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 문해력 저하 현상과 그 원인

지난해 10월,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가 한글날을 맞아 전국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의 90% 이상이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부족해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사례”를 묻는 문항에 대해 5천여 명 이상의 교원이 답했다. 이를테면 ‘두발 자유화’에서 ‘두발’(頭髮)을 왼발 오른발로 착각하는가 하면, ‘왕복 3회’에서 ‘왕복’(往復)이라는 단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거나, 오늘을 뜻하는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업 시간에 개념이 아닌 단어의 뜻을 하나하나 가르치며 진도를 나가야 해 힘들다고 토로하는 교사들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조사에 참여한 교사들은 이러한 심각한 문해력 저하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여기에 대한 응답으로는 ‘스마트폰과 게임 등 디지털 매체의 과도한 사용’(36.5%)이 가장 높게 나왔고, 다음으로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이 꼽혔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문해력 개선을 위해 학교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교내 커리큘럼에 독서량을 늘릴 수 있는 활동을 강화시킨다거나, 한자 수업을 늘리면 막힌 문해력이 풀릴 것이라 전망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물론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과도한 미디어 사용과 그에 따른 독서량 및 어휘력 부족도 문해력 저하의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읽고 해석하려는 청년 및 청소년의 관심이 떨어진 것을 단순히 기술 발전이나 학교 교육만 탓할 순 없다.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이렇게 강력해지기 훨씬 전부터, 이미 우리 사회는 대학 진학만을 위한 입시 경쟁에 몰두하며 인문학적 가치를 위협하는 현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비록 이과 반이었지만, 국어 과목을 가장 좋아했었다. 그런데 당시 수업 풍경을 떠올려 보면 문학작품을 충분히 감상하고 소화할 수 있는 장은 결코 아니었다는 확신이 든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시면, 그게 시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상관없이 장르, 작가, 시대, 성격 등만 빠르게 외우고 지나갔다. 지문을 한 번 읽고 바로 문제를 풀기 시작해야 했다. 수능시험 연습을 위해 지문은 속독으로 읽고 답은 빠르게 선택해야 했다. 그 문제를 맞히면 나는 지문에 등장한 작품을 잘 이해한 학생이 됐다. 하지만 틀릴 경우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이 돼 버린다. 그래서 당시 국어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문제로 이해됐다. 선생님과 학생, 그 누구도 그런 수업 방식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능 시험을 잘 치르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절대적인 목표 때문에 우리는 모두 그게 정답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이처럼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학생들에게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가르칠 만한 시간과 공간은 녹록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과정의 방향은 인문학이 처한 곤경을 더욱 가속화시키기만 한다. 

사실 문해력이란 무조건 독서량을 늘리고 한자 공부를 강화한다고 해서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글 자체를 잘 읽는다 해도 글 너머에 있는 ‘저자의 삶’과, ‘화자의 상황’, 그리고 ‘현재 독자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글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글을 읽으려면 글 너머에 있는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어떤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있고, 무엇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여기까지 어떤 역사를 지나왔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상상과 공감은 어려워진다. 즉 나를 넘어선 세상과 이웃에 대한 관심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을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없이 그저 성적과 대학 진학에만 집중하도록 훈련시킨다면 좋은 점수는 낼지언정 온전한 문해력을 얻지는 못하게 된다. 내가 속한 세상을 그대로 그려낸 글 속 세계, 때로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타인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외면한 채 인문학적 상상력과 공감을 잃은 세대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역사를 쉬이 잊거나 이기주의적인 태도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문해력 저하 현상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있어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돼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궁극적인 원인은 무시한 채, 현상 자체만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해결방안을 찾기보다 세대 갈등만 심화될 위험이 있다. 가령, 몇 해 전에 청년들 사이에서 한자가 섞인 용어를 잘못 이해해 벌어진 논란이 있었다. ‘무운(武運)을 빈다’, ‘심심(甚深)한 사과’, ‘사흘 연휴’에서 한자의 뜻을 잘 몰랐던 몇몇 이들의 언행이 온라인에 퍼진 것이다. 언론 여기저기서 ‘청년 문해력 문제’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이를 마치 심각한 세대 문제인 양 치환해 버렸다. 문해력이 부족한 청년 세대는 ‘내 탓이오’라고 부끄러워했을 것이며, 이를 지켜본 기성세대는 ‘대한민국 미래가 어쩌려고…’라고 한탄했을 것이다. 

분명 과거 세대에 비해 문해력 문제가 현 청년 세대에서 심각하게 불거진 것은 맞다. 하지만 이게 어디 다음 세대만의 문제일까? 대학 진학만을 목적으로 인문학을 가르쳐온 공교육과 사교육, 더 나아가 가정교육 방식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게 아닐까? 결국 청년 및 청소년 문해력 문제는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육, 문화가 만든 합작품일 것인데 이를 외면하고 다음 세대만 비난해 온 것이다. 

