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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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진단 2019년  02월호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9》 베스트셀러 읽기

기사 메인 사진 한국 출판계 특징 중 하나는 매해 연말, 연초에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상위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중 《트렌드 코리아》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필자 역시 한국 사회 문화 동향을 분석하고 예측할 때 빼놓지 않고 살펴본다. 《트렌드 코리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내놓는 책으로 지난 13년 동안 꽤 신뢰할 만한 소비 문화 동향 자료들을 축적해 왔다. 2018년의 경우 소확행, 워라벨, 가심비, 언택트 기술 같은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열쇠들을 제공했다.

《트렌드 코리아》가 소비 동향을 단순 분석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트렌드를 창조하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학자들과 문화연구자들에게 주목할 만한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는 평가를 참고한다면, 목회자들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소비 트렌드야말로 문화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총제적인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음악, 공연, 영화, TV 프로그램, 예능, 웹 콘텐츠, 음식, 전자 제품, SNS 문화, 신생 산업의 흐름에서부터, 어떤 제품들이 선호되고 선택되는가를 통해 현대인들의 가치 체계의 흐름과 지향성과 우리 사회 문화의 방향들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교회 공동체가 한국 사회를 더욱 책임적으로 섬기기 위해 필요한 도서로 평가될 수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19》가 말하는 2019년의 본격적인 동향 전망에 앞서 전반적인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 책은 소비 트렌드를 결정하는 경제적 요소로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 미중간의 무역 갈등, 단체와 가계의 부채 증가 등의 불안정 등을 꼽았다.

또한 국내 고용 시장 상황과 유가 급등세, 출산율 등이 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IT·기술 영역에서는 가트너(Gartner)의 다섯 가지 트렌드1를 참고했는데,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지능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가 확장되리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사회문화 영역에서는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한 관심, 콘텐츠 산업의 부흥, 간편 결제 방식과 QR코드를 포함한 국내 결제방식 간 경쟁 과열 등이 주요 변수로 등장할 것이라고 보았다. 
 

PIGGY DREAM

이러한 매크로 지표들을 근간으로 《트렌드 코리아》는 간지(干支)를 통해 트렌드를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PIGGY DREAM’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트렌드로 제시했다. 각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콘셉트를 연출하라(Play the Concept), 세포 마켓(Invite to the Cell Market), 요즘 옛날, 뉴트로(Going New-tro), 필환경 시대(Green survival), 감정 대리인, 내 마음을 부탁해(You are my proxy Emotion), 데이터 인텔리전스(Data Intelligence),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Rebirth of Space), 밀레니얼 가족(Emerging ‘Millennial Family’), 그곳만이 내 세상, 나나랜드(As Being Myself), 매너 소비자(Manners Maketh the Consumer)이다.  각 키워드를 분석해 보자.

1. 콘셉트를 연출하라(Play the Concept)
이미지 시대의 소비자들은 잘 연출된 콘셉트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이해보다 가벼워도 감동이 있는 직관적인 감성에 마음과 지갑이 열린다는 것이다. 마케팅에 있어서도 콘셉트만 확실하다면 완벽성이 떨어지더라도 괜찮다. 최근 전시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도 전시회가 ‘인생샷’을 위한 완벽한 콘셉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세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말한다. 특히,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중요하게 여기는 현 세대들에게 소통과 참여는 매우 중요한 방식이 될 것이다.
 
