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예배 시간에는 교인 중 한 명이 회중을 대표해 기도하는 순서가 있다. 이를 가리켜 ‘대표기도’라고 한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교회에는 없는 현상이다. 즉 예배 시간에 목사가 아닌 교인이 회중을 대표해 기도하는 순서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대표기도라는 단어 사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한국 교회 예배 순서로 자리매김했다. 

대표기도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예배의 중요한 순서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예배 중에 선포되는 목사의 설교는 많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좋은 설교로 완성된다. 성가대(찬양대)가 성가 한 곡을 찬양하려면 여러 번의 교육과 연습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처럼, 예배의 다른 순서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공감하는 대표기도

대표기도를 맡은 사람도 교육과 훈련의 과정을 거쳐야 좋은 기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성경을 보면, 제자들은 예수님께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했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 보통 대표기도를 맡은 사람은 신앙생활을 오래한 교인이고, 누구에게 기도를 배운다는 것을 어색하거나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대표기도를 맡은 사람은 바른 기도를 위해 훈련과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이 있어야 한다. 

한 교회에서 대표기도를 하는 사람들의 기도 내용을 살펴보면 각자 자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기도한다. 몇 달에 한 번 하는 대표기도지만 거의 비슷한 도입부와 내용과 단어 사용이 반복돼서, 교인들은 대표기도자가 누구인가를 눈을 감고도 알 수 있다. 이는 기도를 위한 노력이나 훈련의 부족에서 온 결과다. 만약 기도자가 대표기도를 위해 훈련과 노력을 기울였다면 매번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변화가 거의 없는 기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표기도답지 못한 내용이나 신학적, 신앙적으로 문제가 있는 단어의 사용, 중언부언하는 기도, 문법에 맞지 않거나 말을 더듬는 기도, 전체 회중을 위한 기도가 아닌 개인적인 기도 등으로 예배 분위기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대표기도를 맡은 이들은 다음 12가지 사항을 참고해 모두가 공감하는 기도가 되게 해야 한다. 

1.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의 모범을 따르라
기도는 예배 중에 인간이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며 그 은혜에 감사하는 행위다. 주기도문의 모범은 하나님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며, 그 나라가 임하기를 원하며, 그 뜻이 이 땅에 이뤄지도록 소원하는 것이다. 이 큰 개념 안에 인간의 작은 간구와 소원이 포함돼 있어야 하며, 이러한 인간의 바람은 다시 하나님 아버지의 나라와 권능과 영광으로 귀결돼야 한다. 

2.    사람을 향해 기도하지 말라
기도하기 전에는 방향성을 먼저 생각하라. 기도는 하나님께 향한 것이어야 한다. 때로 기도의 내용이 설교처럼 들리거나 훈계하는 듯한 언어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는 하나님이 아닌 사람을 향한 기도로써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기도에 지나치게 한 사람을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이 들어가서도 안 된다. 기도를 미사여구가 가득한 시어(詩語)처럼 만들 필요도 없다. 웅변식으로 기도하는 태도도 사람을 의식한 것으로, 수정이 필요하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다. 대표기도는 회중을 대표해 예배 중에 하는 것이기에 의식적일 수밖에 없으나, 기도를 들으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도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기에 대표기도자가 기도할 때 회중이 그 기도를 감상해서는 안 된다. 회중을 대표한 기도이므로 교인들은 마음속으로 대표기도자의 기도를 따라서 하나님께 함께 기도를 드려야 한다. 마지막에 함께 기도했다는 표시로 “아멘” 하며 마쳐야 한다. 

