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는 많은 것이 매우 빠른 속도로, 너무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군대 문화, 기업 경영 방식, 교육 시스템, 직업의 형태, 가치관과 사고방식 등 불과 10-20년 사이 일어난 변화는 과거 한 세기 동안 일어난 변화의 총량을 가볍게 뛰어넘은 듯하다. 실로 급변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변화는 더욱 가속화돼 초급변 사회로 나아갈 게 분명하다.

목회자로서 변화를 거부하자니 도태될까 두렵고 변화를 무조건 수용하자니 지금껏 해 오던 관성의 반작용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너무 쉽게 빨리 변하는 세상 속에서 혹 소중한 것을 놓칠 수 있다는 염려도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목회 현장도 많이 변했다. 90년대 이전만 해도 교회의 모습은 단순했다. 주일이면 가족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고 마친 후에는 어른들은 각 부서에서 봉사를, 아이들은 저녁 예배 전까지 성경 공부나 친교 모임을 했다. 주중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구역 모임에 참석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모여 찬양하고 말씀을 공부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며 자연스레 그 신앙의 형태를 유산처럼 흡수하고 체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급변하는 세상의 일원인 성도들은 교회에서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여전히 설교 중심의 예배가 신앙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연령과 직종, 성향과 관심 분야에 따른 맞춤형 사역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세대별로 다양한 사역을 제공해 주기를 바라는 성도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성도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면서도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지키려면 어떻게 목회해야 할까? 특별히 교회의 중심 세대인 4050세대와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갖고 목회해야 할까?

4050세대는 교회의 핵심 일꾼이자 목회자에게 매우 중요한 동역 그룹이다. 현재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는 4050세대가 전체의 56.7%를 차지하고 뒤이어 60대 이상이 35.5%, 30대가 7.8%를 차지한다. 고령화되는 사회와 교회에서 4050세대 비율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4050세대를 교회에 정착시키기 위한 수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의 교회에서 실제로 적용해 효과를 봤던 몇 가지 사역을 소개하고자 한다.

강해 중심의 설교와 개인 기도

대한민국은 민주화 운동의 거센 파고를 경험한 나라다. 필자 또한 청년 시절에 그를 몸소 겪었고, 그 시절을 지나는 청년을 대상으로 사역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배운 성경 말씀이 국가와 사회의 부조리 앞에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은 무력감을 겪은 기독 청년들은 사상과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둔 구호를 듣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들은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아낌없이 지불했고 값진 결과를 얻어 냈다. 하지만 지나치게 운동권에 의식화되는 기독 청년이 많아지는 부정적인 결과도 따라왔다. 

그리스도인은 이념이나 사회 현상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을 통해 세상과 삶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당시에 열심히 성경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청년들이 말씀을 묵상하도록 훈련시켰다. 그 결과, 과연 하나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었다(히 4:12). 가슴은 뜨거웠지만 왠지 모를 공허함을 호소하던 청년들이 말씀을 가까이하면서 구체적인 삶의 변화를 경험했다. 기존의 여러 프로그램과 이벤트에 익숙하던 청년들이 하나님의 말씀이 꿀과 송이 꿀보다 더 달다고 고백하기 시작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목회할 때도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려고 힘쓴다. 개인적인 의도나 이야기는 가급적 배제하고 성경 강해에 충실한 설교를 한다. 부교역자들도 수요예배를 통해 성경을 연속으로 강해한다. 매년 세 차례 실시하는 특별새벽기도회 때는 성경을 한 권 택해 모든 본문을 강해한다. 강해설교를 들으며 신앙생활을 오래한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성경적 사고를 형성한다. 그리고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는 균형 잡힌 성도로 살아갈 능력을 얻는다. 

