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청빙은 교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교회는 청빙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할 수도 있고 반대로 본질을 상실하고 쇠퇴할 수도 있다. 청빙은 사람을 골라 쓰는 채용이 아니다. 청빙(請聘)은 문자 그대로 ‘부탁해 부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한국 교회 초창기에는 고빙(雇聘)이라고도 했을 만큼 교회가 예의를 갖춰 부탁해 목사를 모셔 왔다.¹ 

목회자 청빙은 하나님이 예비한 적합한 목회자를 모시는 것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교회가 대신해 수행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성령 강림 이전에는 하나님이 직접 나타나 선지자들을 부르고 파송하셨고 그들에게 기름을 부어 사역을 맡기셨다. 하지만 성령 강림 이후에는 하나님이 직접 부르는 대신 교회를 통해 목회자를 세우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하나님이 예비한 우리 교회에 가장 적합한 목회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서 교회는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함께 찾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교파와 교단의 신학 전통에 합당한 절차적 공정성은 필수적이다.

개신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면 공적으로 한 교회의 목회자로 부름 받고 사역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합법성 곧 절차적 공정성과 전문성을 인증받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제네바의 종교개혁자 장 칼뱅도 그런 과정을 통해 다른 목회자를 동역자로 청빙했다.² 이런 제네바의 목회자 청빙 방식을 따라 개혁교회 전통의 교회는 청빙 과정에서 나름의 절차적 공정성과 전문성에 대한 검증 과정을 제도적으로 정착시켰고 그 제도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렇다면 목회자 청빙을 어떻게 진행해야 교파의 신학적 전통과 교단의 질서 위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이룰 수 있을까? 개신교회 여러 교파의 청빙 절차를 살펴보면 그들만의 역사적·신학적 배경 속에서 형성된 목회자 청빙 과정의 특징이 있다. 
본고는 현재 독일 개신교회, 호주와 미국의 장로교회 청빙 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교회의 청빙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독일 개신교회 목회자 청빙 과정

오랜 역사를 통해 주(州)교회 형태로 자리매김한 독일 개신교회 안에는 감독 중심의 루터교회와 장로회 중심의 개혁교회 정치구조가 공존해 있다. 공법(公法)상 주교회인 독일 개신교회는 독일개신교회협의회(이하 EKD) 소속이다.³ 

EKD는 독일 개신교회의 지붕과 같다. 루터교회, 개혁교회 그리고 연합교회의 전통을 지닌 20개 교단이 각각 협의체 형식으로 한 지붕 아래에 묶여 있다. 20개의 개신교회는 전체가 하나의 교단을 이루지 않고 각각 독립적인 교단을 형성하고 있다. 동시에 서로가 개별적인 주교회의 교파적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EKD 안에서 공동의 과제를 수행한다. 따라서 모든 교단이 각각 신학적 정체성을 지닌 헌법을 지니고 있지만 큰 범주에서 볼 때 EKD 소속 개신교회의 정치 구조는 비슷하다. 부르는 명칭이 다를 뿐 대체로 목회자를 청빙하는 과정도 대동소이하다. 독일 개신교회에서 개체교회의 담임목사 청빙 방식은 두 가지다. 

1.    주교회에 의한 임명 방식
다음은 한 개체교회에서 14년간 목회하던 한스 헨첼 목사가 교회를 사임하면서 교회 회보에 목회자 청빙 과정에 관해 쓴 글이다.⁴

