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네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출 20:4-6)

서론: 보이지 않는 하나님,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긴 인간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 TV, 인터넷 등의 매체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초 단위로 쏟아지는 새로운 피드와 릴스, 이미지와 영상의 홍수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특히 SNS에서는 많은 사람이 ‘좋아요’와 ‘팔로워’를 얻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거나 과장하고, 때로는 거짓된 모습을 만들기도 한다. SNS에 올리는 보정된 사진과 영상, 명품 옷, 최신 전자 기기, 자동차, 아파트 등은 자신을 과시하거나 광고하기 위한 도구처럼 보일 때도 많다. 

이런 현실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기 자신을 브랜딩해야 하는 시대’라고까지 말한다. “나를 더 좋게 멋지게 유능하게 돋보이게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너무 중요해졌고, 그것을 위해 내면보다 겉모습에 몰두하는 이들도 많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분이신데, 우리는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으며, 무엇을 보여 주고 있는가? 우리가 보고 보이는 것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과 사랑이 담겨 있는가? 

이런 현실은 사실 현대 사회의 특별한 문화 현상이 아니다. 현대 문명의 기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했을 뿐,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간이 반복해 온 우상 숭배의 모습과 유사하다. 이런 현실 가운데 오늘 본문 제2계명은 보이는 것 뒤에 숨어 있는 영적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제2계명은 우리 마음에 은밀하게 자리 잡은 우상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진정한 예배와 경배가 무엇이며, 현대 사회 가운데 성도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중요한 삶의 지침을 제공한다. 

익숙해진 우상 숭배의 문화 

제2계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대 근동 지역의 우상 숭배 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고대 근동 문화권에서는 신을 형상화하고, 그것을 통해 신에게 복을 받으려는 관습이 일상적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노예 생활을 하던 애굽에는 눈에 보이는 온갖 우상의 형상을 만들어 숭배하는 일이 만연했다.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애굽의 종살이에서 해방됐지만, 오랜 기간 보고 실천했던 애굽의 우상 문화와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그들에게 형상을 만들고 우상을 숭배하는 것은 지극히 익숙한 일상의 문화였다. 심지어 이스라엘 민족은 금송아지를 만들어 그 금송아지 형상이 그들을 구원한 하나님이라고 믿고 숭배하기까지 했다(출 32장). 이에 하나님은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출 20:3)라는 첫째 계명을 통해 ‘오직 나만이 너희의 참 하나님’임을 확증하신 후, 둘째 계명을 주시면서 구체적으로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라고 말씀하신다(출 20:4-5).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우상 숭배 문화가 만연해 있다. 우상 숭배는 돌이나 나무로 만든 형상 앞에 절하는 행위로만 제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우상’들이 더 강력하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물질, 성공, 외모, 권력 등 많은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아 하나님보다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성공을 위해,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혹은 권력을 쥐기 위해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고 불의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성공’과 ‘돈’을 일종의 절대적 가치로 숭상하거나 ‘나를 돋보이게 하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소비 문화와 과시적 소비를 당연시하는 현상이 만연하다. 종종 어떤 사람은 물건이나 성과를 통해 자신을 완성하려 하고, 그것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스스로를 무가치하다고 여길 정도로 크게 좌절하곤 한다. 이는 보이는 형상을 만들어서 안정감을 느끼려 했던 고대의 우상 숭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또 다른 사람의 인정에 의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람은 타인의 칭찬과 관심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그 인정이 일시적이거나 그 노력이 실패할 때마다 실망과 공허함을 느낀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점차 자기 존재의 가치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영혼이 피폐해진다. SNS나 영상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와 메시지는 사람에 대한 인식과 판단, 평가에 영향을 주는데, 이러한 것들이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는 경우도 많다.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지 않은 이러한 행위나 믿음 역시 우상 숭배의 한 형태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우상 숭배의 현실이 너무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서 쉽게 자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교회를 다니고 성경공부도 하고 봉사도 하기 때문에 자기에게 숨겨진 우상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항상 자신을 돌아보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고 의지하는 것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무엇이든지 하나님보다 더 추구하고 의지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숨겨진 마음의 우상이다. 

