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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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말씀 2018년  08월호 구약성경에 나타난 영적 전쟁 주제별 성경 연구 | 영적 전쟁

사사기 6장 7-18절

[7]이스라엘 자손이 미디안으로 말미암아 여호와께 부르짖었으므로 [8]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에게 한 선지자를 보내시니 그가 그들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이스라엘의 하나님 내가 너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며 너희를 그 종 되었던 집에서 나오게 하여 [9]애굽 사람의 손과 너희를 학대하는 모든 자의 손에서 너희를 건져내고 그들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고 그 땅을 너희에게 주었으며 [10]내가 또 너희에게 이르기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 너희가 거주하는 아모리 사람의 땅의 신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하였으나 너희가 내 목소리를 듣지 아니하였느니라 하셨다 하니라(후략)

교회와 영적 전쟁

사도 바울은 신약의 성도들이 육체를 따라 싸우지 않는다고 말하며, 또 성도들의 싸움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고후 10:3; 엡 6:12).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가나안 땅을 정복하면서 그 땅 족속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대행하는 자가 되어야 했다(창 15:18). 그러나 신약 시대 성도는 이스라엘과 달리 이 세상 어디에서도 땅을 점유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를 형성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성도는 하나님의 영광과 임재를 우리의 삶과 마음 안에서 나타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성도는 죄로 가득한 본성으로 인하여 상실했던 영적 ‘영토’를 회복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영적 전쟁이다. 이 전쟁은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날 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난다.

이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를 교회라 부른다. 세상의 많은 타락한 국가들에 대한 심판의 대행자로서 이스라엘을 사용하셨던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불신의 세력인 악한 영들의 세력을 심판할 대행자로 교회를 사용하신다(고전 6:3). 그러므로 교회는 그와 같은 영적 세력들과 전쟁하고 있다. 교회의 목적은 ‘공중의 권세 잡은 자’(엡 2:2)가 더 이상 이 세상을 통치하지 못하도록 그를 보좌에서 추방하고, 그리스도의 통치가 온전히 이루어지는 나라를 형성하는 것이다(엡 1:22). 이와 함께 교회는 아브라함처럼 믿음으로 하나님께서 직접 만드시고 건설하신, 하늘에 있는 ‘한 성’(a city)을 바라보고 있다(히 11:8-16). 왜냐하면 비록 교회가 이 지상에서 영적 전쟁에 참여하고 있지만, 예수께서 그들을 위해 이루실 나라는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모실 수 없는” 여호와께서 계시는 천국이기 때문이다(왕상 8:27).

아브라함 이전의 영적 전쟁

교회의 영적 전쟁은 구약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구약이 비록 ‘혈과 육의 전쟁’에 관해 많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것은 결국 영적 전쟁이 겉으로 드러난 형태에 해당한다. 구약의 많은 사건들 배후에서 영적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아담과 하와가 동산에 거닐고 계시는 하나님과 만나 교제할 때에, 악한 대적자(=사탄)가 그 모습을 보면서 음모를 꾸몄다. 그 음모의 최종 목표는 자신이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거나 적어도 그분과 함께 세상을 통치하는 것이다(사 14:12-17; 겔 28:12-19). 아담과 하와는 대적자의 유혹에 넘어가 금지된 과실을 먹었다. 이것은 예고 없이 시작된 에덴동산의 영적 전쟁에서 인류가 패배하였음을 보여준다. 곧이어 하나님께서는 뱀의 머리를 깨뜨리는 여자의 후손에 관해 말씀하셨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대적자(뱀, 뱀의 후손)와 여자의 후손(메시아, 인류) 사이의 영적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셨고, 종국에는 인류가 영적 전쟁의 승리를 쟁취하게 될 것임을 미리 알려주셨다(창 3:15). 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매우 길고 험난한 여정, 곧 영적 전쟁이 될 것이다. 영적 전쟁의 주체는 하나님과 그분의 대적자이지만, 그 전쟁을 직접적으로 수행할 자들은 여자의 후손과 뱀의 후손이다.

