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대다수가 작은 교회다. 2023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의 경우, 30명 미만의 교회가 41.1%, 31-100명 이하의 교회가 31.3%였다. 총 72.4%가 100명 이하에 해당했다. 2014년과 비교했을 때 30-100명 이하의 교회는 1.9%로 줄었는데, 30명 이하의 교회 수치가 11.8% 증가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소형 교회 가운데에서도 더 작은 교회가 감소한 경우가 많았고, 한국 교회는 더 소형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¹
 
이처럼 소형 교회 출석 교인 수가 줄어들었지만 소형 교회 교인 65%가 ‘현재 교회에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60%가 교회를 옮기더라도 다시 소형 교회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² 작은 교회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 준다. 

이 희망은 강소교회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강소교회는 명확한 목회 철학과 분명한 사명을 바탕으로 날렵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소규모 교회다. 규모는 작아도 전략적이고 민첩한 ‘작은 전투 부대’ 같은 교회로 지역 내에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지속 가능한 사역을 이어가는 모델이다.”3

작고 강한 교회

18년째 작은 교회를 섬기는 자로 이 글을 쓴다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다. 교회 이름부터 동네작은교회라고 정하고 개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섬겼지만, 강소교회를 주제로 글을 쓰는 날이 정말로 오게 될 줄도 몰랐다.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여기저기 특강을 하고, 세미나 강사로 서면서 언제나 주제는 작은 교회, 선교적 교회 개척이었다. 주로 경험을 나누고 사례를 발표하고 작은 교회의 의미를 충실하게 전파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를 신학으로까지 정립하는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미셔널 처치, 선교적 교회 등의 주제로 강의를 했지만 작고 강한 교회라는 교회론을 신학화하는 거창한 작업을 하는 데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 글을 여전히 두렵고 떨림으로 쓴다.

나팔수로서의 소명

동네작은교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초창기의 개척 이야기는 꽤나 감동을 주는 서사가 있었다. 목회자 혼자서 교회를 개척하고 재정 도움 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워 나간 이야기와 소그룹을 만들어 낸 경험은 젊은 목회자들에게, 교회 개척을 꿈꾸는 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꿈을 꾸게 만드는 간증이었다. 나 스스로도 그 시절의 헌신과 피땀눈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죽을힘을 다해 매달린 시간들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고 대견하다고 느껴진다. 

몇몇 간증은 특히 감동적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교회 개척의 동지 스무 명이 모이기까지 겪었던 단내가 풀풀 날 정도의 시간과 사건들은 지금 돌아봐도 눈물겹다. 그런 초기 시절을 지나 우여곡절과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내고 이제 은퇴를 코앞에 두고 있다. 작은 교회에 대한 신학을 정리하자니, 학문적 날카로움이나 빈틈없는 목회론의 구성보다는 현장에서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확인된 몇 가지 성경의 근거들과 이를 실천하며 얻게 된 시간의 교훈들을 나누는 수준의 글이 될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힌다.

작은 교회를 말하고 교회 개척의 비전을 소리 지른 지난 시간 속에서 분명하게 확인된 사실 중 하나는 나를 불러 준 교회와 목회자들 그리고 성도들의 일관된 반응이 있었다는 점이다. ‘요즘에도 작은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하면서 저렇게 즐겁게 할 수 있는가?’라는 궁금함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를 지금까지 작은 교회에 대한 소망을 이야기하는 나팔수로 여기저기에서 소리를 낼 수 있었던 이유이자 원인이었다. 

목회자란 본인이 목회하는 교회가 아닌 이상 누군가 불러 줘야 무언가 말을 할 수 있는 직업의 사람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고 신학계의 업적을 세운 적도 없는 자가 어딘가 초대 받아 말을 하거나 글을 쓴다는 것은 본인의 사역을 근거로 한 하나님 나라의 나팔수 역할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나팔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때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사람들을 깨우는 역할이다. 또는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는 자들에게 지금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소리 지르는 역할을 맡은 자들이다. 이제 필자의 국내 사역을 마무리하면서 이 지면을 통해 마지막 나팔을 크게 불어보는 기회로 삼아 보고자 한다.

어린아이, 소자, 잃은 양 한 마리, 두세 사람

놀랍지 않은가? 제자들이 와서 예수께 묻는 첫 질문은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이다. ‘천국에서 누가 크니이까?’ 마태복음 18장은 하나님 나라에서 가장 큰 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제자들은 일단 하나님 나라를 여전히 오해하고 있다. 그래서 주님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3절). 제자들은 본인들이 하나님 나라의 멤버십을 당연히 소유했다 여기고 거기서 더 큰 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고 있지만, 주님의 대답은 기대와 다르다. 그런 거 관심 있는 너희한테 미안하지만, 너희도 들어가지 못할 수있다고 선을 그어 버리신다. 그리고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 기준으로 다음의 것들을 언급하신다: 어린아이, 작은 자 중의 하나, 잃은 양 한 마리, 그리고 두세 사람. 