하나님은 스스로를 ‘질투하시는 분’으로 계시하실 만큼 우리의 사랑이 우상을 향하는 것을 미워하신다(출 20:5). 본문이 언급하는 하나님의 질투는 인간적인 시기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거룩한 사랑을 표현하는 언어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무엇인가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고, 성공, 사람들의 인정, 혹은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때로는 두려움이나 불안으로 인해 하나님보다 더 즉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에 의지하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우상 숭배는 은밀하고 때로는 강력하게 인간의 삶을 지배하려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성도가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기를 기뻐하신다. 성도의 마음이 하나님 외에 다른 어떤 것에도 빼앗기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제2계명은 우상을 따르고 있는지 때로는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성도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온전히 당신께로 다시 인도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다. 

우상의 형상을 만들지 말라 

제2계명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 지침을 준다. 첫 번째는 우상의 형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나 물속에 있는 것이나 아무 형상으로서 우상을 만들지 말라고 명령하셨다. 우상은 인간이 만든다. 우상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위해 스스로 만들어 낸 허상이다. 영이신 하나님은 보이지 않으시기 때문에 그분의 형상을 인간은 도저히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하나님의 형상을 만드는 시도는 하나님의 본질을 담아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분의 영광을 훼손하는 일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역사를 보면, 인간은 고집스럽게 하나님의 형상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내려고 했다. 그 본질은 무엇인가?

형상을 만드는 우상 숭배의 본질은 하나님을 인간의 틀 안에 가두려는 시도다. 창조주 하나님이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신 것이 창조 질서인데, 죄인된 인간은 우상을 만듦으로써 신을 창조하려고 한다. 이는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의 위치를 바꾸려는 행위, 곧 하나님보다 높아지려는 죄다. 하나님을 자기가 창조하고, 자기의 뜻과 목적 아래 두어 그 틀 안에서 하나님을 조종하려는 악한 시도다. 

이는 선악과 사건을 상기시킨다. 선악과 앞에서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처럼 되리라’는 불순한 마음을 가졌다. 하나님을 자기의 욕망과 뜻을 이루어주는 존재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이는 내가 하나님이 돼 하나님조차 내 뜻대로, 종처럼 부리고 싶은 마음의 투영이다. 이런 인간의 욕망이 잘 드러난 이야기는 중동의 오래된 전래 동화인 〈알라딘의 요술 램프〉다. 

현대에는 디즈니에서 만든 만화 영화로 더 널리 알려진 이 우화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신 지니는 램프를 소유한 인간의 노예가 된다. 신을 노예로 삼는 발칙한 상상은 독자의 욕망을 대리 만족시킴으로 현실의 무료함과 한계로부터 일시적인 해방감을 준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램프가 있다면, 어떻게든 소유하고 싶은 것이 죄인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망 아니겠는가! 인간은 하나님조차 자기 아래 두고 싶어하는 죄의 본성을 지녔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인생에서 내가 ‘하나님처럼’ 되기 위해 붙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선악과 앞에서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처럼’ 되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하나님 같은’ 인간의 모습을 기뻐하지 않으신다. 지금 당신이 하나님께 기도하며 떼를 쓰고, 때로는 애통하며, 때로는 거래를 제안하며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때로는 하나님 없이 하나님처럼 돼 스스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물질이든 사랑이든 그 무엇이든 하나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그것은 내가 만들어 낸 우상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이 허락하신 동산에서 하나님이 주신 질서에 따라 하나님 나라를 누리기를 기뻐하신다. 각자에게 허락하신 동산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그 동산 가운데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 감이 성도된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모습이다. 우상을 만드는 모든 시도는 하나님의 질서를 깨뜨리고 하나님의 동산을 떠나 내가 내 동산을 만들려는 왜곡된 욕망의 표출이다. 우상 숭배는 하나님의 형상을 왜곡하고, 하나님을 자기 아래 두고,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무서운 죄악이다.