성경은 대적자가 자신의 후손을 이용하여 수많은 영적 전쟁을 일으켰음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대적자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정해 두신 마지막 목적지인 멸망을 벗어나려고 쉼 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는 가인으로 하여금 자기 아우 아벨을 죽이게 하고, 라멕으로 하여금 자신의 폭력성을 자랑하게 했으며, 경건한 사람들과 불경건한 사람들 사이에 혼인을 주선하여 땅위에 하나님의 백성이 남지 않도록 만들었다. 더 나아가 대적자는 홍수 이후의 새 인류로 하여금 하늘에 닿는 바벨탑을 쌓아 스스로 하나님의 자리에 오르기를 시도하게 했는데, 이것은 대적자가 하나님과 경쟁하려는 자신의 타락한 욕망을 사람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통하여 이와 같은 영적 전쟁에서 언제나 대적자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은혜를 베풀어 경건한 무리를 보존하셨고, ‘여자의 후손’을 통한 궁극적인 승리를 준비하고 계셨다. 그 준비는 아브라함을 선택하여 부르시는 것으로 역사 가운데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브라함 이후의 영적 전쟁

 
1. 우상 숭배와 영적 전쟁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은 때로부터 세상에는 하나님께서 은혜로 선택하신 특별한 백성이 존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브라함 가족뿐이었지만, 나중에는 하늘의 별처럼 많은 민족이 형성될 것이다(창 15:5).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이 특별한 백성은 땅의 모든 족속이 하나님의 복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통로가 되어야 했다(창 12:3b). 달리 말하면 이 백성은 온 세상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게 하는 통로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하나님의 우주적 통치는 궁극적으로 메시아이신 예수님에 의해 실현될 것인데, 그분은 아브라함의 후손이라고 불리는 분이시다(마 1:1). 이처럼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신 것은 ‘여자의 후손’을 통한 대적자의 파멸이라는 하나님의 원 계획(창 3:15)이 더 이상 미뤄지지 않고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그 이후 대적자는 하나님의 계획을 막기 위해 더 조급해졌고, 더 결사적으로 영적 전쟁을 일으켰다.

한편 대적자가 일으키는 영적 전쟁은 이때부터 새로운 모습을 나타낸다. 아브라함 이전의 영적 전쟁은 사람들 내면에 존재하는 타락한 본성을 일깨워서 그들이 하나님 가까이 나오지 못하게 만들려는 대적자에 의하여 발생했다. 그런데 아브라함 이후의 영적 전쟁은 하나님의 백성이 자기들을 선택하신 그 하나님을 떠나게 만들려는 대적자에 의해 발생한다. 왜냐하면 대적자가 사람들의 타락한 본성을 이용하여 그들이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성공하는 듯 했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스스로 사람들에게 다가오셔서 자기 백성을 선택하셨기 때문이다. 결국 아브라함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만들어짐으로써 대적자의 이전 시도는 실패했다. 이제 대적자는 하나님의 백성을 충동하여 그들이 하나님을 떠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들이 하나님을 떠나면, 대적자의 세력을 멸하고 하나님의 통치를 이루실 메시아가 그들의 후손으로 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적자가 선택한 방법은 그 백성에게 다른 신들을 소개하는 것, 곧 그들이 우상을 숭배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후 영적 전쟁은 우상 숭배와의 싸움이다. 우상 숭배를 통해 영적 전쟁을 도발하는 것이 대적자에게 좋은 이유는 이미 온 세상이 우상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의 아버지인 데라 역시 강 건너편에 살 때 다른 신들을 섬겼었다(수 24:2). 그리고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 거하는 430년 동안 우상 숭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수 24:14). 그 430년 동안 우상이 얼마나 강력하게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음에 뿌리내리고 있었는지, 출애굽 이후의 역사가 잘 보여준다. 출애굽한 이스라엘은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받으면서 여러 번 반복하여 하나님의 계명에 순종하겠다고 서약했다(출 24:3, 7). 그들의 대표 70명 장로들과 모세와 아론 그리고 나답과 아비후는 시내산 위에서 하나님을 뵙고 먹고 마시는 놀라운 체험까지 하였다(출 24:11). 하지만 그들은 모세가 잠시 자기들을 떠났을 때,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숭배하였다(출 32:1-6).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 숭배의 강한 유혹 아래 놓여 있었다는 것은 그들이 싯딤에 머물렀을 때 일어난 바알브올 사건에서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모압 여인들과 음행하면서 그들의 신들에게 제사하고 절했다(민 25:1-5). 이때 이스라엘이 바알브올과 결합했다고 기록된다(민 25:3). 금송아지 사건은 출애굽한 세대에 의해 발생했고, 바알브올 사건은 광야에서 형성된 두 번째 세대에 의해 발생했다. 이스라엘의 세대는 바뀌었지만 그들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와 같은 이스라엘의 본성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가나안 땅을 주셨다. 왜냐하면 가나안 땅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후손에게 주시겠다고 무조건적으로 약속하셨기 때문이다. 여호수아서는 아브라함 언약의 이와 같은 성취, 즉 하나님의 전적인 능력에 의한 가나안 땅의 정복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우상 숭배는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 은밀하게 자신의 뿌리를 확산해 가고 있었다. 가나안 정복을 마친 후 요단 동쪽 지파들이 요단강가에 큰 제단을 쌓았다(수 22:10). 이 때 이스라엘 온 회중이 호들갑을 떨면서 그들과 싸우려고 모였던 것은 이미 그들 사이에 우상 숭배의 심각한 경향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여호수아가 죽음을 앞두고 백성에게 우상 숭배의 죄악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던 이유도 동일하다(수 24;14-15).
 