2. 세포 마켓(Invite to the Cell Market)
주목할 말한 시장의 동향은 SNS활동을 통한 1인 사업자들의 확대로 유통 시장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소비자 커뮤니티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유통 질서가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1인 크리에이터, 유튜버의 활약도 큰 몫을 했다. 전통 유통 채널이 크리에이터들에게 상품 홍보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은 세포 마켓의 질적 성장을 보여 주는 현상이다. 세포 마켓이 소비자의 신뢰 확보 문제와 수익의 극심한 양극화 문제를 극복한다면, 이러한 현상은 건전한 유통시장의 새로운 통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3. 요즘 옛날, 뉴트로(Going New-tro)
레트로(retro)가 지난날의 향수에 호소했다면, 뉴트로는 가보지 않은 과거에 대한 설렘 즉, 옛 것에서 찾은 신선함을 강조한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낡고 모자란 것에서 신선함과 정신적 충족감을 느낀다. 패션계에도, 음악계에도, 가전계에도 복고 코드가 유행했는데, 과거를 모르는 젊은 층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뉴트로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에는 낯선 자극 추구, 잇스토리(itstory)2에 대한 열광, 과거에 대한 선호라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이 자리한다. 한편 이러한 현상은 장기 불황에 따른 모습으로 미래가 아닌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퇴행적 반응이라는 평가도 있다. 
 
4. 필환경 시대(Green survival)
2018년 재활용 대란은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변화시켰고, 환경과 소비의 연관성은 더욱 긴밀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자원 낭비의 주범이라고 비난받는 의류업계도 친환경 생산에 동참하고 있다. 친환경에서 필(必)환경으로 전환이 본격화되는 올해의 동향 속에서 순환 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소비자 교육과 지속 가능한 방안이 더욱 모색될 것이다. 
 
5. 감정 대리인, 내 마음을 부탁해 (You are my proxy Emotion)
이모티콘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점차 삶에 필수적인 감정 표현을 대리인에게 맡기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대리 감정을 느끼는 〈전지적 참견 시점〉, 〈나 혼자 산다〉, 〈하트시그널〉 등 액자형 관찰 예능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이러한 경향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대신 화를 내고, 분노해 주는 ‘감정 관리’ 산업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본다. 감정을 큐레이션 해 주는 ‘감정 컴퓨팅’ 기능, 감정 관리 기능들이 탑재된 제품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감정 코칭 혹은 감정 대리인을 통해 편안한 감정을 느끼고자 하는 태도는 한편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직면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또 다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수용할 수 있는 보다 성숙한 감정 관리가 더욱 필요한 이유이다.    

6. 데이터 인텔리전스(Data Intelligence)
데이터 기반 기술이 확장되면서 방대한 개인 데이터의 힘과 데이터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데이터의 활용은 IT, 보안, 의료, 금융 등 모든 산업의 과제가 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개인 데이터 소유 및 활용에 대한 문제 역시 대두될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활용 기능은 ‘데이터-알고리즘-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의 융합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향후 데이터 인텔리전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도 보인다. 동시에 정보 보호와 규제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7.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Rebirth of Space)
카멜레존이란 현대의 소비 공간을 지칭하는 말로서 특정 공간이 상황에 맞게 새로운 정체성을 지닌 공간으로 변신하는 트렌드를 의미한다. 공간들이 카페로, 도서관으로, 책방으로, 강연장으로, 전시회장으로 빠르게 재배치하며 변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업종 간 컬래버레이션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지향하기도 하고, 혐오 공간을 재생시켜 새롭게 리모델링하기도 한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신선하고 감각적인 체험 공간을 기대하기에 신선한 콘텐츠를 갖춘 공간은 더욱 선호될 것이다.
  
8. 밀레니얼 가족(Emerging ‘Millennial Family’)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기성 세대와는 차별화된 문화적 공통분모를 가진 집단이다. 파편화된 개인으로 평가받던 이들이 그들만의 가족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면서 독특한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

이들에게 가사 노동이란 비가치적인 것이다. 따라서 노동을 대신해 주는 가전 제품 구매율과 도우미 경제도 활성화되고 있다. 가정 간편식 역시 집밥 시장의 주요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요리에 들이는 번거로움과 정성 대신 시간을 효율적으로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경향성도 나타난다. 부부의 역할이나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공동의 역할 분담과 합의를 중시한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서로 존중하는 밀레니얼 가족은 전통을 특별하게 이어받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9. 그곳만이 내 세상, 나나랜드(As Being Myself)
세상의 시선이나 판단을 거부하고, 스스로 세운 기준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며 살기를 추구한다. 인생에 대한 획일적인 통념도 거부하는 규범의 탈코르셋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름’이라는 것에 높은 가치를 매기며, 이는 인종, 체형, 사회, 경제적 배경, 종교, 성별 등을 넘어선 소비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성은 패션업계와 미용업계의 ‘퍼스널 컬러’의 강조, 사회적 압박에 대한 거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경향성으로도 나타날 것이다.