문해력은 떨어지는데, 텍스트 힙 열풍이라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최근 10년간 종합독서율 추이는 꾸준히 하락했다. 종합독서율은 2013년 72.2%, 2019년 55.7%로 꾸준히 하락해 2023년의 43%에 그쳤다. 이는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이러한 자료를 보고 기성세대는 말한다. 다음 세대의 문해력 문제가 ‘독서를 하지 않아서’라고. 하지만 이 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종합독서율은 15.7%에 그친 반면, 20대의 종합독서율은 74.5%로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분명 대학생의 절대적인 독서량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가 맞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독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기도 하다. 왜 그런 걸까? 

지난해 6월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자그마치 15만 명이라는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 놀라운 것은 참여자 중 대다수가 2030 젊은 세대가 전체 관람객의 73%를 차지했다고 한다. 모두가 청년 및 청소년이 미디어에 빠져 책을 찾지 않고, 그에 따라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지적해 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책을 찾는 청년들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하나의 ‘트렌드’로 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텍스트 힙’(Text-Hip) 열풍. 이는 글을 뜻하는 ‘text’와 멋짐을 뜻하는 ‘Hip’이 합쳐진 합성 신조어로,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독서 또는 일기 쓰기 등을 취미로 갖는 사람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발상에서 나왔다. 필자는 텍스트 힙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질 반짝 유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해 볼 수 있겠다. 

먼저는 요즘 세대가 과거를 향유하는 물질성, 즉 아날로그 감성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며, 다음으로는 그들이 뉴미디어 발달로 비주류가 돼 버린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를 오히려 동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이미 청년들 사이에서 ‘아날로그 감성’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예로, 네 컷 사진을 찍는 셀프 포토부스, 필름 카메라, LP판 등을 찾는 젊은 세대가 늘어났음을 들 수 있다. 그런데다가 최근에 ‘비주류’가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모두가 따르고 선호하는 주류가 아니라도,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비주류를 오히려 더 멋지고 당당하다 여기게 된 심리에서다. 대다수가 영상 콘텐츠를 선호할 때, 독서하거나 일기를 쓰는 사람이 더 ‘개성’ 있다고 여겨져 텍스트 힙 열풍이 형성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트렌드가 막 시작될 때는, ‘읽고 쓰는 것’ 자체에 관심을 두기보다, ‘읽고 쓰는 나’를 뽐내려는 이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독서를 어렵거나 지루한 게 아닌, 멋지고 흥미로운 문화로 인식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텍스트 힙 열풍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더 큰 힘과 좋은 영향력을 끼쳤다. 사실 텍스트 힙이 막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할 때, 청년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힌 책의 장르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주로 돈을 벌기 위한 경제·경영 관련 서적, 혹은 자기 계발을 위한 심리학·철학 분야가 전부였다. 그런데 한강 작가의 소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청년들 사이에서는 점차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가 다시 큰 인기를 끌게 됐다. 이전까지 젊은 층 사이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자기 계발과 직결된 일이었다. 예를 들어,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혹은 직장인이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자. 이에 대한 답으로 ‘시’나 ‘소설’이 나오면 괜스레 냉혹하고 치열한 현실 속에서 혼자만 아무런 걱정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겠는가. 대학 진학 이후에도 수능제일주의라는 가치관은 사라지지 않고 성공주의와 물질만능주의로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이런 시스템에서, 어른이 돼서도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건 왠지 현실과 동떨어진 일로 인식됐을 것이다. 

하지만 텍스트 힙 열풍 이후로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한강 작가의 작품이 이 시대에, 더구나 전 세계에서 인정받게 된 것은 책 속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 실제 삶과 역사에 가까이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잊고 남 얘기처럼 지나갈 수 있었던 근현대사의 고통과 아픔을 고스란히 글로 옮긴 책을 읽으며, 청년들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경쟁사회 속에서 감성이 다 메마른 것만 같았지만, 사실 요즘의 10-30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공정함과 평등함, 역사 왜곡과 사회 문제에 큰 관심을 갖는 세대다. 비록 근현대사를 직접 경험한 분들에 비해 경험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지만, 문학을 통해 이러한 사건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으며, 그러지 않으려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해 주는 것이다. 자기 계발과 관련된 다량의 독서를 하고, 한자 공부를 한 다음에 문해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세계를 보여 주는 문학작품 하나를 읽음으로써 청년들은 상상력과 공감의 능력을 기른다. 이를 통해 제대로 읽고 쓰고 말할 줄 아는 어른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결국 문해력 저하 문제를 이겨 내려면 힘을 가진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텍스트 힙이라는 청년 트렌드를 시작으로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합쳐져 글 너머에 있는 세계를 이해하려는 문화는 시작됐다. 그러나 문해력의 문제는 개인의 독서량이나 특정 세대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개선될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문화의 흐름에 발맞춰 사회 분위기와 시스템도 함께 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학교라는 곳에 입학하면서부터 수능을 위해서만 공부하도록 하는 게 아닌, 글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어른으로 만들기 위해 국가·교육기관·가정이 함께 힘을 합쳐 문화를 바꿔야 가능하다. 