2. 사사 시대의 영적 전쟁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 숭배와 싸우는 영적 전쟁에 대한 기록은 사사기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사사기는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 발생한 영적 전쟁의 패턴을 제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사 시대에 일어난 영적 전쟁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사 시대는 다신교 신앙과 우상 숭배에 깊이 물들어 있는 이스라엘을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듭나게 하려고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교육 기간에 해당한다. 사사 시대의 처음에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을 가리켜 사사기는 ‘다른 세대’라고 부른다(삿 2:10). 모세가 광야에서 이끌었던 사람들은 방랑 세대, 여호수아와 함께 가나안 땅 정복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정복 세대라고 불릴 수 있다. 방랑 세대와 정복 세대 역시 공통적으로 하나님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세나 여호수아와 같은 뛰어난 지도자를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고, 대체적으로 그분의 계명에 순종하며 살아갔다. 땅이 없는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나 여호수아의 지도력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생존했기 때문에, 이 두 위대한 지도자의 권위에서 감히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사사 시대 사람들은 이전의 두 세대와 같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자신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농사와 목축으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었다. 모세나 여호수아와 같이 하나님께 헌신한 지도자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은 지도자에게 순종하지 않아도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여호와의 말씀보다는 자신의 생각에 따라 살았다(삿 17:6; 21:25). 과거 430년 동안 다신교의 중심지인 이집트에서 살았던 역사를 가진 그들은 다신교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집트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가나안 사람들과 섞여 사는 것을 선택했다. 가나안 원주민의 딸들과 이스라엘 백성의 아들들 사이의 결혼은 마치 대홍수 이전, 인간의 부패와 죄악을 다시 보는 것 같다(삿 3:6; 창 6:2).

그러므로 사사 시대 전체를 통하여 대적자는 이스라엘 백성을 조종하여 우상을 숭배하게 하였다. 결국 이스라엘은 우상 숭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열한 영적 전쟁을 싸울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사사 시대 동안 이스라엘 백성에게 여호와를 경외하면서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가르치시고 그들이 영적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하셨는데, 이것은 세 단계로 이루어졌다.

사사기를 잘 이해하는 방법은 사사기 안에 세 단계로 구성된 영적 전쟁이 나타나며, 그 각각의 전쟁은 설교와 함께 시작된다는 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세 번의 설교는 그 시대 이스라엘의 영적인 상태를 반영하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째 설교(삿 2:1-5), 둘째 설교(삿 6:7-10), 그리고 셋째 설교(삿 10:10-16)는 사사 시대를 3가지로 구분하는데, 첫째 설교는 초기 사사 시대를, 둘째 설교는 중기 사사 시대를, 그리고 셋째 설교는 후기 사사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된다. 그런데 이 설교들은 이스라엘에게 그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르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에게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또한 시간이 흘러갈수록 이스라엘의 죄가 점점 깊어지는 동시에 하나님의 반응도 점차 더 강경해진다는 것이 이 설교들을 통해 암시된다. 한편 하나님께서는 설교를 통해 이스라엘을 강하게 책망하시면서도, 현실에서는 그들을 구원하실 방도를 모색하신다.
 