특별히 18-19절은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진실로 다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들을 위하여 이루게 하시리라.” 이 본문은 가이샤랴 빌립보에서 예수를 주와 그리스도로 고백한 베드로에게 주시는 교회에 대한 말씀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 16:19)라는 약속과 동일한 말씀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하나님 나라의 가치 체계는 그 축복과 저주의 주도권을 받은 두세 사람의 작은 교회로부터 시작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로마제국을 가볍게 부서 버릴 영광의 하나님 나라를 두세 사람의 작은 공동체, 어린아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뭔가 좀 모자라 보이는 양 한 마리로 설명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 땅의 작은 교회에게 무한한 위로와 격려이자 우리에게 주시는 놀라운 권세가 있음을 또한 상기시키는 명령이기도 하다.

큰 음녀와 큰 성 바벨론

요한계시록 17-18장은 악한 세력을 향한 심판과 저주를 보여 주는데 대표적인 존재로 음녀와 바벨론이 등장한다. 놀라운 것은 그 두 존재를 설명하는데 동일하게 크다(The Great)라는 묘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고대 세계에서 크다는 것은 위엄과 부와 성공의 상징이었다. 막강한 영향력과 모든 세력을 압도하는 권력을 부릴 힘을 가진 존재에게 해당되는 표현이다. 그 음녀는 요한계시록 18:18에서 땅의 왕들을 다스리는 큰 성(The Great City)으로 묘사된다. 하나님 나라의 대척점에 있는 땅에 속한 악한 세력들은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고 대형화돼 있는 자신들의 도시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멸망 받을 존재임에 불과하다. 이 땅의 왕들을 움켜쥐고 권력을 휘두르는 세력들이 아무리 크게 보여도 그들은 전부 무너져 버릴 바벨론에 불과하다.

사실 바벨론의 존재는 창세기 11장에서부터 존재한다. 거대 도시 메트로폴리탄을 세운 인간의 욕망 덩어리인 그 도시는 혼돈의 아이콘이 돼 버렸다. 바벨이란 이름의 뜻처럼 거대한 복합 도시, 거대한 인간들의 집합체는 정돈과 정결, 단순함과는 거리가 먼 혼돈과 불법의 복합체가 돼 버린 것이다. 가이사랴 빌립보의 언덕 위에 세워진 판(Pan) 신의 동상이 보여 주듯이 그가 부는 피리는 사람을 혼돈으로 몰고 가는 소리에 불과했다. 혼미하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패닉(panic)은 그 신의 성격이 혼돈이라는 바벨론과의 유사성을 보여 준다.

어린양

요한계시록 5장부터 등장하는 천상의 예배의 모습에는 언제나 최고의 자리에 존재한 분을 어린양으로 소개한다. 요한계시록 5:6은 일찍 죽임을 당한 어린양, 6장에는 인을 떼시는 어린양, 7장에는 영광 받으시는 어린양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그 어린양을 21장에서는 새 예루살렘 성전으로 묘사한다. 작고 연약한 어린양이 우리의 왕이시다. 그 누구도 묘사해 본 적 없는 왕의 모습이다. 왕이 사자도 아니고 독수리도 아니고 어린양이시다. 어릴 뿐 아니라 일찍 죽임을 당한 양이다. 그 어린양이 영광을 받는 자리에 존재하고 심지어 그 분이 새 예루살렘으로 요한의 눈에 보인다. 
이게 바로 하나님 나라다. 이것이 세상의 제국과 다른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다. 놀랍지 않은가? 폭력과 억압으로 세상을 호령하는 로마의 제국이 서슬 퍼렇게 식민지를 다스리는 그 시대에 장로 요한은 그 작은 어린양 한 마리를 온 열방과 세상의 왕으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작은 공동체로 우리를 부르시고 두세 사람이라는 최소 단위의 모임에 무한한 영광을 부여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전적인 기대와 소망을 보게 된다. 이 놀라운 역설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우리 시대의 작은 공동체에게 주시는 놀라운 능력을 보게 된다.

메가(Mega)와 오메가(Omega)

메가시티, 메가박스, 메가바이트, 심지어 메가커피까지 등장했다. 오래전부터 메가처치도 당연하게 만들어져 불리고 있다. 백만 불의 사나이처럼, 천의 천배를 말하는 백만 단위의 메가(Mega)는 우리시대의 최고의 부와 능력, 최고치의 상징 언어다. 

