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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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설교 2018년  01월호 설교적 주석이란 무엇인가? 채경락 교수의 설교적 주석(1)

본 글은 하나의 제언이다. ‘설교적 주석’(homiletical commentary)이라는 영역을 학계에 제언하고 도전하는 장으로 삼고자 한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다짐과 결단의 의미도 있다. 미력하지만 필자 스스로 기존의 주석과 구별되는 새로운 시도, 즉 설교적 주석을 시도해 보겠다는 결심의 글이다.

신학의 꽃은 설교라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성경 연구를 비롯한 신학 작업들이 궁극적으로 섬겨야 할 대상은 설교라는 의미다. 신학 작업의 소산물들이 교회에 공급되는 주된 통로가 설교이기 때문이다. 학회지에 논문으로 발표되고 학자들 사이에 뜨거운 이슈가 되는 신학 작업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더 의미 있는 쓰임새를 찾자면 역시 설교를 통해 성도들에게 공급되고, 이를 통해 주님의 교회를 세워가는 것이다.

특히 주석은 더욱 그러하다. 주석의 목적은 설교 준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석을 가장 많이 구입하고 활용하는 독자는 다름 아닌 설교자들이고, 그들이 주석을 읽는 이유는 무엇보다 설교 준비를 위해서다. 주석의 일차 목표는 본문을 이해하고, 본문의 의미를 추적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장의 공기 속에서 주석은 설교를 위한 작업이다.

이미 많은 주석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설교적 주석을 제언하는 이유는, ‘거리 좁히기’를 위해서다. 주석과 설교의 거리가 때로 너무 멀다. 비유컨대 주석은 본문이라는 이편과 설교라는 저편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다. 설교 준비는 본문에서 출발해 설교문에 이르는 여정인데, 주석이 징검다리가 되어 둘 사이를 연결하는 구조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림 1〉과 같이 많은 주석이 본문에만 너무 가까이 배치되어 있어서 설교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본문---- 주석 ------------------ 설교문


이에 필자는 보다 설교에 가까이 놓인 주석을 제언하는 바이다. 말하자면 〈그림 2〉처럼 기존 주석과 설교문 사이에 ‘설교적 주석’이라는 돌덩이 하나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본문 ---- 주석 ----- 설교적 주석 ----- 설교문


설교적 주석을 제언하면서 다음 사항을 논하려고 한다. 설교적 주석의 정의, 필요성, 지면 구성, 그리고 활용법. 먼저 설교적 주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그런 주석이 필요한 이유들을 정리하겠다. 이어서 설교적 주석을 집필할 때 어떤 식으로 지면을 구성할 수 있는지를 논하고, 마지막으로 그 활용법을 제언하도록 하겠다.

설교적 주석의 정의

설교적 주석이란, 소위 ‘설교화’ 작업을 돕는 해설서다. 설교적 주석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설교화 작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설교적 주석은 곧 설교화 작업을 돕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설교 준비는 본문 이해에서 시작되지만, 본문을 이해했다고 해서 설교 준비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설교자라면 누구나 경험하겠지만, 본문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해도 설교 준비는 또 다른 차원이다. 소위 설교화 작업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본문 이해가 설교 준비의 전반부 과정이라면, 설교화 작업은 후반부 작업이다. 이 둘은 ‘설교 준비’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특성이나 작업 메커니즘은 매우 이질적이다. 본문 이해가 말 그대로 이해(understanding) 작업이라면, 설교화는 구성(construction)과 제시(presentation) 작업이다. 본문 이해가 수동적으로 듣는 과정이라면, 설교화 작업은 능동적으로 메시지를 구성하는 작업이다. 설교자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많은 설교자가 후반부 작업에서 어려움을 토로한다.

구체적으로, 설교화 작업은 일종의 연설화 작업이다. 설교도 일종의 연설이다. 전달되는 메시지가 일반 연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형식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설교는 대체로 30분 전후의 대중 연설이다. 연설문 작성의 메커니즘이 설교 준비에도 일정 부분 적용된다는 말이다. 좋은 설교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본문 이해가 기본이지만, 연설화 혹은 설교화 작업의 비중 또한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 바로 이 대목을 돕는 주석이 설교적 주석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해돈 로빈슨의 강해설교 작성법을 통해, 설교화 작업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1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로빈슨은 10단계 작성법을 소개하는데,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 작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반부 1-3단계는 본문 이해를 위한 단계이고, 나머지 4-10단계는 후반부 설교화 작업에 해당한다.
 
