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없는 종교는 없다.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 유대인은 하루 세 번 기도한다. 불자도 새벽 예불을 드린다. 수능, 입시 기도 법회도 있다. 기도는 종교를 지탱하는 힘이자 원천이다. 하지만 종교마다 기도의 개념과 목적은 사뭇 다르다. 

기도를 통해 구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그 종교를 알 수 있다. 기도를 통해 해탈을 구한다면 그 종교는 현실 도피의 종교다. 기도를 통해 세속의 복을 구한다면 그 종교는 기복의 종교다. 기도를 보면 그 종교의 수준을 알 수 있고 기도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올바른 기도의 중요성

 이런 면에서 우리의 기도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기도 수준이 우리가 믿는 기독교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도 내용이 주로 현세적인 복, 즉 성공, 부, 건강, 자녀, 평안에만 머물러 있다면, 세상 사람들은 기독교를 기복종교로 단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바르게 기도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성경적 기도는 무엇일까? 평생 기도해 왔지만 이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기도의 중요성을 알지만 정작 성경적 기도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그리스도인이 너무 많다. 이유가 뭘까? 우리의 기도 패턴이 하나님이 원하는 기도가 무엇인지를 배우거나 생각하면서 형성되지 않고 그저 처음 신앙생활 하면서 출석한 교회의 기도 분위기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정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기도 모습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자 각양각색이다. 10분 정도 기도하면 더 이상 기도할 게 없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시간을 기도해도 아직도 아뢰지 못한 말이 많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 기도를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주야장천 큰 소리로 부르짖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입 밖으로 한마디도 내뱉지 않고 조용히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도 있다. 

기도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다. 성경에도 강청 기도, 묵상 기도, 철야 기도, 금식 기도 등 다양한 기도 방법이 나온다. 기도에 있어서 정작 중요한 것은 기도의 방법이 아니라 기도의 내용이다. ‘어떻게’ 기도할 것인지보다 ‘무엇’을 기도할 것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응답받는 기도의 조건은 얼마나 많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부르짖느냐보다 기도하는 내용이 얼마나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예수님은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예수님은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 15:7)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을 통해 기도를 배운 사도 요한도 “그를 향하여 우리가 가진 바 담대함이 이것이니 그의 뜻대로 무엇을 구하면 들으심이라”(요일 5:14)라고 교훈한다. 이렇게 성경은 응답받는 기도의 비결이 올바른 기도의 방향, 즉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대로 드리는 기도에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하나님의 뜻대로 드리는 기도

성경적 기도는 우리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다. 그렇다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성경 전체를 볼 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하나님을 바로 알고 믿는 것이다.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의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다(요 17:3). 그리고 하나님의 거룩한 성품을 닮아 가는 것이다. 하나님은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고 말씀하신다(벧전 1:16). 마지막으로, 하나님 나라 사역에 동참하는 것이다. 주님은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고 말씀하신다(마 6:33). 그렇기에 우리의 기도도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세 가지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첫째, 하나님을 알아가기 위한 위를 향한 사귐의 기도다. 하나님과의 만남과 교제가 기도의 첫 번째 목적이 돼야 한다. 사도 요한은 하나님의 자녀들은 아버지 하나님과의 만남과 사귐이 필요하다며 기도의 자리에서 하나님과의 풍성한 교제를 나누라고 다음과 같이 권면한다.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너희에게도 전함은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누림이라”(요일 1:3). 바울도 기도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을 알아가는 일이 중요함을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너희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 너희 마음의 눈을 밝히사 그의 부르심의 소망이 무엇이며 성도 안에서 그 기업의 영광의 풍성함이 무엇이며 그의 힘의 위력으로 역사하심을 따라 믿는 우리에게 베푸신 능력의 지극히 크심이 어떠한 것을 너희로 알게 하시기를 구하노라”(엡 1:17-19).