“트리니타티스교회 공동체를 위해 ‘목사님을 청빙합니다’라는 광고가 교단 신문에 실렸습니다. 우리는 다행히 담임 목사 공석 기간에 베티나 모어 목사님을 우리의 임시 목사로 모실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녀는 한정된 기간 동안에만 우리와 함께할 수 있습니다. 
담임 목사직은 쿠어헤센-발덱 개신교회의 교단 관보에 공고됐으며, 이제 우리는 지원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쿠어헤센 소속의 모든 목사님은 우리 교단의 감독⁵에게 지원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지원자들에게는 교회 프로필이 발송되는데, 이 프로필은 교회 운영위원회⁶가 오랜 시간 동안 신중하게 고민하고 다듬었으며, 이 안에는 교회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소개하는 내용과 함께 교회가 목사님께 기대하는 바도 포함돼 있습니다. 따라서 지원 전에 모든 지원자는 트리니타티스교회와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여러 지원자가 공고된 목사직에 지원하면 감독은 이들 중 한 명을 운영위원회에 추천하고 그를 후임으로 제안합니다. 교회 운영위원회는 모든 지원자의 이름을 알 수 없고 스스로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이는 비민주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개체교회 내에서는 두 번 중 한 번은 이런 방식으로 인사 절차가 진행되며 지금까지는 항상 수용돼 온 절차입니다. 감독이 추천한 후보는 운영위원회의 초대를 받아 예배를 인도하고 인터뷰에 응하게 됩니다. 이때 모든 교회 구성원은 소개 예배에 참석해 그 후보에 대한 찬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회 운영위원회 구성원들은 목사님을 선택할 때 특히 헌신적이고 관심 있는 교회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입니다. 예배와 인터뷰 후에 교회 운영위원회가 감독의 제안을 승인하면, 제안된 후보는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목사로서 교회에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만약 교회 운영위원회가 감독의 제안을 승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감독은 초기 지원자 중 다른 사람을 추천하고 절차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우리는 아직 새로운 목사님의 소개 예배가 언제 열릴지 모르지만 운영위원회가 카셀에서 상급 성직자인 알터호프 여사를 만났을 때 이 일정이 7월 중순이면 이뤄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목사직에는 추가 임무가 부여됩니다. 새로운 목사님은 개체교회의 임무를 맡아 선교, 교회 연합, 교회 성장 및 길거리 어린이 프로젝트에 관한 사역들을 담당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매우 기대하고 있으며, 여러분께 기도로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소개 예배가 있을 때도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상술한 글에 나타난 임명 방식의 목회자 청빙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개체교회의 담임목사가 사임한다.

2) 임시 목사가 파견된다.

3) 개체교회에서는 교회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교회 프로필을 작성한다.

4) 교회 운영위원회는 소속 교단 관보에 목회자 청빙 공고를 한다.

5) 교단의 행정 담당자를 통해 지원자에게 교회 프로필을 전달한다.

6) 지원자는 청빙 지원 서류를 제출한다. 이때 지원 서류는 개체교회의 교회 운영위원회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교단의 상급 성직자에게 제출한다.

7) 상급 성직자는 청빙 지원 서류를 검토한다. 이때 상급 성직자는 교회 운영위원회와 협력하긴 하지만, 운영위원회가 지원자의 이름이나 서류를 확인할 수는 없다. 상급 성직자는 청빙 과정이 교회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보장한다. 

8) 서류 검토 후 상급 성직자는 지원자들과의 면담이나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때 상급 성직자는 교회의 신학적 방향과 지역 사회의 필요를 고려해 후보자의 자질을 평가한다. 상급 성직자는 지원자에게 자문을 제공하고 그들이 교회의 기대에 부합하는지 평가한다. 중요한 점은 개체교회 교회 운영위원회는 모든 지원자의 이름을 알거나 스스로 선택할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9) 상급 성직자는 개체교회의 교회 운영위원회와 협의해 최종 평가를 한다(1-3 순위 작성). 그 후에 상급 성직자는 1-3 순위 후보자를 감독에게 알린다.

10) 교단의 감독은 이들 중 한 명을 교회 운영위원회에 추천한다.

11) 감독이 추천한 후보는 교회 운영위원회의 초대를 받아 예배를 인도하고 인터뷰를 한다. 이때 소개 예배에 참석한 모든 교회 구성원은 그 후보에 대한 찬반 의견을 투표한다. 

12) 예배와 인터뷰 후에 교회 운영위원회가 감독의 제안을 승인하면 제안된 후보는 가능한 빨리 목사로서 교회 활동을 시작한다. 만약 교회 운영위원회가 감독의 제안을 거부하면 감독은 지원자 중 다른 사람을 추천하고, 절차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위의 사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임명 방식의 청빙 과정에 나타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목회자 청빙 과정의 주도권이 개체교회에 있지 않다. 개체교회의 누구도 지원자 전체에 대한 이름이나 정보를 알 수 없다. 최종 후보자만 개체교회에 소개되고 설교와 면담을 거쳐 찬반 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전문성에 대한 검증도 개체교회가 하지 않고 상급 기관의 상급 성직자가 담당한다. 상급 성직자는 목회자 청빙 과정에서 교회의 신학적 방향과 지역사회의 필요를 고려해 후보자의 자질을 평가한다. 