3.    성가대(찬양대)만을 위해 기도하지 말라 
언제부터인가 한국 교회에는 설교자를 위한 기도 후에 성가대를 위해서 기도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 내용은 성가대의 수고를 치하하고, 잘 불러서 은혜가 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성가대를 위한 기도가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예배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많은 봉사자가 있는데, 유독 성가대만을 위해 기도하고 다른 분야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가령 예배를 위해 수고하는 헌금 위원이나 안내 위원, 방송 위원, 차량 봉사 위원을 위한 기도가 함께 있어야 한다. 만약 성가대의 찬양하는 행위를 세상적인 공연처럼 생각해 감상하려는 마음으로 잘하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한다면, 이는 찬양의 기본 자세를 망각한 것이다. 예배 중 성가는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예물이지 인간이 감상하고 즐기는 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중을 대표해 기도자가 기도하듯이, 성가대는 회중을 대표해 찬양하는 것이다. 따라서 회중은 성가대의 찬양을 감상해서는 안 되고, 속으로 함께 따라서 하나님께 찬양을 드려야 한다. 그리고 기도 후에 함께 “아멘” 하는 것처럼, 성가를 마친 후에는 “아멘”으로 화답해 회중이 함께 찬양을 드렸다는 표를 해야 한다.

4.    기도 시작 부분에 성경 구절을 읽지 말라 
대표기도자가 성경 구절을 읽고 기도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시정돼야 한다. 말씀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시는 위로부터 아래로의 복음이고, 기도는 인간이 하나님께 드리는 아래로부터 위로의 순서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에는 성경 구절 인용이 없다. 또한 성경에는 수많은 인물의 기도문이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성경 구절을 읽으며 시작하는 기도는 없다. 왜 그럴까? 성경은 인간이 들어야 할 하나님의 말씀이다. 기도 시간에 성경 구절을 낭독하는 행위는 하나님께 들어 보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도자가 성경 구절을 인용하고 싶은 충동은 결국 그 방향이 사람을 향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도 중간에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기도의 내용과 연관시키는 것은 문제가 없다. 

5.    중언부언하거나 문법적인 오류가 많은 기도를 하지 말라 
대표기도는 개인 기도와 다르다. 예배 중에 모인 교인 전체를 대표하는 기도는 잘 정돈되고 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도문을 반드시 써서 읽기를 반복하고, 거의 틀림없이 반듯하고 모범적인 내용의 기도를 해야 한다. 기도를 외우는 것은 정성이 들어가야 가능하다. 마치 성경 구절을 암송하듯 작성한 기도문을 외워야 한다. 이것이 어려울 때는 기도문을 보고 읽어야 한다. 기도문을 보고 모범적으로 기도하는 것이, 보지 않고 엉망으로 하는 기도보다 백 번 낫다. 목사의 설교도 원고 없이 방향성을 잃는 것보다, 원고를 보면서 바른 논리로 설교하는 것이 좋다. 성가대(찬양대)도 악보 없이 틀리게 부르는 것보다 악보를 보면서 정확하게 소리를 내는 것이 옳은 태도다.

6.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잘 전달되기를 기도하라
교회 예배의 중심에는 설교가 있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자가 전달하는 시간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완전하지만, 설교자는 인간이기에 불완전하다. 따라서 설교자가 좋은 설교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기도가 필요하다. 설교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잘 대언하도록 기도하고, 회중이 말씀을 잘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라. 말씀을 방해하는 마귀의 역사가 틈타지 못하도록 기도하라. 예배 분위기를 성령께서 주관하시어 말씀이 감동 있게 전달되도록 기도하라.

