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 2 주의 대적으로 말미암아 어린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으로 권능을 세우심이여 이는 원수들과 보복자들을 잠잠하게 하려 하심이니이다 3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4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5 그를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영화와 존귀로 관을 씌우셨나이다 6 주의 손으로 만드신 것을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의 발 아래 두셨으니 7 곧 모든 소와 양과 들짐승이며 8 공중의 새와 바다의 물고기와 바닷길에 다니는 것이니이다 9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각 시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노래이며 우주다. 그러나 또한 한 권의 책인 시편의 문맥 안에서(앞뒤 시편들과의 문예적 조응을 통해, 각 권의 신학적 비전 안에서, 그리고 10여 편으로 이루어지는 작은 시편 모음집인 ‘시편집록’ 안에서) 새로운 해석의 빛을 발한다. 이러한 해석적 다층성은 시편의 의미의 진폭을 넓혀 주고, 시편을 통해 누리는 신자의 삶의 복락을 풍성하게 한다.

이번 호에서는 시편 제1권의 첫 시편집록(작은 시편 모음집)인 3편에서 14편까지에서의 중심인 시편 8편을 주로 살펴보려 한다. 이 첫 시편집록은 제1권의 중추인 19편(언약시)으로 이어지는 신학적 토대를 형성한다. ‘고통으로 가득한 현실 속에서 신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탐구가 바로 그 토대다.

탄식의 바다 한가운데 비추는 빛

시편 8편에서 우리가 처음 마주하는 것은 이 시편의 표제어다(“다윗의 시, 인도자를 따라 깃딧에 맞춘 노래”). 여기에 등장하는 ‘깃딧’은 그 의미가 불분명하다. 시편 안에서도 81편과 84편에서만 추가로 등장하는 이 단어는 도시 ‘갓’에서 유래한 곡조, 즉 ‘갓 사람들의 곡조’를 의미한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포도주 틀을 의미하는 ‘깃돗’과의 언어적 유사성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¹ 초막절 무렵 거둔 포도를 포도주 틀에서 밟으며 부르는 흥겹고 기쁜 찬양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 찬양은 시편의 영역을 넘어 포도주 틀에서 조심스레 타작하던 기드온 이야기(삿 6:11)와도 연결될 수 있다. 2절의 “주의 대적으로 말미암아 ‘어린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으로 권능을 세우심이여”라는 표현은 스스로를 ‘가장 작은 자’로 표현했던 기드온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 연원이 무엇이든 본문의 어조를 고려해서 보면, 본 시편은 하나님께 대한 기쁘고 흥겨운 찬양임이 분명하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면, 시편 8편의 문예적 위치는 독특하다. 시편 3편에서 14편까지의 부분집록의 시편 양식(Gattung)을 살펴보면, 이 구간은 대부분 탄식시들로 채워져 있다. 이것은 각 시의 첫 절만을 읽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일어나 나를 치는 자가 많으니이다”(3:1 ‘다윗이 그의 아들 압살롬을 피할 때에 지은 시’)
“내 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를 때에 응답하소서”(4:1).
“여호와여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사 나의 심정을 헤아려 주소서”(5:1).
“여호와여 주의 분노로 나를 책망하지 마시오며 주의 진노로 나를 징계하지 마옵소서”(6:1).
“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피하오니 나를 쫓아오는 모든 자들에게서 나를 구원하여 내소서”(7:1).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절망과 고통의 언어들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8:1)라는 찬양이 울려 퍼진다. 마치 폭풍우 한가운데서 잠시 구름이 걷히며 햇살이 비치는 순간과도 같다.

이러한 배치는 우연이 아니다. 뒤잇는 시편 9편에서도 찬양은 계속되지만(“내가 전심으로 여호와께 감사하오며 주의 모든 기이한 일들을 전하리이다”, 1절), 이 시편의 후반부에서는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강렬한 간청이 다시 나타난다. “여호와여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나를 사망의 문에서 일으키시는 주여 나를 미워하는 자에게서 받는 나의 고통을 보소서”(13절).² 이러한 탄식의 어조는 시편집록의 후반부에서도 계속 이어지는데, 뒤로 갈수록 시편 기자의 부르짖음은 오히려 더욱 처절해진다. 