둘째, 목회자 청빙 과정에서 개체교회는 교회 프로필을 작성한다. 교회 프로필 안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된다.

1) 교회의 개요: 교회가 위치한 지역, 설립 연도, 역사적 배경 등과 교회 구성원의 수, 교인 통계에 관한 정보 등을 기록한다.

2) 교회의 사명, 비전, 장기적 목표 제시: 이는 새로운 목회자가 교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사역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된다.

3) 교회의 현재 사역과 재정 상황 서술
4) 교회의 도전 과제 서술: 교회가 현재 직면한 문제를 설명하고 교회가 향후 몇 년간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새로운 목회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명확히 서술한다.
5) 신임 목회자에게 기대하는 역량과 성향 서술: 새로운 목회자에게 바라는 신앙 지도에 대한 기대를 서술한다. 
6) 청빙 절차 설명: 목회자 청빙 절차의 각 단계를 설명하고 후보자가 어떤 절차를 통해 지원할 수 있는지 안내한다. 지원서 접수 마감일, 면접 일정, 최종 결정일 등 청빙 과정의 주요 일정을 명시한다.
이러한 교회 프로필은 교회의 현재 상황을 투명하게 보여 주고 새로운 목회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교회와 목회자 모두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교회는 자신의 필요와 비전에 맞는 적합한 목회자를 찾을 수 있고 목회자는 교회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역할을 준비할 수 있다.


셋째, 개체교회의 운영위원회와 성도들은 지원자들의 이름을 알 수 없고, 최종 후보자를 스스로 선택할 기회도 없다. 후보자 여러 명이 설교를 하거나 면접을 보지도 않는다. 최종 한 명의 후보자만이 개체교회에 소개된다.

2.    개체교회에 의한 선출 방식
EKD 소속 독일 개신교회 내에는 개체교회 주도의 선출에 의해 공석인 목회자의 자리를 채우는 방식도 있다. 이 방식은 대체로 개혁교회 성향이 강한 교단 내에서 이뤄진다. 다음은 개혁교회 성향이 강한 라인란트 개신교회의 헌법에 나타난 목회자 청빙 절차다.

1) 목회자 공석 및 청빙 절차 승인: 담임목사직이 공석이 된 후 개체교회 당회는 목회자 청빙을 요청한다. 이 요청은 지역 노회장을 통해 교단으로 전달된다. 교단은 교회의 요청을 검토한 후 승인 내용을 서면으로 교회에 통보한다. 
2) 청빙 공고: 개체교회는 그 직무에 맞는 요구 사항을 정의하고, 교단을 통해 직무를 공고한다. 공고는 교단의 공식 채널인 관보 또는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된다. 지원자는 공고를 통해 자신의 이력서를 제출하고 개체교회 당회는 지원자를 심사한다.
3) 후보자 선정 및 평가: 개체교회 당회는 제출된 지원서를 검토한 후 적합한 후보자를 선발해 그들이 교회에서 시험 설교를 하도록 초청한다. 보통 여러 후보자가 각기 다른 주일예배 때 설교하며 이를 통해 후보자들의 다양한 측면을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개체교회는 후보자의 설교를 듣고 평가할 기회를 갖고 당회는 공동체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후보자를 결정한다.
4) 비밀 투표: 최종 후보자는 비밀 투표를 통해 선출되고 개체교회 당회의 주도 하에 교인들이 투표한다.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선출되며 투표 후에 교단의 승인을 받는다.
5) 교단의 감독 및 승인: 교단은 선출된 목회자의 적합성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승인 절차를 완료한다. 승인된 목회자는 서면으로 임명 받고 교회에서는 공식적인 임명식을 통해 그 직무를 시작한다.

이 청빙 과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목회자 선출 권한은 개체교회 당회에 있고 비밀 투표로 진행한다. 하지만 이때도 헌법에 따르면 교단은 후보자를 추천할 권리가 있고 개체교회는 이 추천을 바탕으로 후보자의 자격을 검토하고 선출해야 한다.