1) 1단계 영적 전쟁(초기 사사 시대)
영적 전쟁을 예고하는 첫 번째 설교는 여호수아가 생존해 있을 때, 아마도 그의 생애 마지막 즈음에, 길갈에서 보김으로 왔던 여호와의 천사에 의해 주어졌다(삿 2:1-5). 이 설교는 사사 시대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 시대를 시작하는 이스라엘이 어떤 상태였는지를 묘사한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의 주민들과 어울리지 말고 그들을 쫓아내고 그들의 우상을 파괴하라고 명령하셨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이와 같은 하나님의 명령에 완전히 순종하지 못했다. 유다 족속은 여부스 사람들을, 에브라임 지파는 게셀의 가나안 사람들을 쫓아내지 못했으며, 므낫세 자손도 그러했다(수 15:63; 16:10; 17:12-13). 여호수아가 늙었을 때, 그는 가나안 사람들이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 남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들과 혼인하지 말고, 그들의 신들을 섬기지 말라고 경고했다(수 23:12, 16). 이와 같이 가나안 원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사사 시대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 따라서 첫째 설교의 결론은 함께 사는 가나안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가시가 되고 그 신들이 올가미가 될 것이라는 경고, 즉 고난에 대한 경고였다(삿 2:3).

첫 번째 설교를 통한 경고가 주어진 후, 이스라엘을 변화시키기 위한 1단계 영적 전쟁이 시작된다. 1단계 영적 전쟁의 목적은 이스라엘에게 영적 전쟁의 패배가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것이며, 큰 고통을 초래한다는 것을 가르치려는 것이다. 이 단계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스라엘은 영적 전쟁의 패배자가 되어 있었으며, 대적자의 영적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우상 숭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벗어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그들의 이름은 하나님의 백성이지만, 삶은 이교도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이들에게 고난을 보내셔서 그들의 현 상태가 죄인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려 하셨다. 이것이 이 단계의 목표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이방 민족들(메소포타미아, 모압, 블레셋, 가나안)에 의한 네 번의 고난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 고난의 때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특별 사사들에 의한 구원을 경험한다(옷니엘, 에훗, 삼갈, 드보라).1 하지만 이 기간에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했다. 단지 그들은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주어진 하나님의 징계를 받을 뿐이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죄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비록 그들이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고통스러워 부르짖을 때마다 그들을 구원해 주신다. 4번이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과연 이러한 고난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자성해 볼 것이다. 이처럼 고난의 이유에 관하여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 이것이 1단계 영적 전쟁의 목표였다.
 
2) 2단계 영적 전쟁(중기 사사 시대)
2단계 영적 전쟁도 설교와 함께 시작된다. 이 설교는 기드온이 등장하기 직전, 미디안의 압제를 받은 이스라엘이 여호와께 부르짖은 것에 대한 응답으로 한 남자 선지자에 의해 주어진다(삿 6:7-10). 이 선지자를 ‘남자 선지자’(이쉬 나비)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앞서 등장한 여 선지자(이샤 네비아) 드보라와 구별하기 위해서다(삿 4:4). 이 두 번째 설교와 함께 하나님께서는 2단계 영적 전쟁을 실행하신다. 영적 전쟁의 1단계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고 인정하셨기 때문이다. 2단계 전쟁은 이스라엘이 영적, 사회적 개혁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이것은 3가지 방면으로 진행된다. 첫째는 선지자의 설교를 통하여 영적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고, 둘째는 기드온으로 하여금 우상을 제거하는 모범을 보이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일반 사사들을 세워 하나님의 통치가 삶 속에 구현될 수 있도록 점차적으로 사회를 개혁하는 것이다.

먼저 선지자의 설교를 통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죄악에 대해 지적하시고, 변화를 촉구하신다. 이스라엘의 죄는 가나안 신들을 숭배하는 것이다. “두려워하지(야레) 말라”라는 번역은 오해를 줄 수 있다(삿 6:10). 이 부분을 문맥에 맞게 번역한다면 “경외하지 말라”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신들을 경외하지 말라, 즉 섬기지 말라 명령하셨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와 같은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아니하고, 그 신들을 경외했다(삿 6:10). 왜냐하면 영적 전쟁에서 패배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선지자는 이것이 이스라엘의 죄라고 선포했다. 영적 전쟁에서의 패배는 고난을 가져온다. 미디안의 압제와 수탈이 극심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산으로 도망하여 동굴 속에 숨어야 했다. 미디안은 이스라엘의 영토에 천막을 치고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소산을 파괴했고, 땅을 망쳐놓았으며, 양식이나 가축들을 남겨놓지 않았다. 선지자의 설교가 특별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스라엘의 고난이 이전보다 더 심했기 때문이다(삿 6:1-6).