4050세대는 청년 시절에 부흥과 은혜를 경험했던 세대다. 현재도 교회 내에서 여러 일을 감당하고 가정과 사회에서도 많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세대다. 피곤한 몸과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교회에 나오며 기대하는 바는 결국 하나님 말씀이다. 하나님 또한 말씀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새롭게 하길 바라시고 반드시 그렇게 하실 거라 확신한다. 그러니 목회자는 믿음으로 말씀을 선포해야 한다. 온전한 말씀을 먹이기 위해 더욱 성경에 충실한 설교자로 성도들을 섬겨야 한다. 

강해 설교는 뒤에 이어지는 기도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설교 후 기도회 때 우선적으로 그날 들은 말씀으로 기도하는데 설교가 정돈되지 않거나 설교에 말씀이 담겨 있지 않으면 기도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기도회가 기도회답게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 말씀이 정확하고 엄중하게 선포돼야 한다. 강해 설교는 본문 말씀이 분명하게 전해지기에 성도들의 기도를 돕는다. 설교를 바로 세우면 기도회가 살아난다.

말씀으로 기도한 후엔 개인 기도 시간이 있어야 한다. 보통 모든 성도에게 여러 기도 제목을 나열하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기도하게 한다. 이 방식이 잘못되진 않았지만 자칫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기도 를 하게 될 수 있다. 성도들이 성령의 인도하심이 아닌 교회와 목사가 정한 틀에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억지로 기도회를 인도하기보다 성도 개개인이 풍성한 말씀과 세밀한 성령님의 인도함을 받도록 개인 기도 시간을 열어 두길 제안한다. 물론 정해진 기도제목에 따라 기도하는 게 익숙한 성도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해진다면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이 있고 심령에 울림과 떨림이 있는 깊은 기도를 경험할 수 있다.

연령별로 구성된 소그룹

신앙생활에 있어서 소그룹은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소그룹은 대그룹 모임인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이 설교를 통해 받은 은혜를 나누는 현장이다. 교회마다 소그룹의 명칭이나 편성 기준이 다양한데 전통적으로 교회 소그룹은 구역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구분을 최상위 분류 기준으로 뒀다. 이웃사촌이라고 부르는 옆집 이웃과 함께 교제하고 정을 나누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던 과거에는 지역 구분으로 소그룹을 편성하는 일이 유효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고 현대인에게는 물리적 거리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동질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거리가 멀더라도 같은 생각을 가진 동일가치집단에 속하길 바라고 그들과 만나 교제하는 것을 추구한다. 즉 가까이 살더라도 생활방식이나 가치관, 환경이 다르면 쉽게 동질감을 갖지 못한다. 과거만큼 교회 소그룹 모임이 활발하지 않은 원인이 여기에 있다.

현재 필자 교회의 장년 성도 중 소그룹에 속한 성도 비율은 약 72.5%다. 낮은 비율은 아니지만 여전히 28% 가까운 성도가 소그룹에 속하는 걸 원하지 않고 이미 소그룹에 속한 성도 중에서도 이탈 조짐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결론은 연령별로 소그룹을 묶는 것이었다. 40대 성도는 어린 시절 한국 교회의 부흥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헌신하려는 열정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역별로 소그룹을 편성하면 순장은 대부분 50-60대 선배들이 맡기 때문에 그들이 섬길 자리가 적다. 하지만 연령대별로 소그룹을 재편하면 또래 집단이라는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새로운 리더가 세워지고 그들이 헌신과 열정을 발휘할 장이 넓어져 주체적인 교회의 일원으로 자리하게 된다.