둘째, 청빙 과정에서 개체교회 당회가 제출된 지원서를 검토하고 적합한 후보자를 선발할 때 교단의 관계자인 노회장이 참여한다. 노회장은 개체교회 당회가 지원자들을 평가할 때 지도하고 자문을 제공한다. 특히 후보자의 신학적 성향과 목회자로서의 전문성을 검증하는 데 자문을 주어 당회가 더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 당회는 지원자들의 자격과 적합성을 판단할 때 노회장의 의견을 듣고 교회의 필요와 교단의 요구를 고려해 최종 후보자를 선택한다.

셋째, 목회자 청빙의 최종적인 승인 권한은 교단에 있다. 개체교회 당회가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면 교단은 그 결정에 대해 최종 승인 권한을 갖는다. 만약 개체교회 당회가 선택한 후보가 교단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교단은 대체 후보자를 추천하거나 재선출 절차를 요구할 수 있다.

넷째, 임명 방식과 달리 선출에 의해 공석인 목회자의 자리를 채울 경우에는 후보자들은 개체교회에서 시험 설교를 하고 면접을 보기 때문에 누가 지원했는지가 공개된다.

호주 장로교회의 목회자 청빙 과정

호주 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 of Australia, 이하 PCA)는 산하에 300여 개의 개체교회를 둔 호주 최대 장로교회 교단 협의체다.
총 6개의 교단(PCA NSW, Victoria, Queensland, South Australia, Western Australia, Tasmania)이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큰 교단인 뉴사우스웨일즈 호주장로교회의 목회자 청빙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개체교회의 담임목회직이 공석이 됐을 경우, 공석 6주 이내에 당회는 청빙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때 당회는 청빙할 목회자에게 제시할 교회 재정 보고 및 목회자 사례비와 연금 지급 계획이 담긴 재정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목회자 사례비 및 연금 액수는 총회 산하 ‘목회와 선교’ 분과가 지정한 지급액을 정확히 따라야 한다. 이후 당회는 해당 재정 자료를 공동의회에서 발표하고 교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해당 재정 자료는 노회에 보고되고 노회는 해당 보고가 개체교회 내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이뤄졌는지 감찰한다. 재정 자료가 공동의회를 통과한 후에 청빙위원회는 목회자 청빙 공고를 올린다.

2) 청빙 공고를 보고 후보자가 서류를 제출할 때는 개체교회가 아닌 노회 사무실로 보내야 한다. 목회자의 청빙 절차는 노회의 지도 아래서 이뤄지며 후보자의 서류는 노회가 관리하고 심사한다. 노회는 후보자의 서류를 검토한 후 교회의 청빙위원회와 협력해 절차를 진행한다. 호주장로교회에서 목사 청빙 과정 중 목사의 전문 자격을 평가하는 주체는 노회다. 구체적으로 교회가 목사를 청빙할 때 노회는 목사의 전문성과 교리적 적합성을 평가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청빙 조건 같은 문서를 검토하고 개체교회의 재정 상황이 목회자를 청빙할 수 있는 상황인지와 절차적으로 교회 내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쳤는지를 확인한다.

3) 여러 후보자가 있을 때에는 소위 경쟁 설교는 허용하지 않는다. 즉, 여러 후보자가 교회에서 돌아가면서 설교하는 방식을 금지한다. 청빙위원회는 노회와 협력해서 각 후보자와 개별적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개체교회의 회중에게 한 명의 후보자만을 추천한다. 여러 후보자가 교회 공동체 앞에서 설교하기보다 청빙위원회가 먼저 후보자와 교류한 후에 한 명의 후보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회중은 청빙위원회가 선택한 후보자를 투표로 결정하는 절차에 참여하고 다른 후보자들에 관한 정보나 설교는 직접 접할 수 없다.