“여호와여 어찌하여 멀리 서시며 어찌하여 환난 때에 숨으시나이까”(10:1).
“내가 여호와께 피하였거늘 너희가 내 영혼에게 새 같이 네 산으로 도망하라 함은 어찌함인가”(11:1).
“여호와여 도우소서 경건한 자가 끊어지며 충실한 자들이 인생 중에 없어지나이다”(12:1).
“여호와여 어느 때까지니이까 나를 영원히 잊으시나이까 주의 얼굴을 나에게서 어느 때까지 숨기시겠나이까”(13:1). 

마침내 이 시편집록의 대단원인 14편에서 시편 기자는 여호와의 침묵의 의미를 깨닫는다.

“어리석은 자는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는도다 그들은 부패하고 그 행실이 가증하니 선을 행하는 자가 없도다 여호와께서 하늘에서 인생을 굽어살피사 지각이 있어 하나님을 찾는 자가 있는가 보려 하신즉”(14:1-2).

‘하나님의 부재’에 대해 절규하는 탄식시들 사이에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우주적 찬양시를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단순한 정서적 완화나 문학적 장치를 넘어서는 깊은 신학적 고뇌 때문이다. 고난의 현실 한가운데서도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주권, 그리고 창조 질서에 대한 굳건한 신앙고백이 그 고뇌가 끝내 다다른 지점이다.

이를 시편 각 권에 독특한 신학적 지향이 있다는 점에서도 조망해 보자. 시편 제1권은 정경적으로 볼 때, 다윗의 시 모음집이고 바빌론 포로기 이전의 시들이다.3 국가적 위기 상황이 아니라 다윗의 개인적 고난의 상황이 이 시들의 주된 삶의 정황(Sitz im Leben)이다. 탄식시는 시편 제1권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는 다윗 개인의 일상처럼 평범한 우리 일상 가운데에도 고통이 가득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시편 제1권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일상의 신학’은 ‘고난 중에 하나님께 부르짖으라’는 것이다. 국가적 비극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인생은 비통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조금 더 살펴볼 것이다.

이렇듯 시편 8편은 야누스의 얼굴 이상의 다각적 면모를 드러낸다. 한편으로, 이 시는 독립적인 한 편의 창조 찬양시로서 우주적 경배와 인간 존재론을 고찰하는 ‘하나의 시’다. 또한 탄식시들로 둘러싸인 첫 시편집록 안에서 신학적 균형추 역할을 하며, ‘고난의 한가운데 비추는 한 줄기 빛’으로 역할한다. 나아가 시편 제1권의 신학적 비전인 ‘일상의 신학’의 관점에서는, 고통의 일상 가운데 창조주를 바라보고 그를 인정하는 신앙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하나의 시’로서 시편 8편: 창조 찬양의 신학

1.    문학적 구조와 수사법
시편 8편을 하나의 완결된 시로 읽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정교한 문학적 구조다. 이 시는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1절, 9절)라는 동일한 구절로 시작하고 끝나는 포괄법(inclusio) 구조를 취한다.⁴ 이는 전체 시를 하나의 완결된 찬양으로 묶어주는 문학적 장치다. 학자들은 ‘봉투구조’라고도 부르지만, 필자에게 이러한 구조는 마치 ‘대접’을 형상화한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향’으로 묘사되는 성도들의 기도가 담긴 계시록의 ‘금대접’처럼 말이다(계 5:8).

시편의 내부 구조는 삼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층위(1-2절)에서는 하늘의 영광과 어린이들의 찬송이 대조되며, 두 번째 층위(3-4절)에서는 광대한 우주 앞에 선 인간의 미소함이 부각되고, 세 번째 층위(5-8절)에서는 역설적으로 그 미소한 인간에게 부여된 우주적 통치권이 노래된다. 이러한 구조는 하늘에서 시작하여 인간에게 초점을 맞춘 후, 다시 온 땅을 포괄하는 우주적 시야로 확장되는 나선형적인 시점 이동을 보여 준다.⁵