10. 매너소비자(Manners Make the Consumer)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직원들에게 고객에 대한 친절의 중요성을 강요하는 마케팅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 그 경향이 변화하고 있다. 기존 관행에 반기를 제시하고 소비자 비매너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소비자 비매너는 권력 남발, 오버 투어리즘, 노쇼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비매너 문제 이면에는 한국 사회 내의 특별한 갑질 문화가 자리한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동시에 소비자들의 공정 거래 준수 의무 역시 강조되어야 하며, 기업과 소비자 경제주체 모두의 매너가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는 과제를 안겨 주고 있다. 진심으로 대우받고 싶다면, 먼저 매너를 갖추라는 것, 새로운 경제주체의 관계 설정이 요구되는 2019년이다.
 

자기 정체성을 찾는 소비 흐름

지금까지 《트렌드 코리아 2019》를 통해 올해 한국 사회의 변화 흐름을 짚어 보았다. 이러한 전반적인 사회문화의 흐름 속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소비자들이 변화에 적응하며 자기 정체성을 찾는 소비를 더욱 실천해 나간다는 점이다.

현대의 소비는 비생산적이며 낭비적인 행위로만 해석되지 않으며, 의미를 생산해내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SNS 기반의 소통,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공동체의 원자화를 확산시키며 개성을 중시하는 ‘나나랜드’ 소비자의 등장을 가속화시킨다. 원자화 현상은 가족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개체로서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새로운 밀레니얼 가족관계의 형성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점은 교회가 맞이할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 문화의 큰 흐름은 개체성, 파편성, 다원성을 강조하는 포스트모던적인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소비를 통해 더욱 원자화되는 소비 사회 흐름 속에서 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를 통해 끊임없이 정체성을 구성하고자 하는 열망, 필환경 마케팅이라는 윤리적 소비가 선택받고, 장기화된 불황과 공동체의 단절 속에서 과거로의 복귀를 통해 의미를 찾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행복을 발견하고자 하는 뉴트로 시대의 대중에게 오늘 한국 교회는 자아 발견과 공동체 형성의 원천인 복음을 증언하고 신앙의 열매인 삶의 스타일로서의 문화를 형성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소비 영역을 포함하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드러나게 해야 할 교회의 과제라 할 것이다.

사회문화의 흐름 속에서 목회의 과제는 칼뱅이 발견한 복음을 재확인하고 확신하고 나누는 것이다. “이는 사람으로 혹 하나님을 더듬어 찾아 발견하게 하려 하심이로되 그는 우리 각 사람에게서 멀리 계시지 아니하도다”(행 17:27).

가속화하는 소비 문화 속에서 오늘 우리 사회를 읽고, 교회의 문화적 과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석들을 제공해 주는 《트렌드 코리아 2019》를 통해 오늘 교회의 섬김이 시대에 적실하게 더욱 구체적이면서도 근원적인 것이 되어야 함을 확인하게 된다. 문화를 통하여 복음을 나누기 원하고, 문화 자체를 복음으로 변혁하기 원하는 모든 그리스도인과 목회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1) 민주화된 인공지능, 디지털화된 생태계, DIY 바이오해킹, 투명한 몰입경험, 유비쿼터스 인프라 등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고하라. 《트렌드 코리아 2019》 pp.186-188.
2) 어떤 제품이 가지고 있는 히스토리를 뜻하는 말로 ‘그 물건만의 이야기’를 의미한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헤리티지를 부각시키는 콘셉트.

임성빈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Ph.D.). 저서로 《21세기 책임윤리와 모색》, 《21세기 한국사회와 공공신학》등이 있다. 필자의 다른기사 keyboard_arrow_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