4) 청빙위원회는 담임 목사 후보자를 선정하고 노회에서 청빙 절차를 위해 파송된 목회자의 주관으로 공동의회를 소집한 후 투표를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70%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뉴사우스웨일즈 호주장로교회의 목회자 청빙 과정에 나타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담임 목사 지원자의 전문성에 대한 평가 주체는 개체교회의 청빙위원회가 아닌 노회에 있다. 또한 개체교회 주도의 경쟁 설교를 허용하지 않는다. 노회와 협력해 청빙위원회는 각 후보자를 개별적으로 면접하고 회중에게는 한 명의 후보자만 추천한다. 회중은 선택된 후보자를 투표로 결정하는 절차에만 참여한다.

둘째, 호주 장로교회에서는 담임 목사 청빙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독일의 ‘교회 프로필’ 작성이나 미국 장로교회의 ‘미션 스터디’를 작성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총회에서 지정한 액수에 따라 청빙할 목회자에게 제출할 ‘교회 재정 보고 및 목회자 사례비 및 연금 지급 계획이 담긴 재정 자료’를 작성해 공동의회와 노회에 보고하는 게 헌법상의 의무다.

이때 책정된 사례비는 구체적으로 명시하게 돼 있다. 임금은 기본이고 주거지원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예를 들면 목회자의 주거는 교회 반경 5킬로미터 이내여야 하고, 당회를 할 수 있는 회의 공간이 마련돼 있어야 하며, 일정 평수 이상 일정 침실 이상을 갖춘 집이어야 한다. 만약 교회가 주거시설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렌트를 해서라도 동일 조건의 집을 구해 줘야 한다. 이를 직접 노회가 감찰하게 돼 있다. 또 교회가 갖고 있는 차량을 지원하고 보험, 주유비 등 모든 비용을 개체교회가 부담하거나 목회자가 원하는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 또 총회에서 지정한 액수의 연금을 청빙 시 목회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총회에서 지정한 수준의 목회자 사례비나 연금을 개체교회가 부담할 수 없을 경우 해당 개체교회는 선교지로 강등당해 목회자가 아닌 선교사를 받아야 한다. 즉 기본적으로 총회에서 인준한 정도의 목회자 임금을 지불할 수 없는 개체교회는 목회자를 청빙할 수 없다. 

미국 장로교회 목회자 청빙 과정

미국 장로교(이하 PCUSA)의 목회자 청빙 과정은 개체교회와 노회 간의 협력을 통해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1) 목회자 사임 및 노회 승인: 목회자가 사임을 결정하거나 개체교회를 떠나기로 한 경우, 먼저 당회에 이를 통보한다. 사임 결정은 교회의 동의와 노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며 이는 사임 절차의 첫 단계다. 노회와 협의 후 목회자의 사임이 확정되면 당회는 이를 노회에 보고하고 노회는 교회의 상태와 필요를 평가해 청빙 절차를 승인한다. 

2) 미션 스터디 팀 구성: 개체교회는 노회의 지도 아래 미션 스터디 팀을 구성한다. 개체교회는 미션 스터디를 통해 교회의 사명과 목표를 재검토하고 미래 목회 방향을 설정한다. 이 과정을 통해 교회는 과거의 역사와 사역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사역 비전과 청빙하려는 목사에게 기대하는 역량을 정리한다.

3) 미션 스터디 보고서 작성: 미션 스터디 팀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 보고서는 청빙위원회가 교회의 필요에 맞는 목회자를 찾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4) 청빙위원회 구성: 교회는 공동의회를 소집해 청빙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위원회는 일반적으로 교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다양한 대표들로 구성한다. 청빙위원회는 교회 회중의 대표로서 청빙 절차를 주도하며 노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청빙 절차를 진행한다. 청빙위원회 구성은 보통 홀수로 하고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시무 장로를 포함한다.

5) 청빙위원회 활동: 청빙위원회는 노회의 자문과 협조를 받아 활동한다. 이들은 미션 스터디 보고서를 바탕으로 교회 비전에 부합하는 후보자를 찾는다. 청빙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당회의 간섭 없이 노회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6) 목회자 후보자 탐색: 청빙위원회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목회자 후보를 모집한다. 청빙위원회는 노회와 협력해서 청빙 절차를 진행하며 목회 후보자에 대한 신원 조회도 요청할 수 있다. 여기에는 PCUSA의 공식 목회자 후보 데이터베이스, 신학교 네트워크, 그리고 추천을 통한 후보자 탐색이 포함된다. 특히 목회자의 신학적 검증과 목회 자질 평가는 노회가 담당해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노회는 목회자 후보자가 장로교 교단의 기준을 충족하는지 평가한다. 이는 목회자의 과거 목회 경험과 자질을 신중하게 조사하고 교리적·신학적 적합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포함한다.

