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 목사의 《제자 훈련 교재》(전 3권)는 한국 교회 평신도 제자 훈련의 고전이다. 저자는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 훈련의 원리와 실제》에서 “평신도는 오늘날의 교회에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교회가 희망을 두고 기대할 만한 최대, 최선의 잠재력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교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편으로 발전되는가는 전적으로 교회 지도자 손에 달려 있다”라고 말한다.1 교회 성장은 멈춘 반면 교회 갈등은 늘어가는 한국 교회 상황에서 평신도를 일깨워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로 훈련하는 일은 교회와 목회자에게 매우 중대한 과제다. 평신도를 교회의 든든한 지도자로 오랫동안 훈련시켜 온 고전에 귀 기울여 지혜를 배우도록 하자.
교재 구성
교재는 총 3권 - 《제자 훈련의 터다지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의 구원》, 《작은 예수가 되라》 – 으로 구성된다.
1권 《제자 훈련의 터다지기》는 제자 훈련의 기초를 닦는 과정으로, 평신도가 제자 훈련을 시작하여 마칠 때까지 하루하루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제자 훈련의 기본 패턴을 익히게 한다. 기본 패턴은 두 가지로 말씀과 기도 훈련이다. 즉 제1권은 말씀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긴밀한 교제를 유지하도록 기초를 닦는 과정이다. 자기 신앙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하루하루 삶 속에서 말씀을 어떻게 읽으며, 기도 생활을 어떻게 할지 훈련하여 말씀과 기도의 좋은 습관을 갖도록 한다.
1권은 전체 6과로 구성돼 있다. “나의 신앙고백과 간증”(1과)에서는 자신의 현재 신앙을 고백하고 간증하는 훈련을 한다. 간증은 네 요소를 포함한다. 예수 믿기 전의 자기 형편, 예수를 믿게 된 과정, 예수를 믿은 다음에 일어난 변화, 신앙고백이다. “하나님과 매일 만나는 생활”(2과)에서는 개인 경건 시간의 중요성을 배우고 말씀과 기도의 습관을 세우기 위한 자기진단과 분석 그리고 결단을 통해 경건 시간을 계획한다. “경건의 시간”(3과)에는 경건 시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QT의 4단계(관찰, 해석, 느낌, 적용)를 배우고 QT노트 작성의 네 가지 유형을 익힌다. “살아 있고 운동력 있는 말씀”(4과)에서는 성경이 살아 움직이는 말씀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디모데후서 3:16에 나오는 성경의 네 가지 기능(교훈, 책망, 바르게 함, 의로 교육함)을 학습한다. “무엇이 바른 기도인가?”(5과)에서는 바른 기도의 정의를 배우고 기도의 방법과 내용을 익힌다. “기도의 응답”(6과)에서는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무엇인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기다리며 기도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2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의 구원》은 기독교 구원의 진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이론 부분으로, 기독교 신앙의 내용(교의)을 구원사적 측면에서 다루고 있으며 전체 14과로 구성돼 있다. 기독교 신앙의 교리와 역사를 학습하도록 함으로써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을 확신하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성숙해지도록 돕는다.
2권은 성경의 권위(1과)를 다루며 시작한다. 이어서 하나님(2과)과 예수 그리스도(3과)가 누구신지 다루며 삼위일체 하나님(4과)을 설명한다. 5과부터는 구원의 역사를 다룬다. 먼저 인간의 타락과 죄의 결과, 그리고 구원의 필연성(5과)을 다루고, 죄 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6과)과 부활(7과)을 다룬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은 인간이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은혜이며, 그리스도의 부활은 인간에게 새생명이 주어진 환희의 사건이다. 이어서 그리스도의 약속대로 오신 성령(8과)과 성령을 받고 거듭난 인간(9과)의 모습을 공부한다. 이후, 거듭난 새사람으로서 제자가 지녀야 할 믿음이란 무엇인지(10과), 여전히 죄인이지만 십자가를 통해 의롭다 칭해 주신 이신칭의의 은혜(11과)를 배우고, 성령과 동행하는 삶(12과)을 통해 성화된 인간(13과)의 모습을 배운다. 마지막으로, 이 땅에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소망(14과)을 배운다.
3권 《작은 예수가 되라》는 기독교 신앙의 실천 부분으로, 구원의 은혜를 입은 하나님 자녀가 거룩하고 성숙한 인격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그리스도의 제자의 삶과 사명을 다룬다. 전체 12과로 구성돼 있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순종하는 삶(1권), 봉사의 삶(2과),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3과)을 살아야 하며, 덕을 세우는 말(언어)을 사용하고(4과),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5과)이 돼야 하며 성경에 기초한 순결한 삶(6과)을 지향하고 그리스도인다운 가정(7과)을 이끌어야 한다. 또한 시험과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험과 고통은 신앙을 연단해 성숙하게 하기 때문이다(8과). 그리스도의 제자는 그리스도를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삼아(9과) 예수 그리스도의 충성스러운 종으로 청지기의 삶(10과)을 살아간다. 그리고 세상에서 끊임없이 영적 전투(11과)에 임하게 된다.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께서 부여하신 새 계명인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12과).
본 교재의 전체 훈련 과정은 10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필요로 하나, 교회의 여건을 고려할 경우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교재 분량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본 교재의 한 과를 공부하려면 평균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처음 30분 동안 시작 기도와 과제물 점검, 발표 시간을 보낸 후, 교재 내용에 충실하게 훈련하려면 2시간가량이 필요하다. 마지막 15분 정도는 성령의 은혜를 구하며 함께 기도하고 마무리한다.