우주적이면서도 미시적인 시상 전개에 차용된 독특한 수사법은 극단적 대조를 통한 역설의 강조다. “어린 아이와 젖먹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찬송이 “원수와 보복자”를 잠잠하게 만든다는 표현(2절)을 예로 들어 보자. 연약함의 대명사인 어린 아이와 그 유약한 존재들이 내뱉는 힘없는 입술의 소리가 강하고 두려운 보복자들을 잠잠하게 한다는 것은 일반 상식에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 어린이로 상징화된 순수와 약함의 세계에 이입된 전능자의 권능(오즈, ‘힘/능력’)은 대적 세력들을 잠잠하게(샤바트, ‘멈추게 하다/쉬다’) 하는데, 역설적이고 극명한 대조의 극치가 여기에서 드러난다.6 이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신학적 통찰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2.    신학적 메시지: 인간의 존재론적 위치
이렇듯 시편 8편의 핵심 신학은 창조 질서 안에 있는 인간의 존재론적 위치에 대한 성찰이다. 시편 기자는 광대한 우주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미소함을 고백한다.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3-4절). 이는 단순한 겸양의 표현이 아니다. 창조 질서의 규모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묵상하는 가운데, 그 안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지위는 무엇인지에 대해 실존적으로 묻는 것이다.

시편 기자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5절에서 그는 인간 존재의 놀라운 역전에 주목한다. “그를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영광과 존귀로 관을 씌우셨나이다.” 여기서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로 번역된 히브리어 구문 ‘메아트 메엘로힘’은 해석상 논란이 있지만, 그 의미는 분명하다. 인간은 창조 질서 안에서 특별한 위치, 즉 하나님의 대리자적 지위를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6-8절에서 시편 기자는 인간 존재의 특별함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주의 손으로 만드신 것을 다스리게 하시고 모든 것을 그의 발 아래에 두셨으니 곧 모든 소와 양과 들짐승이며 공중의 새와 바다의 물고기와 바닷길에 다니는 것이니이다.” 이는 창세기 1:28의 문화명령을 시적으로 재진술한 것으로,⁷ 인간이 창조 세계의 청지기요 관리자라는 신학적 진리를 찬양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3.    인간 실존과 언약의 괴리 사이에서
시편 8편은 자연 신학과 언약 신학이 조화를 이루는 보기 드문 텍스트다. 시편 기자는 자연 세계에 내재하는 하나님(엘로힘, 5절)의 영광을 발견하면서(자연 신학적 요소, 창 1:1-2:3 참고), 동시에 구속 사건의 변곡점마다 등장하는 “여호와”라는 언약의 이름으로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찬양한다(언약 신학적 요소). 이는 일반계시와 특별계시(언약 신학)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조응한다는 성경신학적 진술이다.8 이러한 방식으로 이 시편은 개인의 실존 경험에서 시작하여 우주적인 찬양으로 확장하는 역동성을 보여 준다. “내가 보오니”(3절)라는 개인적 경험 언어로 시작된 묵상은 “온 땅”(1절, 9절)이라는 우주적 규모로 확장되며 시상의 전경을 한없이 확장시킨다. 시편 기자는 이러한 신학 작업을 통해서 인간 실존의 유약함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의 광대하심과 신실하심에 자신을 의탁한다.

4.    메시아를 통한 성취
시편 8편의 메시아적 차원도 간과할 수 없다. 신약성경, 특히 히브리서 2:6-8은 이 시편을 그리스도론적으로 해석한다.9 “사람이 무엇이기에”라는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답은 성육신하신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주어지고 성취된다는 것이다. 이는 구약의 창조 신학이 신약의 기독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해석학적 통로다.

‘하나의 책’ 안에서 시편 8편: 구성적 전략과 신학적 기능

1.    시편 3-14편 내의 구성적 위치와 기능
지면 관계상 다 살펴볼 수 없지만, 시편 3-14편은 주제적으로 정교한 대칭 구조를 이룬다. 김창대 교수에 따르면, 3-7편은 ‘대적자로 인한 탄식’을, 9-14편은 ‘대적자를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메시지이며, 시편 8편은 중심축 역할을 한다.¹⁰ 이러한 배치는 결코 우연일 수 없다. 젱어는 8편을 축으로 하는 두 모음집을 모두 ‘비탄 기도와 청원 기도’로 해석하면서 앞부분은 ‘개인적 고통’의 상황으로 보고 뒷부분은 ‘사회적 집단으로 묘사되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구조적 위협’으로 이해한다.¹¹

실제로 시편 3-7편은 모두 다윗의 개인적 탄식을 다룬다. “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3:1),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부르짖었사오니”(4:1), “여호와여 주의 노로 나를 책망하지 마시며”(6:1) 등으로 이어지는 1인칭 절규의 언어들이다. 연속되는 탄식은 8편에 이르러서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라는 찬양으로 갑자기 바뀐다.