해돈 로빈슨의 10단계 작성법
필자의 구분
1단계. 본문2선택하기
2단계. 본문 연구하기
3단계. 석의 주제 발견하기
본문 이해 (전반부)
해돈 로빈슨의 10단계 작성법필자의 구분
1단계. 본문2선택하기
2단계. 본문 연구하기
3단계. 석의 주제 발견하기본문 이해 (전반부)
4단계. 석의 주제 분석하기
5단계. 설교 주제 작성하기
6단계. 설교의 목적 결정하기
7단계. 설교 형식3결정하기
8단계. 설교의 개요 작성하기
9단계. 설교의 개요 채우기
10단계. 서론과 결론 작성하기설교화 작업 (후반부)
설교화 작업 (후반부)
 


전반부 본문 이해의 최종 결과물은 3단계에서 마련되는 석의 주제다. 본문 이해의 궁극적 목표가 석의 주제 확보에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로빈슨은 2단계 ‘본문 연구하기’에서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하라고 조언하는데, 그 중심에 주석이 있다.

이렇게 본문 이해가 완료되면 소위 설교화 작업이 시작되는데, 인상적인 것은 로빈슨이 여기에 총 일곱 단계를 할애한다는 사실이다. 강해설교의 대가로 알려진 해돈 로빈슨은 본문 이해에 ‘겨우’ 세 단계를 할애한 데 비해, 소위 설교화 작업에는 4단계에서 10단계까지 ‘무려’ 일곱 단계를 할애한다. 단순 수치로 따질 수는 없지만, 설교 준비에 있어 설교화 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현장 설교자들은 경험을 통해 이 과정의 비중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설교 준비는 본문 이해에서 시작되지만, 본격적인 설교 준비는 사실상 설교화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료가 준비되었다고 해서 음식이 준비된 것은 아니다. 본문 이해가 설교의 재료 확보라면, 설교화 작업은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는 단계다. 본문 이해가 주로 설교의 ‘무엇을’(what)에 초점을 맞춘다면, 설교화 작업은 ‘어떻게’(how)에 많은 관심을 할애하는데, 때로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훨씬 고도의 에너지를 요한다.

설교화 작업의 주요 골격을 추리면, 주제 결정(5단계)과 개요 작성(8단계), 그리고 개요 채우기(9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석의 주제를 분석해 설교 주제를 확보하고(주제 결정하기), 설교의 형식을 선택해 설교 개요를 작성하고(개요 작성하기), 이어서 다양한 자료를 동원해 개요를 채우면(개요 채우기) 설교문 작성이 일단락된다.

이것이 설교화 작업인데, 필자가 의도하는 설교적 주석은 바로 이 대목을 돕는 자료다. 일종의 설교 준비 길잡이로서, ‘주석’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존 주석과 나란히 혹은 협업을 통해 설교 준비라는 동일 과업을 섬긴다는 의미에서, 필자는 ‘설교적 주석’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설교적 주석의 필요성

이제 설교적 주석의 필요성을 논할 차례다. 첫째, 본문 이해와 설교화 작업이 별개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설교 준비는 크게 전반부 본문 이해와 후반부 설교화 작업,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둘은 연속 작업이면서도 매우 이질적인 작업이다. 전반부 작업을 돕는 자료가 필요하다면, 후반부 작업을 돕는 자료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본문 이해를 돕는 주석이 필요하다면, 설교화 작업을 돕는 설교적 주석도 필요하다.

여기서 설교화 작업은 설교자 스스로 감당해야 할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설교자는 말 그대로 설교를 준비하는 사람이니, 본문 이해는 주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주제를 결정하고 개요를 마련하고 채우는 설교화 작업은 설교자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야 자기 설교라고 할 수 있다는 의미도 가미될 것이다. 일정 부분 수긍이 가는 주장이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그런 논리라면, 본문 이해도 주석의 도움 없이 설교자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 옳다. 신학교 커리큘럼의 원어 교육이 지향하는 바가 거기에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라서 설교자들을 위해 원어의 의미를 풀어 주는 많은 주석이 공급되고, 신학자들은 설교자들이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인 역량의 한계도 있지만, 전문적인 학자들의 주해 자료는 보다 건실한 본문 이해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필자는 설교화 작업을 돕는 자료도 공급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완성된 설교문을 공급할 수는 없지만 본문 이해를 돕는 주석이 있듯이, 설교화 작업을 돕는 자료도 공급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둘째, 반복되는 이유 같지만, 본문 이해를 돕는 자료는 많아도 설교화 작업을 돕는 자료들은 빈약하기 때문이다. 설교자의 서재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주석들이 꽂혀 있다. 주석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기에는 내용도 다양하고 본문에 접근하는 방식도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추구하는 목표에 있어서는 대동소이한 것이, 대체로 본문 이해에 몰려 있다. 본문 이해를 돕는 자료들이 거의 대부분이고, 소위 설교화 작업을 돕는 자료는 매우 부족하다(〈그림 3〉).

