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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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2018년  01월호 성경은 일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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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W 일의 신학 성경 주석》(1-4권) TOW 프로젝트/ 두란노/ 74,000원

아무리 직장 사역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역 교회 목회자들이 그 영역에 대해서 설교하지 않으면 성도들이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성경에서 직장 사역을 다루지 않는다면 설교자가 설교하지 않는다고 해도 따질 수가 없다. 그런데 성경을 일과 직업, 직장생활의 관점에서 읽어 보니 꽤 많은 부분이 그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우선 성경에 소개된 직업의 수가 굉장히 많다. 《직업과 직분》에 따르면 성경에는 207개의 세속 직업과 관련된 일이 소개되어 있다. 반면에 이른바 영적인 직분은 13개만 소개되어 있다. 로버트 뱅크스는 God the Worker란 책에서 성경이 목자, 토기장이, 농부 등 수많은 직업으로 하나님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이는 성경이 직업이 지니는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성경에 소개되는 사람들은 선지자나 제사장들이나 사도로 부름받은 이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세속 직업을 가졌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은 목축업자였다. 다윗을 비롯한 왕들이나 요셉이나 다니엘 같은 정치가들도 세속 직업을 가졌다. 심지어는 예수님도 목수 생활을 하셨다. 위대한 사도 바울도 텐트를 만들었다. 이들 신앙의 선배들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그들의 직업이나 직장 생활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과 관련된 교훈들도 창세기에서 시작해서 신구약 전편에서 발견된다. 바울 서신이나 베드로 서신처럼 아주 구체적으로 가르친 내용도 있지만,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교훈하는 내용들도 많이 있다. 사도들의 서신은 성도들이 일터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가르쳐 준다.

목회자들이 성경의 이런 부분을 생략하지만 않는다면, 일과 직업에 대해서 설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일과 직업에 대해서 설교를 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경에는 일, 직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말씀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말씀들이 수없이 많다. 돈과 물질에 대한 내용이나 인간관계에 관한 내용 등은 일과 직장과 관련해 아주 구체적인 교훈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성도들이 어떤 상황에서 살고 있는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목회자라면, 설교를 준비하면서 일과 직업의 문제를 성경을 근거로 해서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

성도들이 일과 직업에 관한 설교를 자주 듣지 못하는 이유는 목회자들이 그 문제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데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교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연구하고 적용하고 설교한다면 분명히 설교가 달라질 것이다. 흔히 말하는 대로 일주일 내내 직장이나 각종 일터에서 수고했던 성도들의 마음에 와닿는 설교를 하게 될 것이다.

나는 꽤 오랫동안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목회자들에게 이에 관한 권면을 해 왔다. 그래서 가끔씩 주변 교회나 TV와 인터넷 같은 매체에서 일과 직업에 관한 설교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들으면 반가웠다. 그러나 목회자들이 일과 직장에 관한 설교를 하는 것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구약의 일의 신학

그러던 차에 일터 신학을 표방하는 주석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TOW 일의 신학 성경 주석》(1-4권)이다. 나는 성경 속에서 일과 직업과 관련이 있는 성경 말씀을 찾아보는 수준이었는데, 이 책은 아예 성경 66권 전체를 일의 신학의 관점에서 주석했다. 직장 사역을 하는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은 아주 획기적인 책이다. 내가 일의 신학과 관련해서 성경의 내용을 끄적거렸다면, 이 책은 아예 페인트칠을 해놓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아직도 많은 신학자와 목회자에게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일의 신학의 관점에서 성경 전체를 바라보고 주석했다는 것이 놀랍다. 그래서 조금 무리하게 해석하거나 적용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저자들은 하나님 말씀의 권위를 하나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일의 관점에서 성경을 해석하고 적용했다. 전통적인 주석들은 성경의 내용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데 집중한 데 비해 이 주석은 성도들의 삶에 폭넓게 적용하도록 돕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편집장의 말이 그것을 잘 보여 준다.

“알고 보면 성경 66권은 우리가 일을 더 잘하고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개선하며 생계를 꾸리고 다른 사람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섬기면서 자신의 일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 실질적이고 적절한 지침을 제시한다”(p.22).

창세기는 처음부터 일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기록한 책이고, 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의 믿음과 삶을 기록한 책이기에 일과 신학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모세 오경의 나머지 부분에서도 일의 신학과 관련이 있는 말씀들을 발견하면서 약간 흥분이 되었다. 특히 제사나 절기에 관한 내용만 있다고 생각했던 레위기에서 ‘이삭줍기’, ‘정직하게 행동하기’, ‘피고용인을 공평하게 대하기’,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의 권리’, ‘일터에서 공의를 행한다는 것’, ‘공평하게 거래하기’ 등의 내용을 발견하면서 성경에 대한 나의 무지함을 인정하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책은 룻기다. 룻기는 4장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책이다. 주로 고부관계와 관련해서 많이 다루는 비교적 가정적인 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룻이 보아스를 만난 곳은 일터다. 그렇기 때문에 일과 관련해서도 아주 중요한 자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주석도 근 30쪽을 할애해서 룻기를 다루고 있는데, 여호수아와 사사기를 합친 것과 같다. 룻기 주석으로는 ‘이보다 더 나은 주석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탁월하다.