이것은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니다. 편집자는 의도적으로 ‘하나님의 부재’에 절망하며 절규하는 연속적인 탄식 끝에 창조주 하나님의 현존을 인식하는 시편 8편을 배치했다. 

이러한 배치가 담고 있는 신학적 의의는 무엇일까? 현실의 문제에 대한 답은 하나님의 초월성에 있다는 역설의 신앙이 그것이다.¹² 즉, 고난의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현실을 넘어서는 더 큰 ‘현실’(창조주의 주권)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신약의 언어로 바꿔 이야기해 보자면, 육적인 문제 너머를 바라보게 하는 영적(마음)인 눈을 창조주 하나님께 고정하라는 권면이다(엡 1:18).

이제 시편 8편 이후 등장하는 시편 9-14편의 탄식들은 다른 차원에서 읽힌다. 창조주 하나님을 바라보며 찬양한 후의 탄식은 절망이 아닌 신뢰에 근거한 외침이 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 시편들의 어조가 앞부분의 시편들보다 처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살아 계신 창조주, 주권자이신 하나님께 더 절실하게 매달리는 것이다. 이는 시편 8편이 단순히 탄식시들 사이의 ‘휴식처’가 아님을 뜻한다. 첫 시편집록(3-14편)의 구조에서 볼 때, 오히려 삶과 고통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해석과 전환의 단초 역할을 한다.

2.    시편 제1권에서의 시편 8편
시편 8편은 시편 제1권의 시편들과도 주제적으로 조응하다. 시편 1편이 율법(토라)의 중심성을 통해 “복 있는 사람”의 길을 제시했다면, 시편 8편은 창조 중심적 신앙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본적 의미를 고찰한다.¹³ 

이 두 시편은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다. 토라는 창조 질서의 구체적 실현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시편 2편의 메시아적 왕권과 시편 8편의 인간론 사이에도 중요한 연결점이 있다. 

시편 2편에서 선포된 “기름 부음 받은 자”의 통치는 시편 8편에서 노래된 인간의 “다스림”의 궁극적 실현이다. 이것의 실현은 신자들에게서는 부분적으로만 일어날 뿐이지만, 메시아의 현현인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통해 온전하게 성취된다. 시편은 이 메시아적 왕, 율법으로 다스리는 왕에 대한 신학적 비전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데, 다윗 왕권에 대한 역사적 기대는 점차 메시아 사상으로 발전하며 종말론적인 기대로 나아가게 된다.¹⁴ 우리는 이 부분을 시편 제3-5권의 비전 속에서 나중에 더 상세히 다룰 것이다.

또한 시편 8편은 다윗 시편군(3-41편) 안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다윗 시편이 개인적 고난과 구원 경험을 다루는 반면, 시편 8편은 개인적 경험을 우주적 맥락에서 해석한다. 이는 다윗의 개인사가 단순히 개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이스라엘 전체, 하나님의 백성 일반, 나아가 창조 세계 전체의 맥락에서 이해돼야 함을 시사한다. 

제1권에서 다윗은 단순히 이스라엘의 역사적 영웅이 아니라, 모든 신자의 대표자로서 기능한다. 그의 개인적 고뇌와 기도, 찬양을 독자들은 자신의 언어로 경험하는데, 이러한 신앙의 일상성/보편성이 시편 제1권이 오늘의 신자에게 선사하는 선물이다. 일상을 인간 존재의 낮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의 광대한 시야에서 바라볼 때, 신자는 삶의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 

이후 이스라엘 백성은 바벨론 포로라는 국가적이고 역사적인 위기를 맞는다. 이들은 어떻게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포로기 상황은 이스라엘에게 근본적인 신학적 질문을 던지게 했다.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이 이방인들에게 패배했다는 것은 하나님의 무력함을 의미하는가? 

