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안에는 다양한 신앙관이 존재한다. 매우 보수적인 신앙부터 매우 진보적인 신앙까지 다양한 결이 있다. 성경 해석에 대해서도 문자적인 해석을 하는 근본주의 신앙이 있는가 하면 성경의 맥락 안에서 내용의 의미를 풀어서 이해하려는 신앙도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신앙 전통에 따라 여러 교단과 교파가 형성됐다. 최근에는 한국 사회가 점차 세분화 및 파편화되면서 더욱 다양한 형태의 신앙 유형을 가진 기독교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한 교회 안에서 서로 다른 신앙관으로 인해 갈등을 빚거나 신앙생활 자체를 힘들어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자신과 같은 생각이 아니면 잘못된 신앙이라고 단정하고 심지어는 이단시하거나 정죄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태도는 교회가 신앙 공동체를 이루는 데 큰 장애가 된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기 힘든 환경이 되고 치열한 고민과 토론 없이 한 생각만 강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더 이상 교회에 다니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교회를 참다운 공동체로 세우기 위해 기독교인의 다양한 유형을 구분하고 이들의 인식 및 행동을 분석할 필요가 대두됐다. 그래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공동으로 2024년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개신교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국 개신교 신자들의 유형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기독교인이 자신의 신앙생활을 보다 의미 있게 하고, 다양한 신앙의 종류를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 기여하고, 교회와 목회자에게 각 유형에 맞는 사역과 교육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기독교인의 신앙 유형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 신앙 유형을 네 차원으로 나눠서 분석했다. 첫째, 성경과 기독교 신앙의 전통을 중시하는 전통형 대(對) 이에 얽매이지 않는 현대형, 둘째, 영적인 차원이나 내세를 중시하는 초월형 대 현실이나 실생활을 중시하는 현실형, 셋째, 공동체를 중시하는 공동체형 대 개인을 중시하는 개인형, 넷째, 권위를 중시하는 권위형 대 권위를 중시하지 않는 탈권위형 신앙이다. 각 변수별로 4-5개의 질문을 통해 평균값을 도출했고, 이 결과에 따라 유형을 분류했다. 그 결과, 전통형이 76.8%로 현대형(23.2%)보다 훨씬 많았고, 권위형(71.8%)도 탈권위형(28.2%)보다 많았다. 초월형(52.5%)과 현실형(47.5%), 공동체형(54.4%)과 개인형(45.6%)은 큰 차이가 없었다. 

네 가지 변수를 조합한 세부 유형에서는 전통-초월-공동체-권위적 신앙 유형이 33.3%로 가장 많았다. 이 유형은 나이가 많을수록, 주일예배 참석 빈도가 높을수록, 교회 직분이 높을수록, 신앙 단계가 높을수록 많았고, 기독교 가정과 이념 성향이 보수적인 부류에서 많았다. 따라서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신앙생활에 적극적인 신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전통-현실-공동체-권위적 신앙 유형이 12.2%, 현대-현실-개인-탈권위적 유형이 10.6%, 전통-초월-개인-권위적 유형이 10.3%로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이 나온 전통-초월-공동체-권위적 유형과 정반대인 현대-현실-개인-탈권위적 유형은 나이가 젊을수록, 예배 참석 빈도가 낮을수록, 교회 직분이 낮을수록, 신앙 단계가 낮을수록 많았고, 가나안 신자에게서 많이 나타났다. 곧 교회 생활에 소극적인 신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상위 네 유형이 전체의 3분의 2로 다수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12유형이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결과는 그만큼 교회 안에 다양한 신앙 유형이 존재함을 보여 준다. 이 글에서는 지면의 제약으로 인해 상위 네 유형을 중심으로 주요 내용만 분석하고자 한다(〈도표1〉).


유형에 따라서 신앙 의식은 차이가 컸다. 전통 대 현대적 신앙을 나누기 위한 질문에서 “성경은 오류가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말에 대해 전통형의 세 유형은 모두 97% 안팎의 높은 동의율을 보였지만, 셋째 유형인 현대-현실-개인-탈권위적 유형은 비동의율이 58%로 과반을 차지했다.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 초자연적 기적 등에 대해서도 세 유형은 81% 안팎이 동의했지만 셋째 유형은 87%가 동의하지 않았다. 성경 내용과 과학이 충돌할 경우에 세 유형은 90% 안팎이 성경을 더 신뢰한다고 답했지만 셋째 유형은 90%가 과학을 더 신뢰한다고 응답해 대조를 이뤘다.