이러한 선지자의 설교는 자연스럽게 기드온과 천사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숨어서 밀을 타작하던 기드온을 찾아온 여호와의 천사는 그에게 이스라엘을 구원하라는 여호와의 부르심에 응답하라고 권면한다(삿 6:12, 14). 여기서 기드온은 천사의 부름에 응답하기에 앞서, 이스라엘이 고난을 받는 이유가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버리셨기 때문이라는 질문을 던진다(삿 6:13).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선지자의 설교에서 주어졌다. 이스라엘의 고난은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버리셨기 때문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영적 전쟁에서 패배하여 우상을 숭배했기 때문이다(삿 6:10). 이러한 점에서 둘째 설교(삿 6:7-10)는 이스라엘을 개혁하는 영적 전쟁의 신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그 전쟁의 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여호와께서는 기드온에게 이스라엘을 구원하기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가르치신다(삿 6:25-26). 그것은 먼저 자기 집의 우상을 제거하는 것이다. 선지자의 설교에 대해 온 이스라엘이 어떤 방식으로 응답해야 하는지 기드온을 통해 보여주시기 위함이다. 비록 선지자가 이스라엘의 죄를 지적하면서 우회적으로 회개를 요청했으나, 이스라엘 백성 대부분은 여전히 우상을 제거할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의 구원자가 되어야 할 기드온이 먼저 자기 집의 우상을 제거하게 함으로써 앞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본받아야 할 영적 각성의 모델로 삼으시고자 했다. 이러한 점에서 영적 전쟁의 2단계가 1단계와 차별화 된다. 즉 2단계는 우상을 시범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지금껏 우상 숭배를 종용하는 대적자와의 싸움에서 패배하기만 했던 이스라엘이지만 이제부터는 영적 전쟁에서의 승리가 가능하며, 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기드온이라 할지라도 우상을 제거하는 것을 쉽게 결단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생명을 거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삿 6:27, 30). 앞서 나타났던 천사가 기드온에게 큰 용기를 불어넣었던 것은 이때를 위함이기도 했다. 천사는 기드온을 ‘힘센 용사’(깃보르 하일)라고 부르면서, 그가 자신의 힘을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왔다(삿 6:12). 더욱이 기드온의 요구에 따라 표적을 보여주는 것이나, 여호와를 보았다는 사실에 두려워하는 기드온에게 평화를 선언하시는 것도 기드온으로 하여금 우상을 제거할 만한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었다(삿 6:17-24).

2단계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기드온과 함께 일반 사사들, 돌라와 야일이 출현한다(삿 10:1-5). 일반 사사들이 어떻게 이스라엘을 다스렸는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주요 사역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율법에 따라 생활할 수 있도록 개인과 사회를 개혁하는 것과 관련되었을 것이다. 우상 숭배는 도덕적 타락과 사회적 무질서를 낳는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일반 사사들을 통하여 모세 율법이 이스라엘 사회 가운데 올바르게 실천될 수 있도록 인도하셨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이스라엘의 민족적 역량을 키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한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 개인의 삶과 그들의 사회 안에서 여호와의 통치를 구현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우상을 제거하는, 새로운 모습의 영적 전쟁이었다.

3) 3단계 영적 전쟁(후기 사사 시대)
3단계 영적 전쟁이 시작될 때, 또 한 번의 설교가 주어진다. 이 설교는 입다와 삼손의 등장 직전에, 블레셋과 암몬의 압제를 받은 이스라엘이 여호와께 부르짖은 것에 대한 응답이었다(삿 10:7; 10:10-16). 특이한 점은 이스라엘이 부르짖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설교가 끝난 뒤, 그들은 자발적으로 이방신들을 제거하고 여호와를 섬겼다. 여기에 나타난 죄의 고백과 우상 제거는 사사기에 유일하게 기록된 사례다(삿 10:10, 16). 이와 같이 함으로써 이스라엘은 외부의 적과 물리적인 전쟁을 치르는 것을 넘어서서 스스로 영적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1단계와 2단계 영적 전쟁들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으며, 이스라엘의 영적 성장이 있었음을 입증한다. 중기 사사 시대에 출현했던 일반 사사들이 입다와 삼손의 시대에 해당하는 후기 사사 시대에도 이스라엘 사회 속에 공의가 시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했다(입산, 엘론, 압돈).