이 위기 상황을 타개하게 하는 해답은 ‘일상의 위기 상황에서 창조주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라’고 노래했던 시편 8편의 오래된 고백이었다. 시편의 기자들은 창조 신학을 다시 한 번 전면에 내세웠다. 우리는 그 흔적들을 시편 제3-5권의 여러 시들에서 살펴볼 수 있다(시 74, 77, 89, 90, 95, 96, 100, 102, 104, 115, 119, 121, 124, 134, 135, 136, 139, 145, 146, 147, 148편).
 
이스라엘 온 백성에게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도, 창조하신 “온 땅”은 그분의 이름을 여실히 선포하고 있다. 시편 기자는 바로 이 사실을 믿는 것으로부터 회복이 시작됨을 가르치고 있다.

설교적 적용: ‘따로 또 같이’의 시편 8편 설교 전략

1.    개별 시편으로서의 설교 접근
시편 8편을 ‘하나의 시’로 설교할 때는 창조 신학과 인간 존재론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대인들이 세계의 광대함 앞에서 느끼는 존재론적 불안, 삶의 의미의 상실과 막막함은 3-4절의 질문과 정확히 일치한다.¹⁵ 설교자는 이 지점에서 현대인의 실존적 고민과 고대 이스라엘 시인의 질문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시편의 놀라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3000여 년 전 고대 신앙인의 고뇌와 기도는 현대 신앙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시편은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질을 꿰뚫는다. 개인의 영성과 우주적 경배의 연결도 중요한 설교 포인트다. 

시편 8편은 개인적 묵상(“내가 보오니”, 3절)에서 시작해 우주적 찬양(“온 땅에”, 1절, 9절)으로 확장되는 영성의 역동을 보여 준다. 이는 현대의 개인주의를 넘어 공동체적 영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덧붙여 환경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편 8편의 문화명령(6-8절)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다스리게 하시고”라는 표현이 무분별한 개발과 착취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아니라, 창조 세계의 청지기로서 책임 있는 돌봄을 의미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2.    거시 구조를 고려한 설교 접근
시편 8편을 3-14편의 구조를 고려하여 설교할 때는 시편 8편이 위기와 탄식 중에 선포되는 신앙고백임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설교자는 성도들에게 3-7편, 9-13편의 탄식들을 먼저 배경적으로 이해하게 한 후, 이 한가운데 놓인 시편 8편의 찬양이 얼마나 놀라운 전환인지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3-14편 연작 설교 시리즈를 기획한다면, 시편 8편은 시리즈의 중간 지점에서 신학적 전환점 역할을 해야 한다. 

‘탄식에서 찬양으로’, ‘절망에서 소망으로’, ‘부재에서 현존으로’와 같은 제목들은 이 시리즈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신학적 통찰을 잘 담아낸다.
공동체적 고난 상황에서 시편 8편을 설교할 때는 더욱 조심스럽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고난의 현실을 무시하거나 성급하게 위로하려 하지 말고, 고난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창조주 하나님의 주권을 묵묵히 선포해야 한다. 시편 8편의 찬양은 고난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보다 더 큰 현실인 하나님의 현존을 제시하는 것이다.

3.    현대의 목회적 상황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한 현대인들에게 시편 8편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바이러스라는 미시 세계의 존재가 거대한 인간 문명을 위기에 빠뜨린 상황에서, “사람이 무엇이기에”라는 질문은 새로운 절실함을 갖는다. 

이 질문은 AI시대의 인간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신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인간이 첨단기술의 창조주가 됐지만 그 창조물인 AI에 의해 실직의 위기에 처하는 등 실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시대 상황 속에서, 시편 8편은 삶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개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시편 8편의 연대 의식은 중요한 대안을 제시한다. “여호와 우리 주여”라는 공동체적 고백과 “온 땅에”라는 우주적 시야는 개인의 구원을 넘어서는 포괄적 구속에 대한 비전을 제공한다. 이는 환경 문제, 사회 정의, 세계 평화 등 현대의 글로벌 이슈들을 신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설교자는 또한 절망과 찬양 사이의 목회적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시편 8편의 찬양이 현실 도피나 감정적 위로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변화시키는 신앙의 힘이 되도록 해야 한다. 첫 시편집록(3-14편)은 시편 8편으로 마냥 도피하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그 상황을 들고 창조주 하나님께 기도로 나아가라고 가르친다. 그것이 창조주께서 인간에게서 기대하시는 바, ‘그를 찾는’ 신앙이다(시 14:2).

