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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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2018년  11월호한국 개신교회 예배에 대한 평가와 제언 안덕원 교수의 예배 탐방기(17)


약 20여 년 전, 필자1는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주 애슈빌(Ashville)에 있는 주빌리 공동체(Jubilee Community)의 예배 컨퍼런스에 참석했다.2 주빌리 공동체는 당시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상당히 파격적인 형식으로 성찬과 춤, 기도와 상징 등 다양한 요소가 공존하는 실험적인 예배를 드렸다. 늘 비슷한 예배를 드려왔던 필자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경이와 동경이 공존하는 특이한 예배 경험이었다. 드류 신학교에서 드린 성찬 예배와 인근의 성공회 성당에서 드린 예배가 예배의 경건성에 대한 깨달음의 시간이었다면, 주빌리에서의 경험은 예배의 창조적 시도와 축제적 성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후 다양한 예배를 드릴 기회를 갖게 되었다. 실제로 경험한 대표적인 사례로 뉴욕 리디머교회의 재즈예배, 루터교회의 예전적 예배는 물론, 성령의 임재를 기다리는 퀘이커 교우들의 비형식적인 예배, 개신교 수도원에서의 시편 교송을 포함한 경건미가 돋보이는 예배에 이르기까지 개신교 예배는 참으로 다양한 표현 양상을 지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종 간 다양성 또한 풍성했다. 히스패닉교회의 예배는 축제적 성격이 강했고, 흑인예배는 그들 특유의 정서를 확연히 드러냈다.
제임스 화이트(James F. White)는 이렇듯 다양한 개신교 예배의 연구에 있어서 유의미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특정한 규범을 제시하기보다 각각의 교단들과 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예전적 특징을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분석하는 데 탁월함을 발휘했다. 필자의 예배 탐방기는 화이트의 이러한 서술적 연구에 기초해 각 교회들이 가진 특징을 살펴보고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문제는 화이트의 기준에 ‘한국’이라는 토양이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의 분류는 북미의 교단들과 인종적 특성을 중심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가 인용해 소개한 제임스 화이트 교수의 분류표 (〈표1〉)는 교단별 다양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주지만, 한국 개신교회 예배의 범주화에는 어려움이 있다. 예배 탐방기를 정리하면서 한국 개신교회 예배의 현재의 자리를 살펴보며 필자의 방식으로 분류하고, 평가하고, 의견을 제시해 보려 한다.

 

한국 개신교회 예배의 형성과 발전

오랜 기간 한국의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가르쳤던 에드워드 포이트라스(Edward Poitras, 박대인) 교수는 한국 교회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강한 영향력을 언급하면서 한국 개신교회의 예배가 전반적으로 미국 교회의 개척자 예배와 유사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조금 다른 점은 한국 교회에서 더 열정적인 찬양과 기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첨언했다. 그가 분석한 한국 개신교회의 예배는 선교 초기부터 1970년대와 1980년 초중반까지다. 주지하다시피 대각성운동의 직간접적 영향하에 있던 선교사들이 전해 준 개척자 예배(Frontier Service)의 형식에 한 세기를 넘어 깊은 영향을 받았다. 20세기 중후반의 카리스마적 갱신운동(charismatic renewal movement)과 그와 연관된 윌로우크릭교회와 새들백교회의 영향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선보인 구도자 예배의 열풍은 여전히 한국 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1982년 세계교회협의회의 신앙과 직제위원회(Faith and Order Commission)에서 발표한 리마문서(Lima Document), 즉 〈세례, 성찬, 사역(Baptism, Eucharist, and Ministry)〉은 예전회복운동(Liturgical Movement)의 구체적인 결과물로 많은 교회의 관심을 받았거니와 그 영향력도 대단했다. 세계의 많은 교회가 그들의 예배서를 새롭게 개정했으며 리마문서를 직간접으로 수용했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예전적 유산들을 포용, 예배에 적용했다. 한국 교회에 미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한편으로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예배서의 이상(理想)이 일선 교회에서 구현되는 데 일종의 지연 혹은 거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렇듯 현재 한국 개신교회에 영향을 끼친 경향들, 즉 선교사들이 선보인 개척자 예배와 최근의 구도자 예배, 예전회복운동의 영향이 혼재하는 곳이 바로 한국 개신교회 예배의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성공회와 루터교회와 같은 예전적 교회를 제외하고 다른 교단들의 예배에서 나름의 일관성이나 독특성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교리적 복음주의와 체험적 복음주의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더 용이한데, 문제는 이러한 구분은 신학적 경향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할 수는 있지만 각 교회가 가지고 있는 예배의 개성을 표현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필자는 블렌디드3의 정도와 성향을 따라 구분하고 토착화의 정도를 가미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각각의 교회들이 어떻게 자신의 전통을 지키면서 예전적 영향들을 소화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사용했는지 파악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블렌디드와 토착화로 나누는 한국 개신교회 예배와 사례들