              주석

                |

주석4---- 본문 ---- 주석 ----------------설교문

               |

            주석


해돈 로빈슨의 설교 작성법을 살펴보아도 2단계 본문 연구 항목에서는 사전과 주석 등의 자료를 활용하라고 조언하지만, 주제를 결정하고 개요를 작성하는 단계에서는 활용하라는 자료가 적시되지 않는다. 이유인즉, 나와 있는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5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설교적 주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설교 준비는 주석을 통한 본문 이해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당도해야 할 목표는 설교다. 본문 연구를 돕는 자료와 더불어 설교화 작업을 돕는 건실한 자료들도 현장 설교자들을 위해 많이 공급될 필요가 있다.

셋째, 공신력 있는 설교 준비 자료를 위해서다. 설교화 작업을 돕는 자료들이 빈약하다고 했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장 설교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고, 많이 활용되는 자료들이 사실은 꽤 있다. 성경 전권에 걸쳐서 설교의 주제와 대지 흐름, 심지어 설교문까지 포함된 자료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신학자들은 대체로 그런 자료들을 추천하지 않는다. 심지어 거친 언어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설교자들이 그런 자료를 서재에 구비하고 있는 것은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학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신학자들 스스로 공신력 있는 자료를 공급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나와 있는 소위 설교화 작업을 돕는 자료들 중에는 집필자 이름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본문 이해를 돕는 주석의 경우에는 누가 집필했는지 알 수 있다. 국내외 유수한 성경 신학자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주석을 출판한다. 그런데 설교화 작업을 돕는 자료들에는 저자의 이름이 없다. 섣불리 그 가치를 폄훼할 수는 없지만, 공신력 측면에서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에 필자는 설교학자 혹은 설교자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설교화 작업을 돕는 자료들을 출간할 것을 제언한다. 물론 완전한 설교문을 제공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6 다만 주제를 결정하고, 대지 흐름을 작성할 수 있는 여러 안들을 제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 본문에서 다양한 설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제 자체가 적용의 산물이고, 그 주제를 펼쳐가는 설교 흐름은 극히 다양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이름을 걸고 가능한 설교 안들을 개요 수준에서 소개하는 자료를 공급한다면, 현장 설교자들에게 의미 있는 도움이 될 것이다.

설교 현장에서 설교적 주석은 절실히 필요하다. 주석 없이 본문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홀로 설교문을 만드는 것도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학교 설교학 수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원어 수업을 들었어도 현장에서 여전히 주석의 도움이 필요하듯이, 설교학과 설교 실습을 수강했어도 현장에서 여전히 설교화 작업을 돕는 자료가 필요하다.

설교적 주석의 지면 구성

설교적 주석의 지면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설교화 작업을 돕는 자료인 만큼 설교화 과정을 좇아가는 흐름으로 구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를 위해 먼저 설교화 작업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해돈 로빈슨은 설교화 작업에 일곱 단계를 할애하는데, 설교적 주석의 지면을 일곱 항목으로 작성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다. 단계를 간소화하고 그 흐름에 따라 설교적 주석을 집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해돈 로빈슨의 4-10단계 설교화 작업을 얻어야 할 성과물을 중심으로 〈표 2〉 세 단계로 요약한다. 1단계 ‘주제/목적 결정하기’, 2단계 ‘형식/개요 작성하기’, 3단계 ‘개요 채우기’다.7
 

해돈 로빈슨의 작성 단계

필자의 3단계 구분

4단계. 석의 주제 분석하기

5단계. 설교 주제 작성하기

6단계. 설교의 목적 결정하기

1단계. 주제/목적 결정하기

7단계. 설교의 형식8 결정하기

8단계. 설교의 개요 작성하기

2단계. 형식/개요 작성하기

9단계. 설교의 개요 채우기

10단계. 서론과 결론 작성하기

3단계. 개요 채우기


설교화 작업의 1단계는 ‘주제/목적 결정하기’다. 여기서 주제는 석의 주제가 아니라 설교 주제를 가리킨다. 석의 주제가 본문을 통해 원독자에게 전달된 메시지라면, 설교 주제는 설교를 통해 하나님이 현대 청중에게 전달하기를 원하는 말씀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설교 주제는 석의 주제를 분석하고 현대 청중에게 적용한 결과물이다. 설교 준비 과정에서 고도의 집중력과 창조성이 요구되는 단계 가운데 하나다. 주제가 선명하게 결정된다면 목적은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둘을 하나로 묶었다.

