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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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2019년  04월호 “믿음은 삶의 문제다” 전문가의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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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하우어워스 / IVP/ 216쪽/ 11,000원


내가 스탠리 하우어워스를 알게 된 것은 유학 중에 ‘평화주의’(Pacifism)를 연구하는 과정에서다. ‘정당 전쟁론’(Just War Theory)을 주장하던 지도 교수가 평화주의에 관한 글들을 읽고 비평하게 했는데, 이 과정에서 나는 존 요더와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이론에 설득되었다. 그 이후로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내 신학과 삶을 형성해 준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았다.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신학을 꿰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평화주의는 그의 사상과 신학의 바탕이자 지향점이다. 그는 미국 사상계에 있어서 평화주의 운동을 떠받치는 사상적 지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덕과 성품》에서 ‘인내’의 미덕을 설명하며 자신이 평화주의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표현한단다. 그리스도인들이 전쟁이 가득한 세상에서 비폭력적으로 살도록 부름을 받은 이유는 비폭력이 전쟁을 없애 줄 전략이라고 믿어서가 아니라고. 다만, 전쟁이 가득한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따르는 우리는 비폭력 말고 다른 존재 방식을 상상할 수가 없다고”(p.92). 달리 말하면, 그가 평화주의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믿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충실하려는 까닭이다.  

‘교회’는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신학을 꿰뚫는 또 다른 키워드다. 여기서의 교회는 제도적 교회가 아니라 믿음 안에 세워진 공동체를 의미한다. 그의 자서전 《한나의 아이》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는 평생 한 신앙 공동체의 신실한 지체로 살도록 힘써 왔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이 삶의 방식에 있어서는 이 세상에서 소수자로 살아가기를 결단하는 것이기에 공동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공동체의 삶 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닮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음’의 덕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믿음은 덕이야. 즉, 교회라는 공동체의 일원이 됨으로써 가능해지는 덕이란다. 그 공동체에서 우리는 신뢰할만한 사람이 되는 습관을 익히지”(p.197). 

그뿐 아니라 믿음의 공동체는 복음의 빛을 세상에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그래서 그는 기독교 윤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교회로 하여금 교회되게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신학을 꿰뚫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성품’이다. 그는 대표작 《교회됨》에서 공동체의 성격과 믿음에 근거한 덕에 대해 탁월한 분석과 이론을 제시했다. 이 책은 기독교 윤리 분야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책으로 인정을 받는다. 서구의 철학이 일상적인 삶의 문제에서 유리되어 이론으로만 발전해 온 것처럼, 사실 서구의 기독교 신학도 삶의 질과는 유리된 하나의 이론으로 변질되어 왔다. 한 사람의 탁월한 신학은 그 사람의 삶의 질과 상관관계가 성립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그러한 신학 교육에 영향을 받은 교회 강단은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된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번영의 복음이다. 하우어워스는 신학과 삶의 괴리 현상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비판한다. 그래서 그는 “너무나 분명하게 말하려다 보면 자칫 생각과 사색이 좋은 삶을 대신할 수 있다고 혼동할 위험이 있단다”(p.45)라고 허점을 찌른다.

이런 점에서 나는 스탠리 하우어워스를 ‘예언자적 신학자’라고 부르고 싶다. 실제 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예레미야나 세례 요한 같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텍사스 출신인 그는 남부 억양이 강한 영어를 사용하고, 때론 예상할 수 없는 유머로 허를 찌르고, 때론 욕설을 섞어 가며 분노한다. 그는 미친 이 세상에 대해 그리고 본질을 잃어버린 교회에 대해 분노한다. 그는 미국 교회의 경향과 미국 사회의 현실에 대해 가장 신랄한 비판자 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또한 예수의 신실한 제자이다. 최근 출간된 그의 기도서 《신학자의 기도》에서 보듯 그리고 그의 일관된 삶과 신학에서 보듯 그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다.

이 책은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모든 것을 맛보게 해 준다. 친구인 새뮤얼 웰스의 부탁으로 그의 아들 로리의 대부가 되어 16년 동안 세례 기념일에 편지를 쓴다. 첫 해의 편지에서는 세례의 의미를 설명하고, 다음 해부터는 그리스도인의 미덕을 하나씩 다룬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대부라는 제도가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어린아이의 유아세례를 위해 대부를 정하고, 그 대부는 아이가 신앙인으로 자라도록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 미국에 살고 있는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영국에 살고 있는 로리에게 편지를 써 보냄으로써 대부로서의 책임을 행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마치 노년의 할아버지가 청년기에 이른 손자에게 들려줄 법한 어조로 열다섯 개의 기독교적 덕성에 대해 친절하고 차분하게 설명한다. 

얼핏 보면, 읽기 수월한 책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아니, 쉽게 읽어 버릴 책이 아니란 말이다. 마치 벽돌 하나하나를 잘 다듬어 견고하게 쌓아 올리는 숙련된 조적공처럼,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단어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선택하여 치밀하게 쌓아 올리고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차분히 읽고 곱씹어야 할 책이다. 그때 독자는 사도 베드로가 말한 것처럼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고” 싶은 거룩한 열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김영봉 와싱톤사귐의교회 담임 목사. 캐나다 맥매스터대학교(Ph.D., 신약학). 저서로 《사귐의 기도》, 《가장 위험한 기도 주기도》 등이 있다. 필자의 다른기사 keyboard_arrow_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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