본격적인 분류에 앞서 블렌디드 예배가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필자가 애용하는 블렌디드 예배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블렌디드 워십(예배)은 역사적, 전통적, 현대적, 세계적인 예배의 표현들을 융합하고 지역적, 세대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성도들에게 연합된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고 격려함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찬양의 모자이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4

위의 정의에 의하면 블렌디드 예배는 역사, 전통, 문화, 지역을 아우르는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예배라고 볼 수 있다. 유재원은 폴 바스덴(Paul Basden)의 의견을 인용해 예배회복운동의 여섯 가지 주제, 즉 예배 신학의 회복, 사중구조에 대한 관심, 성만찬에 대한 관심, 교회력의 회복, 음악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질문, 회중의 참여 극대화라는 이슈들에 성령의 임재와 현대적 관심을 더한 통합적 예배를 블렌디드 예배로 소개한다.5

블렌디드 예배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과 현대적 요소들을 섞는 것이 아니라, 예배의 “본질적 요소”를 염두에 두고 문화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만들어내는 예배다. 필자는 블렌디드 예배를 창의적 재해석(creative reinterpretation), 본질을 추구하는 상황화(contexualization), 나아가 성육신화된 예전(Incarnated liturgy)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렇다면 한국 개신교회의 예배는 이러한 블렌디드 예배를 구현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회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다른 전통의 영향을 받아왔고 그 대화의 흔적은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다만 블렌디드와 토착화의 적용에 있어서 정도의 차이는 현저하다. 필자는 한국 개신교회 예배의 사례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교회의 선택에 따른 부분적 블렌디드’, 둘째 ‘하나의 교회, 다양한 형식’, 셋째 ‘전통과 현대의 조화’, 넷째 ‘서구의 예전과 한국적 전통의 조우’다.

첫 번째 경우에는 사례의 다양성이 무궁무진하며, 두 번째 유형과 세 번째 유형은 한 교회에 공존하기도 한다. 필자의 구분법은 독자들의 이해를 위한 제한적인 제안의 성격을 가지며, 어느 특정 유형이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1. 교회의 선택에 따른 부분적 블렌디드
교회가 필요에 따라 몇 가지 요소를 선택해 예배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웨버의 기준, 즉 역사적 예배(historical worship)와 현대적 예배(contemporary worship)의 조우라고 보기에는 부족할지언정 교회 공동체 나름의 고민과 실천이 담겨 있다. 소망교회는 말씀을 강조하는 종교개혁의 전통 중에서도 칼뱅이 스트라스부르그와 제네바에서 사용했던 예전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기에 몇 가지 현대적 요소를 첨가했다. 소망교회는 전형적인 사중구조에 칼뱅의 전통을 더하고 성가대가 예배를 적극적으로 돕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절제와 긴장을 담은 예배의 분위기에 음악적 요소를 더한, 즉 개척자 예배(Frontier worship)를 엄숙하게 하는 동시에 개혁 교회의 요소를 더한 방식이다. 소망교회 예배는 소극적, 혹은 간접적인 수준의 블렌디드라고 보면 무리가 없겠다.  