2단계는 ‘형식/개요 작성하기’인데, 필자의 판단으로는 설교적 주석이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대목이다. 설교의 개요 작성은 현장 설교자들이 가장 힘겨워하는 대목이면서, 설교 준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목이다. 많은 설교자에게 설교 준비는 곧 개요 작성을 의미한다. 일부 현장 설교자들이 기존 주석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다. 본문에 대한 이해는 세밀하게 제공하지만, 설교를 어떻게 구상할지에 대한 내용은 빈약하기 때문이다. 설교의 개요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설교 형식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둘은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집필자에 따라 활용하는 설교 형식이 다를 텐데, 이것이 설교적 주석의 다양성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해돈 로빈슨은 연역식, 귀납식, 귀납-연역식, 이슈-완성형, 이야기체 설교 등의 형식을 제안한다. 필자는 보다 큰 묶음으로 대지형 설교와 원포인트 설교로 구분하고, 그 안에서 대지형 설교를 다양하게 세분화해 설교를 작성한다. 내러티브 설교 등 보다 현대적인 형식을 강조하는 학자도 있다. 집필자가 생각하는 설교 형식을 먼저 개설하고, 주어진 본문에서 가능한 형식에 따른 설교 개요들을 예시한다면, 현장 설교자들에게 의미 있는 도움이 될 것이다.

3단계는 ‘개요 채우기’인데, 본문 풀이를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동원해 개요를 채워서 설교문을 완성하는 단계다. 이 대목은 그야말로 설교자 스스로 채워야 할 영역이다. 나의 청중에게 적합한 예화, 나의 청중에게 적절한 본문 풀이 등 현장 목회자의 목회적 판단에 의거해 적절하게 채워서 설교문을 완성하면 된다.
이제 구체적으로 지면 구성을 생각할 때다. 위에서 소개한 단계별로 항목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다소 기계적이어서 설교 작성이 가진 융통성과 풍성함을 담아내기엔 불편할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한 지면 구성은 다음 두 항목, 즉 ‘본문 해설’과 ‘설교 구상’이다.

1. 본문 해설
위의 1단계 ‘주제/목적 결정하기’를 돕는 항목이다. 일반 주석이 본문의 의미를 추적한다면, 설교적 주석은 설교를 구상해 가는 길잡이다. 본문의 의미에 기초하되, 오늘 설교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추적하고 제시하는 항목이다. 이른바 설교의 주제를 찾아가는 본문 읽기다. 일반 주석이 절별 해설에 무게를 둔다면, 설교적 주석은 단락 전체의 메시지에 집중한다. 설교 메시지는 하나의 절보다는 단락 전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주석이 원독자에게 주어진 메시지(석의 주제)를 추적한다면, 설교적 주석은 현대 청중에게 선포될 수 있는 메시지(설교 주제)를 추적한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 1:1-17의 예수님의 계보 본문이라면, 일반 주석의 경우는 절별 해설에 기초해 예수님이 구약의 예언된 메시아로 오셨다는 의미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것이 문맥 안에서 예수님의 족보가 원독자에게 전달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설교적 주석은 보다 적용적이고 창조적인 메시지로 나아갈 수 있다.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역사의 격동 속에도 기어코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주권을 설교의 중심에 세우라고 조언할 수도 있다. 혹은 주님의 계보에 그리 어울리지 않는 기생 라합과 이방 여인 룻의 등장에 기초해 주님이 쓰시지 못할 사람은 없다는 매우 적용적인 메시지를 소개할 수도 있다.

2. 설교 구상
위의 1단계 ‘주제/목적 결정하기’와 2단계 ‘형식/개요 작성하기’를 함께 돕는 항목이다. ‘본문 해설’에서 논의한 여러 메시지들 가운데 하나의 주제 초점을 선택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어떻게 설교화할 수 있는지를 제언하면 된다. 주제와 형식, 그리고 개요는 단계별로는 구분되지만, 서로 워낙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집필에서는 한 호흡에 담아내는 것이 이상적이다. 위의 마태복음 1장 본문으로 〈표 3〉과 같은 4가지의 설교 흐름을 제언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하나의 본문에서 네 편의 설교 흐름을 구상해 보았는데, 집필자에 따라 더욱 다양한 흐름이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권별 성경에 대한 설교적 개요를 싣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일반 주석은 단락별 해설에 들어가기 전에 서론 격으로 권별 성경의 역사적 배경과 구조 분석, 주요 신학적 이슈 등을 기술하는데, 설교적 주석은 그 특성에 맞게 해당 설교를 위한 주요 메시지를 중심으로 권별 성경 개론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설교적 주석의 활용