7) 후보자 평가: 청빙위원회는 후보자들의 서류와 신앙고백, 사역 경험 등을 검토하고 미션 스터디 보고서와 비교해서 교회의 요구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평가한다. 필요에 따라 후보자와의 인터뷰, 설교 평가, 신원 조회 등을 진행한다.

8) 최종 후보자 단일 추천: 청빙위원회는 심사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한 후 이를 교회 공동의회에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노회의 사전 검토와 승인이 필수적이며 후보자는 노회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9) 공동의회 투표: 교회는 공동의회를 소집해서 청빙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를 놓고 투표를 진행한다. 교회 구성원의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은 경우에 목회자는 정식으로 청빙된다.

10) 노회 승인 및 위임: 공동의회에서 청빙된 목회자는 노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11) 청빙 후 절차: 청빙이 완료되면 청빙위원회는 당회와 협의해 목회자의 청빙 조건을 명확히 한다. 여기에는 목회자의 사례비, 주거 지원, 건강 보험, 연금, 유급 휴가 등이 포함된다.

위에서 소개한 미국 장로교회의 목회자 청빙 과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목회자 후보자는 지원 서류를 청빙위원회에 직접 제출한다. 이는 독일 개신교회나 호주 장로교회와 다른 점이다. 이런 점에서 독일 개신교회나 호주 장로교회에 비해 미국 장로교회는 개체교회의 주도권이 더 있다.

둘째, 목회자 후보자에 대한 전문성 평가는 노회가 주도적으로 실시한다. 미국 장로교회의 경우에는 PCUSA의 공식 목회자 후보 데이터베이스에 목회자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후보자에 관한 기본적인 탐색이 가능하다. 


셋째, 목회자 후보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도 모든 후보자가 교회에서 설교하거나 회중 앞에서 면접을 보지 않는다. 개체교회의 청빙위원회가 각 후보자를 심사하고 인터뷰한 후 최종적으로 한 명의 후보자만 선정해 교인 전체에게 추천하고 투표하는 방식을 취한다.
넷째, 호주 장로교회와 달리 미국 장로교회는 청빙이 완료된 후에 청빙위원회가 중심이 돼 당회와 협의해서 목회자의 청빙 조건을 명확히 한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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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희찬 외 3인, 《청빙 매뉴얼》(교회건설연구소, 2024), p. 11.
2) 박경수, “16세기 제네바 교회의 목회자 선발과 훈련에 관한 연구 ? 한국교회의 목회자 위기 극복을 위한 모색,” 〈장신논단〉 44, 2 (2012): pp. 177-181; 이정숙, “목사는 누구인가? - 칼빈의 목사직 이해와 실천,” 〈한국교회사학회지〉 23, (2008.11): pp. 225-229.
3) 독일 개신교회는 국가교회가 아니다. 독일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 “국가 교회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사적인 종교 단체도 아니다. 독일 개신교회는 헌법상 공법적인 종교 단체다. 이에 관한 내용은 필자의 논문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상조, “공법상 주교회인 독일 개신교회의 역사적 형성 과정과 그에 따른 교회 체제의 특징,” 〈장신논단〉 49, 2 (2017.06): pp. 159-186??4) https://www.trinitatis-kirche.de/angebote/gemeindebrief.html. Gemeindebrief. Nr. 54: Juni - Juli - August 2006 [PDF] - “Wie kommen wir an eine neue Pfarrerin oder einen neuen Pfarrer?,” pp. 9-10.
5) 감독은 교단 전체를 관할하는 지도자이자 행정적 책임자로 한국장로교회의 총회장에 해당한다.
6) 교회 운영위원회는 교회의 행정과 운영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으로 한국 교회의 당회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운영위원회는 일반적으로 장로, 사무총장, 재무 담당자, 다양한 사역을 담당하는 위원회 위원들로 구성돼 있고, 목회자도 위원으로 회의에 참여하지만 위원회의 의장은 장로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