교회사의 걸출한 세 스승 아우구스티누스, 마르틴 루터, 장 칼뱅도 기도는 가장 먼저 우리의 기도를 받으시는 하나님을 향해야 하며 하나님을 바로 알고 그분을 만나 교제하는 자리가 돼야 함을 강조한다. 그렇다. 기도는 가장 먼저 위를 향해야 한다. 하나님을 바라보며 기도를 받으시는 하나님은 어떤 분인지 묵상하고 그분과의 친밀한 교제를 통해 그분을 더 많이 그리고 더 깊이 알아가야 한다.
둘째, 하나님의 거룩함을 닮기 위한 안을 향한 성품의 기도다. 하나님이 우리를 창조하고 구속하신 이유는 예수님을 닮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일이 인생의 목적이 돼야 한다. 인간은 본래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말은 하나님을 닮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간의 범죄로 인해 하나님의 형상이 깨졌다. 다시 말해 인간의 타락으로 하나님의 형상, 즉 하나님의 성품을 잃어버렸다. 하나님은 이를 회복시키려고 자신의 아들을 이 땅에 내려보내셨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죄의 문제를 해결하셨다. 그 결과 깨어진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예수님의 피로 구속받은 성도는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 즉 하나님의 성품을 회복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 

그렇기에 바울은 에베소 교회 성도들에게 주님의 성품을 닮아 가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권면한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엡 4:13). 그리스도인은 지속적인 성장과 성숙을 통해 하나님이 소유하신 사랑의 성품을 닮는 자리로 나가야 한다. 베드로 사도도 기도의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이렇게 교훈한다. “이로써 그 보배롭고 지극히 큰 약속을 우리에게 주사 이 약속으로 말미암아 너희가 정욕 때문에 세상에서 썩어질 것을 피하여 신성한 성품에 참여하는 자가 되게 하려 하셨느니라”(벧후 1:4). 여기서 말하는 신성한 성품은 하나님의 성품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신 목적은 우리를 변화시켜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는 자가 되게 하는 데 있다. 영성의 대가로 알려진 리처드 포스터는 《기도》라는 책에서 우리 자신과 관련해 기도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우리 자신이 변화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셋째, 하나님 나라 사역에 동참하기 위한 밖을 향한 사역의 기도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을 통해 기도의 자리에서 우리의 관심사보다 하나님의 관심사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마 6:33). 

하나님 나라 사역에 동참하려면 먼저 하나님의 나라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한마디로 말하면 하나님이 왕으로 통치하시는 나라다. 창조주 하나님은 온 우주의 유일한 왕이다. 왕이신 하나님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시면서 이 땅에 세우고자 했던 하나님 나라는 안식과 평화,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샬롬의 나라다. 하지만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반역과 범죄로 인해 하나님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이 세상은 하나님이 본래 계획하고 의도하셨던 것과는 정반대로 불법, 폭력, 강도, 살인, 고통, 탄식, 눈물, 좌절, 절망, 죽음 등이 가득한 생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하나님의 대적자인 사탄이 자리한다. 사탄은 하나님께 통치권을 위임받은 인간을 범죄하게 해서 하나님의 주권을 불법적으로 찬탈했다. 그래서 하나님은 사람이 되어 이 땅에 내려오셨다. 사탄이 도적질해 간 자신의 주권을 되찾아서 하나님 나라를 회복하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다. 예수님은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통해 죄와 사망의 권세를 이기고 승리하셨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하나님 나라는 이미 시작됐다(눅 10:18; 마 12:28). 물론 하나님 나라의 최종적 완성은 주님의 재림과 함께 이뤄질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와 관련해서 ‘이미’와 ‘아직’ 사이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이미 시작된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 되어 주의 재림과 함께 최종적으로 완성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는 사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우리는 기도의 골방에서 사역의 기도를 통해 세계 열방을 품으며 하나님 나라 사역에 동참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기도를 위한 표준교과서: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

위에 계신 하나님을 향하는 기도를 할 때 사도신경을 표준교과서로 삼으면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하나님과 친밀한 사귐을 가질 수 있다. 사도신경은 성경이 증거하는 하나님과 그분이 성취하신 모든 일을 다 포괄하진 않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들을 요약해 준다. 