초월 대 현실 지향 신앙을 나누기 위한 질문에서 초월형인 첫째와 넷째 유형은 70% 이상이 영성 훈련과 실생활 훈련 가운데 영성 훈련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는데 현실형인 둘째와 셋째 유형은 실생활 훈련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랐다. 첫째와 넷째 유형은 70% 안팎이 “죽어서 가는 곳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응답했지만 셋째 유형은 동의율이 52%로 적었고 둘째 유형은 71%가 “이 땅에서 실현되는 곳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응답했다. 신앙의 목적에 대해서도 첫째, 넷째 유형은 80%가 “구원/영생이 중요하다”고 응답했지만, 둘째, 셋째 유형은 80% 안팎이 “이 땅에서 예수님을 닮아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공동체 대 개인 지향 신앙에 대한 질문에서는 공동체형인 첫째, 둘째 유형은 다수가 교회에 모여 드리는 예배와 교육 활동, 공동체의 유익을 위한 교회 봉사를 중요시하고 소그룹 활동을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개인형인 셋째, 넷째 유형은 다수가 개인적 믿음과 실천, 내 신앙이 바로 서는 것을 중시하고 개인 경건 생활을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마지막으로 권위 대 탈권위 지향 신앙에 대해서는 교회 방침이나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권위형인 첫째, 둘째, 넷째 유형은 80% 안팎이 “교회 방침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반면 탈권위형인 셋째 유형은 97%가 “나의 판단과 생각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목사의 의견이 자신의 생각과 어긋날 경우에도 세 유형은 절대다수가 “목사의 의견을 따른다”고 응답했는데 셋째 유형은 95%가 자신의 판단을 따른다고 응답했다. 직분 제도에 대해서도 세 유형은 다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셋째 유형은 61%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해 매우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다양한 신앙 의식과 신앙생활

유형에 따라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도 다르고 신앙 활동의 내용도 달랐다. 초월형은 내세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현실형은 마음의 평안을 위해 신앙생활을 한다. 특히 셋째 유형은 “권유에 따라 별 생각 없이”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 17.6%로 상대적으로 많았다(〈도표2〉). 이 유형의 사람들은 주일예배 참석을 포함해서 개인 경건 생활이나 여러 신앙 활동에 소극적이다. 구원에 대한 확신과 신앙 체험이 적고 삶에서 신앙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신앙 훈련에 잘 참여하지 않고 전도도 열심히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를 돕거나 정의를 세우는 일에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전통적인 교회 활동보다 사회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신앙 단계에 대한 차이도 있었다. 신앙 단계는 이전에 미국의 윌로크릭교회에서 사용한 방법으로 기독교인의 신앙을 네 단계로 구분해 응답자가 선택하도록 했다. 1단계는 기독교 입문층으로 일반적인 기준의 초신자에 해당하고, 마지막 4단계는 그리스도 중심층으로 가장 높은 단계다. 이에 대해 셋째 유형은 가장 많은 73%가 1단계라고 응답했고, 첫째 유형은 가장 많은 42%가 3단계라고 응답했다. 4단계라는 응답은 넷째 유형이 32%로 가장 많았다. 이 유형은 3단계라는 응답이 34%로, 첫째 유형과 함께 스스로를 가장 높은 신앙 단계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앙의 다양성과 관련해서는 교회 안에 서로 다른 신앙과 신학을 가진 사람이 있을 때 세 유형은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는 데 더 많이 동의하지만 셋째 유형은 “성도 간의 하나 됨을 위해 원칙을 약간은 타협할 수 있다”는 데 더 많이 동의했다. “신앙에서 진리가 하나”라는 데에 세 유형은 절대 다수가 동의했지만 셋째 유형은 63%가 동의하지 않았다. 또한 교회에 동성애자가 출석하는 것에 대해 세 유형은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 특히 첫째 유형은 가장 많은 40%가 “동성애자가 회개하지 않으면 교회 출석을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셋째 유형은 63%가 반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는데 “동성애자와 격의 없이 활발한 교제를 한다”는 데 34%가 동의해 다른 유형과 큰 대조를 이뤘다.