따라서 기억하라. 하나님이 당신을 만드셨다. 하나님을 만들지 말라. 하나님을 자기 아래 두려고 애쓰지 말라. 하나님은 인생의 사고와 욕망에 제한된 분이 아니시다. 인생은 그분을 도무지 담을 수 없다. 그분의 역사는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고, 그분의 일하심은 우리의 계획과 노력으로 성취되지 않는다. 오직 그분이 계시하신 것, 그분이 은혜로 주신 것만 우리는 겸손히 반영할 수 있을 뿐이며, 오직 그분이 섭리하신 것만 우리의 인생 가운데 담아낼 수 있다.  

우상에게 절하지 말라

제2계명을 통해서 주신 두 번째 지침은 우상에게 절하지 말라는 것이다. 절하는 행위는 머리를 숙이고 몸을 굽혀 무릎을 꿇는 숭배의 표현으로, 하나님께만 드려야 할 경배와 찬양을 다른 대상에게 돌리는 것이다. 이 명령은 존재하지도 않는 헛된 신, 곧 우상을 예배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제2계명을 통해 하나님은 오직 하나님만 예배받기에 합당하다고 가르치신다.  

우리는 왜 하나님만 예배해야 하는가? 가장 분명한 근거는 십계명의 제1계명이 가르쳐준 것처럼 오직 하나님만 유일한 신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경배의 대상은 없다. 또한 유일한 하나님은 모든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시며, 우리를 구원하신 구원자이시다. 그분이 우리의 삶을 주관하시고,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는 유일한 분이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유일한 경배와 찬양의 대상은 오직 하나님밖에 없다. 

하나님께만 절하는 것은 그분의 전능하심과 구원자 되심, 오직 하나님이 우리 모든 삶의 근원 되심에 대한 신앙 고백이다. 하나님은 애굽의 노예로 온갖 인권 유린과 박해와 고난을 당하던 이스라엘을 구원하셨다. 하나님은 죄와 사망의 종노릇하던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으로 구원하셨다. 하나님은 성령의 내주하심으로 우리와 동행하시고 우리의 모든 걸음을 인도하신다. 그분은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을 내시며, 죽은 자를 살리시고, 영생을 허락해 주신다. 그분의 영광스러운 존재와 그분의 우리를 향한 사랑의 역사를 기억할 때, 우리는 오직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을 예배할 수 없다. 하나님은 하나님께만 예배드리는 자를 기뻐하신다. 

하나님만이 예배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우리 예배의 태도를 결정짓는다. 오늘날 예배인지 쇼인지 모를 다양한 퍼포먼스가 예배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최고의 것으로 최선의 예배를 드리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경외의 표현이다. 그러나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을 위한 예배 준비와 실천은 A. W. 토저가 지적한 것처럼 예배가 아닌 쇼로 변질될 수 있다. 성경은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요 4:24)라고 증거한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영과 진리로 예배해야 한다. 우상에게 절하지 말라는 말씀은 단지 돌이나 나무로 만든 형상 앞에 절하지 말라는, 쇼처럼 보여지는 외적 행위를 넘어 우리의 전심이 하나님께 집중돼 있고, 우리의 모든 예배의 실천이 진리의 말씀에 기초해야 함을 가르쳐 준다. 

오늘 내 예배에는 하나님이 중심되시는가? 내 예배는 퍼포먼스인가, 하나의 의식인가, 습관인가? 예배의 대상이 하나님이 아니면,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결국 재물이나 성공 혹은 인간의 명예 등 우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예배의 대상이 바뀌게 되면, 우리는 하나님이 아니라 하나님을 통해서 얻는 열매, 복, 결과에 집착하게 된다. 그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고 있을지라도 진정한 예배가 아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금송아지 앞에서 하나님이라고 외쳤던 것처럼, 하나님을 예배한다고 하면서 금송아지에게 절하는 우상 숭배일 수 있다. 