우리는 최고를 ‘베스트’라고 말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래서 넓고 높고 큰 것을 무조건 최고(베스트)라고 여긴다. 이 지극히 세속적이면서 물량 중심의 단어를 교회에 붙여서 메가처치라고 불렀던 우리들의 신앙은 심각히 오염된 물질주의의 산물이 아니고 무엇일까?

사실 메가처치들이 주도하던 시대가 있었다. 기계 같은 시스템과 촘촘한 위계조직이 교회의 덕목처럼 소개되고 흉내 내는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어느 대형 교회 예배에 초대된 일이다. 강단에 올라가기 전 방송국 직원처럼 헤드셋을 한 간사 한 명이 분 단위로 빼곡한 진행시트를 보여 주었다. 내 설교는 그 네모 칸의 시간을 벗어나면 안 되는 거였다. 그게 마치 꽤나 예배를 잘 준비하는 모습의 단면으로 비춰질 때였다. 메가픽셀 화면과 메가헤르츠의 음향, 메가바이트의 PC로 작동되는 모든 시스템이 교회의 기준이 돼 버렸다. 메가처치는 그렇게 마치 시대와 호흡하는 최적의 교회로 작동하는 듯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오메가의 주님이시다. 최고를 지향하기보다는 최종 결정자로 나타나신다. 알파이신 주님은 창조주시며 오메가의 실현자로 종말의 극적 승리를 드러내실 분이다. 그분의 마지막 오메가 잔치는 흰옷 입은 성도들의 천국 잔치를 보여 준다. 왜 성도들이 흰옷을 입고 있을까? 화려함이나 값비싼 옷의 상징이 아니라 순교와 헌신, 인내의 상징인 흰옷을 입은 성도들이 어린양과 함께 보좌를 향해 소리 높여 찬양하고 있다. 지극히 종말론적이다. 오메가(마지막 종말)를 기준으로 지금의 메가월드에 저항하는 공동체를 입증하라고 교회를 격려하신다. 대형화와 고급화를 지향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작고 건강한 종말론적(오메가) 공동체로 존재해야 한다.

따라쟁이 이단들

한국 교회의 따라쟁이들은 딱 그만큼 흉내내기 바쁘다. 권력화하고 지배 계급을 세습하고, 금권과 권력에 줄을 대며 대형화된 건물을 여기저기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하늘 궁을 세우고, 십사만 사천 명이라는 문자적 교회의 세를 과시하고, 업적과 치적으로 정관계에 셀 수 없는 커넥션을 만들어 왔다. 어디서 배웠을까? 누가 먼저 그런 일을 시도했을까? 이단은 철저히 따라쟁이다. 그들에게 창의성은 없다. 본디 창조주를 믿지 않기에 창조의 DNA가 없다. 흉내 내고 따라하고 모방하는 데 천부적이다. 그런데 그들이 누구를 따라 하는가? 그들은 타 종교의 교리나 종교적 행위보다 교회를 더욱 직접적으로 모방한다. 살짝 바꾸고 뒤틀고 끝을 다르게 하면서 이단의 특징대로 한국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자신들을 교회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들이 따라하는 교회는 메가처치화된 한국 교회다. 건물도 비슷하게 아니면 부도난 대형 교회 건물을 사들여서 흉내를 낸다. 그리고 그런 이단들에 한국 교회는 무참하게 무기력하다. 의로운 분노도 이단을 향한 결기도 없다. 마지막 때의 그 격렬한 영적 전쟁에 대한 계시록의 묘사를 판타지 소설 정도로 보고 있다. 그래서 음녀는 더욱 커지고, 바벨론의 영적 혼란함이 교계와 종교계를 뒤덮고 있다. 정통 교회와 이단의 차이가 점점 안 보인다. 교회가 하나님 나라와 멀어질수록 이단이 우리를 더 닮아 가고 있는 현실이다.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

약속의 땅에서 발생하는 약자들의 대표자들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어찌 이런 문제가 나올 수 있을까? 하나님의 약속은 하자 있는 세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하자 있는 세상에서도 모두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시는 것이다. 아무도 죽지 않고, 누구도 배고프지 않고, 모두가 가난과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하나님은 약속하셨다. 천재와 인재 속에서도 여전히 모든 공동체원이 생존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제시해 주셨다. 