현대 목회 상황에서 시편 8편은 세속화된 사회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능력이 극대화된 시대에, 시편 8편은 인간의 위대함이 자율적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운 위임에 근거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¹⁶ 동시에 인간의 특별함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창조 질서 전체를 위한 청지기적 책임임을 강조한다.

미시와 거시가 만나는 지점

시편 8편은 “따로 또 같이” 접근법의 모범 사례를 보여 준다. ‘하나의 시’로서 창조 찬양과 인간 존재론이라는 영원한 주제를 다루며,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 메시지를 전한다. 동시에 ‘책 안의 시’로서 탄식과 고난의 맥락 안에서 선포되는 신앙고백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두 차원을 함께 읽을 때, 시편 8편은 단순한 자연 찬미나 인본주의적 인간 예찬을 넘어서는 깊은 신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창조의 하나님에 대한 찬양은 역사의 위기 상황에서 더욱 절실해지고, 인간의 존재론적 특별함은 고난의 현실 앞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현대 시편 설교자들에게 시편 8편이 제공하는 해석학적 교훈은 분명하다. 개별 본문의 신학적 깊이를 충분히 탐구하면서도, 그 본문이 놓인 편집적 맥락과 정경적 위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시적 해석과 거시적 해석이 만나는 지점에서, 성경 본문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난다.
시편 8편의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라는 반복되는 찬양은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하여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신앙의 여정을 보여 준다. 이는 오늘날 우리의 시편 설교도 개인의 영성에서 출발하여 공동체의 신앙, 나아가 창조 세계 전체의 회복에 이르는 포괄적 비전을 제시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것이 바로 ‘따로 또 같이’의 시편 설교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표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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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깃딧”, HALOT, BDB; John Goldingay, Psalms: Volume 1, Psalms 1-41, Baker Commentary on the Old Testament Wisdom and Psalms (Baker Academic, 2006), p. 154.
2) 이것은 일반적인 탄식시의 구조와는 정반대이다. 보통의 경우, 탄식과 간청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응답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찬양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3) Mitchell Dahood, Psalms I, Anchor Bible 16 (Doubleday, 1965), xxx; Nancy L. deClaisse-Walford, Reading from the Beginning: The Shaping of the Hebrew Psalter (Mercer University Press, 1997). 
4) Derek Kidner, Psalms 1-72: An Introduction and Commentary, Tyndale Old Testament Commentaries (Inter-Varsity Press, 1973), p. 82.
5) Hans-Joachim Kraus, Psalms 1-59: A Continental Commentary, trans. Hilton C. Oswald (Fortress Press, 1993), pp. 185-187.
6) Peter C. Craigie, Psalms 1-50, Word Biblical Commentary 19 (Word Books, 1983).
7) Claus Westermann, Genesis, trans. David E. Green (London: T&T Clark, 2004), p. 11.
8) Goldingay, Psalms: Volume 1, pp. 160-161.
9) 앞의 책, p. 160.??
10) 김창대, 《한 권으로 꿰뚫는 시편》 (IVP, 2015). 
11) Frank-Lothar Hossfeld & Erich Zenger, Die Psalmen I: Psalm 1-50 (Echter Verlag, 1993), pp. 77-80.
12) Walter Brueggemann, The Message of the Psalms: A Theological Commentary, Augsburg Old Testament Studies (Augsburg Publishing House, 1984), pp. 25-38, 특별히 pp. 36-38.
13) James L. Mays, The Lord Reigns: A Theological Handbook to the Psalms (Westminster John Knox Press, 1994). 
14) O. Palmer Robertson, The Flow of the Psalms: Discovering Their Structure and Theology (P&R Publishing, 2015).
15) 트렘퍼 롱맨 3세, 《어떻게 시편을 읽을 것인가?》 한화룡 옮김(IVP, 1989).
16) Terence E. Fretheim, God and World in the Old Testament: A Relational Theology of Creation (Abingdon Press,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