 우상을 섬기지 말라

제2계명이 주는 세 번째 지침은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서 ‘섬긴다’는 말은 단순히 예식을 드리는 행위를 넘어 노예가 돼 복종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대 근동에서는 사람들이 우상에게 재물을 바치고 간절히 기도하며 신을 만족시키면 신이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으로 여겼다. 여기에는 신을 종처럼 부리려는 마음의 욕망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신을 조종하려는 실천은 그 우상의 배후에서 역사하는 영적 권세와 세력에 오히려 사로잡히는 결과를 낳는다.  

성경은 우상 숭배의 배후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사도 바울은 ‘이방인이 제사하는 것은 귀신에게 하는 것’(고전 10:20)이라 밝히며, 우상 숭배 너머에는 사탄이 숨어 있다고 경고한다. 우상을 섬기는 것은 단순히 지금 원하고 필요한 것을 얻고자 하는 욕망에 그치지 않고, 결국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고, 사탄의 권세 아래로 들어가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우상 숭배는 결국 우리를 하나님에게서 떠나 사탄의 종이 되게 만든다. 

성경은 “너희가 누구에게 순종하든지 그 순종함을 받는 자의 종”(롬 6:16)이라고 가르친다. 섬기는 대상이 곧 주인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말씀은 하나님만 우리의 주인이시니 오직 하나님께만 순종하라는 의미다. 종종 우리는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크게 본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의식하긴 하지만 눈 앞에서 더 가깝게 내 현실에 영향을 주는 것 같은 인간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러면 하나님보다 사람을 두려워하게 되고, 그의 말에 휘둘리고 눈치를 보게 된다. 결국 그의 종이 된다. 사람이 우상이 되는 것이다. 

모든 피조 세계가 마찬가지다. 어떤 대상을 궁극적인 가치로 삼아 ‘그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여기거나 그 대상을 위해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다면 이미 그것의 노예가 된 것이다. 노예에게는 자유의지가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 우리를 창조하셨고,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로로 인해 죄와 사망의 종 됐던 신분에서 우리를 구원하사 자유인이 되게 하셨다. 성도는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핏값을 주고 산 바 됐다(고전 6:20). 

따라서 성도가 우상을 섬긴다는 것은 스스로 죄와 사망의 굴레에 다시 묶이는 것이다. 자유로운 신분을 은혜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스스로 죄와 사망의 노예가 되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민족이 언약 백성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애굽에서 배웠던 습성대로 우상을 따르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오늘 내 생각과 삶을 지배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나는 무엇에 순종하고 있는가? 죄와 사탄의 지배를 받고 있는가? 그리스도와 성령의 지배를 받고 있는가? 

이미 자유인이 된 그리스도인은 사탄의 노예가 될 수 없다. 그리스도 외에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우리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오직 하나님의 종이며 오직 그분의 자녀다. 따라서 이제 성도는 그리스도 안에 자유인이 된 자로서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여전히 죄의 습성 가운데 남아 있는 우상을 탐색하고 제거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도 모르게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우상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가? 

마음의 우상을 탐색하고 십자가에 못 박기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자존감을 전적으로 외모나 학력, 경제력에 의존한 적이 있는가?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받지 못해 수치스럽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있었는가? 특정한 목표를 이루지 못해 무너져버리는 모습이 있었는가? 이런 상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내 마음 속에 숨겨진 우상이 있다는 증거다. 다음은 이러한 마음의 우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하나님 앞에 내려놓기 위한 기본 전략이다. 

1.    정직한 자기 성찰
마음의 우상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정직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자기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돌아볼 기회를 잃는다. 따라서 조용한 시간에 혼자 있는 장소에서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스스로에게 질문하라. 