하지만 이러한 성과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전체적인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안으로는 우상 숭배가 더욱 깊어졌을 뿐만 아니라, 지파들 간의 분열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밖으로는 이방 민족들이 더욱 무자비하게 이스라엘을 압제했다. 그러므로 3차 설교가 시작되는 시기, 즉 후기 사사 시대는 사사들의 활동이 부분적으로는 성공했으나 거시적 관점에서는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특별 사사와 일반 사사들은 자기 주변의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였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스라엘은 여전히 패배자로 남아 있었다. 삼손을 결박하여 블레셋에게 넘겨주는 유다 지파의 말에서 그와 같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삿 15:11).

하지만 사사들의 활동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입다와 삼손은 각기 자기 사명을 성취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차후에 영적 전쟁에서 온전히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놓게 된다.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사사직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종류의 리더십을 기다리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후기 시대는 사무엘 시대와 왕국 시대로 연결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입다의 활동은 사사 직분의 관료화를 보여주면서, 결과적으로 왕정의 도입을 어느 정도 준비했다. 이미 이전에 기드온이 이스라엘을 구원했을 때, 이스라엘은 그에게 세습되는 통치직, 즉 왕정을 제안했지만 신중한 성향의 기드온에 의해 거부된 적이 있었다(삿 8:23). 왕정이 갑작스럽게 시도되는 것은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뿐이라는 사실을 기드온이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입다는 왕이 되기보다는 단지 길르앗 지역의 비세습 통치자가 되기를 원했다. 이것은 길르앗 주민들 역시 원하는 바였기 때문에, 입다는 길르앗 장로들의 추대를 받아서 그들의 우두머리(로쉬)와 지배자(카친)가 되었다(삿 11:11). 하지만 그의 지도력은 사사의 것과 유사했을 것이다(삿 12:7). 입다는 일반 사사로서 직분을 수행하는 것에 더하여, 정기적으로 약간의 세금을 받으면서 필요할 때에는 사람들과 물자를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왕정으로 나아가는 제도적 진전에 해당한다.

한편 삼손의 활동은 가나안 땅에서 이스라엘이 최소한의 주권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었다(삿 13:5). 후기 사사 시대 동안 가나안에서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던 블레셋이 이스라엘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러한 때 삼손은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여 혼자 힘으로 이스라엘 구원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에 따라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이스라엘 민족이 용기를 얻었다. 마침내 이스라엘이 블레셋과 싸우기 위해 에벤에셀에 모였는데, 이것은 삼손의 희생적 사역이 일궈낸 놀라운 성과에 해당한다(삼상 4:1). 삼손이 시작한 구원 사역은 사무엘과 사울을 거쳐서 결국 다윗에 의해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다윗이 법궤를 예루살렘 왕궁에 모시고,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함으로써 사사 시대 처음부터 시작된 영적 전쟁이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그러므로 삼손은 단순히 혈육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우상 숭배와의 싸움, 즉 영적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결론

사사 시대는 하나님께서 우상 숭배와 싸우는 영적 전쟁을 위해 이스라엘을 동원하시는 방법의 모델을 제시한다. 먼저 고난을 통해 우상 숭배가 죄악임을 자각하게 만들고(1단계), 지도자를 중심으로 영적이며 사회적인 개혁을 시작하게 하고(2단계), 종내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자발적으로 우상 숭배를 척결하게 하는 동시에 참된 지도자가 다스릴 나라의 도래를 준비하게 한다(3단계). 영적 전쟁의 완전한 승리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왕 다윗에 의해 성취될 것이다. 이처럼 교회는 참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오랜 전쟁, 곧 영적 전쟁을 끝내시고 완전한 승리를 이루시는 그 날을 사모한다. 그리고 그 날까지 교회는 사사기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과 같은 세 단계의 영적 전쟁을 수행하면서, 우상을 버리고 오직 하나님만 경외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황성일 광신대학교 구약학 교수. 영국 리버풀대학교(Ph.D.). 저서로 《구약배경사》, 《성경히브리문법》 등이 있다. 필자의 다른기사 keyboard_arrow_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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