소통하는 의사결정 구조

기독교 특히 장로교의 장점이자 단점은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대의민주주의 형태로 운영되는 교회 정치는 불통과 폐쇄성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4050세대는 교회의 명과 암을 모두 경험한 세대로, 부흥과 은혜만이 아니라 부조리와 불합리도 경험했다. 그들이 경험한 부조리와 불합리의 중심에는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존재한다. 담임 목사가 마음에 맞는 한두 사람을 곁에 두고 그들과만 일하는 소위 측근정치는 교회에서 뿌리 뽑혀야 할 악한 관행이다. 이 방식은 성경적으로 옳지 않으며 4050세대의 마음도 잃게 한다. 따라서 4050세대를 위한 목회를 계획할 때, 교회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평등한 의사결정 구조를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내일교회는 평등한 의사결정 구조를 세우기 위해 다양한 평신도협의체를 만들었다. 교회 내 여러 기관과 부서에 따라 만들어진 평신도협의체는 평신도 리더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리더들은 매월 1회 이상 모여 각 부서의 현안을 의논하고 필요한 사항을 정리한다. 여기서 모인 현장 목소리는 행정연합회의를 통해 상정된다. 이 회의는 스무 명 가까운 장로와 안수집사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현장에서 섬기고 있는 4050세대다. 그들은 이미 직장과 사회에서 의견을 제안, 결정하고 실행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교회의 각 분과 사역을 논의할 때도 수박 겉핥기식 업무보고형 회의로 끝내지 않는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치밀하게 의견을 조율하며 가장 좋은 결정을 도출하기 위해 힘쓴다. 이렇게 평신도 지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하는 과정 속에서 교회는 4050세대의 신뢰를 얻는다.

성도의 종이 되는 목회자

피상적일 수 있지만 4050세대 목회 전략은 딴 데 있지 않다. 목회자의 자질과 헌신에 달려 있다. 앞서 언급한 강해 설교나 맞춤식 소그룹 운영, 소통구조 확립과 투명성 확보 등은 많은 교회가 이미 알고 시행하고 있다. 이를 뛰어넘는 획기적이고 새로운 방법을 소개하면 좋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목회자는 무엇을 하든 성도의 행복과 영적 유익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조직이나 훈련 방법, 교제 등의 프로그램은 개교회의 상황과 토양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참고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러나 어떤 곳이든 무엇을 하든 공히 갖춰야 할 가장 강력한 목회 전략이 있다면 바로 성도를 섬기겠다는 목양일념 각오다.

바울은 자신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의 종’ 된 것과 또 예수를 위해 ‘성도들의 종’ 된 것을 전파한다고 말했다(고후 4:5). 즉 목회자는 두 주인을 섬기는데 첫째는 그리스도고 둘째는 성도들이다. 따라서 목사는 성도의 역량을 키워 성도가 교회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도록 도와야 한다. 아울러 교회의 중요한 계획들을 함께 세우고 세상과는 다른 섬김의 리더십을 익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한다. 결코 목사 자신이나 교회 규모를 키우는 데 성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주님도 아시지만 성도들도 다 안다. 예전 성도들은 교회의 잘못된 일을 봐도 참고 다녔지만 요즘은 아니다. 4050세대 이하 성도는 자신이 이용당하고 착취당한다는 사실을 알면 즉시 교회를 떠난다. 그로 인해 떠나는 발걸음을 잡을 명분은 없다. 오히려 이 사실은 목회자의 사역을 돕는다. 함께 일하고 소통하는 건전하고 투명한 동역 구조를 형성한다면 그들이야말로 교회에 남아 맡겨진 사역을 기쁨으로 감당하는 귀한 파트너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그 변화에 맞춰 교회도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변화의 거센 물결 앞에서 목회자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지 않는가! 급변하는 세상에 성도들이 떠밀려가지 않도록 그들의 가슴에 불변의 진리 곧 성경 말씀을 충실하게 심겨 줘야 한다. 소그룹을 통해 주 안에서 동질감을 형성해 주고 젊은 리더십을 확장시키는 개교회별 맞춤 전략을 펼쳐야 한다. 그렇게 하면 성도들은 반드시 은혜를 받는다. 여기까지만 와도 절반은 성공이고, 나머지 절반은 소통과 사랑과 섬김에 있다. 투명하게 의견을 나누고 성숙한 자세로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 소수에 의한 측근 정치는 다수의 발걸음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목회자는 성도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종 된 마음으로 섬겨야 한다. 부르심을 받은 모든 하나님의 사역자에게 주께서 행복한 목회를 선물로 주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