다른 역사서(사무엘, 열왕기, 역대기)에 대한 주석은 리더십에 관한 교과서처럼 느껴졌다. 특히 세속적인 경영학에서 말하는 리더십과 연계시키면서 역사 이야기를 주석하는 것을 보면서 역사서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갖게 되었다. 과거에 다윗이 왕이 되기 전의 이야기를 직장인의 모델로, 왕이 된 후의 이야기를 경영자의 모델로 정리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의 주석을 통해서도 새로운 발견을 했다. 이전에도 느헤미야는 직장 속의 리더십과 관련해서 크리스천 기업인들과 같이 공부도 하고, 많이 인용하고 소개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주석에서 이 세 사람을 비교한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에스라는 소위 ‘이상주의적 믿음’을 대변한다면 느헤미야는 ‘실용주의적 믿음’을 실천한다. 에스더서에서 하나님의 손길은 직접 보이지 않지만 … 우리는 에스더의 믿음을 ‘영리한 믿음’이라 부를 수 있다”(p.460). 이런 안목으로 성경을 본다면 새로운 것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잠언이나 전도서에는 일과 직업과 관련된 교훈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상대로 이 주석은 이 두 책에 대해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하지만 일과 관련된 교훈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 아가서와 같은 책에서도 일과 관련된 메시지를 찾아낸다. 개인적으로 잠언은 일과 직업과 가장 관련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용이 너무 중구난방이어서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 주석은 잠언 31장에 소개된 그 유명한 현숙한 여인의 특성을 줄기로 해서 잠언 전체를 잘 정리하고 있어 지금까지 고민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선지서 중에서는 다니엘의 이야기가 일과 관련된 유일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니엘의 이야기는 세상 속에 사는 직장인들에게 아주 실감나는 교훈을 제공해 준다. 그러나 이 주석을 통해 이사야에서도 일의 신학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사야서를 묵상하면서 감동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이사야 주석을 본 것이 정말 유익했다.

신약의 일의 신학

이전부터 신약의 복음서에서는 직업과 관련해서 아주 좋은 내용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내용을 가지고 연속적으로 설교를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누가복음으로는 다음과 같은 설교를 했다. ① 일터에서 맺는 회개의 열매(눅 3:7-14), ② 일터에서 주님을 만난 사람(눅 5:1-11), ③ 일터에서의 대인관계(눅 6:27-36), ④ 칭찬받는 직업인상(눅 7:2-10), ⑤ 직장인의 염려(눅 12:22-34), ⑥ 직장인의 처세(눅 16:1-13), ⑦ 실패한 부자(눅 18:18-30), ⑧ 성공한 부자(눅 19:1-10), ⑨ 고급 공무원의 실패(눅 23:13-25). 이렇게 누가복음을 공부하면서 내가 받은 은혜가 매우 컸다. 그런데 이번에 복음서에 대한 주석을 읽으면서 이전에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었다. 

사실 예수님의 비유를 보면 거의 대부분이 일과 관련된 것이어서 일의 신학을 고려하지 않고는 제대로 해석할 수가 없다. 비유에 등장하는 다양한 직업이나 직업 속에서 행해진 일들은 현실의 일터와 연계해서 이해해야 비유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복음서의 주석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사도행전은 사도들의 선교 활동에 대해서 기록한 책이므로 전통적으로는 선교의 역사적인 사례로 여겨졌다. 그런데 일의 신학의 관점으로 바라보니, 선교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일어나는 사건들을 새로운 안목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재 일터에 있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구체적인 경고나 교훈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바울 자신이 했던 장막을 만드는 일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을 수 있었다. 요즘 전통적인 선교와 대조해서 ‘전문인 선교’, ‘비즈니스 선교’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사도행전을 그런 관점으로 보면 선교와 일을 통합하는 총체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바울 서신들은 대체로 ‘교리적인 내용’과 ‘실천적인 내용’으로 대별된다. 교리적인 내용은 일과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을 것 같지만, 이 주석은 다양한 실제 사례를 들어서 이를 연결시켰다. 실천적인 내용에는 노예들과 주인들에게 한 구체적인 교훈이 있어서 이 부분은 일의 신학의 근거가 될 정도로 풍부하다. 개인적으로 에베소서 6장, 골로새서 3장, 디모데전서 6장, 베드로전서 2장 등을 많이 연구하고 인용했다. 그런데 이 주석에서는 전통적으로 잘 알려진 책 외에도 특히 데살로니가전서와 후서를 일의 신학의 관점에서 꽤 깊이 다루었다.

다른 서신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상대로 믿음의 실천을 강조하는 야고보서는 일의 신학의 관점에서 다른 어떤 서신보다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직장인들을 위한 성경 공부에 활용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별로 대할 기회가 없는 작은 서신서들(빌레몬서, 요한 2서, 요한 3서, 유다서)에 대한 주석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좋은 설교처럼 느껴졌다.

사실 일의 신학의 관점에서 쓴 주석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책은 요한계시록이었다. 도대체 이 책을 일의 신학의 관점에서 어떻게 볼지 궁금했다. 계시에 대한 해석 자체가 어려운데, 그것을 일의 신학의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주석은 계시록을 통해 현재의 땅과 앞으로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가 분명히 구별되지만, 이 둘 사이에 연속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미 베드로후서에서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해 언급하면서 말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땅은 분명히 새로운 나라로 변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이 땅에서 하는 일의 수고는 완성된 하나님 나라에서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사도바울이 고린도전서에서 강조했던 말씀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너희 수고가 주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을 앎이니라”(고전 15:58).

현대 사회를 향한 설교 자료

이 주석이 전통적인 주석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주석들이 충분히 다루지 못해서 아쉽게 느껴지는 빈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전통적인 주석은 본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쓰였지만, 이 주석은 본문의 의미를 현재의 삶과 연결시켜 일과 직업의 문제에 적용하기 위해서 쓰였기 때문이다. 설교를 듣는 성도들 중에 일과 관련된 사람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주석은 현대 사회를 향한 설교를 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방선기 직장사역연합 대표. 이랜드 사목. 컬럼비아대학교(Ph.D.). 저서로 《그리스도인의 일상다반사》, 《크리스천 직장 백서》 등이 있다. 필자의 다른기사 keyboard_arrow_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