청파교회의 경우 교회력과 감리교 예전에 충실하면서 떼제 공동체(Taize Community)의 음악을 예배에 수용했다. 한 예로 임재의 기원에서 떼제 찬양인 “주님 나라는”을 사용한다. 예배의 사중구조 속에 송영, 찬송, 정돈된 기도문 등이 적절하게 자리 잡아 비교적 예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설교 후 ‘거둠의 기도’라는 순서를 통해 말씀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는 기도의 즉흥성과 공동체의 예전 참여를 고려한 것이다. 교회력이 바뀔 때마다 성찬식을 거행해 ‘시간의 매듭’을 만들어 성도들이 하나님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점검할 기회를 갖게 한다. 이처럼 청파교회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감리교 예배에 미려하고 깊이 있는 기도문과 같은 예전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가 결합된, 청파교회만의 독특한 예전적 예배를 창조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 ‘주여 삼창’과 통성기도, 치유를 위한 기도, 결신의 기도 등의 순서는 여타 오순절 계통의 교회들과 유사하게 사용하지만, 예전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일예배를 드린다. 예를 들면 월 1회 성찬식을 하고 예배에 사도신경과 주기도문, 교독과 같은 순서들이 담겨 있다. 다른 교단, 즉 장로교나 감리교의 일부 교회들과 비교할 때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오히려 더 예전적으로 보일 정도다.

성공회주교좌성당은 대단히 정교한 고교회 전통 위에 서서 성찬 찬송이나 파송의 찬송에서 국악 리듬의 찬양들을 사용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회라는 교단적 특성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블렌디드 예배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한국 많은 개신교회가 교회의 상황에 따른 은근한 수준의 블렌디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예로 든 소망교회, 청파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성공회주교좌성당은 각각 교회가 속한 교단의 전통에 충실하면서 나름의 상황에 어울리는 ‘무리 없는’ 혹은 ‘무난한’ 블렌디드를 구현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2. 하나의 교회, 다양한 형식
주일예배를 하나의 형식이 아닌 다양한 형식으로 드리는 방식은 한국 개신교회에 있어 가장 보편화된 방식 중 하나다. 크게 ‘전통 예배와 현대 예배’로 나누어 드리며, 일부 교회에서는 ‘전통 예배, 중간 단계의 블렌디드 예배, 현대 예배’ 세 가지로 하는 경우도 있다.

분당만나교회의 1부 예배에서는 치유와 회복을 위한 합심기도가 있고 집례자(목사)의 안수가 이어진다. 초대교회 도유식의 현대적 해석과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주일예배들과는 달리 1부 예배에는 죄를 고백하는 순서가 있다. 집례를 맡은 목사는 가운을 입으며, 예배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른 예배에 비해 엄숙하다. 현대적인 악기 대신 피아노와 오르간, 약간의 관현악이 더해진다. 물론 개혁가들의 예배와 비교하면 대단히 현대적이기에 1부 예배를 전형적인 ‘전통적인’ 예배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만 현대적인 예배를 추구하는 교회에서 1부 예배를 통해 예전적인 전통 요소들을 부분적으로나마 구현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렇듯 한 교회 내의 다양한 예배의 사례는 온누리교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온누리교회는 비예전적인 순서와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매달 첫 주일에 거행하는 성만찬을 통해 이를 보완한다. 또한 주일 1부 예배에서는 다른 주일예배들과 달리 오르간과 관현악을 사용하며, 예배 중 사용되는 음악도 전통적인 찬송가가 대부분이다. 만나교회와 마찬가지로 한 교회에서 예배에 대한 기호가 다른 회중들을 배려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국수교회는 오전 10시(1부 예배)에는 세대통합예배의 형식을 가진 비예전적 예배로, 오후 1시에는 칼뱅의 예전에 가까운 전통적인 예배로 드린다. 국수교회의 1부 예배는 음악적으로 블렌디드 예배의 좋은 예를 보여 준다. 일단 온 세대가 함께 드리는 세대 통합 형식을 기반으로 찬송가와 복음성가가 섞여 있고, 오르간과 관현악 앙상블의 반주가 더해져 국수교회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다. 필자가 이미 평가한 대로 국수교회의 주일 1부 예배는 “엄숙함과 역동성, 형식미와 유연성이 조화를 이룬 블렌디드 예배이며, 밝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온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포용적인 예배”다. 2부 예배에서는 반주를 위해 오르간만이 유일하게 사용되며, 예배 중에 초를 밝힌다. 묵상기도와 사죄의 선포가 들어가 있으며 파송의 노래를 제외하고는 찬송가만 부른다. 인도자와 회중이 함께 읽는 기도문이 들어가 있고 사중구조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1부와 2부 주일예배가 다른 교회들에 비해 진행과 구조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한 장소에서 성격이 다른 두 예배를 기획하고 드린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아현성결교회는 1부 예배는 찬양을 중심으로, 2부 예배는 예전을 중심으로 하여 구성되어 있고 기도, 음악, 설교 등을 통해 성결교회적 특성을 드러낸다. 서부성결교회는 전통적인 예전을 현장에 맞게 수정한 1부 예배와 현대적인 2부 예배를 통해 다양한 예전의 경험을 제공한다.