또한 공동체형은 교회 생활을 중심으로 신앙 활동을 하지만 개인형은 주로 온라인이나 기독교 방송을 통해 신앙 활동을 하고 있었다. 첫째, 둘째 유형은 기존의 교회 중심의 신앙 활동을 많이 하는 데 반해 셋째 유형은 기독교 방송을 많이 시청하고 넷째 유형은 온라인 콘텐츠를 많이 본다. 첫째, 둘째 유형은 소그룹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지만 셋째, 넷째 유형은 소그룹에 속해 있지 않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속해 있어도 소극적으로 참석하고 있었다. 개인형은 다른 교인과의 교제나 교회 안 구제 활동에도 공동체형에 비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교회 봉사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다른 세 유형은 교회 예배 및 목사님 설교를 통해 신앙 성장에 도움을 받는다고 응답한 데 반해 셋째 유형은 미디어와 가족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는 응답이 많다는 차이가 있었다. 

한편, 새로운 교회에 출석했는데 목사가 자신의 신앙이나 신학과 다른 설교를 할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85%가 교회를 떠난다고 응답해 네 유형 모두 자신의 신앙 기준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넷째 유형은 가장 많은 92%가 떠난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리고 첫째 유형은 “즉시 교회를 떠난다”는 의견이 16%로 가장 많아서 자신의 신앙에 대한 확고한 태도가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에 셋째 유형은 가장 적은 73%가 떠난다고 응답했고, 27%가 계속 출석한다고 응답해서 다른 유형과 대조를 이뤘다. 셋째 유형은 대체로 신앙 단계가 낮기 때문에 자신의 신앙에 대한 확신이 적어서 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로 다른 신앙 스타일

유형에 따라 선호하는 신앙 방식도 달랐다. 초월형인 첫째, 넷째 유형은 전통적이고 경건한 분위기의 예배당을 더 선호하고 예배 순서 가운데 말씀 시간이 더 은혜롭다고 생각했다. 반면 현실형인 둘째, 셋째 유형은 현대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의 예배당을 더 선호하고 찬양 시간이 더 은혜롭다고 응답했다. 또한 전통형인 세 유형은 전통적인 찬송가가 더 좋다고 느끼는 반면, 현대형인 셋째 유형은 현대적인 찬양이나 CCM이 더 좋다고 느꼈다. 교회 직분에 대해서 세 유형은 50% 안팎이 “당연히 맡아야 할 사명으로 감사하게 감당한다”고 응답했지만 셋째 유형은 57%가 “맡고 싶지 않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감당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둘째, 넷째 유형에서도 “맡고 싶지 않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감당한다”와 “교회에서 주어진 것으로 별다른 생각 없이 감당한다”는 응답을 합하면 과반이 직분에 대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 첫째 유형과 차이가 있었다.

한편 공통점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통성 기도보다는 묵상 기도를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차이는 있다. 전체의 76%가 이렇게 응답했는데 첫째 유형은 가장 많은 40%가 통성 기도를, 셋째 유형은 가장 많은 97%가 묵상 기도를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또 모든 유형의 약 82%가 자신의 신앙은 뜨겁고 열정적이기보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신앙에 가깝다고 응답했다. 첫째 유형은 가장 많은 33%가 뜨겁고 열정적인 신앙에 가깝다고 응답했고, 셋째 유형은 가장 많은 98%가 차분하고 이성적인 신앙에 가깝다고 응답해 유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었다. 또한 여성 안수는 다수가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교회 세습은 과반수가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며 유형별 차이가 적어서 의견 차이가 별로 없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모태 신앙의 비율은 30%로 나타났는데 네 유형 중에는 셋째 유형이 34%로 가장 많았다. 탈권위형에 모태 신앙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신자들이 탈권위적 성향을 갖는 경향이 다소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회 이슈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

먼저 진화론에 대해 물었다. 이때 창조와 진화를 대비시키지 않고 진화적 창조론 즉 하나님의 창조를 전제하고 창조 이후 또는 창조 과정에 진화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론에 가까운 문장을 제시했다. 그랬더니 전체의 45%가 “하나님의 창조가 전개되는 한 방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했고, 34%는 “하나님의 창조를 부인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나머지 20%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진화론에 대해 유연하고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세부적으로, 첫째 유형은 절반이 넘는 57%가 “진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답한 데 반해 현실형인 둘째, 셋째 유형은 과반수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넷째 유형은 어느 쪽도 절반이 넘지 않아서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도표3〉).