마지막으로 현장 설교자들이 설교적 주석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잠시 논하려고 한다. 먼저 일반 주석과의 관계 정립이 필요한데, 둘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협업의 관계다. 설교적 주석은 기존 성경신학적 주석에 대한 대체물이 아니라, 오히려 협력적인 보완물이다. 본문 이해를 위해 기존 주석을 충분히 활용하고, 그 다음 설교화 작업을 위해 설교적 주석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지금도 설교자들은 한 편의 설교를 위해 여러 권의 주석을 참조하는데, 그 여러 권의 끝자락에 설교적 주석을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앞서 말했듯이, 설교 준비는 본문 이해에서 시작해서 설교화 작업으로 마무리된다. 본문 이해를 위해 기존 주석을 활용하고, 주제와 대지를 짜는 설교화 작업에 설교적 주석을 활용한다면, 고된 설교 준비를 돕는 좋은 팀워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설교적 주석은 답습보다는 설교 작성을 위한 통찰을 얻는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교적 주석이 제시하는 내용을 그대로 따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묵상을 통해 나의 설교로 발전시키는 발판으로 삼으라는 말이다. 이에 관해 최근 필자에게 인상적인 경험이 있었다. 어느 교회에서 설교를 들었는데, 필자에게 귀한 깨달음과 도전을 주는 설교였다. 그런데 나중에 그 설교자가 필자에게 귀띔해 주기를 필자의 책에서 많은 통찰을 얻었다고 했다. 그 말에 조금 놀랐는데, 그 이유는 그날의 설교가 대지 구성과 흐름 면에서 필자의 글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경 본문의 흐름이 주는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사실상 새로운 설교라고 할 수 있었고, 내용 면에서도 설교자의 개인 체험과 묵상을 담은 ‘새로운’ 설교였다. 설교적 주석의 이상적인 활용법이라고 생각된다. 설교적 주석이 제시하는 설교 구상에서 얻은 통찰을 가지고 자신의 설교를 작성하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신학의 가장 요긴한 사명은 설교와 설교자를 섬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회에 있어 설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탁월한 성경 신학자들의 손을 통해 좋은 주석들이 공급되고 있고, 현장 설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설교학자로서 설교학의 영역에서 설교자들을 섬길 수 있는 자료를 생각 중 설교적 주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12 성경 신학과 설교학의 협업을 통해 현장 설교자들을 효율적으로 섬기고, 그로 인해 말씀의 강단이 더욱 튼실해지기를 희망한다. (다음 호에서는 창세기를 본문으로 설교적 주석을 시도해 보겠다)



1) 해돈 로빈슨, 《강해 설교》, 박영호 옮김(CLC, 2007)을 참조하라.
2) 해돈 로빈슨은 본문(text)보다 단락(passage)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3) 해돈 로빈슨은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 결정하기”라고 칭하는데, 실제 내용을 보면 연역식, 귀납식, 귀납-연역식, 이슈-완성형 등으로 설교의 형식을 결정한다.
4) 본문 뒤쪽에도 주석을 배치한 것은, 본문의 의미보다는 본문의 형성 과정을 다루는 주석도 있기 때문이다.
5) 해돈 로빈슨도 설교화 작업은 설교자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6) 근자에 설교 표절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설교자를 효과적으로 돕되, 표절 설교를 양산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7) 필자의 《쉬운 설교》(생명의 양식, 2015)를 참조하라.
8) 필자는 설교의 이슈를 제기하는 중심 질문을 ‘우산 질문’이라고 부른다.
9) 주제를 선포한 후, 본문 해석과 청중 적용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필자는 ‘원포인트 설교’라고 부른다. 전체 설교 흐름은 크게 네 덩어리로 이루어지는데 ①주제 개설 ②본문에 대한 적용적 해석 ③청중을 향한 해석적 적용 ④결론과 도전이다.
10) 원포인트 흐름으로 구성된 설교를 대지형 설교로 변형한 결과물인데, 필자는 이런 유형을 ‘원리 1+실천 2형’의 3대지 설교라고 부른다.
11) 필자는 이런 유형의 질문을 ‘탐색형 우산 질문’이라고 부른다.
12) 신학적 주석의 가능성도 모색해 볼만하다. 본문의 흐름을 좇아 관련된 교리와 신학적 이슈들을 소개하는 자료도 설교자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채경락 고신대학교 설교학 교수. 미국 남침례신학교(Ph.D.). 저서로 《쉬운 설교》, 《설교자들이 알아야 할 절기와 상황 설교》 등이 있다. 필자의 다른기사 keyboard_arrow_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