의 소유자인지를 분석하고,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발전시켜 현장에서 무기화해야 할 것이다.
본고는 자기만의 교회 개척을 계획하고 시도하라는 핵심을 담고 있다. 결코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성공한 사람을, 유명 강사를 흉내 내지 말라는 것이다. 흉내를 내더라도 자기 것을 먼저 무기화한 다음에 그 위에 다른 사람의 것을 접목해야 한다. 하나님이 당신의 기질과 재능과 은사와 문화와 리더십 스타일과 소통 스타일을 인정하셨고, 그것들을 사용하고자 부르셨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당신만의 독특한 목회를 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당신에게 주어진 기질을 비롯해 이미 장착된 무기들을 분석하고 인지하고 동시에 싸우면서 그것들을 사용해야 한다. 당신은 정말 하나님의 최고 작품이다. 당신이 부러워하는 그 사람이 가진 것들에 못지않은 것들을 이미 당신은 가졌다. 왜 자기를 허비하는가?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뛰어라. 목회는 경쟁이 아니라 자기만의 코스를 달려가는 것이다. 순위가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결승점을 통과하는 것이 목적이며, 결승점을 통과한 사람은 모두 우승자다.
가장 당신다운 교회를 구상하고 그런 교회를 개척할 준비를 하라. 자기만의 개척과 목회를 준비하라. 다음에는 교회 개척자가 교회 개척을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만 하는 교회론, 목회 철학, 물리적 자원, 그리고 목회술 등에 관해 살펴볼 것이다.
주
1) 권오서, 《교회 행정과 목회》(kmc, 2012), p.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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