동성애에 대해서는 과반인 52%가 “동성애는 죄”라고 응답했는데, 첫째, 둘째, 넷째 유형은 70% 안팎이 동성애가 죄라는 데 동의했다. 반면에 셋째 유형은 62%가 “동성애는 죄가 아니다”라고 응답해서 다른 유형과 큰 차이를 보였다. 연령별 차이도 있었는데 20-30대의 젊은 층에서는 죄가 아니라는 비율이 더 많은 데 반해 40대 이상에서는 죄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미혼 동거에 대해서는 과반인 55%가 “결혼할 사이면 괜찮다”고 응답해 전체적으로 열린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첫째 유형은 가장 많은 38%가 반대한다는 의견인 반면 셋째 유형은 4%만 반대하고 47%는 “결혼과 상관없이 괜찮다”고 응답해 가장 개방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미혼 출산에 대해서는 전체의 70%가 부정적 의견이었다. 다만 첫째, 둘째, 넷째 유형은 70% 이상이 부정적인 입장인 반면 셋째 유형은 절반이 넘는 52%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정치 성향은 전체적으로 중도가 39%, 보수가 35%, 진보가 27%였다. 첫째 유형은 가장 많은 44%가 보수인 데 반해 넷째 유형은 가장 많은 37%가 진보라고 응답했다. 셋째 유형은 과반인 53%가 중도, 28%가 진보라고 응답해 중도 진보의 성향을 보였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기독교인일 경우 이 사실이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전체의 72%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동체

조사 결과가 보여 주듯 교회 안에는 다양한 신앙 유형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교회에 오래 다니고 신앙 단계가 높을수록 전통과 권위를 강조하는 신앙 모습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 유형이 반드시 옳거나 바람직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가장 많은 유형인 전통-초월-공동체-권위적 유형과 정반대인 현대-현실-개인-탈권위적 유형이 세 번째로 많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두 유형은 의견 충돌이나 갈등이 빚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서로에 대한 존중과 소통이 필요하다.

소수 유형에 속한 신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넷째 유형인 전통-초월-개인-권위적 유형은 신앙 단계가 높으면서도 신앙생활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갖는 특징을 보인다. 소그룹 활동이나 다른 교인과의 교제,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어느 한 가지가 주를 이루지 않는다. 전통적인 신앙을 갖고 있으면서 개인을 중시하는 신앙은 교회 안 다수의 유형과는 차이를 보인다.

또한 상위 네 유형에는 속하지 않지만 다섯 번째인 전통-현실-개인-탈권위적 유형은 전통적인 신앙을 고수하면서도 개인적이고 탈권위적인 신앙 유형에 속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신앙 전통을 중시한다는 점은 첫째, 둘째, 넷째 유형과 같지만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현실 참여적이고 개인적인 신앙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매우 개방적인 신앙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 유형은 개인 경건 생활이나 교회 생활에 전체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사회 정의나 사회 참여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는다. 신앙 의식이나 신앙생활 면에서 셋째 유형의 성향과 매우 유사하다. 

다양한 신앙 유형이 공존하는 교회 안에서 주류가 아닌 유형을 비신앙적이다 또는 신앙이 약하다고 단정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개인 경건 생활을 충실히 하고 교회에 충성 봉사하고 교회 요청에 순종하는 것을 좋은 신앙이라고 생각했다. 교회나 목회자의 가르침을 곧 성경의 가르침으로 생각하며 거스르지 않는 것을 덕이 되는 모습이라고 여겨 왔다. 그러나 성경의 가르침과 교회의 가르침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교회의 권위에 무조건 순종하는 것은 바람직한 신앙인의 모습이 아니다. 교회 안에서 서로의 신앙에 대한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

특히 교회에 처음 나왔거나 신앙 단계가 낮은 신자들이 교회 정서나 분위기에 적응하게 하려면 기존 신자들이 다양한 신앙 유형을 이해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신앙 단계가 낮다는 말은 반드시 신앙 수준이 낮다는 의미가 아니라 교회의 전통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교회의 가르침이나 요구에 순응하기보다 고민하고 유보하는 태도를 갖기 때문에 신앙 단계가 높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나안 성도들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이들은 출석 성도의 신앙관과는 매우 다른 성향을 보인다. 여전히 예수님을 따르고 믿지만 교회는 믿고 따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의 신앙이 전적으로 틀리다고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회 안에도 구원의 확신이 없거나 개인 신앙생활 또는 교회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교육이나 훈련보다 다양한 신앙 유형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사회는 더욱 다양해지고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다양한 소비자를 고려한 맞춤형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획일화를 추구하는 것은 시대 상황에 맞지 않다. 기독교의 본질은 유지하되 다양한 사람의 신앙적 필요를 어떻게 충족할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교회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하고 협의하며 더 나은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한국 교회가 다양성을 수용하면서 성도들의 신앙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는 진정한 신앙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