작은 교회는 그들과 함께할 때 교회의 강함을 경험하게 된다.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고 그들의 아픔을 나누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줄 때 작은 교회는 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성령의 치유의 공동체로 존재하게 된다.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에게 작은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를 목격하는 일차 접촉점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먼저 하나님 나라를 보여 줄 수 있는 첫 번째 현장이다. 이벤트의 형태로 일 년에 한두 번의 단기선교로 이웃과 지방의 소도시와 낙후된 지역을 섬길 수 있다. 그것도 귀한 헌신이고 아름다운 사역이다. 그러나 섬김은 이벤트의 모습이 아니라 삶의 모습으로 지속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작은 교회가 맡아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 현장을 만들어 내고 지속적으로 그 지역을 품어 안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기동성이 작은 교회에 있다. 

작은 교회는 현장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지역기반형 섬김의 공간으로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 필자의 교회는 성남의 구도심지에서 십 년 동안 작은도서관으로, 빌라주택 동네에서 동네 카페로, 이주 배경 노동자가 많은 경기도 광주 지역에서 수년째 이주민 나눔센터로, 그리고 다문화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로 존재하고 있다. 은사와 부르심을 받은 성도들이 지속적으로 그곳을 섬기며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교회로 세워져 나가고 있다. 

우리 같은 작은 공동체들이 현장을 잘 지키고 있어야, 규모 있는 교회들과 콜라보가 되고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 선발대와 파이어니어의 역할을 할 작은 교회들이 있어야 지원 사격과 후원 협력을 이어 줄 교회와의 협업이 가능하다. 대형 교회가 하기 어려운 사역, 전문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섬기는 다양한 하나님 나라 프로젝트를 작은 교회들이 꾸준히 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의 효과를 작은 교회들이 일으켜 줌으로 하나님 나라의 다양함이 드러나야 한다.

작기 때문에

강소교회의 특징과 장점은 약점 때문이다. 작다는 약점은 숫자의 적음, 재정의 부족, 공간의 협소함 등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들이 고스란히 작은 교회의 장점이 된다. 적은 성도 수는 목회자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목회의 돌봄이 가능하다. 작은 소그룹이 즉시로 만들어질 수 있다. 재정의 부족은 창의성의 원천이다. 부족함은 창조성을 자극한다. 부족함을 불편으로 느낄 이유는 없다. 없음에서 어떤 풍성함을 누릴 수 있는지를 경험해 볼 최적의 상황이다. 재정의 부족은 공동체 전체가 공유해야 할 기도 제목이며 함께 하나님의 풍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다. 없는 재정으로 지역을 위한 사역을 하기 위해서는 협력과 동역, 이웃 교회와의 콜라보가 필수다. 하나님 나라의 준비된 동역자들과 공유하고 협력하는 지혜를 배우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현장이다. 

공간의 협소함은 지역을 위한 공유 공간으로 확대해 적용할 수 있다. 종교 시설로서의 한계를 넘어 지역의 공유 공간으로 교회가 존재할 때 이웃은 교회 문턱을 자연스럽게 넘을 수 있다. 오늘 지역의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 주고 책을 읽는 공간만이 아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세대 간 통합교육, 심지어 자녀들을 등교 시킨 후 어머니들이 모여 즐기는 요가 교실도 될 수 있다. 예배와 신앙 모임을 제외한 일주일의 대부분의 시간을 지역커뮤니티센터로, 지역 기업의 공유공간으로, 마을 서재로, 취미 활동의 워크숍 현장으로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 본디 초대교회가 건물로서의 거룩함과는 아무 상관없는 예수 운동을 활발히 진행해 나간 것을 우리는 본다. 

더 이상 작은 교회가 대형 교회를 통해 배울게 뭐가 더 남았을까? 첨단시설과 고가의 장비들, 촘촘한 프로그램과 화려한 인테리어는 공공시설이 이미 다 만들어 놓았다. 그런 걸 누리려고 교회에 오는 건 아니다. 그럼 무얼 더 대형 교회로부터 얻을 수 있을까? 다시 질문을 해 보자. 작은 교회들은 무엇으로 한국 교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 작은 교회의 수많은 사례와 흥미로운 도전과 실행은 어떻게 한국 교회의 자양분이 될 수 있을까? 이제 규모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위로부터의 탑다운(Top-down)보다는 창의력과 도전정신으로의 작은 공동체들의 아래부터의 바텀업(Bottom-up)이 드러날 때가 됐다. 수동적으로 베끼기에 여념이 없는 기죽은 작은 교회가 아니라 누구도 생각 못 한 상상력과 창의성이 몽글몽글 솟아나는 성령의 작은 공동체가 일어나고 있다. 작은 고을로부터 시작되는 성육신의 계시는 거대한 제국이 결코 이루지 못한 열방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우리는 작은 공동체로 영원한 나라의 전령이 되고 있다.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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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종일, “강소교회, ”《한국교회 트렌드 2026》(규장, 2025), pp. 90-93.
2)    앞의 책, pp. 101-103.
3)    앞의 책, p. 102.