- 나는 무엇을 잃어버리면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 무엇이 내 일상을 결정짓고, 감정을 크게 좌우하는가?
- 무엇을 이루지 못하면 내 인생이 실패했다고 느끼는가?

2.    감정의 과잉 반응 점검
마음속 깊이 뿌리박힌 우상은 우리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흔들어 놓는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과도한 분노나 두려움, 절망감이 든다면 그 문제 뒤에 무언가 ‘절대적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것’, 곧 우상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이런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왜 내가 이토록 화가 나는가? 왜 이렇게 두려운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봐야 한다. 감정의 과잉 반응을 추적하다 보면, 마음속 우상이 무엇인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다.

3.    시간과 자원의 흐름 살펴보기
우리가 삶에서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것에는 자연스럽게 가장 많은 시간, 정성, 비용이 투입된다. 영수증, 일정표, SNS 사용 로그 등을 살펴보면 내가 무엇에 진정으로 몰두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 수 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보다 특정 대상이나 활동에 훨씬 더 많은 자원과 열정을 쏟고 있다면, 그 대상이 우상이 돼 있음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 시간과 물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역은 어디인가?
- 내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가장 신경 쓰고 공들이는 분야는 무엇인가?
- 내가 중독처럼 집착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4.    말씀과 기도를 통한 영적 점검
자신의 생각과 감정, 시간과 자원의 흐름을 살펴본 후에는 하나님이 그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말씀과 기도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라. 시편 저자들이 고백한 것처럼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죄를 깨달을 수 있도록 말씀 안에서 간구하라. 말씀 묵상과 기도를 통해 성령님께 우리의 내면을 조사해 달라고 간구할 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우상이 드러날 것이다. 말씀이 우리를 비추고(히 4:12) 성령이 마음의 동기를 드러내시므로(요 16:8) 날마다 영적으로 깨어서 자신을 살피는 습관을 형성하라. 

5.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세우기
예수님은 이미 십자가에서 우리의 모든 죄와 연약함을 담당하셨고, 영원한 생명과 하늘의 영광과 권세를 주셨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정체성은 이미 ‘하나님의 자녀’(요 1:12)이자 ‘새로운 피조물’(고후 5:17)로 확정됐다. 하나님 안에서 영원히 존귀하고 가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할 때, 우리는 어떤 업적이나 재물, 타인의 인정과 사랑, 건강, 외모 등 다른 우상을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빛이 비취면 어둠이 물러가듯,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붙잡을 때 우상의 힘은 현저히 약화된다. 따라서 우상이 있는 자리에 십자가를 세우라. 다시금 그리스도만이 내 참 구원자요, 참 주인되심을 고백하라. 그리고 날마다 십자가를 지라. 

6.    신앙 공동체와 함께 머물기
함께 신앙 생활을 하는 동역자, 목회자, 소그룹 내에서 자신의 우상과 고민과 집착을 고백하라. 고백은 자유케 하는 힘이 있다. 서로 격려하고 기도하고 상호 책임지고 돌보면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상의 영향으로부터의 온전한 자유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는 때때로 우리가 넘어져도 다시 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워줄 든든한 지체다. 

결론 

우리는 모두 우상 숭배의 유혹 앞에 쉽게 넘어질 수 있는 존재다. 실제로 우리는 모두 죄와 사망, 거짓된 우상의 종 됐던 자들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로운 신분을 허락해 주셨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다른 우상을 향하던 모든 시선을 돌이켜 하나님만을 봐야 하고, 성도된 우리에게서는 하나님의 섭리와 목적이 보여야 한다. 하나님은 오직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 곧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라고 약속하셨다. 우리의 하나님을 향한 진실한 예배와 순종의 삶 가운데 그리스도 안에 있는 풍성한 은혜와 참된 자유가 가득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