앞서 예로 든 것처럼 분당만나교회, 온누리교회, 국수교회, 아현성결교회, 서부성결교회는 한 교회에서 다양한 예배가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형 교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했듯이 중소형 교회에서도 오후 찬양예배라는 방식으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 광범위한 모방의 흔적이 발견된다. 성공적인 사례도 적지 않지만, 교회의 예배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결여된 무조건적 답습의 흔적도 없지 않으며 간소화가 두드러지는 경향도 발견된다. 필자가 소개한 교회들은 각자의 환경을 고려해 분명한 예배의 지향점을 가지고 보완의 형태로 예배를 만들어 왔다. 국수교회의 경우에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예배를 오전과 오후에 배치해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이는 세대통합예배와 예전적 예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목표 아래 이루어진 일이다. 만약 필자가 예로 든 교회들의 사례를 응용해 예배에서 사용하기 원하는 교회가 있다면 무작정 모방하기보다 먼저 그들의 목회적 상황과 예배에 대한 철학을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3. 전통과 현대의 조화-블렌디드 예배의 구체적 구현
예능교회는 일찍이 주일예배를 블렌디드 형식으로 드림을 천명했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해 왔다. 〈표 2〉는 예능교회의 주일예배 순서다.6 

예능교회는 주일예배에서 전통적인 찬송가와 복음성가(CCM)를 자연스럽게 섞어서 사용한다. 찬양의 순서가 ‘준비 찬양’이 아닌 예배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고, 예배의 내용과 어울리도록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선곡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사용하면서도 흐름이 자연스럽고 진행에 세련미가 있으며 회중의 적극적인 참여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전통적인 형식미와 현대적인 자유로움, 그리고 배려의 정서가 적절하게 섞인 한국적 블렌디드 예배의 좋은 사례다. 예능교회의 블렌디드 예배는 ‘현대’와 ‘환대’에 집중한 형태로써 ‘블렌디드적 요소를 가미한 현대 예배’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많은 교회들이 이러한 현대적인 블렌디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분당우리교회의 경우, 현대적인 찬양팀과 전통적인 성가대가 자신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으며, 월 1회 성찬식을 하는데 자연스러움과 경건미가 더해진 방식이어서 많은 교회들이 참고할 만하다.
세대통합예배를 드리는 일부 교회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세대 간 단절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지금, 하나의 예배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그들의 진지하고 부단한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과천약수교회와 금당동부교회 그리고 필자가 소개한 주님의보배교회의 경우도 블렌디드의 아름다운 열매들이다.7

미와십자가교회는 예배에서 블렌디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구현했다. 〈표 3〉은 필자가 미와십자가교회의 주일예배를 보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미와십자가교회가 드리는 주일예배의 신학적 특징은 오동섭 목사가 소개하는 대로 “만남의 예배”, “오감으로 드리는 예배”, “일상에서 드리는 삶의 예배”라고 할 수 있다.8 예배 중에 성도들은 함께 기도문을 읽고, 오감을 골고루 활용하도록 촛불, 그림, 성막 등 시청각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설교뿐 아니라 예배의 기획과 진행에 있어서 성도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있음도 주목할 부분이다. 떼제 공동체의 찬양과 침묵기도, 사죄선언과 같은 요소를 사용하는 것은 교회가 현대와 과거의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미와십자가교회의 예배는 이머징 예배의 특징을 블렌디드 형식으로 응용한 이머징-블렌디드의 혼합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미와십자가교회의 예술적인 안목과 지금까지 축적된 예전적 자산을 고려할 때 모든 교회가 이러한 예배를 기획해 드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미와십자가교회에서 성직자 중심의 예배, 일방 소통의 예배, 일상과 별개의 사건으로서의 예배를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하고 해결하려 했던 시도들을 참고할 필요는 있다.