7.    교인의 연합과 화합을 해치는 내용을 피하라
정치적인 이슈나 이념적인 논쟁거리는 교인 전체가 합일된 의견을 가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사적인 문제나 경제, 교육, 윤리 문제 등의 분야에서 교인들의 정서가 양분되거나 사분오열인 상태라면, 기도자가 자기 주장을 기도에 담아서는 안 된다. 대표기도자가 자기의 견해를 강조하며 기도하면, 교회의 평화와 연합은 깨질 수밖에 없다. 
기도는 기도자의 어떤 주장을 관철시키는 수단이 아니다. 기도자는 개인이 아닌 교회 공동체 전체를 대표하는 기도를 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이 기도를 통해 주님의 뜻이 이뤄지기를 먼저 기도하라. 예수님이 교회 공동체에 주신 지상 명령은 “서로 사랑하고 하나가 되라”는 말씀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8.    기도 시간을 3분 이내로 하라
대표기도 시간을 3분으로 못박을 필요는 없지만, 회중이 눈을 감고 진행하는 대표기도가 길어지면 기도의 집중력이 떨어지며, 기도가 위선적으로 변할 수 있다. 눈을 감고 있는 회중이 잡념에 빠질 수도 있고, 기도가 핵심을 벗어난 내용으로 흐를 수 있다. 또한 예배 시간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통 예배는 정한 시간이 있고 각 순서에 묵시적으로 배당된 시간이 있어서 진행이 매끄럽게 흘러가야 한다. 예배는 복음이지만, 예배 의식은 시간 예술이다. 막힘이 없는 매끄러운 진행, 답답하지 않고 은혜로 충만한 분위기, 밋밋하지 않고 고저장단이 있어 감동을 더하는 예술작품 같은 예배가 되기 위해서는 기도 시간을 잘 지키고, 전체 예배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9.    주보에 있는 목회 방침이나 교회 행사를 포함하라 
대표기도자는 목사의 목회 방침이나 교회의 당면한 행사를 포함해 기도해야 한다. 그러나 이때 광고 시간의 반복처럼 해서는 안 된다. 기도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회 방침이나 교회 행사가 하나님 뜻에 합하기를 기도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풍성한 열매를 거두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10.    국제 정세나 사회적 문제를 포함하라
대표기도자는 돌발적인 국제적, 사회적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가령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를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의 기도를 할 수 있고, 재난과 천재지변과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해야 한다. 교회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 기도해야 하며, 이는 예배 중의 대표기도부터 모범이 돼야 한다.

11.    기도로 대표기도를 준비하라
대표기도자는 회중을 대표해 기도하는 막중한 임무를 잘 감당하기 위해 하나님께 지혜와 지식과 능력을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기도로 준비하지 않는 설교나 찬양이 없듯이, 기도도 기도로 준비해야 한다. 

12.    자신의 기도문을 작성하라
각자 기도문을 작성해 본다. 이때 기도문의 문장은 짧아야 한다. 기도문은 소설이나 논문처럼 부문장이 계속돼 반점(,)이 여러 개 반복되면 안 된다. 가능하면 문장을 짧게 만들어 매듭을 짓고 다음 문장으로 이어 가야 한다. 그 기도문을 소리 내어 읽고 어색한 부분을 수정해 보자. 문장의 띄어 읽을 부분을 검토하고 표시해서 읽어 보자. 책을 읽듯이 하지 말고 감정을 넣어 호소력이 있는 문장을 만들어 보자. 

대표기도의 과제: 한국적 상황과 언어 사용 문제 

‘복’과 ‘축복’의 혼용이다. 기도할 때 ‘하나님’을 주어로 한 문장에서는 원칙적으로 ‘축복’이란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 축복은 인간이 어떤 대상을 위하여 하나님께 복을 비는 행위다. 그러므로 복을 주시는 하나님께 ‘축복’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한국 교회에서는 ‘축복’이라는 말이 의미 전도돼 ‘복’이라는 단어와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고, 기도에도 관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님’이라는 존칭어 사용 문제도 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사람 이름에 존칭을 붙이는 것은 사실상 결례가 되는 일이다.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에 가령 ‘목사님에게’, ‘장로님을 위해’ 등 ‘님’ 자를 붙이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사람도 듣고 있기에 존칭을 생략하면 매우 불편해진다. 평신도가 기도하면서 “우리 목사를 위해 기도합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면 어색하므로 한국적인 상황을 고려해 관용적인 존칭 사용을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