사도신경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앞부분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도신경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을 묵상하면 이런 기도를 드릴 수 있다.  “나는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믿습니다. 나는 그의 유일한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나는 예수님의 성령 잉태와 동정녀 탄생, 죽으심과 부활하심, 승천과 재림을 믿습니다. 나는 성령 하나님을 믿습니다.” 사도신경의 뒷부분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행하신 사역의 결과를 고백한다. “나는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를 믿습니다. 나는 죄의 용서와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 사도신경을 통해서 기도하면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향한 찬양과 감사의 고백들도 올려드리게 된다. 하나님과 그분의 성품을 찬양하고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들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다음으로 하나님이 소유하신 사랑의 성품을 닮아 가는 기도를 할 때 십계명을 표준교과서로 활용하면 큰 유익을 얻을 수 있다. 십계명에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구체적인 방법이 핵심적으로 요약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터는 내면의 양심을 성찰하기 위해 십계명을 규칙적으로 묵상해 보라고 권면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기도의 자리에서 어떻게 십계명을 활용할 수 있을까? 

십계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1계명부터 4계명까지는 우리가 하나님이 소유하신 사랑의 성품을 어떻게 닮아 갈 수 있는지를 4개의 계명을 통해 교훈한다. 나머지 5계명부터 10계명까지는 하나님이 소유하신 사랑의 성품을 소유한 자라면 어떻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교훈한다.

기도의 자리에서 이 계명들을 곱씹고 묵상하면 가장 먼저 하나님의 성품대로 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죄와 그런 죄를 짓게 만드는 죄악된 성품을 돌아보며 회개의 고백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진실한 회개를 통해 주께서 십자가 보혈의 피로 모든 죄를 사해 주심을 경험하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십계명에 반영된 하나님의 성품을 닮기를 열망하면서 간구하게 된다. 기도의 자리에서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던 타락하고 부패한 본성은 서서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성령의 도우심으로 하나님이 소유하신 사랑의 성품이 점점 더 선명하게 자리 잡게 된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을 표준교과서로 활용해서 밖을 향한 사역의 기도를 드릴 수 있다. 주기도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먼저, 세 개의 ‘아버지(당신) 청원’이 나온다. 첫 번째 청원은 오직 하나님의 이름만 거룩히 여김을 받게 해 달라는 간구다. 두 번째 청원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해 달라는 간구다. 세 번째 청원은 하늘에서처럼 이 땅에서도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게 해 달라는 간구다. 

다음으로, 세 개의 ‘우리 청원’이 뒤이어 나온다. 첫 번째 청원은 우리에게 매일의 양식을 허락해 달라는 간구다. 두 번째 청원은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사람을 용서해 준 것처럼 우리의 죄를 용서해 달라는 간구다. 세 번째 청원은 우리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고 우리를 악으로부터 구출해 달라는 간구다. 이렇게 우리는 기도의 골방에 들어가 주기도문을 통해 기도하면서 세계 열방을 품고 하나님 나라 사역에 동참할 수 있다. 

성경적 기도의 능력을 체험하라

우리는 교회의 가장 소중한 유산 세 가지, 사도신경과 십계명과 주기도문을 통해 위에 계신 하나님께 찬양하며 감사하고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며 회개하고 간구할 수 있다. 밖을 향한 사역의 기도를 통해 중보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기도 훈련을 일정 기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그다음부터는 성령의 자유로운 역사를 통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해진다. 

위를 향한 사귐의 기도와 관련해서는 사도신경뿐만 아니라 매일 읽는 성경과 큐티나 설교 말씀을 활용해서 하나님과의 더 풍성하고 깊이 있는 만남과 교제를 이어갈 수 있다. 안을 향한 성품의 기도와 관련해서는 십계명뿐만 아니라 팔복(마 5장), 사랑장(고전 13장),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갈 5장) 등 다양한 구절을 활용해서 하나님을 닮아 가는 성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밖을 향한 사역의 기도와 관련해서는 주기도문뿐만 아니라 구약과 신약에 나오는 하나님 나라 관련 구절들과 각자 섬기는 교회의 기도제목, 성도들께 부탁받은 중보 기도의 제목 등을 활용해서 더 입체적이고 폭넓게 하나님 나라 사역에 동참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계속하면 기도의 지경이 더 넓어지고 기도의 영광과 능력을 더 생생하게 체험하게 된다. 우리의 기도는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 하늘 보좌로 올라간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하늘 문을 열고 닫으신다. 기도하는 한 사람이 기도 없는 한 민족보다 강하다. 성경적 기도를 통해 기도의 놀라운 은혜와 능력을 체험하는 축복의 주인공들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