필자가 블렌디드 예배의 세 번째 범주의 교회로 제시한 교회들은 모두 나름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예배 공동체들이 각자의 예배 방식대로 색다른 결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4. 서구의 예전과 한국적 전통의 조우
마지막 네 번째 범주는 서구의 예전과 한국의 문화적 전통을 접목한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동교회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경동교회의 주일예배에서는 사중구조가 뚜렷하게 발견된다. 매월 첫 주일에 있는 성찬식도 찬송과 성찬으로의 초대로부터 감사의 기도에 이르기까지 엄숙하고 정교한 예전을 따라 진행된다. 경동교회는 한국의 작사, 작곡가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만든 찬송가를 모아 〈경동찬송가〉를 만들어 예배에서 사용한다. 연합과 포용, 토착화의 정신을 찬송가의 사용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셈이다. 한국의 전통 장단으로 만든 찬송가도 수록되어 있으며 회중찬송으로 사용한다. 성찬식에서도 사용한다. 주님의 기도(주기도문)도 굿거리장단으로 만든 것으로 찬송가에 별지로 수록되어 있다. 오르간을 주로 사용하며, 한국의 전통적인 악기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공회주교좌성당과 닮아있다.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에 감사절을 지킨다거나, 한국의 문화와 연관된 공연을 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나아가 교회 복식의 토착화에 있어서도 경동교회는 선구적인 역할을 해 왔다. 예를 들면 예배 인도자뿐만 아니라 세례복, 예배위원들과 성가대원들의 복장에 이르기까지 한국적인 문양과 디자인을 사용해 온 지 30년이 넘었다. 필자는 경동교회의 토착화를 “문화변용(文化變容, acculturation)의 수준을 넘어 온건한(mild) 수준의 토착화를 은근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 왔다”고 평가한 바 있다. 블렌디드 예배의 관점에서 경동교회를 평가한다면 교회연합운동의 결과물로 새롭게 발견한 전통의 가치 위에 한국의 고유한 정서와 문화를 덧입힌 예배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향린교회는 경동교회보다 한국 문화를 더욱 전향적으로 수용한 예배를 드린다.9 전통적인 예배의 사중구조에 충실하면서 한국적 요소를 예배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무엇보다도 국악 찬양의 다양한 활용이 두드러지며, 국악 관현악단 ‘예향’은 서양식 성가대와 함께 능동적으로 예배를 돕는다. 예배 용어를 한글로 적절하게 표현한 시도도 긍정적이다. 서구의 전통과 한국적 표현 양식이 통합을 이룬 독보적인 사례다. 예배와 설교의 내용 가운데 피조물을 향한 깊은 애정과 정의, 평등을 구현하는 방식도 이채롭다. 예배와 삶, 예배와 환경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통전적 영성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독특한 예배 신학을 구현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회 예배에 대한 평가와 제언

지금까지 한국 개신교회 예배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았다. 아마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는 개신교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평가하며 제안한다.