전체적으로 교재가 요구하는 신앙 훈련의 수준이 다소 높아 보이며, 평신도 혼자서 풀기에 어려운 문제도 등장하곤 한다. 이는 이 교재가 일반적인 평신도 훈련보다는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려는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다.
교재 분석: 육각형 기준에 의거하여
1. 내용 구성
이 교재의 가장 큰 장점은 평신도를 훈련하여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다는 데 있다. 1권에서 말씀과 기도를 중심으로 신앙의 기초를 다지면서 자신을 점검하게 하고, 2권에서 기독교 신앙의 내용과 교리를 이론적으로 차근차근 접근해 나간다. 마지막 3권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교회와 세상에 본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삶과 실천 방안을 다룬다.
본 교재는 각 과마다 큰 틀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세부적인 구성은 주제에 적합하게 변화를 줬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내용을 풍성하고 다양하게 담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인도자 지침서를 보면, 각 과의 목적, 신학적 용어 설명, 추가 설명, 구체적인 팁, 결단, 질문과 답 등이 상세하게 나와 있어 지도자로 하여금 훈련이 보다 원활하고 풍성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충실하게 돕는다.
2. 디자인
각 권마다 6과, 14과, 12과의 교육 과정을 포함하고 있어 교재 분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하지만 각 권을 분리해서 세 권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교재를 들고 다니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교재에 여백이 충분히 제공돼 있고 내용 구성이 깔끔해 훈련을 받는 과정이나 예습과 복습을 하는 과정에서 답안을 작성하거나 메모하기에 용이하다. 또한 적절하게 삽입된 삽화는 딱딱해 보일 수 있는 교재 내용을 친근하게 해 주며, 자기 성찰의 기회도 제공한다.
3. 학문성
신학(신앙)과 삶의 균형을 잡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교재다. 특별히 교재는 매주 독서 과제를 부여하는데, 여기서 제시되는 독서물도 신학적 지식과 그리스도인의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다만,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려는 목적이 있고 제법 높은 수준의 신학적 지식과 소양을 요구하는 교재다 보니 교재에 등장하는 신학 용어나 내용 설명이 평신도 입장에서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4. 시대성
제자 훈련 교재의 고전이다 보니 시대성에 있어서 취약한 부분이 드러난다. 실천편이라 할 수 있는 3권에서 구체적인 현실 사건은 언급하지 않는데 본 교재가 사회적인 이슈와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개인 신앙의 틀을 잡고 성숙한 신앙을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사실 3권에서 다루는 주제들(순결, 봉사, 말, 가정 생활, 영적 전투, 청지기 등)은 현시대 상황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 특별히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그리스도인을 훈련시키려면 3권에서 제시하는 주제와 함께 원칙을 넘어 다양한 시대 상황과 씨름할 수 있는 세밀한 적용점을 찾아야 한다.
5. 교수법
본 교재는 성경(본문) 중심의 제자 훈련 교재이기에 각 주제와 관련된 성경 말씀에 근거한 지식과 원칙을 전달하고 학습한 후 그 내용에 대한 실천과 적용점을 찾는다. 이런 점에서 본 교재는 연역적 교수법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역적 방법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전체 교재 내용의 짜임새나 학습 전개 과정이 상당히 질서 정연하고 논리적이다. 본 교재를 평신도를 교회 지도자로 훈련시키는 고전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6. 대중성/적용성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본 교재는 상당한 신학적 소양과 지식을 요구하는 평신도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재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초신자들이 접근하기에는 내용이 다소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신앙의 확신이 있고 보다 적극적으로 제자 훈련을 받고자 하는 열정과 사명이 있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아주 탁월한 훈련 교재가 될 것이다.
교재는 성경의 지식과 원칙에서 시작하지만 각 주제와 관련이 있는 삶의 적용점도 상당히 강조한다. 자기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예시를 구체적으로 찾게 하거나 신앙과 삶을 돌아보게 하는 학습을 함으로써 훈련 과정에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삶의 차원에서 신앙을 반성하고 성찰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다.
인도자를 위한 교재 활용 팁
모든 훈련 과정은 ①서론 – ②도입 질문 – ③본문 – ④마무리 순서로 진행된다. ①서론은 훈련 과정을 향한 동기 부여의 과정이다. 서론의 핵심 과제는 ③본문에서 다룰 내용을 미리 누설하지 않는 것이다. ②도입 질문에서는 본문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훈련의 주제로 이끌어야 한다. 여러 개의 질문은 서로 논리적인 관계 속에서 이어져야 한다. ③본문을 차근차근 학습해 갈 때 말씀을 근거로 답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말씀을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연결점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훈련받는 이가 주제(예: 순종)에 대해 하나님 말씀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에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이해하게 한다. ④마무리는 훈련 시간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주제에 적합한 찬양을 함께 부르고 기도로 마무리한다. 아울러 다음 모임을 위한 과제를 제시한다.
나가는 글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 훈련 교재》는 교회 평신도 지도자들의 사명을 독려하고 평신도와 함께하는 목회 리더십과 목회 철학에 불을 지핀 제자 훈련의 고전으로서 큰 의미가 있으며 그 영향력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강력하다. 시대가 흘러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도에 입각해 평신도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깨우고 세워야 하는 교회의 사명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가 외면받는 위기의 시대에 본 교재를 통해 목회자와 평신도 그리스도인이 한마음과 한 뜻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참 제자가 되어 이 세상을 예수 그리스도의 생기로 가득 채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평신도를 깨우자! 평신도여 깨어나라!
주
1) 옥한흠,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 훈련의 원리와 실제》(국제제자훈련원, 2022), p.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