문해력 강화, 교회야말로 절실하게 필요해

그런데 문해력은 그리스도인이야말로 꼭 갖춰야 할 능력이다. 특별히 기독교의 정경인 성경을 읽을 때야말로 글 너머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물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된 책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감동이 어떤 사람(저자)에게 임했는가, 또 그 글은 누구를 위해 쓰였는가, 그리고 오늘날 나에게(독자) 어떤 메시지로 다가오는가를 이해하려면 저자·화자·독자의 삶의 배경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말씀 선포 시간에 다 포함시키기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설교자가 말씀을 준비하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문자 그대로만 말씀을 전하다면,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글에 덮어씌우는 작업에 지나지 않게 된다. 본문 말씀의 앞뒤 맥락이나 시대 및 문화라는 세계관을 배제한 채로 선포된 말씀을 듣는 이들은 하나님의 뜻도 좁게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왜곡된 성경 읽기로 인한 왜곡된 신앙을 낳는 결과를 초래한다.
청소년 및 청년들이 학교라는 장에서 문해력을 길러야 하듯, 그리스도인도 교회학교에서 이러한 성경 읽기의 방식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분위기 속에서, 다음 세대 아이들이 성경 읽기 행위에 흥미를 갖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기에 지금이, 대중문화에서 텍스트 힙 열풍이 불 때, 교회에서도 이 흐름을 끌고 들어와 다음 세대 아이들이 읽기와 쓰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좋은 타이밍이다. 과거처럼 교회학교 학생들에게 ‘N독 이상 성경 읽기’를 목표로 세우게 하는 방식은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무조건 많이, 오래 읽게 하는 것보다 하루에 적은 양을 읽더라도 성경의 세계관을 잘 이해하고 읽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문해력을 높이는 성경 읽기 과정을 매주 적용하기란 사실 시간이 부족하고 또 어려운 일이란 것을 안다.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미 모두가 잘 아는 성경 본문을 가르친다 하더라도, 본문을 기록한 저자와 당시 그 말씀을 들었을 화자의 삶의 배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말씀이라 하더라도, 지금 내가 사는 곳과는 전혀 다른 시대와 문화 양식이었음을 알고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볼 때 하나님께서 그에 맞는 사랑과 심판의 방식을 보여 주셨다는 것에 더 잘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오늘날 독자인 우리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변함없으신 초월적인 하나님이시지만, 지금의 상황이라면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실지를 상상해 볼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 주는 것이다. 

교회에서 성경 본문 너머에 있는 세계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상황을 잘 가르쳐 주는 것도 중요하다. 교회 바깥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주일날 교회 안으로만 들어오면 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개인의 영성 훈련에만 방점을 둔다면 아이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아무리 유익한 하나님의 말씀이라 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매우 좁게 나타날 것이다. 즉 이 땅에서 어떤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성경을 통해 글 너머에 있는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문해력을 길러 주는 문화로 바꾸어 나간다면, 다음 세대 아이들은 이기주의적인 신앙을 넘어 이 땅에 세워져야 할 하나님 나라 신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대중문화에서 급부상하는 또 다른 트렌드 하나를 언급하고 싶다. 바로 비종교인이 기독교 교리에 관심을 보이는 현상이다. 최근 뉴미디어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갑작스레 기독교의 신과 교리에 대한 원론적 이야기를 다루는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제 관련 정보를 다루던 ‘삼프로tv’와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책을 소개하는 독서 인플루언서 ‘너진똑’ 채널이 그렇다. 이들은 딱히 신앙이 있지는 않지만, 기독교가 가진 근본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하고 기독교의 배경에 지식적으로 접근한다. 성경에 담긴 창조 신학, 시대적 배경, 사회와 문화 등의 세계관을 차근히 돌아보기도 한다. 이를 보고 있으면, 물론 신앙이 전제된 것은 아니지만, 성경의 세계관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얼마나 긴밀한 관련이 있는지를 흥미롭게 깨닫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콘텐츠를 반기며 유익하게 여기는 비기독교인이 꽤 많아졌다. 기독교인 중에서는, 이러한 기본적 앎이 선행되니 성경을 보는 문해력이 더욱 길러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우리는 이 현상을 보며 교회 안에서도 성경을 읽는 접근법이 다양하게 존재해야 함을 느끼게 된다. 교회는 신앙생활을 오래하고 영적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만 성경을 가르치는 폐쇄적인 장이 아니다. 누구든 이 책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세계관을 상상하고 예수의 가치에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바로 교회다. 교회가 성경 읽기에 대한 보다 건강한 문해력을 기르는 데 방점을 두며, 신자 스스로가 하나님 뜻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