첫째, 예배에 있어서 불변적 요소와 가변적 요소, 혹은 본질적 요소와 비본질적 요소를 구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제임스 화이트는 예배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나, 예배에서의 표현방식은 다양성을 갖게 되며 이러한 다양한 예배 전통에 대한 존중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10 그렇다면 예배의 본질적 요소들은 무엇인가? 한재동은 예배의 본질적 행위들을 성경, 세례, 성찬감사, 중보기도, 종말적 모임(교제)이라고 정리하며 교회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중요한 요소를 제시했다.11 김세광은 하나님의 주권적 부르심과 회중의 언약적 관계, 그에 기초한 고백과 영광의 표현이 예배에 있어서 본질적 요소라고 주장한다. 이에 니케아 신조가 내세우는 네 가지의 요소, 즉 단일성(unity), 거룩성(holiness), 보편성(catholicity), 사도성(Apostolicity)을 예배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12 필자는 구원사의 구현과 예배 공동체의 신학적 정체성과 공동체 구성원의 합의 등을 더했다.13 이는 예배공동체의 예전적, 신학적 선택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형식의 다양성에 마음을 열고 이러한 기준을 대입해 보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상당히 안전하고 안정된 예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기도(예배)가 신앙(믿음)을 형성한다(lex orandi est lex credendi)”14는 전통과 예문의 가치에 대한 재발견은 여전히 한국 교회의 과제다. 한편 많은 교회가 나름의 예배 신학을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애쓰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성공회와 루터교회를 포함해 소망교회, 청파교회, 경동교회, 100주년기념교회 등에서 볼 수 있는 예배의 전통적 요소와 예배 언어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가 좋은 예들이다. 예배의 사중구조, 성찬의 회복, 교회력의 사용에 있어서 한국 교회의 대다수는 집회적 영성이 깊이 뿌리내린 까닭인지 여전히 개척자 예배와 유사하다.15 전통적인 요소들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전통이 지닌 신앙과 신학을 점검하는 수단으로서의 기여는 분명히 인식하고 적용할 이유가 존재한다. 필자가 예로 든 많은 교회 대부분은 예배의 본질적 요소와 전통의 가치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고 적절한 수준에서 응용하는 지혜도 갖추었다. 특별히 청파교회의 교회력에 대한 신선한 이해와 경동교회의 정돈된 성무(ordo)를 향한 치열한 고민, 분당우리교회와 서부교회의 성찬 예전의 현장화는 좋은 본보기들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많은 교회에게 타산지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셋째, 소위 예전적 전통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한국 교회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 헌신과 회개의 가치도 마찬가지로 폄하되지 말아야겠다. 화이트가 제시하는 대로 규범적 자세가 아닌 서술적 자세로 예배를 바라보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저마다 선호하는 예배, 혹은 예배 형식과 요소에 대한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배의 본질적 요소에 충실하다면 형식과 요소는 얼마든지 다양성을 가질 수 있고, 이러한 자율성과 창조성이야말로 개신교 예배의 정체성이다. 초대 교회의 전통에 대한 무조건적 모방이나, 현대 예배에 대한 추종과 답습을 넘어 다양한 예배의 전통을 사랑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겠다. 전통 예배와 현대 예배, 예전적 예배와 비예전적 예배가 외면이나 무시가 아닌 상호존중하며 얼마든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절대적인 모범을 찾으려 하기보다 더욱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일치는 아름다운 화합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오용될 경우 획일화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는다. 특별히 음악, 예술, 건축 그리고 상징의 사용에 있어서 한국 교회는 좀 더 다양한 시선과 적용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목회자뿐만 아니라 성도들이 다양한 예배를 체험할 필요가 있다. 상자 밖으로 나오면 상자 안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진다! 검색하고, 대화하고, 고민하고, 기도하고, 적용하라!

넷째, 하나님의 사역과 인간의 사역(Gottesdienst)이라는 이중적이고 관계적인 예배의 정의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김순환은 계시와 응답이라는 두 개의 축이 적절하게 배열된 예배가 현대 예배에 절실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16 지나치게 계시만이 강조된 설교 중심의 예배나 찬양과 같은 응답이 주를 이루는 예배는 자칫 균형을 잃기 쉽다. 예배의 개성을 추구하면서도 예배의 이중적인 의미와 목적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다섯째, 평신도의 적극적인 예배 참여가 더욱 다각적이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예배 순서에 평신도가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는 100주년기념교회와 지구촌교회의 예가 대표적이다. 소통, 평등, 배려와 같은 가치들이 예배 속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구현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예배를 일상과 연결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배는 주일에 머무는 주차장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의 일상에서 산제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주유소가 되어야 한다는 이재철 목사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배는 모임인 동시에 파송이기에 성도의 일상의 삶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성도들의 개인적인 삶, 지역사회의 필요, 나아가 세상을 향한 성도의 소명이 예배와 만날 때 예배자들은 변화산에 머물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가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가는 글

반복하건대, 예배는 항구적 요소를 가지면서도 형식에 있어서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창의적 재해석과 상황화가 이루어진, 온전히 성육신화된 수준의 예배가 한국 교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수치화된 정확한 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많은 공동체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훌륭한 예전들을 만들어왔고, 그렇게 걸어온 발자국 자체가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답다.

교회 공동체가 속한 환경에 가장 적합하면서도 창조적인 예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성숙한 예전의 잔치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전통과 현대, 거룩과 친밀, 형식미와 유연성은 얼마든지 공존이 가능하며 무궁무진한 응용과 통합과 창조의 가능성은 우리 앞에 활짝 열려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마주보고 대화하며, 복된 발걸음에 더욱 많은 교회들이 기쁨으로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1) 이 글은 필자가 쓴 두 개의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안덕원, “기독교 예배의 본질적 요소와 토착화-선교지 예배를 위한 예배신학적 조언”, 〈정책선교〉 1(기독교대한성결교회 해외선교위원회, 2016), pp.68-99. 안덕원, “한국개신교회의 블렌디드(Blended) 예배-사례와 분석”, 〈횃불트리니티저널〉 21(2018), pp.79-109. 내용상 겹치는 부분, 인용을 생략한 부분이 있음을 밝힌다. 또한 〈목회와신학〉에 필자가 연재한 “예배 탐방기”를 인용한 경우 지면을 고려해 출처를 생략했다.
2) http://www.jubileecommunity.org/ 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라. 감리교 배경을 가진 교회다.
3) Blended Worship의 표기는 ‘블랜디드 예배’와 ‘블렌디드 예배’가 통일되지 않은 상태로 이제껏 사용되어 왔고 필자도 혼용해 왔다. 이 글에서는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따라 ‘블렌디드 예배’를 사용한다.
4) http://www.calvin.edu/cicw/microsites/worshipsymposiumorg/2008/man_a.pdf
5) 유재원, “예배의 정의와 현대예배의 4가지 유형”, 〈목회와 신학〉 274 (2012.4), pp.41-42. 원 출처는 다음과 같다. Paul A. Basden, “Worship Can Be a Witness”, Worship Leader(Grand Rapids: Zondervan, 2004), p.179. 참고로 유재원은 현대 예배의 종류를 “구도자에 민감한 예배”, “통합적 예배(Blended Worship)”, “대안 예배”, “이머징 예배”로 분류한다. 유재원, 같은 글, pp.41-43. 유재원의 의견을 참고하면서 필자는 블렌디드 예배를 보다 보편적인 기준으로 삼는다.
6) http://www.ynch.com/ 2018년 5월 1일 접속. 괄호 안의 문구는 필자가 이해를 돕기 위해 넣은 것이다. 
7) 이동환, “세대통합예배, 신앙 전수와 교회 회복의 대안입니다”, 〈목회와 신학〉 344(2018.2), pp.91-95.
8) http://www.beautyncross.net/ 2018년 5월 1일 접속. 오동섭, “미와 십자가 교회: 당신은 그분의 예술가입니다”, 〈목회와 신학〉 276(2012.6), pp.82-89. 오동섭, “미와십자가교회: 만남, 오감, 일상”, 〈한국예배학회 학술세미나 발표 자료〉(2108년 1월 13일, 미와십자가교회).
9) http://www.hyanglin.org/bbs/?mid=home. 2018년 5월 2일 접속.
10) James F. White, Protestant Worship: Traditions in Transition(Louisville: Westminster/John Knox Press, 1989), pp.13-24. James F. White, Introduction to Christian Worship-Third Edition Revised and Expanded (Nashville: Abingdon Press. 2000), pp.31-46.
11) 한재동, “예배 갱신의 내포적 의미와 그 실현 범위-예배 본질의 회복과 그 시공간적 조건으로서의 본질적 요소들”, 〈신학과 실천〉 18(2009), pp.11-65. 특별히 50-54쪽을 보라.
12) 김세광, “예배 본질의 탐구”, 〈신학과 실천〉 28(2011년 가을), pp.40-41.
13) 안덕원, “기독교 예배의 본질적 요소와 토착화-선교지 예배를 위한 예배신학적 조언”, pp.78-84.
14)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의 논문을 참고하라. Nicholas Jesson, “Lex Orandi, Lex Credendi Towards a Liturgical Theology”, https://www.academia.edu/866993/Lex_orandi_lex_credendi_Towards_a_liturgical_theology?auto=download 2017년 11월 10일 접속.
15) 안덕원, “예배 간소화, 진정한 대안인가?”, 〈활천〉(2010.4), pp.50-53. 성례전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고하라. 김운용, “성례전에 대한 이해와 목회적 적용”, 〈목회와 신학〉 352(2018.10), pp.69-75.
16) 김순환, “한국교회 현대예배의 진로 모색을 위한 탐구와 제언”, 〈복음과 실천신학〉 38(2016), pp.51-52.

안덕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교수. 드류대학교 대학원(Ph.D.). 필자의 다른기사 keyboard_arrow_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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